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학생을 가르칩니다.

문화를 물려주는 것(2019년 5월 22일의 기록)

Meded. 2022. 5. 22. 06:09

을지의대 예과2학년 1학기에는 #연구활동의기초 라는 과목이 있다. 학생들은 5~6명이 한 조가 되어서 각자의 연구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설계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포스터 발표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논문으로 정리한다. 과목 이름은 연구활동의 "기초"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제법 여러 조가 예과2학년 수준에 대한 기대치 이상의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는데, 자료수집 과정에서 예과1학년 학생들이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예2 학생들이 연구를 하려면 설문을 하든, 전향적으로 실험을 하든 자료를 모아야 하는데, 만만한(?) 대상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예1 후배들일 수 밖에 없으니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오늘은 각 조의 연구결과를 포스터 발표(일반 학술대회의 포스터 발표 형식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하는 날이었고, 5명의 심사위원의 평가결과에 따라 시상을 하기 전, 과목 책임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하여 이런 말을 해주었다. (중언부언 했던 것을 조금 가다듬음;;)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M1이던 작년, 지금은 M3가 된 작년의 M2선배들로부터 연구대상자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작년에 여러분의 선배가 그랬듯, 여러분도 M1 후배들에게 피험자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겠지요. 그리고 아마 올해 M1들이 내년에 M2가 되어 이 과목을 들을 때엔 지금은 얼굴도 모르는 미래의 M1에게 또 비슷한 부탁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은 후배들에게 #문화 를 물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화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판단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문화의 대물림"이 꼭 이 과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점차 학년이 올라가 M3, M4, M5, M6가 될 것이고, 그 때에는 더 이상 지금처럼 "선배님"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하거나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스스로 만든 문화가 그것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내년에 M2 후배들로부터 연구대상자로 참여를 요청받으면 꼭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