직접 학생을 가르칩니다. 53

태도, 행동, 스승의 날 (2020년 5월 15일의 기록)

① 태도는 "[자신의 신념, 감정 또는 의도된 행동으로 보여지는]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향한] [호의적이거나 비호의적인] [평가적 반응]"으로 정의 할 수 있다. ② 태도와 행동의 관계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강한 사회적 압력이 존재하는데, 그 행동 자체의 실행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 태도는 행동에서 단지 9%의 차이만을 설명한다. (참고로, 사회적 압력이 낮아지면 태도-행동의 상관관계는 조금 더 높아진다.) ③ 즉, "특정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사회적 압력"과 같은 외적 제약이 있을 때, 태도는 행동의 좋은 예측인자가 되지 못한다. ④ 그렇다면 "스승의 날", 학생이 보이는 "행동"은, 학생의 평상시 "태도"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⑤ 물론, “decorum can, ..

We make our curriculum and then our curriculum makes us (2019년 5월 14일의 기록)

1. 강의평가 점수(그닥 좋지 않은)와 몇몇 학생들의 코멘트(할많하않)를 보며 멍...해지던 찰나, 알림을 받은 #어쩌다걸린트윗 "다음을 해결하기 전까지, 아마 우리(의학교육자)에게 의학교육에서의 learning과 well-being은 늘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이다. 《학생들은 무언가를 더 배우고자, 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자기자신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저 교육과정의 여러 '문지기'들이 요구하는 것을 그냥 해넘기는(check of boxes)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2. 그리고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는데, "제가 보기에, 이들은 그저 의학교육시스템에 내제된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을 비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난받을 사람은 우리 자신입니다. 《Every s..

문화를 물려주는 것(2019년 5월 22일의 기록)

을지의대 예과2학년 1학기에는 #연구활동의기초 라는 과목이 있다. 학생들은 5~6명이 한 조가 되어서 각자의 연구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설계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포스터 발표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논문으로 정리한다. 과목 이름은 연구활동의 "기초"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제법 여러 조가 예과2학년 수준에 대한 기대치 이상의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는데, 자료수집 과정에서 예과1학년 학생들이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예2 학생들이 연구를 하려면 설문을 하든, 전향적으로 실험을 하든 자료를 모아야 하는데, 만만한(?) 대상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예1 후배들일 수 밖에 없으니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오늘은 각 조의 연구결과를 ..

의예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센터 체험 프로그램

1. 의예과 1학년 학생들에게 물었다. "만약에 여러분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수억원에 산 무언가를 집에 들여놨다고 해봐요. 어떨지 되게 궁금할 것 같지 않나요?" 사실은 의도가 담긴 낚시성 질문이었다. 작년 말, 한양의대에서는 본교로부터 수억원을 지원받아 거의 10년만에 시뮬레이션 센터를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비유를 들어 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올해 초, 의과대학 보직자 회의에 시뮬레이션 센터 업그레이드에 이렇게 큰 비용을 투자한 만큼, 의예과 신입생 때부터 보여주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겠냐는 논의가 올라왔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의예과에서는 적지 않은 학생이 "더 상위권 의대"로 가고자 반수 또는 재수를 하여 이탈하고 있었던 것도 ..

소설 오셀로를 활용한 PBL기반의 비판적 사고능력 교육 (2019년 5월 10일의 기록)

"오늘은 지금껏 해왔던 것과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이번 시간을 진행해볼까 해요" 이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린 것을 보며, 나에 대해 '저 교수는 매번 뭔가 이상한 방식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사람'이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이번 학년 학생들 사이에 있는 것인가 싶었다. 뭐 딱히 나쁘진 않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생들은 PBL이라는 생소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제법 잘 해주었다. 초반에는 Fact, Problem, Hypothesis, Learning issue를 내가 예를 들어가며 만들어줘야 했지만 점차 적응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내년에 공식적으로 PBL할 때 더 익숙하게 하겠지 싶다. . 한 차례로 종료되었기에 제대로 형식을 갖춘 PBL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래도 조금 다듬으..

원격교육(온라인 수업)은 인강이 아니다. (2021년 4월 10일의 기록)

■ 먼저 링크 영상 요약과 감상 (관련 영상: https://youtu.be/basMhSy_95k) 1. 원격교육(온라인 수업)은 인강이 아니다. * 그러나 의과대학에서 온라인 수업은 인강이다. * 그리고 학생들도 (녹화된) 인강을 선호한다. 2. 교육부 지침은 녹화된 영상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 의대도 예외는 아니다. 한양의대도 본교 지침에 따라 50분 수업에 25분 이상의 강의영상을 반드시 업로드 해야한다. * 다만 의과대학이 독특한 점은 1시간 수업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서(?) 또는 열정이 과다해서 70분 80분, 혹은 그 이상 길이의 영상을 업로드하는 교수님들도 계시다는 것...? 3. 그러나 국외의 다양한 MOOC을 보면 동영상 강의는 원격교육의 필수요소가 아니다. 동영상 강의가 아예 없는 ..

동료평가 연습하기 (2019년 4월 5일의 기록)

■담당교수: 각 조마다 나눠드린 다른 학생들의 에세이를 평가해보세요. 그리고 꼭 코멘트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작성해준 코멘트는 자신의 에세이를 기꺼이 평가용으로 공개해준 동기학생들에게 스캔하여 제공될 예정입니다. ●학생: 혹시 코멘트를 누가 썼는지도 보여지나요? 익명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담당교수: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럽죠? 그럼 평가자 부분은 제가 지우고 배부하는걸로 할게요. 하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면, 실명으로 하지 못 할 말이라면 익명으로도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의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의사가 된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피드백을 주고 받게될텐데, 그것의 대부분은 실명 또는 면대면으로 주어지게 될거에요. 자신을 밝히고 직접 피드백을 주는 요령, 더 나아가 피드..

'0점 처리'라는 나쁜 소식 전하기(2018년 4월 3일의 기록)

제출한 에세이에 적절한 형식을 지키지 않아 감점을 당하거나 표절 등의 이유로 0점을 받게된 학생들을 만나 "나쁜소식"을 전하였다.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어요" 라든가, "만약에 인용을 제대로 했으면 1점이라도 받았을까요?" 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 대답은 이러했다. "아쉬워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몰랐다는 것이 잘못을 정당화해주지 않습니다. 이건 지금 이 에세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생이 접할 어떤 것에 대해서도 비슷할 것입니다." "과목 담당교수인 저에게 앞으로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그런 요구는 무척 환영입니다. 저 역시 학생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고 어디부터 모르고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하지만 학교나 교수님들께 어떤 요구를 할 때..

"해외 선택실습(aka 국제화 프로그램) 학생 보고회"에서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들 (2020년 4월 3일의 기록)

오늘 있었던 "해외 선택실습(aka 국제화 프로그램) 학생 보고회"에서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들. 괄호 안은 학생이 다녀온 국가. □ (태국) 환자에게 (침습적) 임상술기를 하면서 윤리적 딜레마를 느끼진 않았나요? □ (일본) 왜 학생 때 다양한 케이스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프랑스) '이건 미리 준비해서 갈걸' 이라고 생각한 것이 있나요? 프랑스어 말고요. 그건 어차피 단기간에 챙겨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 (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때 이것은 해봤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 있나요? □ (미국) 발표 슬라이드가 딱 한 문장 빼고는 모두 영어인데, 왜 그렇게 했나요? □ (대만) "질문하는 것"의 중요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지금 임상실습 하면서는 질문을 더 적극적으로 ..

의예과 1학년이 제안한 의과대학 교육과정 (2021년 4월 2일의 기록)

【Q. 만약 여러분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나요?】 아래는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응답 중 일부 발췌, 정리한 내용이다. 내가 수업에서 (주입/강의식으로) 가르친 것은 하나도 없고, 의학교육의 미래를 다룬 외국 교과서의 한 챕터를 간단히 번역, 요약해서 제공한 뒤, 조별로 읽어보고, 토론하고 논의결과만 제출해달라고 했다. 틀린 말이 없다. 이런 의견을 반영한다면 보다 '학생 중심 교육'으로 다가가는 것일텐데, '아무런 제약 없이'라는 단서가 현실로 오면 '온갖 현실적 제약을 달고'로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함정이겠지. ● 사회적 변화 빠르게 반영 (서울대학교 의대 성소수자 의료 수업) ● 우리나라 의사들은 아시아 쪽 교류가 많다. 그쪽 집단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