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고 씁니다. 106

인증을 통한 의과대학 규제: 이타주의인가, 국수주의인가? (2023년 5월 14일의 기록)

세계의학교육연맹(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은 1972년에 설립된 비영리 비정부기구이다. WFME는 의학교육 인증을 촉진하고, (인증과 관련한) 전문가 합의 스탠다드를 출판하며, 세계 의과대학 명부(the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를 유지 관리한다. WFME는 2003년에 의과대학 교육에 대한 일련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발표했으며, 2012년, 2015년, 2020년에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하였다. 외국 의대 졸업생 교육위원회(The Educational Commission for Foreign Medical Graduates, ECFMG)는 1956년에 설립되었다. ECFMG는 미국 의사 인력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비대해져가는 의과대학 교육과정(2018년 12월 1일의 기록)

갈수록 비대해져가는 교육과정(Curriculum)을 질병 개념에 빗대어 지적하는 말로 #Curriculoma, #Curricular_hypertrophy, #Curriculomegaly 등이 있는데, 이런 비유도 나름 참신하네.. "(무조건) 교육과정을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는 "폭식을 조장하여 영양실조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어떤 형태로든 통합이 더 많을수록, 그 자체가 일종의 개선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교육과정 문제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 없다면, 이러한 개혁은 모자람만 못한 지나침(overkill)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게 고작 1년전에 읽었던 논문에 있는 구절인데 무척 새로운 이 느낌은...역시나 글로 배운것과 경험으로 느낀 것의 차이인가; ----- +추가1..

서울의대 통합교육과정의 변화(2021년 11월 30일의 기록)

1. 내가 겪었던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는 1년간 기초의학을 배우고, 1년간 장기계통 통합과목을 배우고, 2년간 임상실습을 했다. 2.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학문단위(Discipline-based)"로 이루어져 있었다거나, 1900년대 초부터 의사양성이 "도제식 교육"에서 "2년의 기초의학 + 2년의 임상실습"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거나 하는 말들이 개념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어떤 형태였는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3. 그러다가, 지난 포스팅을 쓰고 나서, 내가 의과대학을 다니기 전에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모습이 어땠는지가 문득 궁금해졌고, 지도교수님께서 2000년에 쓰셨던 논문을 읽게 되었다. 4. 서울의대에서 1970년대 이후 장기계통 통합교육과정이 도입되어 온 이후의 변..

통합과목의 어려움과 나아갈 길(2018년 11월 2일의 기록)

학생때 통합과목 수업도 직접 들어보고, 학위과정때 통합과목 평가자료도 분석해보고, 통합과목에 대한 논문도 읽어봐서 생소하거나 몰랐던건 아닌데,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여러 지적을 받은 후에 읽는 논문은 그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문장 하나하나가 뼈를 막 때리네 😭😭😭 === "단순히 교육내용을 조정coordinate한다고 해서 통합integration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시간적으로 coordinate되어있더라도, 서로간의 연결 없이 개별 교수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강의가 제공된다면 그것은 통합integrated이 아닌 단지 조정coordinated된 과목일 뿐이다." "두 개의 지식 영역을 단순히 가까이 두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한 방식은 통합사다리(그림)에서 정확..

가르침(teaching)의 근본적 가치(2019년 10월 31일의 기록)

"Medicine에서 가르침(teaching)은 근본 가치(fundamental value)이다. "Doctor"라는 단어가 "가르치다(to teach)"라는 의미의 라틴어인 docere에서 왔다는 사실은 동료 및 학습자와 지식을 공유해야 할 의사의 의무를 확인시켜준다. 이러한 지식의 공유는 (수업 등을 통하여) 공식적(formally)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역할모델(role model)로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29482210

성과바탕교육의 난제(2018년 10월 30일의 기록)

Flexner centenary 보고서는 성과바탕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지만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나는 어떻게 휴머니즘, 책무성, 이타성 등을 정의하고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특질들은 사람마다 unique한 것이며, 따라서 ("표준화된 성과"의 달성을 추구하는) 성과바탕교육과는 애초에 조화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미 비슷한 이유로 약 30년 전에 Spady는 교육성과를 정의하면서 정서적 측면(affective domain)을 배제하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는 기대하는 성과는 "적당한 수준(good enough)"에 맞춰놓으면서, 어떻게 동시이 수월성(excellence)를 추구할 수 있겠냐는 문제이다. 이미 Sir John Tooke는, "적당히 좋은 것은..

의학교육은 어떻게 건강 형평성을 후퇴시키는가 (Lancet, 2022)

"의학교육 시스템은 의학이라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형성한다. 오늘날 이 시스템은 학생들을 서양의 생의학 모델이 지배하는 위계구조에 맞춰 사회화한다. 즉, 이 지배적(dominant) 건강 모델에는 세계 대부분의 인구집단이 겪는 경험에 대한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의과대학은 세계 다수를 구성하는 인구집단의 인식론이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모호하게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의사들은 지배적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훈련을 받지만 사실 그 시스템은 그들 자신의 맥락과 불화(discordant)한다. 그럼에도 이 시스템은 심지어 의사들이 그것을 옹호하고, 재생산하도록 훈련시킨다. 더 나아가 지배적 시스템의 결함을 두고 심지어 의사들조차 시스템 그 자체가..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2022년 7월 21일의 기록)

쓰고 있는 논문의 (아직 많이 다듬어야 하는) 초고. 처음에 주제를 의뢰받았을 때는 별로 내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망설였는데, 써나가면 써나갈수록 이입하고 있다. 문제는 의뢰받은 주제에 맞추다보니 나도 못하는걸 제언이랍시고 쓰고 있자니... 이래도 되나 싶어 참 부끄럽네. === "지금까지 경력개발의 개념, 필요성, 단계에서 설명한 것을 토대로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관리와 개발을 위한 전략을 크게 네 영역으로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적 측면에서는 경력개발의 주체이자 당사자로서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정체성은 기존의 개인적 정체성이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다(Cruess et al., 2015). 기존의 개인적 정체성에는 대체로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성별, 인..

객관성이라는 환상(2019년 9월 5일의 기록)

"(다지선다문항과 같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지식 시험에서조차 객관성(objectivity)은 종종 그저 [수치적으로 다수(파)인 전문가들이 (어쩔 수 없이) 이뤄낸 합의]라고밖에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것은 객관성이라기보다는 (협상되고) 공유된 주관성(subjectivity)이라고 볼 수 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0334840

의료계와 사회의 사회적 계약 (2020년 8월 25일의 기록)

Medicine’s social contract with society 1. 오래 전부터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은 의사전문직(medicine)과 사회 간 관계의 근간이었다. 그리고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은 의사라는 전문직이 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를 묘사하기 위하여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다. 둘 사이의 관계가 좋을 때 '사회적 계약'은 전혀 검토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양측의 불만이 존재함이 명백해지면, 이 관계(interface)는 면밀한 검토의 대상(come under scrutiny)이 된다. 2. "사회적 계약"이라는 표현은 언제나 계약을 맺은 양 측의 상호적 권한과 의무를 기본으로 한다. 국가와 시민의 권리와 책임이 호혜적인 것처럼, 의사와 사회의 관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