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셋 다 "인지는 머릿속에만 있지 않다"는 4E 계열이지만, 문제의식·분석단위·표상관이 다릅니다. 먼저 용어 하나: ecological cognition은 표준 명칭이라기보다 보통 ecological psychology(Gibson 전통) 또는 radical embodied cognitive science로 불립니다.

핵심 대조

  생태학적(Ecological)  상황적(Situated)  분산적(Distributed)
계보 J.J. Gibson, Turvey, Warren, Chemero Lave & Wenger, Suchman, Brown·Collins·Duguid, Greeno Hutchins, Hollan, Norman
모학문 지각심리학·생물학·역동체계 인류학·사회학·학습과학 인지인류학·인지과학
핵심 질문 유기체는 어떻게 환경 정보를 직접 활용해 행위를 조율하는가 앎과 학습은 어떻게 실천 참여 속에서 구성되는가 하나의 인지 과제가 어떻게 시스템 전체에 걸쳐 수행되는가
분석 단위 유기체–환경 체계 실천공동체 속의 사람 / 활동체계 사람+인공물+시간에 걸친 기능적 체계
대표 개념 어포던스, 직접지각, 지각–행위 순환 정당한 주변적 참여, 실천공동체, 진정성 있는 과제, 정체성 표상 상태의 전파와 변환, 인지적 인공물
표상관 반표상주의 — 내적 표상 없이 설명 대체로 탈강조, 강한 존재론적 주장은 안 함 표상 유지 — 다만 머리 밖으로 재배치
시간 척도 밀리초~초 수개월~수년(참여 궤적) 과제 단위(분~시간) + 미시발생·개체발생·사회문화적 세 층위
방법 실험, 역동체계 모델링 민족지, 담화분석, 참여관찰 인지 민족지(cognitive ethnography)

같은 장면, 세 가지 읽기

초음파 유도 중심정맥관 삽입을 예로 들면 —

  • 생태학적: 화면상 바늘 끝 영상과 조직 저항의 촉각이 술기자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고, 손의 미세 조정이 그 정보에 실시간으로 결합됩니다. 어떤 각도가 "찌를 수 있음"으로 지각되는가의 문제.
  • 상황적: 전공의가 참관→보조→집도로 이동하는 궤적, 그 과에서 무엇이 "잘하는 것"으로 통용되는지,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정체성이 관심사입니다. PIF 연구와 가장 가까운 쪽이죠.
  • 분산적: 타임아웃 체크리스트, 초음파 기계의 화면 표시, 간호사와의 구두 확인 — 환자 정보라는 표상이 매체 사이를 옮겨 다니며 변환되는 흐름 자체가 인지 과정입니다. 개인의 기억력이 아니라 시스템의 오류 내성이 설명 대상.

헷갈리기 쉬운 지점

  • Situated는 우산 용어로도 쓰입니다. 넓은 의미로 쓰면 나머지 둘을 포함하고, 좁은 의미로는 Lave·Wenger 계열의 사회문화적 학습론을 가리킵니다. 문헌에서 어느 쪽인지 문맥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Distributed cognition ≠ extended mind. Clark & Chalmers의 확장된 마음은 "이 개인의 믿음이 노트북까지 뻗는가"라는 주체 중심 주장인 반면, Hutchins는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시스템 수준에서 과제 수행을 기술합니다. 의학교육 문헌에서 자주 뒤섞입니다.
  • 생태학적 접근만 존재론적으로 급진적입니다. 나머지 둘은 표상 개념을 굳이 부정하지 않지만, Gibson 전통은 내적 표상 없이 설명하겠다는 강한 약속을 합니다. 그래서 "분산 인지는 생태학적이다"라고 뭉뚱그리면 부정확합니다.
  • 서로 적대적이지는 않습니다. Hutchins는 후기에 어포던스와 생태학적 조립(ecological assemblies) 개념을 적극 끌어들였고, Suchman의 상황적 행위론도 Gibson과 민속방법론을 함께 참조합니다.
  • 의학교육 쪽에서 이 구분을 명시적으로 다룬 글로는 Bleakley의 분산 인지 논문들과 Durning & Artino의 situated cognition 리뷰(Med Teach 2011)가 출발점으로 유용합니다.

 

공통 장면

새벽 3시 응급실. 78세 여성, 요양병원에서 이송. 주소는 "기운이 없다". 체온 37.4℃, 혈압 96/58, 맥박 104, 의식은 다소 처져 있으나 지남력은 유지. 2년차 전공의가 초진, 3년 경력 간호사가 활력징후를 재고, EMR에는 패혈증 알림이 떠 있다. 젖산 결과는 40분 뒤 도착. 결국 항생제 투여까지 2시간 10분이 걸렸다.


1. 생태학적 관점 — 무엇이 지각되었고 무엇이 지각되지 않았는가

분석 대상은 전공의의 지각–행위 순환입니다.

  • 숙련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를 보는 순간 "아픈 사람"을 봅니다. 이건 체온·혈압을 각각 읽고 머릿속에서 기준치와 대조한 결과가 아니라, 피부의 얼룩덜룩함, 호흡의 얕고 빠른 리듬, 말을 걸었을 때의 반응 지연이 하나의 통합된 배열(array)로 주어지고, 그 배열이 "지금 개입해야 함"이라는 어포던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입니다. Klein의 recognition-primed decision, Croskerry의 System 1이 기술하는 현상을 생태학적 언어로 다시 쓴 셈이죠.
  • 이 사례의 실패는 이렇게 읽힙니다. 37.4℃는 발열 역치 아래이고 혈압도 90 이상이라, 역치 기반 표상은 아무것도 촉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지각적으로 유효한 정보 — 요양병원에서 왔다는 맥락, 말수의 감소, 손끝의 차가움 — 는 존재했지만 2년차의 지각 체계가 아직 그것에 **조율(attunement)**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생태학적 학습은 "패혈증 기준을 외운다"가 아니라 반복된 노출을 통해 정보 변수를 골라내는 감각이 미세조정되는 과정입니다.
  • 교육적 함의: 사례 수 자체가 중요하고, 특히 피드백이 붙은 노출이 중요합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이 환자와 저 환자의 무엇이 달랐나"를 지각 수준에서 대조시키는 훈련.

2. 상황적 관점 — 이 응급실에서 '패혈증을 의심한다'는 것의 사회적 의미

분석 대상은 실천공동체 안에서의 참여와 정체성입니다.

  • 새벽 3시에 패혈증 코드를 부른다는 것은 단순한 임상 판단이 아니라 사회적 행위입니다. 중환자실 당직에게 전화를 걸고, 지도전문의를 깨우고, 간호 인력을 한 환자에게 묶어두는 일. 2년차는 지난달 비슷한 환자에서 코드를 발동했다가 "요양병원 환자 다 그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응급실에서 "좋은 전공의"는 판단이 빠른 사람이 아니라 윗년차를 불필요하게 부르지 않는 사람으로 통용되고 있고, 그가 습득 중인 것은 지식이 아니라 그 규범입니다.
  • 간호사는 첫 활력징후에서 이미 이상을 감지했지만 "선생님, 이 환자 좀 처지네요"라는 완곡한 형태로만 전달했습니다. 직접적 문제 제기가 이 팀의 참여 문법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보는 있었지만 말해질 수 있는 형태로는 없었습니다.
  • Lave·Wenger의 정당한 주변적 참여로 보면, 2년차는 정당한 참여자이지만 그가 이동해 가는 궤적이 어떤 종류의 임상가를 만들고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이건 지식 결손이 아니라 정체성 형성의 문제이고, 선생님의 PIF 연구가 다루는 층위이기도 합니다.
  • 교육적 함의: 개인 교육이 아니라 문화 개입. 누가 무엇을 말해도 되는지, 무엇이 칭찬받는지를 바꾸지 않으면 지식 교육은 겉돕니다.

3. 분산적 관점 — 시스템이 환자 상태를 어떻게 표상하고 전파했는가

분석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사람+인공물로 구성된 기능적 체계입니다. 여기서 인지의 주체는 전공의가 아니라 응급실 자체입니다.

  • "이 환자는 패혈증이다"라는 판단은 여러 매체를 거치며 표상이 변환된 결과여야 했습니다. 궤적을 따라가 보죠.
  • 환자의 신체 상태 → 간호사의 촉진과 관찰 → 활력징후 수치로 환원(피부색·반응성은 이 변환에서 소실) → EMR 입력 → 알고리즘이 알림 생성 → 화면 팝업 → 전공의의 클릭. 각 변환마다 정보가 줄어들고 형식이 바뀝니다.
  • 이 사례의 실패 지점은 개인의 머릿속이 아니라 연결부에 있습니다. EMR 알림은 하루 30번 뜨고 그중 유의미한 것은 두세 건이라, 화면상의 팝업은 이미 "닫아야 할 것"이라는 인공물로 변질되었습니다. 젖산 결과는 검사실에서 EMR로만 들어오고 능동적으로 통보되지 않아, 40분 동안 시스템 어디에도 그 정보가 활성 상태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간호사의 우려는 구두로만 전달되어 어떤 매체에도 고정되지 않았고, 교대 시점에 소실되었습니다.
  • Hutchins 식으로 말하면, 이 시스템은 표상을 견고하게 전파할 중복 경로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잘 설계된 체계에서는 화이트보드, 구조화된 SBAR 인계, 색 코드 스티커 같은 인공물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정보를 붙잡아 둡니다.
  • 교육적 함의: 사람을 더 훈련시키기보다 인지적 인공물을 재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알림 특이도를 높이거나, 젖산 결과에 능동 호출을 붙이거나, 간호사 우려를 기록 가능한 필드로 만드는 식.

세 관점의 진단과 처방 비교

  무엇이 실패했나   무엇을 개선하나 연구 방법
생태학적 지각 조율의 미성숙 대조 사례 반복 노출, 지각 훈련 시선추적, 반응시간, 전문가–초심자 비교
상황적 참여 규범과 형성 중인 정체성 문화·위계 개입, 역할 모델링 민족지, 참여관찰, 담화분석
분산적 표상 전파 경로의 단절 인공물·워크플로 재설계 인지 민족지, 정보 흐름 추적

세 관점은 경쟁 가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척도를 보는 렌즈입니다. 같은 2시간 10분을 놓고 밀리초 단위의 지각, 수개월 단위의 정체성 형성, 과제 단위의 정보 흐름을 각각 확대한 것이죠. 실제 질 개선에서는 세 층위 모두에 개입해야 하지만, 논문에서는 하나를 명시적으로 선택하고 왜 그 척도를 골랐는지 밝히는 편이 논증이 깔끔해집니다.

 

 

Gemini

 

전통적인 인지주의가 뇌 속의 정보 처리 과정에만 집중했다면, 생태학적 인지, 상황적 인지, 분산 인지는 모두 인지가 개인의 머릿속을 넘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일어난다고 봅니다. 하지만 무엇을 '인지의 핵심'으로 보는지, 그리고 '무엇을 분석 단위로 삼는지'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생태학적 인지 (Ecological Cognition)

유기체와 물리적 환경 간의 직접적인 지각(Perception)과 행동(Action)의 연결에 초점을 맞춥니다. 제임스 깁슨(J.J. Gibson)의 이론에서 출발했으며, 환경이 행위자에게 어떤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지(행동유도성)를 탐구합니다.

  • 핵심 개념: 행동유도성 (Affordance)
  • 임상 현장의 예시: 응급실에서 제세동기의 손잡이 모양이나 스위치 색상이, 의사로 하여금 복잡한 사고 과정 없이 직관적으로 기기를 잡고 조작하도록 유도하는 과정 자체를 인지로 봅니다.

상황적 인지 (Situated Cognition)

인지가 발생하는 사회적, 문화적, 물리적 맥락을 분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앎(Knowing)과 함(Doing)은 동일하며, 특정 맥락 속의 실천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에 참여함으로써 지식이 구성된다고 강조합니다.

  • 핵심 개념: 합법적 주변부 참여 (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 실천 공동체
  • 임상 현장의 예시: 의대생이 병동 회전(Ward round)에 처음에는 단순한 관찰자(주변부)로 참여하다가, 점차 진료팀의 핵심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분산 인지 (Distributed Cognition)

인지 과정이 개인의 머릿속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들, 도구, 인공물(Artifacts), 시간적 흐름에 걸쳐 넓게 분산되어 작동한다고 봅니다. 에드윈 허친스(Edwin Hutchins)가 제안했으며, 인지를 사람과 사물이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 단위로 분석합니다.

  • 핵심 개념: 인지적 인공물 (Cognitive Artifacts), 인지 시스템
  • 임상 현장의 예시: 수술실에서의 의사결정은 외과의사 한 명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모니터링 기기의 알람(도구), 마취과 의사의 구두 보고(사람), 그리고 외과의사의 판단이 하나로 결합된 '수술팀이라는 시스템' 전체에서 발생합니다.
구분 주요 분석 단위 핵심 질문
생태학적 인지 유기체와 환경의 물리적 상호작용 "이 환경(또는 도구)은 나의 신체에 어떤 직관적 행동을 유도하는가?"
상황적 인지 특정 맥락 속의 행위자와 공동체 "초보자는 이 전문가 집단의 문화와 실천에 어떻게 참여하고 동화되는가?"
분산 인지 사람과 인공물로 이루어진 시스템 "사람과 도구(AI, EMR 등)는 어떻게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하나의 판단을 내리는가?"

 

 

패혈증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여 촌각을 다투며 '패혈증 묶음 치료(Sepsis Bundle)'를 수행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동일한 진료 상황이라도 세 가지 인지적 관점은 각기 다른 곳에 분석의 렌즈를 맞춥니다.

 

생태학적 인지 (Ecological Cognition): 지각과 행동의 즉각적 연결

이 관점에서는 의사의 신체와 응급실의 물리적 환경(기기, 공간 배치)이 어떻게 맞물려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지를 봅니다.

  • 장면 예시: 환자의 혈압이 떨어질 때,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붉은색의 깜빡이는 숫자특정 주파수의 경고음은 의사가 머릿속으로 '수축기 혈압이 90 미만이므로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심사숙고하기 전에, 반사적으로 환자의 침상 곁으로 다가가 수액 밸브를 최대치로 열게 만드는 행동유도성(Affordance)을 제공합니다. 수액 팩의 투명한 재질과 눈금은 의사에게 직관적으로 남은 수액량을 지각하게 하여, 별도의 계산 없이 다음 수액을 준비하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상황적 인지 (Situated Cognition): 실천 공동체 내에서의 체화와 동화

이 관점에서는 패혈증 진료라는 행위가 응급실 특유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초심자가 그 안에서 어떻게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지를 봅니다.

  • 장면 예시: 갓 응급실에 배치된 인턴은 교과서에서 외운 '패혈증 진단 기준'만으로는 현장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니어 전공의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오더를 내리는(Closed-loop communication) 모습을 관찰하고, 팀의 지시에 따라 중심정맥관 삽입 준비물 챙기기 같은 주변부 역할(합법적 주변부 참여)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턴은 단순히 의학 지식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이라는 실천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고유의 '긴박하지만 통제된 대처 방식'과 문화적 규범을 체화하며 응급의학과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갑니다.

분산 인지 (Distributed Cognition): 인공물과 팀원이 결합된 인지 시스템

이 관점에서는 '환자가 패혈증 쇼크에 빠졌으니 승압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이 주치의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단독으로 처리된 연산이 아니라고 봅니다.

  • 장면 예시: 인지 과정은 응급실 공간 전체에 넓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 데이터는 모니터(인지적 인공물)가 수집하고, EMR 시스템은 젖산(Lactic acid) 수치 이상을 감지해 팝업으로 패혈증 경고(Sepsis Alert)를 띄워 알고리즘을 제안합니다. 동시에 환자 곁의 간호사는 "수액 1리터 들어갔는데 여전히 혈압 80/50입니다"라고 구두로 연산 결과를 전달합니다. 즉, 진단과 의사결정이라는 인지적 과업은 의사 개인의 두뇌가 아니라, [모니터-EMR-간호사-의사-화이트보드]로 이어지는 거대한 '응급실 인지 시스템' 전체가 상호작용한 결과물입니다.
인지적 관점 응급실 패혈증 진료 상황에서의 초점 진료를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
생태학적 인지 모니터 알람, 기구의 배치, 시청각적 자극이 의사의 즉각적 행동(수액 투여 등)을 유도하는 물리적 상호작용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의료기기와 응급실 환경 디자인
상황적 인지 인턴이나 전공의가 응급실 팀의 긴박한 소통 방식과 대처 문화를 호흡하며 진료 실천에 참여하는 과정 지시와 피드백이 명확한 팀 문화, 그리고 초심자가 참여하며 배울 수 있는 사회적 맥락
분산 인지 의사, 간호사, EMR 시스템, 환자 모니터가 정보를 주고받으며 하나의 패혈증 대처 프로토콜을 완성해 내는 네트워크 팀원 간의 매끄러운 정보 공유, 그리고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는 IT 시스템(EMR 알림 등)의 최적화

 

ChatGPT

세 관점은 모두 “인지가 개인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난다”는 생각을 비판하지만, 인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성립한다고 보는지가 다릅니다. 가장 간단히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cological cognition은 환경과의 직접적 관계,
situated cognition은 구체적인 활동 맥락,
distributed cognition은 사람·도구·표상으로 이루어진 인지체계에 초점을 둡니다.

 

관점 핵심 질문 인지의 핵심 단위 중심 개념
Ecological cognition 환경이 어떤 행동 가능성을 제공하는가? 행위자–환경의 결합 affordance, perception–action coupling
Situated cognition 이 지식은 어떤 상황과 활동 속에서 의미를 갖는가? 상황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 context, authentic activity, participation
Distributed cognition 인지 과정이 사람과 도구 사이에 어떻게 분산되는가? 사람·도구·표상으로 구성된 시스템 cognitive artifacts, coordination, information flow

1. Ecological cognition: 환경과의 관계에서 성립하는 인지

Gibson의 생태심리학에서 출발한 관점입니다. 환경은 단순히 인지를 둘러싼 배경이 아니라, 행위자에게 특정한 **행동 가능성(affordance)**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계단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물리적 대상이지만,

  • 건강한 성인에게는 “올라갈 수 있는 것”
  • 어린아이에게는 “기어올라가야 하는 것”
  •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통과를 방해하는 것”

으로 지각됩니다. 즉, affordance는 환경 자체에도, 개인 내부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고 행위자의 능력과 환경의 특성 사이의 관계에 존재합니다.

의학교육에서 보면 숙련된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즉시 “위험해 보인다”고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기억 검색만이 아닙니다. 피부색, 호흡 양상, 자세, 모니터 변화와 같은 환경의 단서가 특정 행동—산소 공급, 도움 요청, 응급 처치—을 가능하거나 필요하게 만드는 것으로 지각됩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숙련이란 머릿속 지식의 양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서 의미 있는 행동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2. Situated cognition: 지식은 그것이 사용되는 상황과 분리되기 어렵다

Situated cognition은 지식이 추상적인 형태로 저장되었다가 어느 상황에나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문화적·물리적 맥락 속의 활동을 통해 형성되고 사용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강의실에서 환자 동의의 원칙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실제 병동에서도 동의를 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는 다음 요소들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불안해하는 환자와 보호자
  • 시간 압박
  • 지도전문의와 간호사의 존재
  •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권력 차이
  • 해당 진료과의 관행
  • 시술의 불확실성과 위험

따라서 “동의 획득 역량”은 일반적인 의사소통 지식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실제 진료활동에 참여하면서 그 상황의 규범, 언어, 관계와 판단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Lave와 Wenger의 situated learning, 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 communities of practice가 이 관점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학습은 탈맥락적인 지식을 얻은 뒤 적용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실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 활동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3. Distributed cognition: 인지는 사람과 도구 사이에 분산되어 있다

Hutchins의 distributed cognition은 인지의 분석 단위를 개인 한 명에서 사람·도구·표상·조직적 절차로 이루어진 전체 시스템으로 확장합니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인지 과정은 한 의사의 머릿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음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 전공의의 환자 기억
  • 간호사의 지속적인 관찰
  • 모니터의 활력징후
  • 전자의무기록의 검사 결과
  • 투약표와 체크리스트
  • 회진 중의 대화
  • 이전 근무자의 인계
  • 병원의 응급대응 프로토콜

이때 모니터나 체크리스트는 단순히 인간의 인지를 보조하는 부속물이 아닙니다. 기억해야 할 내용을 외부에 보존하고, 정보를 재구성하며,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인지적 인공물(cognitive artifact)**입니다.

따라서 오류를 분석할 때도 “누가 몰랐는가?”만 묻지 않고 다음을 묻습니다.

  • 정보가 어디에 존재했는가?
  •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가?
  • 어떤 표상이 정보를 잘 보이게 하거나 가렸는가?
  • 사람과 도구 사이의 조정이 어디에서 실패했는가?

임상적 판단은 개인이 수행하지만, 그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지 과정은 전체 시스템에 분산될 수 있다.

같은 임상 상황을 세 관점에서 보면

응급실에서 패혈증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Ecological cognition

숙련된 의사는 창백한 피부, 빠른 호흡, 의식 변화, 모니터의 혈압 저하를 서로 분리된 정보가 아니라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행동 가능성으로 지각합니다.

  • 초점: 임상의가 환경의 단서를 어떻게 포착하는가
  • 관심: perception–action coupling

Situated cognition

패혈증에 대한 지식과 행동은 응급실이라는 실제 맥락에서 구현됩니다. 인력, 시간 압박, 팀 규범, 역할, 환자 흐름에 따라 같은 지식도 다르게 사용됩니다.

  • 초점: 지식과 판단이 상황 속 활동에서 어떻게 형성되는가
  • 관심: 맥락, 참여, 관행

Distributed cognition

환자 인지는 의사 한 명이 아니라 트리아지 기록, 간호사 관찰, 모니터, 검사결과, 전자의무기록 경고, 팀 대화와 프로토콜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 초점: 정보와 인지적 작업이 시스템에 어떻게 분산되는가
  • 관심: 표상, 도구, 조정, 정보 흐름

서로의 관계

세 이론은 상호 배타적인 경쟁 이론이라기보다 초점과 분석 수준이 다른, 상당히 겹치는 관점입니다.

flowchart TD
    A["개인 내부의 인지에서 벗어남"]
    A --> B["Ecological cognition<br/>행위자–환경 관계"]
    A --> C["Situated cognition<br/>맥락 속 활동과 참여"]
    A --> D["Distributed cognition<br/>사람–도구–표상의 체계"]

하나의 임상활동을 동시에 세 관점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 학생이 실제 병동에서 학습한다 → situated
  • 환자의 미묘한 단서에서 대응 가능성을 지각한다 → ecological
  • EMR, 간호사, 체크리스트와 함께 판단한다 → distributed

특히 혼동하기 쉬운 차이

Situated와 ecological

둘 다 맥락을 중시하지만, 맥락의 의미가 다릅니다.

  • Ecological: 환경이 행위자에게 제공하는 지각 가능한 행동 가능성
  • Situated: 지식과 활동을 구성하는 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

Ecological cognition은 대체로 지각과 행동의 결합에, situated cognition은 학습, 참여, 의미 형성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Situated와 distributed

둘 다 실제 활동을 분석하지만 분석 단위가 다릅니다.

  • Situated: 사람이 상황 속 참여를 통해 무엇을 알고 어떻게 배우는가
  • Distributed: 인지적 작업이 사람·도구·표상 사이에서 어떻게 수행되는가

쉽게 말해 situated cognition이 “이 사람의 앎이 왜 이 활동 맥락과 분리될 수 없는가?”를 묻는다면, distributed cognition은 “애초에 이 인지 과업을 한 사람이 했다고 볼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한 문장씩 정리하면

  • Ecological cognition: 인지는 행위자가 환경의 affordance를 지각하고 행동하는 관계 속에서 성립한다.
  • Situated cognition: 지식은 그것이 학습되고 사용되는 실제 활동과 사회문화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 Distributed cognition: 인지 과정은 개인 한 명이 아니라 사람, 도구, 표상과 시간에 걸쳐 구성된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다.

의학교육에 적용한다면 세 관점은 각각 임상환경의 단서 설계, 실제 진료 참여를 통한 학습, 팀·도구·정보체계를 포함한 수행 평가라는 서로 다른 교육적 함의를 제공합니다.

 

 

 

 

 

 

 

Claude

좋은 질문입니다. 우연이 아니라 꽤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리하겠습니다.두 나라가 나란히 강국이 된 건 우연이 아니고, 사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두 갈래입니다. 출발점은 하나예요.

공통 기원: "정당화해야 하는 도박"으로서의 PBL

1960년대 McMaster에서 John Evans를 비롯한 창립자 5인이 자신들이 받은 의학교육에 대한 불만에서 새로운 교수법을 구상했고, 1974년 Maastricht 의학부가 McMaster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급진적 접근을 채택했습니다.

여기가 결정적입니다. 두 학교 모두 기성 명문이 아니라 신설 학교였고, 주류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길러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 "그래서 이게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뭐냐?" 전통적 강의식 교육은 정당화 의무가 없지만 PBL은 있었습니다. 즉 교육 혁신이 연구 수요를 창출한 겁니다. 이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와 갈리는 지점입니다. 대개는 개혁은 하되 그 개혁이 연구 질문으로 전환되지 않고 행정 업무로 소진되죠.

그런데 이 공통 출발점에서 두 나라는 다른 자산을 붙였습니다.


캐나다

1. 임상역학·측정과학과의 결합 McMaster의 진짜 자산은 PBL이 아니라 같은 시기 Sackett이 만든 Clinical Epidemiology & Biostatistics 학과였습니다. Geoff Norman은 의학교육학과가 아니라 거기 소속이었어요. 그래서 캐나다 의학교육 연구는 처음부터 "교육학의 변방"이 아니라 "임상역학의 응용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Norman & Streiner의 통계·측정 교과서가 의학교육자들의 표준 텍스트가 된 게 상징적입니다. 방법론적 신뢰도를 먼저 확보한 것이 학문적 정당성 확보에 결정적이었습니다.

 

2. 전임 PhD 과학자를 고용하는 연구센터 모델 1990년대 후반 토론토에 설립된 Wilson Centre가 결정적 전환점입니다. 2004년 시점에 이미 8명의 전임 PhD 연구자, 5명의 상근 행정직원, 150명의 임상 교수, 십여 명의 펠로우와 방문교수를 두고 있었고, 대학과 대형 수련병원 양쪽의 강력한 지원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핵심은 임상교수가 진료 짬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교육연구만 하는 봉급 받는 과학자를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의사가 아닌 사람들로요. Lingard는 수사학(rhetoric) 박사, Regehr는 인지심리학 박사, Hodges는 정신과의사지만 OISE(교육대학원)에서 훈련받았습니다. 이 "비의사 핵심 교수" 모델이 사회과학 이론을 의학교육에 수혈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3. 디아스포라 Wilson Centre가 배출·거쳐간 사람들이 각지에 같은 모델을 복제했습니다. Regehr와 Eva는 UBC의 CHES로, Lingard는 Western의 CERI로 갔습니다. KIPRIME 수상자 명단에서 UBC가 두 번(2020, 2022)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센터의 성공이 재생산 가능한 조직 템플릿이 되었다는 뜻이죠.

 

4. 전국 단위 거버넌스가 만든 수요와 데이터

  • Royal College가 전국 전공의 수련을 단일 관장 → 1996년 CanMEDS, 이후 Competence by Design(CBD) 전면 시행. 개혁의 규모가 크니 평가·타당도 연구 수요가 폭발합니다.
  • Medical Council of Canada의 전국 면허시험(1990년대 초 OSCE 도입)은 전국 규모의 평가 데이터셋을 제공했습니다. 평가 연구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캐나다는 그게 국가 인프라로 존재했습니다.
  • 의과대학이 17개뿐이라 조정 비용이 낮고, 단일보험 체계라 정책 일관성이 있습니다.

5. 학술지 게이트키핑 장악 Norman은 Advances in Health Sciences Education 편집장을, Eva는 Medical Education 편집장을 오래 맡았습니다. 무엇이 "좋은 연구"인지의 기준을 정하는 자리를 차지한 것이 캐나다 학파의 영향력을 증폭시켰습니다.


네덜란드

1. 처음부터 연구부서로 설계된 교육부서 이게 Maastricht와 McMaster의 가장 중요한 차이입니다. McMaster의 교육팀은 전원 의사로만 구성되어 있었던 반면, Maastricht는 평가 전문가 Wijnen을 임명하는 것으로 출발했고 이것이 McMaster로부터의 중대한 결별 지점이었습니다. Wijnen은 PBL 평가에 완전히 새로운 접근인 Progress Test를 창안한 사람으로 지금도 기억됩니다. 그리고 1974년 PBL 프로그램 출범과 함께 채용된 Henk Schmidt는 의사가 아니라 네덜란드인 교육심리학자였고, Department of Education Research and Development 소속이었습니다.

즉 네덜란드는 교육개발 지원조직이 아니라 처음부터 학술 연구부서를 만들었고, 그 자리에 교육심리학자를 앉혔습니다. van der Vleuten도 심리학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KIPRIME 2004(Schmidt)와 2012(van der Vleuten)가 같은 학과에서 나온 이유죠.

 

2. 유럽 대륙의 교육학·심리측정 전통 네덜란드는 onderwijskunde(교육과학)와 심리측정학이 독자적 학문으로 강한 나라입니다. van Merriënboer의 4C/ID, Paas의 인지부하 연구가 모두 이 계보이고, 이들이 Maastricht에서 의학교육과 직접 결합했습니다. 캐나다가 인지심리·사회과학을 수입했다면 네덜란드는 이미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3. 박사과정의 산업화 네덜란드 PhD 과정생은 학생이 아니라 월급 받는 고용인이고, 학위논문은 출판된 논문 4~6편의 묶음입니다. 이 구조가 의학교육 연구 논문을 대량으로, 안정적으로 생산합니다. van der Vleuten 한 사람이 지도한 박사만 수십 명입니다. 캐나다가 "소수 정예 센터" 모델이라면 네덜란드는 "생산 시스템" 모델입니다.

 

4. MHPE와 국제 동문 네트워크 Maastricht의 Master of Health Professions Education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국제 프로그램 중 하나이고, 이후 SHE(School of Health Professions Education)로 제도화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사우디·이란·남미 등에서 온 유학생들이 학위 후 본국에 돌아가 각국 의학교육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연구자를 수출해서 학파를 만들었습니다. KIPRIME Fellows 명단에 Findyartini(인도네시아) 같은 이름이 보이는 것도 이 네트워크의 산물입니다.

 

5. 영어 출판 역량과 국가적 조정 네덜란드 학계는 사실상 완전한 영어 출판 환경입니다. 이게 독일·프랑스·일본·한국과 갈리는 결정적 지점이에요 — 이 나라들도 의학교육 활동은 활발했지만 자국어 학술지 중심 보상 구조 때문에 국제 담론에 편입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의과대학이 8개뿐이고, Raamplan(국가 교육목표 청사진)과 NVMO(네덜란드 의학교육학회), 자체 학술지 Perspectives on Medical Education까지 갖췄습니다.


두 학파의 성격 차이

  캐나다  네덜란드
지적 기반 인지심리 + 사회과학·인문학(수사학, 푸코, 사회학) 교육심리 + 심리측정·교수설계
연구 질문 "이 개념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 비판적·해석적 "어떻게 하면 더 잘 측정·설계할 수 있는가" — 설계과학적
대표 산물 CanMEDS, MMI, 팀·역량 담론 비판 Progress Test, 프로그램적 평가, 4C/ID, EPA
조직 모델 소수의 기부금 기반 연구센터 대규모 박사과정 + 국제 석사 프로그램
확산 방식 이론·개념 수출 사람·도구 수출

재미있는 건 둘이 서로 순환했다는 겁니다. Maastricht는 McMaster에서 PBL을 받아갔고, 네덜란드는 2000년대에 캐나다의 CanMEDS를 전공의 수련 체계에 도입했습니다. ten Cate의 EPA는 van der Vleuten의 평가 전통과 CanMEDS적 역량 담론이 만난 지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성공 조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1. 근거를 요구하는 논쟁적 교육 개혁의 존재
  2. 임상 겸직이 아닌 전임 연구자 자리와 그에 딸린 예산
  3. 의사가 아닌 사회과학·심리학 박사의 정규 교수 임용
  4. 박사 배출 파이프라인과 국제 석사 프로그램
  5. 근거 수요와 데이터를 동시에 만드는 전국 단위 기구(면허시험, 수련 인증)
  6. 영어 출판 역량과 학술지 편집권

한국은 1번(2024~2025년 사태 이후의 개혁 압력)과 5번(의평원, 국시원)은 이미 있고 6번도 나쁘지 않습니다. 약한 건 2, 3, 4번 — 특히 3번입니다. 의학교육학교실이 있어도 대부분 의사 교수 중심이고, 교육학·심리측정·사회학 박사를 정규 트랙으로 채용해 장기 연구 프로그램을 맡기는 구조는 드뭅니다.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게 정확히 이 문제였습니다.

 

 

ChatGPT

결론부터 말하면,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HPE 강국이 된 것은 단순히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 아닙니다. 두 나라 모두 다음 조건이 우연히 한곳에 모였고, 그것을 수십 년간 재생산했습니다.

새 의과대학이라는 실험 공간 + 의학교육 전담 연구자 + 실제 제도개혁 문제 + 대학원·멘토링 체계 + 기관 간 네트워크

그리고 두 나라의 역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 캐나다 McMaster가 1969년 PBL이라는 급진적 실험을 시작
  • 네덜란드 Maastricht가 1974년 이를 받아들여 교육과정 전체의 운영·평가·연구체계로 발전
  • 캐나다가 CanMEDS·국가 OSCE·CBME를 발전시키고
  • 네덜란드가 programmatic assessment·progress testing·EPA로 다시 국제적 영향을 미침

따라서 두 나라는 서로 경쟁한 두 국가라기보다, 하나의 국제적 학문 생태계를 함께 형성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1. 캐나다: 교육혁신을 연구문제로 바꾼 나라

1) 출발점은 1969년 McMaster의 ‘신설 의과대학’이었다

McMaster 의과대학은 기존 교육과정을 조금 개선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혀 다른 의과대학을 만들었습니다.

  • 3년제 의학과정
  • 전통적 기초–임상 분리의 약화
  • 강의보다 소집단 학습
  • 실제 문제에서 학습을 시작
  • 자기주도학습
  • 통합교육과정
  • 초창기에는 전통적인 총괄평가도 최소화

McMaster는 공식적으로도 1969년 시작된 PBL을 대표적인 대학 교육혁신으로 제시합니다. McMaster의 PBL 역사

중요한 것은 PBL 자체보다 그다음입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자 기존 의학교육이 답하지 못했던 연구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 PBL은 실제로 어떻게 학습을 일으키는가?
  • 임상추론은 일반적인 문제해결능력인가, 지식에 의존하는가?
  • 사례가 달라지면 왜 학생의 수행이 달라지는가?
  • 시험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평가자를 훈련해야 하는가, 사례를 더 많이 표집해야 하는가?
  • 자기주도학습과 자기평가는 실제로 가능한가?

즉, McMaster는 하나의 교육혁신인 동시에 임상추론·인지심리·평가 연구를 위한 거대한 연구실이었습니다.

2) McMaster에는 임상의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캐나다 HPE의 결정적 특징은 교육을 잘하는 임상의에게 연구까지 맡긴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 안에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전업 연구자를 끌어들였다는 점입니다.

  • 인지심리학
  • 교육심리학
  • 심리측정학
  • 임상역학
  • 언어학·수사학
  • 사회학·인류학
  • 역사학
  • 커뮤니케이션 연구

Geoff Norman은 핵물리학과 교육심리학 배경을 가졌고, Glenn Regehr와 Kevin Eva는 인지심리학자였습니다. Lorelei Lingard는 수사학과 언어 연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들은 “교육을 잘하는 방법”만 연구하지 않고, 교육현상을 각 모학문의 이론과 방법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캐나다 연구는 다음과 같이 발전했습니다.

교육경험 보고
→ 학습과 판단의 기전 연구
→ 개념과 이론의 재구성
→ 실제 교육제도의 변화

이 점이 단순한 교육혁신과 독립적인 학문으로서의 HPE 연구를 구분합니다.

3) McMaster에서 시작된 인적 네트워크가 다른 대학으로 퍼졌다

캐나다의 힘은 한 기관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 McMaster에서 훈련받은 Glenn Regehr가 Toronto로 이동하여 Wilson Centre 설립에 참여
  • Toronto/Wilson Centre의 연구자들이 UBC, Western, Ottawa 등으로 이동
  • 각 지역에 새로운 연구센터와 대학원·펠로십 체계를 구축
  • 후속 세대가 다시 다른 기관에서 연구단위를 만듦

예를 들어 Regehr는 McMaster에서 인지심리학 박사훈련과 의학교육 연구경험을 쌓은 뒤 1993년 Toronto로 이동해 Wilson Centre를 공동 설립했고, 이후 UBC의 CHES로 이동했습니다. UBC의 Glenn Regehr 소개

따라서 캐나다 HPE는 한 명의 스타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학문 계보’를 만들었습니다.

McMaster
→ Toronto/Wilson Centre
→ UBC CHES·Western CERI·Ottawa 등
→ 새로운 센터와 연구자 양성

네덜란드가 Maastricht에 상당히 집중된 형태라면, 캐나다는 여러 거점이 연결된 다중심 네트워크에 가깝습니다.

4) Wilson Centre는 ‘교수개발 부서’가 아니라 연구센터였다

Wilson Centre가 상징적인 이유는 임상교수의 연구를 지원하는 행정부서가 아니라, HPE 자체를 연구하는 학제간 연구단위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센터에는 전업 PhD 연구자, clinician-researcher, 석·박사과정생, postdoctoral fellow가 함께 있었고,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집중적 멘토링을 제공했습니다. Wilson Centre는 과거 소개자료에서 11명의 full-time PhD scientist가 활동한다고 설명했으며, 조직상으로도 특정 임상과가 아닌 University of Toronto의 학제간 extra-departmental unit으로 운영됐습니다. Wilson Centre 연구·펠로십 구조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공과 이해관계에서 어느 정도 독립
  • 교육실무 지원과 연구를 구별
  • 장기간 일관된 연구 프로그램 수행
  • 임상의와 사회과학자 간 공동연구
  • 연구방법론을 전수할 수 있는 전업 멘토 확보
  • 석사논문 한 편이 아니라 후속세대로 이어지는 연구계보 형성

즉, “교육에 관심 있는 교수들의 모임”을 넘어 의학교육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학문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5) 국가기관이 거대한 연구실 역할을 했다

캐나다에는 의학교육 연구자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국가적 제도 문제가 지속적으로 존재했습니다.

Medical Council of Canada

MCC는 1912년부터 전국적으로 의사의 자격과 평가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1992년에는 20개 station의 OSCE를 국가면허시험에 도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험 시행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 표준화환자 평가의 타당도
  • 평가자 간 차이
  • station 수와 신뢰도
  • 기준설정
  • 의사소통과 임상술기의 평가
  • 국가시험 성적과 향후 수행의 관계

당시 국가면허 OSCE 개발에는 Richard Reznick 등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1992년 국가면허 OSCE 연구

Royal College와 CanMEDS

CanMEDS는 1996년 공식 승인됐고,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의사역량 프레임워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CanMEDS 공식 역사

그 뒤 캐나다는 다음 문제들을 실제 국가정책 수준에서 다뤘습니다.

  • 역량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역량을 실제 전공의 평가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 전공의 진급을 연차가 아니라 역량에 따라 결정할 수

결론부터 말하면, 두 나라가 강해진 이유는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같은 막연한 특성보다는 다음 조건이 우연히 겹치고 수십 년간 재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새 의과대학이라는 실험장 + 전업 교육과학자 + 실제 제도개혁 문제 + 연구자 양성 파이프라인 + 학교 간 네트워크

다만 두 나라의 발전 방식은 달랐습니다.

  • 캐나다: 여러 연구 거점이 인재를 서로 이동시키며 확산된 다핵형 생태계
  • 네덜란드: Maastricht라는 강력한 중심에서 연구·대학원·국가 네트워크로 확장된 집중형 생태계

그리고 이 둘은 독립적인 성공 사례가 아닙니다. McMaster가 Maastricht를 낳았고, 이후 두 나라가 PBL–평가–CBME–EPA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한 관계에 가깝습니다.

먼저, 실제로 두 나라가 특별한가?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KIPRIME만의 편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2012~2021년 상위 의학교육 학술지 저자 분포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미국·영국과 함께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분포는 영어권·Global North 중심의 학술 권력도 반영합니다. BMJ Global Health bibliometric analysis

네덜란드는 절대 논문 수뿐 아니라 의과대학 수로 보정한 연구 생산성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네덜란드 연구자들이 직접 분석한 2013년 연구에서는 당시 네덜란드가 주요 의학교육 학술지 논문 수에서 세계 4위였고, 의과대학당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Stimulating medical education research in the Netherlands


캐나다는 어떻게 강국이 되었나

1. McMaster라는 ‘새 의과대학 실험실’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1969년 McMaster 의과대학입니다.

당시 McMaster는 기존 의과대학을 부분 개편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음과 같은 급진적인 교육과정을 설계했습니다.

  • 3년제 의학교육
  • 학문분과보다 장기계통 중심의 통합
  • 강의보다 소집단 학습
  • 실제 문제에서 학습 시작
  • 학생의 자기주도성 강조
  • 전통적인 세부 교과시험 최소화

McMaster는 1969년 의과대학에서 PBL을 시작했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시켰습니다. McMaster의 공식 역사

여기서 중요한 것은 PBL 그 자체보다, 기존 교육과 전혀 다른 교육을 시행했기 때문에 그 효과와 작동 원리를 연구해야만 했다는 점입니다.

  • 학생은 문제를 통해 어떻게 배우는가?
  • 임상추론은 일반적인 문제해결능력인가, 지식에 의존하는가?
  • 교과시험이 없으면 지식 습득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 소집단 토론은 어떤 조건에서 효과적인가?
  • 임상수행을 신뢰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가?

즉, McMaster는 교육혁신을 했기 때문에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교육혁신과 교육연구가 처음부터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2. ‘교육에 관심 있는 임상의’가 아니라 전업 과학자를 의과대학 안에 배치했다

캐나다 HPE의 결정적인 특징은 의학교육 연구를 임상의의 부업으로만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의과대학과 교육연구센터에 다음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정규 연구자로 채용했습니다.

  • 인지심리학
  • 교육심리학
  • 측정·심리계량학
  • 언어학과 수사학
  • 사회학과 인류학
  • 역사학
  • 조직연구
  • 커뮤니케이션 연구

예를 들어:

  • Geoffrey Norman: 물리학 및 교육심리학
  • Glenn Regehr: 인지심리학
  • Kevin Eva: 인지심리학
  • Lorelei Lingard: 수사학과 언어 연구
  • Jennifer Cleland: 임상심리학
  • Brian Hodges: 정신의학이지만 역사·담론연구로 확장

이들은 교육과정 운영 지원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질문과 이론, 연구 프로그램을 가진 scientist였습니다.

그래서 캐나다 연구는 초기에 임상추론·전문성·측정에 강했고, 이후 언어·정체성·조직·권력·형평성으로 빠르게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3. 연구센터가 학과의 경계를 넘도록 설계되었다

McMaster의 인재와 연구문화는 Toronto의 Wilson Centre, UBC의 CHES, Western의 CERI 등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거점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Glenn Regehr입니다.

  1. McMaster에서 인지심리학과 의학교육 연구를 훈련받음
  2. 1993년 Toronto로 이동
  3. Wilson Centre 공동 설립
  4. 이후 UBC로 이동해 CHES를 성장시킴

이런 인적 이동을 통해 한 기관의 성공이 다른 기관으로 복제되었습니다.

Wilson Centre는 일반 임상학과가 아니라, 대학 차원의 extra-departmental unit으로 구성되어 여러 학문분야와 임상과를 연결합니다. 한 시점에 11명의 전업 PhD scientist와 다수의 clinician-researcher를 지원했고, 석사·박사·postdoctoral fellowship을 통해 후속 세대를 양성했습니다. Wilson Centre의 구조와 연구자 양성

이 구조에서는 외과의사와 인지심리학자, 언어학자, 정신과의사, 역사학자가 같은 연구센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임상학과 안에 의학교육 담당교수 한두 명을 두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4. 국가 수준의 평가·인증기관이 연구 문제와 자료를 제공했다

캐나다에는 교육연구 결과를 실제 제도로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 조직이 있었습니다.

Medical Council of Canada

MCC는 1912년부터 국가 차원의 의사평가와 공통 기준을 담당했습니다. MCC 역사

1992년에는 20개 station으로 구성된 국가면허 OSCE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OSCE 연구자에게 단순한 한 학교의 시험이 아니라, 다음 문제를 연구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 대규모 OSCE의 신뢰도
  • station과 사례 표집
  • 표준화환자 훈련
  • 평가자 변이
  • 합격선 설정
  • 국가시험과 실제 수행의 관계

당시 국가면허 OSCE의 설계와 도입은 Reznick 등의 1992년 논문으로도 보고되었습니다.

Royal College와 CanMEDS

Royal College는 1996년 CanMEDS를 공식 승인했습니다. CanMEDS 공식 역사

이후 CanMEDS와 Competence by Design은 다음과 같은 대규모 연구 문제를 만들어냈습니다.

  • 역량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 비의학적 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 시간기반 수련에서 역량기반 수련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 workplace assessment 자료를 어떻게 종합할 것인가?
  • 역량위원회는 어떤 자료로 진급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즉, 국가기관은 규정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의학교육 연구가 해결해야 할 실제 문제를 지속해서 생산하는 지식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5. 중앙집중과 분권이 적절히 공존했다

캐나다 의료·면허제도는 주 단위로 운영되는 부분이 많지만, 동시에 MCC, Royal College, College of Family Physicians 같은 전국적 기관이 공통 기준을 제공합니다.

이 조합은 연구에 유리합니다.

  • 전국적으로 공통된 역량과 평가 언어가 있음
  • 각 주와 학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함
  • 같은 개혁의 다양한 실행사례를 비교할 수 있음
  • 성공한 모델을 국가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할 수 있음

완전히 중앙집중적이면 변이를 연구하기 어렵고, 완전히 분절되어 있으면 자료를 합치기 어렵습니다. 캐나다는 그 중간에 있었습니다.

6. 학문적 계보가 끊기지 않았다

캐나다의 강점은 스타 연구자가 많다는 것보다 그들이 다음 세대의 독립 연구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대략적인 계보를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McMaster: Norman, Regehr, Eva 등의 인지·평가 연구
  • Toronto/Wilson: Hodges, Lingard, Regehr, Eva, 그리고 다수의 질적·사회과학 연구자
  • UBC/CHES: Regehr와 Eva를 중심으로 판단·피드백·정체성·방법론 연구
  • Western/CERI: Lingard를 중심으로 팀·언어·집단역량 연구
  • Ottawa·Queen’s 등: 평가, CBME, 교수개발, 환자안전 연구

한 센터에서 훈련받은 사람이 다른 대학에 새로운 센터를 만들고, 그곳에서 다시 연구자를 배출했습니다. 이것이 논문 몇 편보다 훨씬 큰 누적효과를 냈습니다.

7. 막대한 연구비보다 ‘급여가 지급되는 연구자와 보호된 시간’이 중요했다

캐나다 의학교육 연구비가 생의학 연구보다 특별히 풍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현재도 Canadian Association for Medical Education의 개별 연구비는 대체로 소규모입니다.

그럼에도 강한 이유는 다음이었습니다.

  • 의과대학이나 병원이 PhD scientist의 직위를 유지
  • research chair와 research centre 운영
  • 임상의에게 fellowship과 protected time 제공
  • 장기간 mentor–trainee 관계 보장
  • 국가기관이 평가연구에 별도 지원
  • 교육연구를 승진 가능한 academic work로 인정

즉, 프로젝트마다 큰 연구비를 받는 것보다 사람과 공동체가 사라지지 않는 구조가 더 중요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어떻게 강국이 되었나

1. Maastricht라는 ‘백지 상태의 새 의과대학’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도 핵심은 1974년 Maastricht 의과대학입니다.

당시 Maastricht는 아직 정식 대학 승인도 완전히 받지 않은 상태에서 첫 50명의 의학생을 받아들였습니다. 1975년 말 네덜란드 의회가 법적 지위와 국가재정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Maastricht 최초 의학생의 역사

새 학교였기 때문에 기존 교수조직과 학문분과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음 원칙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 PBL 중심
  • 소집단 학습
  • 학생중심 교육
  • 기초–임상 통합
  • 지역사회 및 일차의료 지향
  • 체계적인 교육평가

Maastricht는 공식적으로 McMaster에 이어 PBL을 교육과정의 중심으로 채택한 세계 두 번째 의과대학이었습니다. Maastricht 공식 설명

따라서 네덜란드의 성공은 Canadian model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습니다.

2. Maastricht는 McMaster를 복제하지 않고 더 체계적인 모델로 재설계했다

McMaster 초기 PBL은 비교적 유연하고, 소집단과 tutor의 자율성이 큰 형태였습니다. Maastricht는 이를 훨씬 더 구조화했습니다.

  • 체계적으로 설계된 문제
  • 비교적 명시적인 tutorial 단계
  • 다수의 tutor를 위한 운영 절차
  • 전체 학년에서 반복 가능한 PBL
  • 교육과정과 평가의 정렬
  • PBL 과정 자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Henk Schmidt는 Maastricht 개교 초기에 심리학자로 채용되어 PBL의 인지적 작동 원리를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Maastricht는 “PBL을 하는 대학”에 머물지 않고, PBL이 왜 작동하거나 실패하는지를 연구하는 대학이 되었습니다.

3. 교육혁신이 새로운 평가체계를 요구했고, 이것이 연구 데이터가 되었다

PBL 교육과정에서는 매 과목이 끝날 때마다 세부 지식을 시험하는 전통적 시험이 교육철학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Maastricht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progress testing을 발전시켰습니다.

Progress test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학년이 동일한 졸업 수준 시험을 응시
  • 일정 간격으로 반복 시행
  • 한 번의 점수보다 장기간의 성장 궤적을 평가
  • 교육과정 특정 과목보다 전체 의학지식을 폭넓게 표집
  • 여러 차례의 결과를 결합하여 판단

나중에는 다른 네덜란드 의과대학들이 참여하여 공동 문항개발과 동시 시험을 시행했습니다. 한때 약 10,000명의 학생이 1년에 네 번 동일 계열의 progress test에 참여했습니다. The progress test of medicine: the Dutch experience

이는 연구자들에게 매우 드문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 1학년부터 졸업까지의 종단자료
  • 학교 간 교육과정 비교
  • 학생 개인의 지식 성장곡선
  • 문항 수준의 대규모 psychometric data
  • 교육과정 개편 전후의 자연실험

한국에서 각 의과대학이 자기 시험자료만 보유하는 것과 달리, 네덜란드는 학교 간 평가 컨소시엄 자체가 연구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4. 교육운영 부서와 연구부서를 분리하지 않았다

Maastricht의 중요한 특징은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사람과 교육을 연구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세계에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교육과정 운영에서 문제가 발생
  • 그 문제를 연구질문으로 전환
  • 교육심리학·측정학 이론을 적용
  • 실제 교육과정에서 자료 수집
  • 결과를 다시 교육과정에 반영
  • 그 과정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

이 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van der Vleuten의 utility model이나 programmatic assessment는 추상적 이론에서 출발했다기보다, Maastricht가 실제 교육과 평가를 운영하면서 직면한 문제를 개념화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5. 교수직과 박사학위 생산구조가 의학교육을 독립 학문으로 만들었다

네덜란드의 결정적 강점은 의학교육 분야에 정식 professor와 chair를 만들고, 이들이 박사과정 학생을 독립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박사논문이 보통 여러 편의 동료심사 논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1. 의학교육 chair가 생김
  2. 박사과정생을 받음
  3. 박사과정 중 4~6편 정도의 연구를 수행
  4. 논문이 축적됨
  5. 졸업자가 다른 대학에서 다시 연구와 지도를 시작함

이라는 생산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연구자들의 자체 분석에서도 높은 생산성의 배경으로 다음을 명시합니다.

  • Maastricht를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기회
  • 의학교육 professor/chair의 설치
  • 박사학위 양성
  • NVMO의 활동
  • 전국 연구교육과정
  • 대학 간 협력
  • 국가 질 관리체계

Jaarsma et al., 2013

6. SHE가 거대한 연구자 양성 플랫폼이 되었다

Maastricht의 School of Health Professions Education, SHE는 연구센터를 넘어 대학원·국제 네트워크·교육혁신을 결합한 조직입니다.

현재 공식 자료상 SHE에는:

  • 총 145명의 scientist
  • 이 가운데 127명의 PhD student
  • 32개국 출신 연구자

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Maastricht SHE

특히 MHPE는 영어로 운영되는 2년제 파트타임 석사과정이며, 상당 부분을 온라인·원격으로 이수할 수 있습니다. MHPE 공식 과정

이 구조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의학교육자를 Maastricht 네트워크로 끌어들임
  • 졸업생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Maastricht의 연구·평가 언어를 확산

즉, 네덜란드는 연구자를 국내에서만 재생산한 것이 아니라 supervision과 학문적 계보를 국제적으로 수출했습니다.

7. NVMO가 작은 나라 전체를 하나의 학문 공동체로 묶었다

Netherlands Association for Medical Education, NVMO는 1970년대부터 활동해 왔고, 40년 이상 독자 학술지를 운영했습니다. 그 학술지는 이후 영어 학술지인 Perspectives on Medical Education으로 발전했습니다. NVMO 학술지의 역사

NVMO가 제공한 것은 단순한 연례학술대회가 아니었습니다.

  • 전국 의학교육 연구자 네트워크
  • 연구방법론 교육
  • PhD student symposium
  • 학술지
  • 연구윤리심의체계
  • 대학 간 공동연구
  • 젊은 연구자의 발표와 피드백 기회

네덜란드는 의과대학이 8개 정도로 적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연구자들이 정기적으로 대면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기 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별 대학의 의학교육실이 고립되지 않았습니다.

8. 국가 질 관리가 교육연구조직의 설치를 촉진했다

1991년부터 네덜란드는 모든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비교·검토하는 국가 수준의 질 관리와 accreditation cycle을 운영했습니다.

이 과정은 대학들로 하여금 다음을 요구했습니다.

  • 교육과정의 근거 제시
  • 성과자료 수집
  • 다른 의과대학과 비교
  • 교육개발·연구부서 설치
  • 교육전문가와 교수직 확보
  • 우수사례의 출판과 확산

인증을 서류작업으로만 취급하지 않고, 교육개선과 비교연구를 위한 자극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9. Maastricht 외에 Utrecht라는 두 번째 개념적 거점이 등장했다

네덜란드는 Maastricht만 강한 것이 아닙니다. Utrecht에서는 Olle ten Cate를 중심으로 competency-based education과 EPA가 발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시 캐나다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 캐나다: CanMEDS라는 역량체계 발전
  • 네덜란드: 역량을 실제 업무와 감독 판단으로 연결할 필요 인식
  • Utrecht: EPA와 entrustment 개념 발전
  • 캐나다를 포함한 여러 나라: EPA를 CBME와 WBA에 채택

즉, CanMEDS가 네덜란드로 들어가 EPA로 재가공되고, EPA가 다시 캐나다의 CBME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이 형성되었습니다.


두 나라의 차이

차원 캐나다 네덜란드
출발점 1969년 McMaster 1974년 Maastricht
성장 형태 여러 대학으로 인재가 이동하는 다핵형 Maastricht 중심의 집중형에서 전국화
초기 학문적 강점 인지심리학, 임상추론, 측정·평가 PBL, 교육과정 설계, progress testing
대표 연구단위 개인의 추론·판단·수행에서 팀·문화로 확장 교육과정·평가프로그램·종단적 성장
제도적 실험장 MCC, Royal College, CanMEDS, 국가 OSCE 전국 의과대학 네트워크, progress test, 국가 질 관리
연구자 양성 연구센터 fellowship과 PhD scientist의 기관 간 이동 정식 chair–PhD–논문 기반의 체계적 대량 양성
국제화 방식 영어권 학술지와 북미 네트워크 영어 MHPE·PhD 및 국제 원격지도
대표적인 산출물 PBL, 임상추론, MMI, CanMEDS, 집단역량 PBL 기전, progress test, programmatic assessment, EPA

단순화하면:

캐나다는 좋은 개념과 질문을 만들어내는 데 강했고,
네덜란드는 그것을 교육과정과 평가시스템으로 제도화하고 종단적으로 연구하는 데 특히 강했습니다.

물론 이후에는 두 나라 모두 서로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두 나라를 연결한 핵심 순환

  1. McMaster에서 PBL 시작
  2. Maastricht가 PBL을 도입하고 구조화
  3. Schmidt가 PBL의 학습기전을 연구
  4. Van der Vleuten이 PBL에 맞는 평가와 평가프로그램을 발전
  5. 캐나다가 CanMEDS와 CBME를 발전
  6. Ten Cate가 역량을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EPA를 개발
  7. EPA와 programmatic assessment가 다시 캐나다의 CBME·WBA에 영향
  8. 캐나다와 Maastricht의 석·박사 및 fellowship 네트워크가 연구자를 공동 양성

따라서 두 나라는 경쟁국이라기보다 하나의 초국가적 학문 생태계의 두 중심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비판적 설명

1. 영어 학술장의 구조적 이점

캐나다는 영어권이고, 네덜란드는 비영어권이지만 학계의 영어 사용능력과 영어 석·박사과정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두 나라의 실제 연구역량뿐 아니라 영어권 학술지에 접근하기 쉬운 구조도 성과에 기여했습니다.

2. 편집위원·멘토·동료심사 네트워크

주요 연구센터의 연구자들은 Medical Education, Medical Teacher, Academic Medicine, Advances in Health Sciences Education 등의 편집과 심사, 학회 리더십에 깊이 참여했습니다.

이는 부당한 특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누적우위를 만듭니다.

  • 어떤 질문이 중요한지 빨리 파악
  • 국제학술지의 언어와 기대에 익숙
  • 신진 연구자가 강한 멘토링을 받음
  • 서로의 연구를 읽고 인용하는 밀집된 네트워크 형성
  • 학술적 가시성 증가

따라서 이들의 우위는 연구의 질과 함께 학술 네트워크의 구조적 우위도 반영합니다.

3. ‘국민성’으로 설명하면 안 된다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개방적이고 비판적인 national culture를 성공요인으로 언급하지만, 이를 네덜란드인의 선천적 문화로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더 정확히는 다음을 제도적으로 허용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 교육정책을 비판해도 학문적 불이익이 적음
  • 현행 교육과정의 실패를 연구할 수 있음
  • 비임상의 교육학자가 의과대학 교수로 성장할 수 있음
  • 박사과정 학생이 교수의 지시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 질문을 발전시킴
  • 학교 간 비교자료를 공개하고 공동으로 분석함

문화라기보다 비판과 협업을 보상하는 제도의 결과입니다.


한국에 주는 가장 중요한 함의

두 나라의 성공을 보고 PBL, programmatic assessment, CanMEDS, EPA를 수입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생태계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산출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더 부족한 것은 특정 교육기법보다 다음과 같은 기반일 가능성이 큽니다.

1. 전업 HPE scientist의 안정적 직위

임상의가 교육행정과 연구를 동시에 떠맡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연구 프로그램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교육심리학자·측정전문가·사회과학자·질적연구자가 의과대학 안에서 독립적인 academic career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 의학교육실이 아니라 연구센터

교육과정 운영, 인증 준비, 학생평가 지원만 담당하는 조직과, 이론에 기반한 연구질문을 장기간 추구하는 조직은 다릅니다. 적어도 일부 기관에는 박사과정과 postdoctoral training을 갖춘 HPE research centre가 필요합니다.

3. 국가사업을 공동 연구 인프라로 전환

한국에는 이미 좋은 연구기회가 많습니다.

  • 의사국가시험
  • ASK 인증
  • 전공의 WBA
  • 전문의 자격시험
  • 학생·전공의 종단자료
  • 의과대학 정원 변화
  • 지역의료·의사과학자·AI 교육정책

문제는 이것들이 행정사업으로 끝나고, 학교 간 비교가 가능한 연구 데이터로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4. 학교 간 평가 컨소시엄

네덜란드의 progress test처럼 여러 의과대학이:

  • 공동 문항은행
  • 공통 평가틀
  • 반복 평가
  • 익명화된 종단자료
  • 공동 psychometric analysis

를 운영하면 개별 학교가 만들 수 없는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5. 한 세대가 아니라 계보를 만드는 멘토링

한두 명의 뛰어난 교수가 논문을 많이 쓰는 것보다, 그 교수에게서 훈련받은 연구자가 다른 의과대학에서 다시 독립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두 나라의 성공을 가장 짧게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의학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행정가만 만든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이론화하고 연구하며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학자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교육혁신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십 년간 자료가 축적되는 살아 있는 연구실로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Claude

 

KIPRIME은 Karolinska Institutet Prize for Research in Medical Education의 약자로, 2004년부터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격년으로 수여해 온 의학교육 연구 분야의 국제상입니다. 상금은 Gunnar Höglund and Anna-Stina Malmborg 재단이 출연하며, 현재 상금액은 10만 유로입니다(초기에는 5만 유로). 수상자는 KI가 선정하고 재단이 형식적으로 승인합니다. 사실상 의학교육 연구의 최고 권위상으로 통합니다.

역대 수상자

연도  수상자  소속(수상 당시)  핵심 업적 영역
2004 Henk G. Schmidt Erasmus University, 네덜란드 PBL, 임상추론, 전문성 습득
2006 Ronald M. Harden University of Dundee, 영국 평가법, 교육과정 설계, 근거기반 의학교육
2008 Geoffrey R. Norman McMaster University, 캐나다 임상추론, 패턴인식, 전문성 발달
2010 Richard Reznick / David Irby Queen's University / UCSF 술기교육·수술역량평가 / 임상교수법
2012 Cees van der Vleuten Maastricht University, 네덜란드 역량평가, 프로그램적 평가
2014 John Norcini FAIMER, 미국 지식쇠퇴, 전문의인증, 평가법 개발
2016 Brian D. Hodges University of Toronto, 캐나다 역량 개념 비판, OSCE 사회사, 시뮬레이션
2018 Lorelei Lingard Western University, 캐나다 팀워크, 의사소통, 환자안전
2020 Glenn Regehr UBC, 캐나다 연구방법론과 이론의 관계, 자기평가
2022 Kevin Eva UBC, 캐나다 MMI 선발, 자기평가, 피드백
2024 Jennifer Cleland LKCMedicine·NTU, 싱가포르 선발의 형평성·다양성, 교육의 학문화
2026 Olle ten Cate Utrecht University, 네덜란드 EPA, 위임 기반 평가

수상자별 선정 사유 요약

  • 2004 Schmidt — PBL, 임상추론, 의학적 전문성 습득 연구로 학부부터 전문직 실무까지 전 범위를 다뤘고, 그의 제자 다수가 이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 성장했다는 점이 함께 평가되었습니다. 영향력이 의학교육을 넘어 교육학 전반으로 확장되었다는 평가도 포함됩니다.
  • 2006 Harden — 평가방법, 교육과정 설계, 근거 및 정보기술 기반 의학교육 영역에서의 기여가 근거였습니다. 위원회는 그를 "혁신적 연구자이자 다작의 사상가"로 평가했고, 그의 아이디어가 전 세계 의과대학에서 검증되고 실행되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2008 Norman — 임상의학에서 전문성이 어떻게 발달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크게 진전시켰고, 패턴인식·임상추론·문제해결의 복잡성에 관한 지식에 기여했습니다. 학습성과 및 임상수행 평가, 시지각, 교육과정 설계로도 확장되었습니다.
  • 2010 Reznick & Irby — 유일한 공동 수상 연도입니다. Reznick은 수술 역량 평가법 개발과 수술 안전 체크리스트 개발 기여로, Irby는 "의학적 전문성은 훌륭한 의학교육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발견으로 수상했습니다.
  • 2012 van der Vleuten — 1980년대부터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배웠는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집중했고, 평가를 교육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법론을 정립했습니다. 뛰어난 연구 멘토라는 점도 명시되었습니다.
  • 2014 Norcini — 지식쇠퇴(knowledge decay), 전문과목 인증, 새로운 평가법 개발에 관한 선구적 연구가 근거였습니다.
  • 2016 Hodges — 의학교육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을 25년간 주장해 왔고, 역량의 본질과 그 평가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그의 팀은 세계 최초로 OSCE에 정신과·정신건강 시뮬레이션을 도입했으며, OSCE에 대한 최초의 사회사적 연구를 저술했습니다. 국내에서 CBME 비판 담론을 다룰 때 자주 인용되는 계보입니다.
  • 2018 Lingard — 20년 이상 의료팀이 진료와 임상수련 양쪽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팀워크가 학습·평가·개선의 대상이라는 인식, 팀워크가 리더십·상황인식·의사소통과 함께 환자안전의 기본 요소라는 결론, 그리고 임상팀이 대부분의 일터기반 학습이 일어나는 장이라는 인식에 기여했습니다.
  • 2020 Regehr — 주된 기여는 방법론과 이론의 관계를 개념화한 것으로, 보건의료 분야 밖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다양한 방법론적 혁신을 도입했습니다. 후속 연구자 지원과 멘토링도 평가에 포함되었습니다.
  • 2022 Eva — Medical Education 편집장이자 UBC CHES 부소장으로, 다면인적성면접(MMI)을 도입해 의과대학 입학 선발을 바꾸었고, 임상추론 이해를 진전시켰으며, 자기평가와 피드백이 수행 향상에서 갖는 역할에 대한 이 분야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 2024 Cleland — 주제·방법론·실무 적용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룬 연구가 평가되었고, 특히 학생 선발과 수련 효과성에서 형평성·다양성·포용성 문제를 다룬 이론기반 연구가 핵심으로 꼽혔습니다. 의학교육 연구를 하나의 과학적 분과로 발전시킨 점도 언급되었습니다. 11번째 수상자이며, 여성으로는 두 번째, 아시아 소재 기관 소속으로는 최초입니다. 수상 발표는 바젤 AMEE 연차학술대회에서 이루어졌고, 당시 그는 프로그램 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 2026 ten Cate — 전문직 역량과 일터기반 평가에 대한 이해를 재구성한 공로로 선정되었습니다. Utrecht 명예교수로, EPA(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개발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이 틀은 전 세계 역량바탕 교육·평가를 바꿔놓았습니다. EPA 외에도 평가, 임상추론, 동료학습, 동기, 교육의 질로 연구가 확장됩니다. 시상식은 2026년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그는 상금 전액을 신설된 HPE Entrust Foundation에 기부해 전 세계 보건전문직교육 연구자의 경력과 네트워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환자진료에 대한 위임은 일터기반 평가 중 가장 고부담 형태이며, 평가자와 수련생뿐 아니라 환자에게 미치는 결과까지 포함해야 하고 임상 지도전문의에게 전향적 사고를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몇 가지 관전 포인트

  • 지리적 편중: 12명 중 캐나다 5명(Norman, Reznick, Hodges, Lingard, Regehr, Eva 중 6명이 캐나다 기관), 네덜란드 3명입니다. 사실상 McMaster–Toronto–UBC 계보와 Maastricht 계보가 양대 축입니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기반 수상자는 2024년 Cleland가 처음인데, 그마저도 영국 출신 연구자의 싱가포르 소속입니다.
  • 주제의 이동: PBL·전문성(2000년대 초) → 평가 방법론(2010년대 초) → 사회문화적·비판적 관점과 팀(2016–2018) → 방법론·이론(2020–2022) → 형평성과 선발(2024) → 위임·역량 개념의 재정의(2026)로 흐릅니다.
  • 성별: 12명 중 여성은 Lingard와 Cleland 2명뿐입니다.
  • KIPRIME Fellows: 차세대 KIPRIME 수상자를 길러낸다는 목표로 멘토링·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2023년 펠로우에는 Ardi Findyartini, Sandra Monteiro, Yoon Soo Park, Dan Schumacher 등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수상자 풀을 가늠하는 지표로 볼 만합니다.

 

ChatGPT

 

KIPRIME은 어떤 상인가

KIPRIME은 Karolinska Institutet Prize for Research in Medical Education의 약자로, 의학교육·보건의료인교육 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생애업적성 상 중 하나입니다.

  • 2004년부터 격년으로 수여
  • 여기서 “medical education”은 의사교육뿐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 전문직 교육을 포함
  • 특정 논문 한 편보다 장기간 축적한 연구 프로그램, 이론적 독창성, 실제 교육에 미친 영향, 학문 공동체 형성 및 후학 양성을 종합적으로 평가
  • Gunnar Höglund and Anna-Stina Malmborg Foundation이 재정 지원
  • Karolinska Institutet이 수상자를 선정하고 재단이 최종 승인
  • 상금은 초기에 €50,000, 2020년 €75,000이었으며 현재는 €100,000
  • 2026년까지 12회 수여되었고, 2010년 공동수상 때문에 수상자는 총 13명

이 기본 정보와 2004~2024년 공식 수상 사유는 KIPRIME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대 수상자 한눈에 보기

연도 수상자 당시 주요 소속 대표적 기여
2004 Henk G. Schmidt Erasmus University PBL의 인지적 작동 원리, 임상추론과 전문성 발달
2006 Ronald M. Harden University of Dundee OSCE, SPICES, 교육과정 통합과 성과중심교육
2008 Geoffrey R. Norman McMaster University 임상추론, 패턴 인식, 전문성, 측정·평가 연구
2010 Richard Reznick Queen’s University 외과 술기평가, 시뮬레이션, 수술환자 안전
2010 David M. Irby UCSF 임상교수의 전문성, 임상교육, 교수개발
2012 Cees van der Vleuten Maastricht University 평가의 효용성, 평가프로그램, programmatic assessment
2014 John J. Norcini FAIMER 자격인증, 지식 감퇴, Mini-CEX와 WBA
2016 Brian D. Hodges University of Toronto/UHN OSCE·시뮬레이션, 역량 개념의 사회역사적 분석
2018 Lorelei Lingard Western University 임상팀의 언어·의사소통·협업과 집단적 역량
2020 Glenn Regehr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이론–방법론 연결, 자기평가, 의학교육 연구역량 구축
2022 Kevin W. Eva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MMI, 임상추론, 자기평가·피드백·판단
2024 Jennifer Cleland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학생선발, 형평성·다양성, 의료인력과 조직 변화
2026 Olle ten Cate Utrecht University 명예교수 EPA, 위탁 판단, 단계적 자율성과 CBME

2026년 수상자는 8월 24일 발표되었고, 공식 시상은 2026년 10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KI의 “previous winners” 페이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점의 역대 수상자에는 포함하는 것이 맞습니다. 2026년 공식 발표


1. 2004 – Henk G. Schmidt

무엇을 바꾸었나

Schmidt는 PBL을 단순히 “학생들이 좋아하는 혁신적 수업 방식”이 아니라, 인지심리학적으로 설명하고 검증할 수 있는 학습과정으로 만든 연구자입니다.

그가 제시한 PBL의 핵심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가 기존 지식을 활성화한다.
  2. 소집단 토론을 통해 지식을 정교화한다.
  3. 무엇을 모르는지 인식하고 자기주도학습을 수행한다.
  4. 새로 학습한 내용을 다시 설명하면서 지식구조를 재조직한다.
  5. 실제와 유사한 문제 맥락이 기억의 인출과 전이를 돕는다.

즉, PBL의 효과를 “문제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하지 않고, 선행지식 활성화–정교화–맥락화–상황적 흥미라는 메커니즘으로 풀어냈습니다.

더 넓은 기여

임상추론과 전문성 발달에서도 전문가는 일반적인 문제해결능력이 높은 사람이기보다, 특정 영역에 대한 풍부하고 조직화된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라는 관점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이후의 illness script, knowledge encapsulation, expertise 연구와 연결됩니다.

대표적 종합 논문은 The process of problem-based learning: what works and why입니다.

한 문장으로:
“PBL이 효과가 있는가?”보다 “PBL의 어떤 인지과정이 학습을 일으키는가?”를 연구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2. 2006 – Ronald M. Harden

무엇을 바꾸었나

Harden의 가장 유명한 기여는 OSCE입니다. 1970년대 임상시험은 관찰자, 환자, 사례에 따라 결과가 지나치게 달라졌는데, Harden은 여러 개의 짧은 station과 표준화된 과제를 사용하여 임상수행을 구조적으로 표집하는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향은 OSCE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 SPICES 모델: 학생중심–교수중심, 문제중심–정보수집형, 통합형–학문분과형, 지역사회중심–병원중심, 선택형–획일형, 체계적–도제식이라는 여섯 연속선으로 교육과정을 분석
  • Integration ladder: 학문분과 중심 교육에서 완전 통합교육까지의 통합 수준을 단계화
  • Outcome-based education: 교육내용보다 졸업생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출발점으로 교육과정 설계
  • 교육과정 매핑, 핵심 교육과정, 학습성과 구조화 등 다양한 실용적 언어 제공

SPICES의 원 논문은 Educational strategies in curriculum development, 통합사다리는 The integration ladder입니다.

한 문장으로:
의학교육자가 교육과정과 평가를 “감각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구조화된 모델로 설계하고 설명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3. 2008 – Geoffrey R. Norman

무엇을 바꾸었나

Norman은 임상추론에서 전문가가 일반적인 논리 절차를 더 잘 수행한다는 관점에 도전했습니다. 그의 연구는 전문성이 다음 요소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 풍부한 영역특이적 지식
  • 다수의 임상사례 경험
  • 빠른 패턴 인식
  • 분석적 추론과 비분석적 추론의 상호작용
  • 사례와 맥락에 따른 수행 변동, 즉 context specificity

특히 직관적 패턴 인식을 단순히 오류의 근원으로만 취급하지 않고,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에게는 매우 효율적인 추론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평가연구에서의 기여

그는 신뢰도를 평가자 간 일치도만으로 이해하지 않고, 사례·문항·상황의 충분한 표집 문제로 바라보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완벽한 평가자 한 명”보다 여러 사례와 관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늘날의 WBA 원칙과도 연결됩니다.

대표적 종합 논문은 Research in clinical reasoning: past history and current trends입니다.

한 문장으로:
임상추론을 일반적 문제해결기술이 아니라 지식·경험·패턴 인식이 결합된 영역특이적 전문성으로 재정의했습니다.


4. 2010 – Richard Reznick

무엇을 바꾸었나

Reznick는 외과교육을 “수술을 몇 건 했는가”에서 “실제로 얼마나 안전하고 능숙하게 수행하는가”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 구조화된 외과 술기평가
  • 시뮬레이션과 bench model을 이용한 훈련
  • OSATS 계열의 평가 접근
  • 수술수행 관찰과 피드백
  • 수술 안전 체크리스트 개발과 확산

그의 연구는 시뮬레이션을 실제 수술의 부차적 대체물이 아니라, 환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고 반복 연습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정당한 교육환경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외과교육을 경험연수와 도제식 판단에서 관찰 가능한 수행, 시뮬레이션, 환자안전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5. 2010 – David M. Irby

2010년은 유일한 공동수상입니다. 다만 Reznick와 Irby는 동일 연구로 공동수상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여를 각각 인정받았습니다.

무엇을 바꾸었나

Irby는 “훌륭한 임상의가 자연히 훌륭한 임상교수도 된다”는 믿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임상 전문성은 훌륭한 교육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수한 임상교수는 다음을 별도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 임상내용을 학습자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는 능력
  • 환자 사례를 교육 사례로 전환하는 능력
  • 관찰과 진단을 통해 학습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
  • 즉석에서 수업을 설계하는 teaching script
  • 교육 후 성찰하고 다음 교육을 개선하는 습관

그의 연구는 임상교수의 교육능력을 성격이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 가능한 전문성으로 보게 했고 faculty development의 근거를 강화했습니다. KI의 David Irby 소개도 그의 세 축을 임상교육 이해, 우수사례 확산, 지속적인 교육과정 개선으로 정리합니다.

한 문장으로:
임상교육도 별도의 지식과 추론, 준비와 성찰을 요구하는 전문직 활동임을 보여주었습니다.


6. 2012 – Cees van der Vleuten

무엇을 바꾸었나

Van der Vleuten의 초기 영향력은 평가도구의 “효용성”에 대한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좋은 평가는 타당도나 신뢰도 하나로 결정되지 않고 다음 요소의 균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신뢰도
  • 타당도
  • 교육적 영향
  • 수용성
  • 비용 또는 실행가능성

따라서 어떤 평가방법도 본질적으로 우월하지 않으며, 목적과 맥락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방법에서 프로그램으로

그의 더 큰 기여는 평가의 분석단위를 개별 시험에서 평가프로그램 전체로 옮긴 것입니다.

Programmatic assessment에서는:

  • 한 번의 평가로 고부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 여러 평가자·시점·맥락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 개별 datapoint는 주로 학습과 피드백에 활용한다.
  • 점수뿐 아니라 서술정보를 축적한다.
  • 의사결정의 부담이 커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 최종 판단은 전체 자료의 패턴과 진전을 종합하여 내린다.

이는 “평가도구의 타당도”에서 “의사결정 체계의 타당성”으로 이동한 중요한 전환입니다. 대표 논문은 Assessing professional competence: from methods to programmes입니다.

한 문장으로:
“가장 좋은 평가도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서로 불완전한 정보를 어떻게 좋은 평가프로그램으로 결합할 것인가?”로 바꾸었습니다.


7. 2014 – John J. Norcini

무엇을 바꾸었나

Norcini는 의사의 역량을 졸업 또는 전문의시험 시점의 단일 성취로 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감퇴·갱신되는 대상으로 연구했습니다.

주요 기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의학지식의 시간에 따른 감퇴
  • 전문의 자격인증 및 재인증
  • 표준설정과 평가의 질 기준
  •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수행평가
  • Mini-CEX를 포함한 WBA
  • 평가를 통한 구체적 피드백

특히 Mini-CEX와 WBA는 일상 진료 중 짧은 관찰을 반복해 수행정보와 피드백을 축적한다는 접근입니다. 이는 완벽한 단일 관찰을 찾기보다 짧지만 반복되는 직접 관찰을 제도화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와 Burch의 Workplace-based assessment as an educational tool은 여전히 WBA의 핵심 문헌입니다.

한 문장으로:
의사의 역량을 시험장에서 한 번 인증하는 대상에서, 직업현장에서 계속 관찰하고 유지해야 하는 대상으로 확장했습니다.


8. 2016 – Brian D. Hodges

무엇을 바꾸었나

Hodges의 연구에는 두 층위가 있습니다.

첫째는 OSCE와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정신건강·의사소통·복합 임상상황의 평가입니다. 그의 연구팀은 정신과적 문제와 의사소통을 표준화환자로 구현함으로써, 전통적 지식시험이 포착하지 못하던 역량을 평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둘째는 더 근본적으로 ‘역량’이라는 개념 자체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그는 역량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중립적 속성이 아니라, 시대마다 다른 담론과 평가기술에 의해 구성되는 개념으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역량은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르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 보유한 지식
  • 관찰 가능한 수행
  • 신뢰도 높은 점수
  • 성찰하고 스스로 개선하는 능력

각 정의는 서로 다른 교육과정, 평가체계, 그리고 ‘좋은 의사’의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대표적 비판은 Medical education and the maintenance of incompetenc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역량을 더 정교하게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역량이라고 부르며 그 정의가 어떤 의사를 만들어내는지를 질문했습니다.


9. 2018 – Lorelei Lingard

무엇을 바꾸었나

Lingard는 언어를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임상팀의 관계·권력·역할·행동을 형성하는 실천으로 보았습니다.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등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다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의사소통 실패는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 전문직 간 역할과 권력관계가 누가 말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 동일한 발언도 직종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 팀의 언어는 전문직 정체성과 ‘우리–그들’의 경계를 형성한다.
  • 팀 구조와 대화방식은 환자안전뿐 아니라 전공의의 학습기회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communication skill을 개인의 체크리스트로만 평가하는 데서 벗어나, 팀·조직·상황 속에서 의사소통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연구하게 했습니다. 대표적 초기 연구는 Forming professional identities on the health care team입니다. 2018년 공식 수상 발표에 따르면 그는 최초의 여성 KIPRIME 수상자였습니다.

한 문장으로:
의사소통을 개인의 기술에서 팀의 관계와 집단적 수행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했습니다.


10. 2020 – Glenn Regehr

무엇을 바꾸었나

Regehr의 업적은 하나의 도구나 모델보다 의학교육 연구가 질문을 구성하고 이론과 방법을 연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폭넓습니다.

  • 자기평가와 자기조절
  • 전문직 정체성
  • 피드백
  • 임상추론과 전문성
  • 팀 의사소통
  • 질적·혼합 연구방법론
  • 의학교육 연구자의 멘토링과 연구 프로그램 구축

특히 Eva와 함께 기존의 자기평가 개념을 비판했습니다. 사람에게 자신의 전반적 능력을 내부적으로 정확히 산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신 자기조절은 다음에 가까워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수행 중 불확실성을 감지하는 self-monitoring
  • 외부 피드백과 성과자료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
  • 상황에 따라 도움을 요청하는 것
  • 자신의 판단을 외부 정보로 교정하는 것

대표 논문은 Eva와 공동 집필한 Self-Assessment in the Health Professions: A Reformulation and Research Agenda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확한 내적 자기평가를 요구하는 대신, 외부 정보와 관계를 활용하여 자신의 수행을 조절하는 능력에 주목하게 했습니다.


11. 2022 – Kevin W. Eva

무엇을 바꾸었나

Eva의 연구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judgment, 즉 판단입니다.

학생선발: MMI

그는 동료들과 Multiple Mini-Interview를 개발했습니다. 한 명의 면접관과 긴 면접을 하는 대신, 여러 짧은 면접상황과 평가자를 표집함으로써 대인관계 능력과 판단을 보다 안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임상추론

분석적 추론과 패턴 인식이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는 관점을 교육에 연결했습니다. 임상교사가 학습자에게 추론과정을 무조건 길게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것만으로 임상추론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자기평가와 피드백

피드백이 주어졌다는 사실과 피드백이 학습에 사용된다는 것은 다릅니다. 학습자는 다음을 판단합니다.

  • 피드백 제공자는 신뢰할 만한가?
  • 이 정보가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가?
  • 자신의 정체성에 위협이 되는가?
  • 실제로 행동을 바꿀 가치가 있는가?

따라서 피드백의 질뿐 아니라 수용자의 판단과 관계·문화가 중요합니다. KI는 MMI, 임상추론, 전문가 평가, 자기평가와 피드백을 Eva의 핵심 기여로 제시합니다. 2022년 공식 수상 발표

한 문장으로:
학생선발에서 임상추론, 피드백, 경력 후반의 역량 유지까지 의료인의 판단이 어떻게 작동하고 왜 오류를 일으키는지를 연구했습니다.


12. 2024 – Jennifer Cleland

무엇을 바꾸었나

Cleland는 선발과 다양성을 단순한 평가도구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책·조직·문화가 얽힌 복합체계로 다루었습니다.

주요 연구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과대학 및 전공의 선발
  • widening access/participation
  • 평가의 형평성과 differential attainment
  • 의료인력 구성과 진로선택
  • 교육과 수련의 효과
  • 조직 변화와 정책의 실제 구현
  • 의학교육 연구방법론과 연구역량 구축

그의 중요한 메시지는 선발이 결코 중립적인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기준을 정하고, 어떤 성취를 가치 있게 여기며, 어떤 지원을 제공하는지는 의사집단의 사회적 구성을 결정합니다. 동일한 widening-access 정책도 대학의 역사, 지역, 자원, 조직문화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맥락과 실행과정을 함께 연구해야 합니다.

공식 수상 사유도 형평성·다양성·포용성을 고려한 학생선발과 수련 효과성, 그리고 의학교육 연구를 과학적 학문분야로 발전시킨 공헌을 강조합니다. 2024년 공식 발표

그는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이며, 수상 당시 아시아 기관에 재직한 최초의 수상자입니다. NTU 소개

한 문장으로:
학생선발을 개인의 능력을 가려내는 시험이 아니라, 어떤 의료인력을 형성할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조직적 결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일부 소개에서는 Cleland를 “11번째 recipient”라고 표현하지만, 공식 연혁을 사람 수로 세면 2010년 공동수상으로 인해 2024년은 11번째 수상 회차이자 12번째 개인 수상자입니다.


13. 2026 – Olle ten Cate

무엇을 바꾸었나

Ten Cate의 가장 결정적인 기여는 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EPA입니다.

역량모형은 의사소통, 전문직업성, 의학지식처럼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능력을 제시하지만, 실제 임상교수는 “이 전공의가 환자진료의 어떤 업무를 어느 정도 감독하에 수행해도 되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EPA는 그 간극을 연결합니다.

  • Competency: 사람의 능력이나 속성
  • EPA: 실제 의료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전문직 업무
  • Entrustment decision: 학습자가 해당 업무를 일정 수준의 감독하에 수행하도록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이를 통해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은 추상적인 역량목록에서 다음과 같은 실제 수련체계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 업무단위로 교육과정 구성
  • 수행관찰과 피드백
  • 감독 필요 수준 평가
  • 단계적 자율성 부여
  • 여러 관찰자료를 통한 위탁 판단
  • 환자안전과 학습기회의 균형

Ten Cate는 위탁 판단이 학습자 개인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업무의 복잡성, 환자의 위험, 감독자의 경험, 상황적 자원, 학습자의 성실성과 신뢰성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따라서 entrustment는 단순한 점수의 다른 표현이 아니라 미래의 환자진료 책임을 맡길 것인지에 관한 전향적 판단입니다.

입문 논문으로는 A primer on 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가 유용합니다. 2026년 공식 수상 사유 역시 EPA를 통해 역량·평가·진전의 개념과 일상적 임상교육을 연결한 점을 강조합니다.

한 문장으로:
추상적인 역량을 “실제 환자진료 업무를 얼마나 맡길 수 있는가”라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판단으로 번역했습니다.


KIPRIME의 역사를 통해 보이는 의학교육 연구의 변화

KIPRIME 수상자 목록은 사실상 지난 40~50년간 의학교육 연구가 발전해 온 경로를 보여줍니다.

1. 학습기전과 교육과정의 시대

Schmidt, Harden, Norman의 연구는 다음 질문을 다뤘습니다.

  • 학생은 어떻게 지식을 획득하고 조직하는가?
  • PBL은 왜 작동하는가?
  • 임상추론과 전문성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

2. 평가방법에서 평가체계로

Reznick, van der Vleuten, Norcini, Hodges는 평가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 지식 이외의 임상수행을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여러 평가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 실제 진료현장에서 어떻게 관찰하고 피드백할 것인가?
  • 역량과 평가기술은 어떤 종류의 의사를 만들어내는가?

3. 개인에서 팀·문화·조직으로

Lingard, Regehr, Cleland의 연구에서는 분석단위가 개인을 넘어섭니다.

  • 수행은 팀의 언어와 관계에 의해 어떻게 구성되는가?
  • 자기조절은 외부 피드백과 사회적 관계에 어떻게 의존하는가?
  • 선발과 성취의 격차는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제도와 문화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 역량을 실제 업무와 책임으로 연결

Eva의 판단 연구와 ten Cate의 EPA는 앞선 흐름을 통합합니다. 평가의 최종 목적은 점수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정보 속에서 학습과 환자안전을 위해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수상자 구성에 대한 비판적 관찰

기관 소재지를 기준으로 보면 13명 중 캐나다가 6명, 네덜란드가 3명으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McMaster–Toronto/Wilson Centre–UBC로 이어지는 캐나다 의학교육 연구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두드러집니다.

반면 2026년까지:

  • 여성 수상자는 Lorelei Lingard와 Jennifer Cleland 두 명
  • 아시아 소재 기관 수상자는 Cleland 한 명
  •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중동·남아시아 소재 기관 수상자는 없음

이는 수상자 개인의 업적과 별개로, KIPRIME의 역사가 의학교육 연구의 Global North 중심 학문구조를 상당히 반영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Cleland의 수상과 KIPRIME Fellows 프로그램은 연구영역과 지역적 대표성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Perspect Med Educ. 2018 Dec;7(6):379-385. doi: 10.1007/s40037-018-0486-x.

Reflecting on what? The difficulty of noticing formative experiences in the moment 

 

 

 

🤔 무엇을 성찰하고 있나요? 형성적 경험을 '그 순간'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

의대생들에게 "요즘 임상실습 돌면서 인상 깊었던 일 있어?"라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이런 대답을 해요. "어떤 선생님이 환자분한테 너무 무례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레지던트 선생님이 간호사쌤을 막 대하는 걸 봤어요." 남의 잘못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냅니다. 그런데 "그럼 그 순간에 너는 뭘 했어?"라고 물으면, 갑자기 다들 조용해지죠.

 

오늘 소개할 논문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듭니다. Perspectives on Medical Education에 실린 Holmes 등(2018)의 논문, "Reflecting on what? The difficulty of noticing formative experiences in the moment". 굳이 번역하면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 형성적 경험을 '그 순간'에 알아차리기의 어려움" 정도가 되겠네요. 제목부터 좀 뜨끔합니다. 😅

📚 히든 커리큘럼과 성찰, 그 오래된 믿음

의학교육에서는 오랫동안 히든 커리큘럼(hidden curriculum), 즉 공식 커리큘럼 밖에서 은연중에 종종 부정적인 방식으로 전달되는 가치관과 행동양식이 학생들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형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해왔어요. 동료를 깎아내리는 말, 환자를 대상화하는 농담, 위계에 눌려 아무 말도 못 하는 분위기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무기로 늘 등장하는 게 바로 성찰(reflection)이었어요. "학생들이 이런 압력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성찰을 통해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저자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정말 그럴까? 학생들이 '그 순간'을 실제로 알아차리기는 하는 걸까?"

🧭 GRAPHiC 코스는 어떻게 설계됐나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팀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에서 2015~2017년에 걸쳐 GRAPHiC(Guided Reflection and Professionalization/Hidden Curriculum) 코스를 운영했어요. 디자인 기반 연구(design-based research) 방식으로, 설계 → 평가 → 재설계를 반복하는 구조였고요.

  • 👥 참가자: 임상실습을 앞둔 2학년 의대생 12명 (지원자 26명 중 선착순 모집)
  • 🗓️ 세션: 4~6주 간격으로 총 10회 (3학년 때 9회 + 4학년 팔로우업 1회)
  • 🧩 이론적 기반: Holmes 등이 앞서 제안한 4단계 모델

4단계 모델은 이렇게 구성돼요.

  • 1️⃣ Priming (준비시키기): 히든 커리큘럼과 순응·동조(compliance and conformity) 성향에 대해 미리 교육하기
  • 2️⃣ Noticing (알아차리기): 순응 압력을 느끼는 순간 자신의 동기와 행동을 스스로 의식하게 하기
  • 3️⃣ Processing (처리하기): 협력적 토론을 통해 그 경험을 함께 분석하기
  • 4️⃣ Choosing (선택하기): 자신이 지향하는 전문직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에 맞는 행동을 고르도록 돕기

학생들은 세션 사이사이에 e-Portfolio에 자신의 경험을 저널로 남기도록 안내받았어요.

겉으로 보면 분명 성공적인 코스였다

일단 결과만 보면 이 코스, 꽤 성공적이었어요. 12명 전원이 코스의 관련성, 촉진자(facilitator)의 이해도, 반응성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만족" 이상을 줬거든요. "히든 커리큘럼 드러내기"라는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됐고요. 한 학생은 두 번째 세션(G2)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웃긴 게, 맞아요, 마치 그들만의 클럽 같은 거예요. 그리고 저는 마스크를 씀으로써 제가 거기 속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거죠. 잘 모르겠어요, 좀 유치하게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것 같아요." (원문: "... it's funny you're right, it's almost like they're this club and I'm showing that I'm not a part of it by wearing my mask or something. I don't know, it's kind of silly, but—yeah.")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도 잘 지켜졌어요. 학생 포커스 그룹(Student Focus Group, SFG)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나왔고요.

"3학년으로서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성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가장 좋았던 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거였죠." (원문: "It felt like a safe place to discuss and reflect on our experiences as a third year. The best part was realizing that everyone else is having similar experiences.")

 

덤으로 예상 못 한 효과도 있었어요.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아졌다는 반응도 나왔답니다.

😶 그런데, 아무도 "제가 그랬어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가 이 논문의 진짜 핵심이에요. 저자들이 세션 녹취록과 저널 항목을 다시 들여다보니, 이상한 패턴이 하나 보였어요. 학생들이 꺼내는 이야기가 전부 "남 이야기"였던 거예요. 동료를 깎아내리는 발언, 환자를 무시하는 태도, 인종차별적·성차별적 농담. 이런 건 술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정작 자기가 그 상황에서 뭘 했는지 물으면, 나오는 건 딱 하나, 소극적 가담(passive complicity)뿐이었습니다. 한 학생은 저널에 이렇게 적었어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제가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원문: "I have to admit that although I was not actively participating that I didn't actively object either.")

 

촉진자들이 임상실습 1년 내내 계속 캐물었는데도, 자기가 먼저 나서서 문제 행동을 시작했거나 거기에 "동참"했다는 사례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어요. 저널에서도, 세션에서도요. 학생들 스스로도 이 공백을 인정했는데, 한 학생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제가 순응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가 정말 어려워요. 왜냐하면 저한테는 이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 행동이나 생각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어요." (원문: "In the moment, it's very difficult to notice when I am conforming because for me this often happens subconsciously, and it is not until afterwards that I am able to notice these changes in my behaviours or thoughts.")

🔪 가장 섬뜩한 가설: "천 번의 칼질로 서서히 죽는다"

저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을 제시하는데, 그중 가장 소름 돋는 건 세 번째 가설이에요.

  • 첫 번째는 "아직 너무 이른 시기라서 그렇다"는 설명이에요. 문제 행동은 더 나중에, 즉 사회화(enculturation)가 더 진행된 이후에나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거죠.
  • 두 번째는 "안전하다고 대답은 했지만, 사실은 충분히 안전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설명이에요. 학생들이 자기 행동을 알아차렸으면서도, 그룹 앞에서 "고백"하기를 꺼렸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세 번째, 가장 우려스러운 가능성은 이거예요.

"더 우려스러운 가능성은, 이런 작은 전문직업성의 실수들이 너무 미묘해서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고, 그 결과 마치 '천 번의 칼질로 서서히 죽는(death by 1,000 cuts)'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전문적 행동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원문: "A more concerning possibility is that these small lapses in professionalism were so subtle as to defy noticing, resulting in a progression toward unprofessional behaviour that is akin to 'death by 1,000 cuts'.")

 

즉, 그 순간 잠깐 알아차렸다 해도 그 경험에 어떤 메타인지적 표식(metacognitive tag)을 남기지 않으면, 그 기억은 금방 휘발되어 버린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정작 위험한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심각한 위반 행동이 아니라, 너무 사소해서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그냥 지나가 버리는 작은 순간들일 수 있다는 거죠.

✍️ e-Portfolio, 왜 실패했을까?

흥미로운 발견이 하나 더 있어요. 원래 이 코스는 학생들이 e-Portfolio에 경험을 기록하도록 설계됐는데, 이 시도는 거의 실패했습니다. 초반부터 저조하더니 임상실습 중반쯤 되니 거의 아무도 안 썼어요. 12명 중 7명(59%)이 이 온라인 저널링 도구가 학습에 별 도움이 안 됐다고 답했고요.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만은 아니었어요.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성찰의 흐름과 안 맞았던 거예요. 저자들은 이걸 이렇게 해석했어요. 글로 남긴 개인적인 성찰은 나중에도 다시 열람 가능한 일종의 "공식 기록(legacy document)"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기엔 부적합할 수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선형적(linear)인데, 성찰이라는 과정은 훨씬 더 반복적이고 순환적(iterative and circular)이잖아요. 그 둘이 서로 잘 안 맞았던 셈이죠.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정리하면 이래요. GRAPHiC 코스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히든 커리큘럼을 드러내고, 함께 대처 전략을 세운다"는 목표에서는 성공했어요. 하지만 성찰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 있어요. 바로 "지금 이 순간, 이건 성찰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라고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였던 거죠.

 

저자들은 논문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긍정적인 전문직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포트폴리오와 공식화된 그룹 성찰을 활용하려는 프로그램들이, '무엇을 성찰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원문: "We suggest, therefore, that programs exploring the use of portfolios and formalized group reflection as a mechanism for enhancing positive 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might do well to attend to the question of what is being reflected on.")

 

물론 이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12명이라는 소규모 자발적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파일럿 연구라,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어요. 저자들도 이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고요. 그래도 "성찰을 시키기만 하면 알아서 잘 될 것"이라는 오래된 가정에 균열을 내는 연구라는 점에서, 성찰 기반 프로그램이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의 학생들은, 혹은 여러분 자신은, 정말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있나요? 🤔

 


이 논문이 더하는 바 (What this paper adds) 

의학교육에서 성찰의 과정(process of reflection)은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왔지만, 학생이 성찰하는 내용(content of students’ reflections)은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다. 우리는 집단적이고 안내된 성찰(collective and guided reflection)의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한 과목을 기술하는 데 더하여, 학생들이 집단 토의에 가져온 성찰이 동조 압력에 맞서 고심한 자신의 경험보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관찰에 편중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 논문은 무엇을 성찰할 순간으로 선택하는 이러한 선택적 식별(selective identification)이 자기 자신의 문화화(enculturation)를 인식하고 이에 저항하기 위한 안내된 집단 성찰의 가치를 어떻게 약화시킬 수 있는지 질문한다.

서론 (Introduction)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 의과대학생의 전문직업화(professionalization)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잘 문서화되어 있다 [1]. 어디에나 존재하는 부당한 대우(mistreatment)와 부정적 역할모델링(negative role modelling)의 경험 [2]이 인본주의적 성향(humanistic tendencies)을 약화시키고 [3, 4],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과 태도를 받아들이게 하여 [5] 의학계의 비전문직업성(unprofessionalism) 문화를 영속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다수 존재한다. 의학 문화를 바꾸거나 [6] 부적절한 역할모델을 뿌리 뽑는 방식 [7]으로 이를 ‘고치려는’ 시도가 제한적인 성공만 거두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학생이 잠재적 교육과정의 현명한 소비자(intelligent consumers)가 되도록 돕는 전략을 개발하는 데 점점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 이러한 노력의 핵심에는 숙고적 성찰(deliberate reflection)을 통해 의과대학생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함께 작용하는 힘을 알아차리고,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자신의 발달에 관해 의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이 있다 [8, 9]. 그러나 저자들은 점검되지 않은 성찰(unchecked reflection)의 사용에 우려를 제기해 왔다 [10]. 이러한 성찰은 흔히 최적이 아닌 행동(suboptimal behaviours)을 정당화하고 [11], 이어서 자신의 태도를 그 행동과 일치하도록 바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 따라서 학습자가 긍정적 전문직 입장(positive professional stance)을 발달시키도록 지원하는 안내된 자기성찰(guided self-reflection)의 중요성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 [13]. 더욱이 Holmes와 동료들이 지적했듯이 [8], 효과적인 안내된 성찰이 이루어지려면 학생은 일상 경험 속에서 동조 압력(pressure to conform)이 작용하는 결정적 순간을 알아차리고, 나중에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에서 집단 토의를 할 수 있도록 그 순간을 기꺼이 꺼내 놓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이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 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대부분 탐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동시에 더 깊이 탐구하고자, 우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Holmes와 동료들이 제안한 4단계 교육과정 [8]을 바탕으로 GRAPHiC(Guided Reflection and Professionalization/Hidden Curriculum; 안내된 성찰과 전문직업화/잠재적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하였다. 네 단계는 다음과 같다.

  • 1. 준비시키기(Priming)—잠재적 교육과정의 압력과 동조(conform) 또는 순응(comply)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학생에게 교육한다.
  • 2. 알아차리기(Noticing)—우려스러운 관행에 동조하라는 압력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동기와 행동을 자각하도록 학생을 격려한다.
  • 3. 처리하기(Processing)—성찰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협력 활동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도록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 4. 선택하기(Choosing)—자신이 열망하는 최선의 전문직 정체성을 발달시키고 이를 확인·강화하는 행동을 선택하도록 학생을 지원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 과목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과목의 토대가 되는 전제로 작용한 성찰 이론(theory of reflection)에 관해 배우는 것이었다.

방법 (Methods) 

연구 설계 (Research design) 

이 연구는 설계, 평가, 재설계가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과정에서 이론과 실제를 모두 개발·시험·정교화하기 위한 설계기반연구(design-based research)였다 [14]. 설계기반연구의 원칙에 따라, 우리는 문헌에 대한 정교한 이론적 분석을 통해 발전된 Holmes와 동료들의 4단계 모형 [8]을 토대로 교육적 개입(educational intervention)을 개발하였다. 실제 맥락(authentic context)에서 개입을 연구하고, 여러 자료원을 사용했으며, 과목의 설계와 평가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켰다. 또한 실제에서 드러나는 이론 기반 가정(theory-based assumptions)에 대한 지속적인 고려를 바탕으로 과목을 반복적으로 수정하였다 [14].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의 의도는 현장의 GRAPHiC 과목과 의과대학생의 전문직업화 과정에서 성찰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이론을 모두 시험하고 정교화하는 것이었다.

참여자 (Participants) 

기관 연구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search ethics board)의 승인을 받은 뒤, 우리 의학교육 프로그램의 한 분산교육 사이트(distributed site)에 재학 중인 의학과 2학년 학생을 이메일과 이후의 설명회를 통해 모집하였다. 지원한 학생 가운데 처음 12명(가능한 전체 학생 26명 중)을 과목에 등록시켰다. 모든 학생은 첫 세션에서 대면으로 시범운영의 연구 부분에 동의하였다. 과목 촉진자(course facilitators)는 의학교육 기본과정(undergraduate medical program)의 교수 3명, 의학과 4학년 학생 1명, 1년차 전공의 1명이었다.

교육과정 개입 (Curricular intervention) 

GRAPHiC 과목은 2015년 6월 임상실습 오리엔테이션 주간에 시작하여, 임상실습 3학년 과정 전체와 4학년(2017년)의 추후 세션까지 이어졌다. 촉진자가 진행하는 2시간짜리 소집단(GRAPHiC) 세션 10회(3학년 9회, 4학년 1회)를 4~6주 간격으로 시행했으며, 여기에는 오리엔테이션(G1)과 평가 세션(G6)이 포함되었다. 과목의 세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 1) 임상실습의 잠재적 교육과정을 ‘드러내기(un-hide)’,
  • 2) 학생이 동료 및 안내자와 자신의 문화화 경험(enculturation experiences)을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장을 제공하기,
  • 3) 학생이 앞으로 이러한 동조 압력의 순간을 알아차렸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집단적으로 공동 창출하기.

Holmes et al. [8]의 이론적 도출 모형에 근거하여, 이러한 목표가 잠재적 교육과정을 영속시키는 문화화의 순간에 학생이 저항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긍정적 전문직 정체성의 발달을 지원한다는 전체 목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첫 집단 모임에서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개념과 순응(compliance)동조(conformity)라는 구성개념 [15]을 소개하는 1시간의 강의식 세션(didactic session)을 먼저 진행하였다. 이어서 학생이 동료 압력(peer pressure)에 굴복했던 자신의 경험을 민감하게 인식하도록 개인 생활과 임상 업무 현장의 사례를 논의하였다. 촉진자에게는 무엇이 전문직다운 행동(또는 비전문직적 행동)에 해당하는지 규정해 주지 말고, 과목 세션이 ‘내부고발(whistle-blowing)’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학생의 초기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후 세션에서는 계획했던 강의식 내용을 없애고 개방형 토의(open-ended discussion)에 집중하되, 이전에 계획했던 강의 내용의 학습목표를 토의 전반에 걸쳐 삽입하였다. 각 세션은 네 단계를 통합하였다.

  • 학생과 촉진자의 이야기를 연결함으로써 준비시키기(priming),
  • 세션 전 이메일 촉진 질문을 통해 학생을 격려함으로써 알아차리기(noticing),
  • 소집단 토의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와 기술을 처리하기(processing),
  • 무엇을 했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함께 상상하며 전략을 선택하거나 공동 구성하기(choosing or co-constructing)였다.

각 과목 세션이 끝난 뒤 촉진자들은 더 나은 성찰을 지원하기 위한 목표와 접근법을 성찰하며 디브리핑을 실시하고, 이후 과목 세션을 재설계하였다.

 

교육과정 세션 사이에 학생들은 일상 활동 중 현장노트(field notes)를 작성하도록 요청받았다. 이메일 알림과 구두 촉진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화 과정(process of enculturation)을 구체적으로 알아차리고 일지에 기록하도록 지도하였다. 특히 학생들에게 인지적 불일치(dissonance)를 경험한 순간, 즉 자신의 최선의 전문직 정체성(best professional identity)에서 멀어지게 하는 행동에 순응하거나 동조하라는 압력을 받은 순간을 알아차리도록 요청하였다. 학생들이 일지 내용을 e-포트폴리오(e-Portfolio)에 올릴 수 있도록 보안 온라인 플랫폼(Blackboard Connect™)을 제공하였다. 한 명의 촉진자는 각 학생의 게시물에 접근하여 학생에게 답변과 질문을 게시할 수 있었다.

 

다섯 차례 세션(G1–G5) 후,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중간 수정(midcourse corrections)을 시행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자가 과목 평가(G6)를 실시하였다. 과목 평가 후 3학년 중에 세 차례 세션(G7–G9)을 진행했으며, 학생의 임상실습 마지막 학년에는 4학년 때 이 과목이 학생의 행동에 미친 영향을 논의하는 최종 세션(G10)을 실시하였다.

자료 수집 (Data collection) 

과목 세션과 각 세션 직후 촉진자가 수행한 성찰은 모두 녹음하여 전사하였다. 학생의 개인 e-포트폴리오 일지에 담긴 이야기는 학생의 동의를 받아 데이터세트에 포함했으며, 학생의 비밀보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별도로 분석하였다. 6회차 세션 후 과목 평가 자료는 혼합방법(mixed methods)으로 수집하였다. 여기에는 촉진자 및 학생 설문(양적 및 질적 자료), 학생 포커스그룹(student focus group, SFG), 촉진자 포커스그룹(facilitator focus group, FFG)이 포함되었다.

자료 분석 (Data analysis) 

질적 데이터세트는 NVivo™ Version 11(Doncaster, Australia)에 입력하였다. 자료 분석에는 연역적 해석(deductive interpretation)귀납적 해석(inductive interpretation)을 모두 사용하였다. 연역적으로는 성찰의 이론적 틀(theoretical framework), 즉 준비시키기, 알아차리기, 처리하기, 선택하기에 근거한 예비 코드(preliminary codes)에서 시작하였다 [8]. 연구팀 3명이 각 세션 후 전사 자료를 코딩하고, 필요에 따라 예비 코드를 발전시켰다. 이와 함께 코더들은 안내된 성찰 현상에 관한 우리의 이론적 이해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코드를 귀납적으로 개발하고 시험하였다. 예비 결과는 과목 촉진자와 공동연구자들과 논의하였다. 해석의 불일치는 토의와 합의 형성(consensus building)을 통해 해결하였다. 발전 중인 주제 틀(thematic framework)을 계속 시험하고 탐색하면서, 귀납적으로 개발한 주제를 이전에 연역적으로 생성한 주제와 조정하였다. 자료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참여자에게 확인(member-check)받기 위해 예비 결과를 학생들에게 주기적으로 제시하였다. 한 명의 연구자가 전사본을 다시 읽으며 우리의 해석에 대한 예외 사례를 탐색하였다.

결과 (Results) 

아래에서는 과목 자체의 효과성과 성찰 과정에 관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을 모두 보고한다.

GRAPHiC 과목 평가 자료 (GRAPHiC course evaluation data)

12명의 학생 모두가 과목의 거의 모든 측면에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하였다. 여기에는 3학년 경험에 대한 과목의 관련성, GRAPHiC 과목에 들어오는 3학년 학생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촉진자의 이해, 학생의 질문에 대한 촉진자의 반응성이 포함되었다. 과목 세션의 참석률은 높았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학생들은 집단 세션을 기대했으며, 다른 학생 및 촉진자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기대했다고 설명하였다. 더욱이 GRAPHiC 과목의 세 가지 주요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근거가 있었다.

  • 잠재적 교육과정 드러내기(Un-hiding the hidden curriculum). 기대했던 대로, 학생들은 의사로서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형성하고 있는 비의도적 힘(unintentional forces)을 열린 태도로 탐구했다고 보고하였다. 더욱이 학생들은 자신도 개인으로서 이러한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는 생각을 놀라울 정도로 잘 받아들이는 듯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재미있는 게, 선생님 말이 맞아요. 그들은 무슨 클럽 같은 집단이고, 저는 마스크 같은 걸 쓰면서 제가 그 클럽의 일원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좀 우습긴 한데—네. (G2)

  • 안전한 환경 조성하기(Creating a safe environment). 이 과목이 학생들에게 동료 및 촉진자와 자신의 경험을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장을 제공했다는 보고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과목 평가 포커스그룹에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3학년으로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성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SFG)

그렇기는 하지만, 아래에서는 중요한 측면에서 이 공간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안전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일부 자료를 살펴볼 것이다.

  • 이해와 전략의 공동 구성(Co-constructing understanding and strategies). 학생들은 집단 환경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전략을 집단적으로 공동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이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은 집단 과정(group process)의 효과성에 집중되었다.

저는 혼자 성찰한 뒤 그 상황과 실제로 어땠는지에 관해 아무런 피드백이나 다른 의견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성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제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SFG)

 

더 나아가 임상실습 마지막 학년에 학생들은 이 과목이 자신의 성찰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하였다.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3, 4학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알아차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하는 데 따로 할애된 곳은, 말하자면 여기가 유일했어요. 그게 정말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네. 이게 없었다면 달랐을 것 같아요. (G10)

  • 회복탄력성(Resilience). 이러한 구체적 목표 외에 학생들은 예상하지 못한 이점도 보고하였다.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는 데서 큰 안도감을 느꼈고, 이것이 자신의 개인적 회복탄력성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저는 3학년을 정말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본 몇 가지 일에 조금 실망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집단이자 통로였어요—그냥 그런 일을 조금 털어놓을 수 있었죠.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모두가 대체로 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정말 큰 위안이 되었어요. (SFG)

성찰 과정에서 얻은 교훈 (Lessons learned about the processes of reflection)

위에서 개괄한 공식 평가 결과는 학생과 촉진자 모두가 이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목 세션, e-포트폴리오 게시물, 공동 촉진자 디브리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론적 관점에서 당초 구상한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몇 가지 통찰이 도출되었다.

  • 첫 번째 우려 영역은 학생이 나중에 성찰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그 순간에 기록하는 도구로서 일지 쓰기(journaling)를 사용하는 문제였다. e-포트폴리오를 둔 목적은 학생이 나중에 성찰할 수 있도록 경험을 바로 그 순간에 기록하는 기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촉진자들은 e-포트폴리오에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한 해 동안 구두 촉진과 이메일 알림을 통해 이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독려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웹사이트에 올라온 일지 항목은 임상실습 초기부터 드물었고, 임상실습 중반에는 거의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점차 감소하였다. 토의에서 학생들은 e-포트폴리오를 사용하려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서로 경합하는 요구(competing demands)와 관련된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였다.

지금은 그냥 밥 먹고 씻고 하는 것도, 뭐랄까, 힘들어요… 세상에, 받아쓰기(dictations) 같은 것도 있고, 말하자면 끝도 없어요. …그래도 네, 앞으로 몇 주 안에는 조금 더 정리가 되면 좋겠어요. 보통 저는 이런 걸 꽤 잘하는데—네, 그냥 시기가 그런 것 같아요. (G2)

 

또한 글쓰기 과정 자체의 어려움도 이유로 들었다.

네, 그래서 개인 섹션에 두 개를 썼어요. 하나는 6월에 쓰기 시작했다가 자리를 비웠고, 그다음에는 그것 때문에 조사를 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두 번째 것은 첫 주에 바로 썼어요. 그런데 예전에 성찰문을 쓸 때는 언제나 아주 길게 썼는데, 이번 것은 정말 짧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한 번도 그러지 못했어요. (G2)

 

교수진의 관찰과 일치하게, 학생들이 분명하게 불만족한 한 영역은 e-포트폴리오였다. 학생 12명 중 7명(59%)은 이 과목의 온라인 측면이 자신의 학습을 지원하는 데 관련성이 있고 유용하다는 진술에 중립이거나 동의하지 않았다.

  • 두 번째이면서 이와 관련된 우려 영역으로, 촉진자들은 학생이 공유하고 논의하기로 선택한 이야기가 모두 외부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학생들은 다른 동료를 폄하하거나, 환자를 언급할 때 무례하게 말하거나, 인종차별적·성차별적 함의가 있는 농담을 하는 것과 같은 다른 보건의료 전문가의 심각한 행동을 쉽게 기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기술하는 경우에도, 학생의 설명은 오직 자신의 ‘수동적’ 공모(passive complicity)에만 초점을 두었다. 한 참여자는 일지에 이렇게 썼다.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않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일지 항목). 이 과목이 지속된 전체 기간(임상실습 1년 전체), 10차례의 과목 토의, 그리고 모든 일지 항목을 통틀어, 학생이 다른 사람에게서 문제라고 식별한 행동을 자신이 먼저 시작했거나 심지어 거기에 ‘끼어든’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학생이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태도와 행동을 자신도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까 우려한 촉진자들은 세션과 이메일에서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응답을 유도했지만, 문제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고한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거듭 질문받았을 때 학생들은 이 공백을 인정하였다. 한 학생은 그 순간의 미묘함(subtlety)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 순간에는 제가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려워요. 제 경우에는 흔히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나중이 되어서야 제 행동이나 생각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거든요. (일지 항목)

 

다른 학생은 그 순간에 기록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제안하였다.

제 경우에는 가끔, 그러니까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이런 것들을 알아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자주 알아차리기도 해요. 그런데 적을 시간이 생겼을 때는 이미 그 동력이 사라져 버려요. ‘뭐, 됐어. 하고 싶지 않아—그러니까 이미 동조했거나 이미—’ 같은 느낌이죠. 적으려고 할 때쯤에는 그 동력이 사라져 버려서, 결국 적지 않게 돼요. (G2)

 

이렇게 인정했음에도 학생이 문제 행동을 먼저 시작했거나 단순히 거기에 가담한 구체적 사례는 이 토의나 이후 토의에서 제기되지 않았다. 이는 과목의 이론적 전제와 과목이 거둘 수 있는 성공의 한계에 관해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논의 (Discussion) 

공식 평가 과정에 근거하면 GRAPHiC 과목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과목 세션을 임상실습 중의 괴로운 경험을 제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으로 설명했으며, 토의가 자신의 가치를 강화하고 임상 맥락에서 그 가치를 안전하게 지킬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우리는 현재 분산교육 프로그램의 네 개 사이트 전체로 확대된 프로그램에 이 과목의 요소를 통합하였다. 학생 8명으로 이루어진 각 집단한 명의 코치가 의과대학 4년 동안 종단적으로 지도하며, 그 목적은 학생이 자신의 전문직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 시범운영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소집단 세션에서는 강의식 내용을 각 세션의 능동적 토의에 통합하였고, 프로그램은 서면 자기성찰보다 임상 경험에 기반한 안내된 집단 토의(guided group discussions)를 강조하게 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과목의 토대가 된 핵심 이론적 전제는 효과적인 안내된 성찰이 이루어지려면 동조 압력이 작용하는 결정적 순간을 알아차리고 이를 토의에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연구의 결과 [4, 16]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범연구의 학생들은 분명 다른 사람의 비전문직적 행동을 알아차렸고 나중에 이를 이야기하고 탐구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학생이 제시한 많은 사례에는 해당 행동에 대한 분명한 거부가 동반되었지만, 학생이 이야기한 일부 경험은 이러한 행동에 가담하도록 하는 암묵적 사회적 압력(implicit social pressure)에 학생들이 민감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의미 있는 대화와 성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사소한 것이라도 학생 자신이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례를 제시하도록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이 결과에는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다.

  • 첫째, 우리가 학생의 발달 궤적(developmental trajectory)에서 너무 이른 시점을 연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우리가 줄이고자 한 부적응적 행동(maladaptive behaviours)은 처음 예측한 것보다 문화화 과정에서 더 나중에 발생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문헌을 다시 검토했을 때, 이 궤적에 관한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는 찾지 못했다. 일부 예외 [5]를 제외하면, 우리가 확인한 연구들은 선배 동료(또는 다른 전문직)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학생 보고를 기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이 관찰 가능한 능동적 행위(observable acts of commission)로 언제, 그리고 어떻게 나타나기 시작하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 두 번째로 명백한 가능성은,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기에 안전하다고 주장했음에도 학생들이 자신이 비전문직적 행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이를 집단에 꺼내 놓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러한 ‘고백(confessions)’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안전한 집단 성찰 환경을 공식 교육과정 구조 안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질문하게 한다 [17]. 만약 불가능하다면, 학생들이 자신에게 특히 쉽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회적 압력의 조건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 성찰을 돕도록 설계된 공식 활동, 특히 포트폴리오처럼 공식적인 서면 기록을 요구하는 활동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충분한 안전감을 조성하지 못한 것은 우리만의 고유한 한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평가 과정에서 학생이 한 설명만으로는 우리에게 그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유사 프로그램에서 그러한 노력의 효과성을 평가할 때 생길 수 있는 공백(lacuna)을 시사한다.
  • 더 우려스러운 가능성은 이러한 작은 전문직업성의 일탈(lapses in professionalism)이 너무 미묘하여 알아차리기 어려웠고, 그 결과 ‘천 번의 작은 상처로 인한 죽음(death by 1,000 cuts)’과 유사하게 비전문직적 행동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행동을 그 순간에 알아차리더라도, 사건에 어떤 형태의 의도적인 ‘메타인지적 표지(metacognitive tag)’를 붙이지 않으면 학생이 그 경험을 놓칠 수 있다. 그렇다면 사건과 그에 수반된 감정 및 인지는 나중에 쉽게 회상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이러한 결정적 순간은 매우 빠르게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 의도적 성찰의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더 심각하지 않아 보이는 행동이 오히려 너무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을 형성하고 문화화하는 측면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딜레마에 대한 습관화(habituation to dilemmas)’가 실제로 발생하고 내면화된다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19]. 이는 이 과정에 저항하는 데 자기조절(self-regulation)이 갖는 가치에 중요한 한계를 부과할 수 있다. 이는 전문직 행동에 대한 더 큰 ‘집단적 책임(collective responsibility)’을 지향하는 문화로 전환하고 [20], 이 과정을 지원하는 직장 내 대화(workplace conversations)를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또한 문화화가 일어나는 일시적 순간(transient moments of enculturation)을 기록하는 기제로서 e-포트폴리오가 실패한 이유도 고찰해 왔다. 과목 평가에서 나온 학생들의 의견은 몇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첫째, ‘개인적’ 성찰조차 글로 기록되면 이후에도 접근할 수 있는 인공물, 즉 일종의 영구 기록물(legacy document)로 기능하기 때문에 수치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경험을 탐구하기에 항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 둘째,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모호한 감정(nebulous feelings)을 포착할 때 글이 갖는 한계를 표현하는 듯했다. 한편으로는 ‘정확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의 구조가 진행 중인 성찰 과정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글은 더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아이디어에 선형적 구조(linearity of structure)를 강제하였다. Tannen은 구어 담화와 문어 담화(oral versus written discourse)를 논하면서 구어성(orality)이 대인관계에 초점을 둔다는 점과 글의 한계를 언급하였다. 그는 ‘인쇄물은 대단한 평준화 장치이다. 인쇄물은 모든 발화를 한 페이지 위에서 동일한 평가적 지위를 지닌 행으로 축소하거나 부풀린다’고 말했다 [18]. 학생이 표현한 주저함에서 추론한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로 작용한다면, 이는 e-포트폴리오의 서면 성찰 사용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학생에게 그러한 활동을 강요하면, 성찰을 수행적으로 보여 주는 행위(performative act)로 바꾸는 과정과 글의 선형적 구조를 통해 성찰 과정 자체를 문제적으로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단일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루어진 소규모 연구이며, 연구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모집되었기 때문에 더 큰 의과대학 학생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 결과에 생겼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험은 성찰 과정의 핵심 측면, 즉 성찰할 필요가 있는 대상으로서 자신의 행동을 바로 그 순간에 알아차리는 일이 현재의 성찰 모형이 가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와 공식화된 집단 성찰(formalized group reflection)을 긍정적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강화하는 기제로 활용하려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성찰되고 있는가(what is being reflected on)라는 질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Should Education Be Transformative

Douglas W. Yacek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대학교(Leibniz University Hannover), 라이프니츠 교육대학원(Leibniz School of Education) 및 특수교육연구소(Institute for Special Education)

Journal of Moral Education, 2020, Vol. 49, No. 2, 257–274

https://doi.org/10.1080/03057240.2019.1589434

 

 

저자 Yacek은 독일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교(Leibniz University Hannover)에서 교육윤리와 교육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예요. 그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해요. 학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교육이, 학생의 온전한 동의도 받지 못한 채 이루어져도 괜찮은가 하는 거죠. 우리 의학교육에서 전문직정체성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PIF)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학생의 정체성을 어디까지, 어떻게 바꿔도 되는가"라는 같은 질문과 마주치니까 남 얘기가 아니에요.


1️⃣ '변혁적 경험'이란 뭘까?

Yacek은 먼저 변혁적 경험(transformative experience)이 갖는 네 가지 특징을 정리해요.

  • ① 중대함 (momentous) 인생의 서사 속에서 "그 일이 있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특별한 전환점으로 기억되는 경험이에요.
  • ② 비가역성 (irreversible) 한번 겪고 나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어요. 핵심적인 자기이해와 자기이상(self-understanding, self-ideal)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기 때문이에요.
  • ③ 불연속성 (discontinuity) 철학자 Laurie Paul의 개념을 빌리면, 변혁적 경험은 인식적 불연속성(epistemic discontinuity)과 주관적 불연속성(subjective discontinuity)을 동반해요. 태어나서 한 번도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은 그 맛이 어떨지 아무리 상상해도 알 수 없죠. 변혁적 경험도 마찬가지예요. 겪어보기 전엔 그게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미리 알 방법이 없어요.
  • ④ 신속성 (rapid) 교실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교사는 학생의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인생의 전환과 달리, 교육적 맥락의 변혁은 상당히 압축적이고 빠르게 일어나도록 설계돼요.

이 네 가지가 겹치면, 학생은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예측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되돌릴 수 없게 바뀌는 경험을 하게 돼요. Yacek은 바로 여기서 세 가지 윤리적 문제가 자라난다고 봐요.


2️⃣ 세 가지 윤리적 문제

💬 문제 1. 동의의 문제 (The Problem of Transformative Consent)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에요. 학생이 자기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변화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의사결정 모델대로라면 우리는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그 결과가 내 선호에 맞는지 따져보고, 그걸 바탕으로 선택해요. 그런데 변혁적 경험 앞에서는 이 과정 자체가 무너져요. 불연속성 때문에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도 없고, 설령 시뮬레이션한다 해도 그 평가 기준이 되는 '선호' 자체가 경험을 통해 바뀌어버리니까요.

더 골치 아픈 건, 이미 변화를 겪은 사람의 증언(testimony)에 기대는 것도 믿을 만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Yacek은 이 역설을 압축적인 한 문장으로 정리해요.

"변화가 스스로 동의를 만들어낸다." "the transformation manufactures consent"

 

지금 행복하다는, 잘한 선택이었다는 증언조차 그 사람이 이미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갖게 된 선호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 답이 없는 걸까요? Yacek은 철학자 Laurie Paul의 해법을 가져와요. 바로 계시적 가치(revelatory value)라는 개념인데, 결과를 예측해서 동의하는 게 아니라 "변화된 내가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고 싶다"는 발견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선택하는 방식이에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할 때 행복할 확률을 계산해서 결정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합리적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학생도 변화된 자신을 알아가고 싶다는 열망에 기반해서 변혁적 교육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게 이 해법의 핵심이에요.

💬 문제 2. 논쟁적 방향성의 문제 (The Problem of Controversial Direction)

변혁적 교육이 지향하는 '더 나은 인간상', '더 정의로운 사회' 같은 이상은 증거와 논증만으로는 결론 내릴 수 없는, 철학자 Michael Hand의 표현으로는 인식적으로 논쟁적인 사안(epistemically controversial issue)이에요. 교사가 이런 사안에 대해 특정 방향으로 학생을 이끄는 건 자칫 학생의 지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주입식 교화(indoctrination)가 될 수 있어요.

 

Yacek은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을 제시해요. "교실이 원래 중립적이었는데 변혁적 교육이 갑자기 특정 방향으로 이끈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거예요. 학교는 이미 소비주의, 대중문화, 인종과 성별에 대한 편견 같은 온갖 보이지 않는 형성적 영향력으로 학생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요. George Counts의 유명한 책 제목("Dare the School Build a New Social Order?")을 인용하면서, 진짜 질문은 "방향을 이끌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그 방향성을 방치할 것이냐, 교육자가 책임지고 의도적으로 다듬을 것이냐"라고 재구성해요.

💬 문제 3. 변혁적 트라우마의 문제 (The Problem of Transformative Trauma)

Yacek이 세 문제 중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문제예요. 변혁적 교육이 "실패"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단순히 아무 변화도 안 일어나는 거라면 큰 문제는 아니에요. 진짜 위험한 실패는, 교사가 학생의 기존 자기이해는 성공적으로 무너뜨렸는데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자기이해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예요.

 

철학자 Nicholas Burbules의 통찰을 빌리면, 기존의 신념 체계나 세계관을 무너뜨리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걸 지어 올리는 건 훨씬 어려워요. 특히 종교적 신념처럼 학생에게 안정감과 정체성의 뿌리가 되어주던 틀을 건드렸는데 그걸 대체할 게 아무것도 없다면, 학생은 Erik Erikson이 말한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 상태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돼요. "다 너를 위한 거였어"라는 말로는 정당화되지 않는 실질적인 상실이라는 거예요.


3️⃣ 그래서, 해법은 없을까?

Yacek은 완전히 비관적이지는 않아요. 그가 제안하는 답은 실천(practice)이라는 신아리스토텔레스주의(neo-Aristotelian) 개념이에요. 교실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학기가 끝나면 흩어지니까, 그 대신 학생을 공동의 이상과 기준, 가치를 공유하는 더 크고 지속적인 열망 공동체(aspirational community, 예를 들면 특정 학문이나 전문직 공동체)에 입문(initiation)시키는 방식으로 변혁적 교육을 재구성하자는 거예요. 이런 실천 공동체로의 입문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학생에게 지속적인 소속감과 방향성을 줄 수 있다는 논리예요. 물론 이 해법도 "공동체의 이상에 과도하게 순응시키는 게 아니냐"는 나름의 윤리적 쟁점을 남기는데, Yacek은 이건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둬요.


마치며

이 논문을 읽으면서 계속 의학교육 현장이 떠올랐어요. 백색가운 수여식, 임상실습 초기의 강렬한 경험들, 히든 커리큘럼(hidden curriculum)까지, 우리도 매일 크고 작은 변혁적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 학생이 그 변화에 진짜 동의한 걸까요?
  • 우리가 이끄는 방향은 정말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 그 과정에서 학생의 기존 신념이나 정체성이 흔들리기만 하고 새로운 걸 제대로 못 짓게 된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을까요?

 

Yacek의 논문이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학생을 변화시키자"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줘요. ✨

 


서론(Introduction)

변혁(transformation)의 약속은 현대 교육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 교육연구의 여러 분과를 서로 갈라놓는 이론적·방법론적·정치적 차이가 흔히 매우 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교육연구 공동체 전반에서는 교육의 변혁적 힘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English, 2014; Mezirow, 2000; Taylor, 2008; Taylor & Cranton, 2012), ‘변혁적 교수(transformational teaching)’(Albers & Frederick, 2013; Giroux, 1988; Jackson, 1986; Pinto et al., 2012; Rosebrough & Leverett, 2011; Slavich & Zimbardo, 2012), ‘변혁적 경험(transformative experience)’(Pugh, 2011, 2002), ‘변혁적 학교 리더십(transformative school leadership)’(Shields, 2010, 2004; Weiner, 2003; cf. Bass, 1991), ‘변혁적 교수법(transformative pedagogy)’(Elenes, 2013; Hooks, 1994; Lusted, 1986; Nagda, Gurin, & Lopez, 2003)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영어권을 넘어 독일 교육철학 분야에서도 Hans-Christoph Koller(2012)가 Bildung을 변혁으로 이해한 단행본 분량의 구상을 제시한 이후, ‘변혁적 교육과정(transformative educational processes)’[transformatorische Bildungsprozesse]을 둘러싼 연구가 최근 활발히 이루어졌다(cf. Kokemohr, 2007; Koller, 2016; Marotzki, 1990; Nohl, 2016). 각각의 경우에 변혁적 접근은 이전의 접근보다 새롭고 더 나은 교수·학습 개념이라고 주장된다. 이러한 합의된 견해에 따르면, 변혁교육은 교수를 교사로부터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로 보는, 자주 비판받으면서도 여전히 흔한 관념을 마침내 종식할 수 있다. 진정한 교육은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타인·자기 자신·주변 세계와 맺는 우리의 관계를 변혁해야 한다. 한 대표적인 문헌의 표현대로라면, “교육에서 우리의 사명”은 “정보 전달적(informational)이기보다 변혁적(transformational)”이어야 한다(Rosebrough & Leverett, 2011, p. ix).

 

‘변혁적 교수법’, ‘전환학습’, ‘변혁적 교수’라는 용어는 고매한 교육적 이상과 영향력 있는 교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용어들은 학생에게 일어나는 심층적인 심리적 재구조화 과정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 성인교육에서 널리 알려진 ‘전환학습이론(transformative learning theory)’을 제시한 Jack Mezirow(1978)는 변혁적 경험에 앞서 ‘혼란을 초래하는 딜레마(disorienting dilemmas)’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 Erik Erikson(1985)은 자아발달 단계 사이의 변혁적 이행이 ‘위기(crises)’에서 비롯된다고 유명하게 주장했다. Sharon Todd(2003)는 변혁적 사회정의교육(transformative social justice education)이 수반하는 막대한 죄책감, 고통, 심지어 ‘폭력(violence)’까지 지적한다(p. 20).
  • Andrea English(2014)는 모든 학습이 경험의 ‘중단(interruption)’에 뒤이어 일어나며, 여기에는 ‘자기소외(self-alienation)’(p. 99), ‘투쟁(struggle)’, 심지어 ‘환멸(disillusionment)’(p. 118, cf. Koller, 2012)이 수반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언어가 변혁적 교육환경에서 학생이 겪는 경험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 이처럼 정서적으로 강렬하고 실존적으로 위태로운 경험이 변혁 과정의 불가피한 일부라면, 이는 변혁교육의 윤리적 정당성(ethical legitimacy)에 관해 심각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교육자에게 학생을 변혁할 권한을 주어야 하는가?

 

이 논문에서 나는 변혁적 교육환경, 다시 말해 교사가 다양한 도덕적·인식적 목적(moral and epistemic ends)을 위해 학생에게 변혁적 경험을 촉발하려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여러 윤리 문제를 분석한다. 변혁적 교육환경을 이런 방식으로 개념화함으로써, 이 분석은 사회의 구조적 변혁에 기여하는 교육이라는 의미의 변혁교육보다 개인적으로 변혁적인 경험(personally transformative experiences)과 그것이 교육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초점을 둔다. 때때로 ‘변혁’과 그 파생어는 그러한 사회 변혁이 개인적으로 변혁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지와 무관하게, 학교 밖에서 더 정의로운 사회적 질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도록 설계된 교육적 조치를 단순히 가리킨다. 이러한 용법의 분명한 사례는 Banks(2017)가 최근 제시한 ‘변혁적 시민교육(transformative civic education)’ 개념이다. 이는 학생에게 “인권, 사회정의, 평등과 같은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행동·변화를 실행하고 촉진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도록” 권장하지만, 학생이 변혁적 경험을 겪을 것을 반드시 기대하지는 않는다(p. 367).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변혁적인 교육사회적으로 변혁적인 교육의 구분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특히 Paulo Freire의 저작을 토대로 삼는 이론가들은 개인적으로 변혁적인 경험더 큰 사회 변혁에 필요한 선행조건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Freire(1993)에 따르면, 억압계급 구성원이 비억압적 사회를 실현하려는 노력에 동참하려면 ‘전향(conversion)’과 ‘재탄생(rebirth)’이 필요하다(p. 61). 한편 피억압계급 구성원은 자신을 억압자에게 묶어 두는, 깊이 내면화된 가치와 이상을 떨쳐 내는 힘겨운 변혁 과정을 거쳐야 한다(p. 45). Jack Mezirow(1981), Megan Boler(1999), Henry Giroux(1988) 같은 이론가들도 개인적 변혁사회적 변혁 사이의 이러한 연결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이 논문의 나머지 부분에서 분석의 대상은 사회에 긍정적인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거나 다른 종류의 윤리적·인지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학생에게 변혁적 경험을 유발하려는 교수·학습 접근으로서의 변혁교육이다. 이어지는 분석은 이러한 변혁적 교육환경에서 발생하는 특히 긴요한 세 가지 문제를 검토한다. 그것은

 

  • (1) 변혁적 동의,
  • (2) 논쟁적 방향 설정,
  • (3) 변혁적 외상의 문제이다.

 

변혁적 경험은 그에 상응하는 독특한 현상학적 특성(phenomenological qualities)을 지닌 고유한 자기변화(self-change)의 한 유형이므로, 제2절에서는 먼저 이러한 특성을 설명한다. 세 가지 윤리 문제 각각이 변혁적 경험의 특수한 특성 중 하나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논의는 곧바로 세 윤리 문제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제3절, 제4절, 제5절에서는 각각의 윤리 문제를 논의하고, 제기된 쟁점에 대한 가능한 해법을 분석한다. 결론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분석이 변혁교육을 일종의 입문으로 이해하는 접근을 채택하도록 요구한다고 제안한다. 이 접근은 변혁적 경험이 지닌 교육적 가능성을 포착하면서도, 교실에서 그러한 경험을 조직하는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을 제공한다.

변혁적 경험의 네 가지 특성
(Four Qualities of Transformative Experience)
 

변혁교육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윤리 문제를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변혁적 교육경험(transformative educational experience)을 겪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변혁교육에 관한 현대적 논의에서는 변혁적 경험의 네 가지 일반적 특성을 흔히 전제한다. 변혁적 경험을 겪는다는 것은 훗날 우리가 개인적 발달의 비범한 순간으로 인식하게 되는 한 장면을 자기 삶의 서사 속에서 살아 내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관해 이전에 가졌던 이해, 즉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s)와 자기이상(self-ideals)이 의심받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사회정의교육이 개인에게 미치는 변혁적 효과를 설명한 Paulo Freire(1993)의 논의는 전형적이다. Freire는 Pedagogy of the Oppressed의 핵심 대목에서 “민중으로의 전향은 심오한 재탄생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겪는 사람은 새로운 존재형식을 취해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다”(p. 43). Freire의 논의를 되풀이하며 Megan Boler(1999)는 자신이 제안한 사회정의교육 접근이 학생에게 “타인 및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기정체성을 재고하고, 그것이 변혁될 가능성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의지”를 길러 주고자 한다고 주장한다(p. 179).¹ 사회정의교육과는 전혀 다른 이론적 맥락에서, 현대 덕윤리학자들은 도덕교육이 때로 극적이고 심지어 깨달음과도 같은 윤리적 통찰의 순간, 예컨대 자신에게 전면적인 재습관화(re-habituation)가 필요하다는 통찰을 포함할 수 있고 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주장은 Plato와, 다소 뜻밖이지만, Aristotle이 제시한 도덕교육 이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Jonas, 2015, 2018; Kristjánsson, 2014). 또 다른, 겉보기에 동떨어진 학문적 패러다임에서 Koller(2012)는 후기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변혁이 우리의 ‘자기 및 세계와의 관계(self- and world-relations)’에 일어나는 전면적인 변화를 수반한다고 주장한다(p. 16). 한편 English(2014)가 Dewey의 관점에서 전환학습을 연구한 결과는 변혁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습관과 행동습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설명들은 모두 변혁적 경험에 공통된 특성, 그리고 우리 목록의 첫 번째 특성을 가리킨다. 즉, 변혁적 경험은 중대한(momentous) 경험이다.

 

두 번째 특성은 첫 번째 특성에서 곧바로 따라 나온다. 변혁적 경험의 중대성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그것이 수반하는 변화의 비가역성(irreversibility), 즉 경험 이전의 사람이었던 상태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변혁적 경험은 정체성을 부여하는 헌신(identity-conferring commitments), 개인적 의미의 원천(sources of personal meaning), 자기이해를 바꾸므로, 우리는 중요한 의미에서 변혁적 경험 이후 서로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러한 경험에는 우리의 핵심적인 개인적 선호가 크게 변화하는 일이 포함되며, Laurie Paul(2014)에 따르면 심지어 “당신에게 당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까지 변화한다(p. 16). 이 때문에 우리는 그 경험 이전에 존재했던 사람과 자신을 연결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흔히 아이러니하게도 “전생에는”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Paul은 변혁적 경험의 비가역적 특성 때문에, 변혁 이후 상태에서 우리가 실제로 더 행복한지, 더 잘 적응했는지, 더 잘 번영하는지와 같이 과거의 자신과 새로운 자신을 비교하는 주장이 인식론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고까지 주장한다. 학생에게 이처럼 비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변혁교육은 교육적 만남(educational encounter)의 오래된 문제, 즉 우리가 학생이 배우기를 바라는 것 중 상당 부분이 피상적으로만 전유되고 결국 잊힌다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 한다. 이와 달리, 변혁적 교수는 학생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cf. Meyer-Drawe, 1982).

 

이는 변혁적 경험의 세 번째 특성으로 이어진다. 변혁적 경험은 특히 심각한 현상학적 불연속성(phenomenological discontinuity)에 우리를 직면시킨다(English, 2014; Jarvis, 1996; cf. Kagan, 1980). 변혁은 세계와 자기 자신에 관해 참되거나 옳다고 생각했던 것과의 급진적인 단절을 포함한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면, 우리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범주와 구조가 제공해 오던 경험의 연속성이 변혁적 경험에서 적어도 부분적으로 파열된다. 이러한 파열이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 일어날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될지를 사전에 아는 것은 모두 불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변혁적 경험 이전의 우리는 미래의 자기와 미래의 선호·동기·관점에 관하여 심각한 인식적 빈곤(epistemic poverty) 상태에 있다(Paul, 2014, p. 83). 이러한 경험적 불연속성을 통과하는 과정을 때로 ‘부정적 경험(negative experience)’이라고 부르지만(e.g., English, 2014, p. 29), 이것이 반드시 개인에게 그 경험이 현상학적으로 부정적인 성격을 띤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부정성(negativity)이라는 개념의 기원은 Hegel에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 구조를 생산적으로, 또는 ‘규정적으로(determinate)’ 부정하는 것을 가리킨다(cf. Buck, 1981; Koch, 1995; Mezirow, 1981).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그러한 경험은 개인에게 매우 긍정적인 현상학적 특성을 지닐 수 있다. 그것은 도전적이고 좌절감을 주는 만큼이나 기쁘고, 힘을 북돋우며, 감동적일 수 있다.

 

변혁적 경험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특성은 그러한 경험이 구체적으로 교육적 맥락에서 어떻게 촉발될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 분명해진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보내는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을 변혁하기를 바라는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변혁적 불연속성을 우연히 마주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목표를 이루려면 그 일이 지금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변혁교육의 ‘변혁’은 중대하고 비가역적이며 불연속적일 뿐 아니라 급속하다(rapid). 실제로 교육심리학자 Kevin Pugh(2002)가 이 용어를 조작적으로 정의한 바에 따르면, 변혁적 경험은 고등학교 생물학 수업의 범위 안에서 완료될 수 있는 것이다. 변혁교육의 모든 지지자가 이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점은 교육자가 촉발한 변혁 과정이 우연에 맡겨졌을 때보다 전반적으로 더 의도적이고, 따라서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귀결이 하나 따른다. 교육적 변혁 과정에서 생겨나는 대안적인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은 학생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학생의 자기이해라는 동맥 속으로 직접 주입될 것이다. 이 때문에 변혁교육에 수반되는 불연속적 단절에 대한 학생의 경험은 현상학적으로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흔히 제기된다.² 이 견해에 따르면 변혁적 교육경험에는 투쟁, 좌절, 중단, 심지어 개인적 위기까지 수반되며, 보통 이러한 것들이 먼저 나타난다(Buck, 1981; English, 2014; Erikson, 1985; James, 1987; Jarvis, 1996; Marotzki, 1990; Mezirow, 1978, 1981). 최근의 질적 교육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예상을 뒷받침했다(e.g., von Rosenberg, 2014).³

 

교육적 변혁의 불연속성과 급속성을 고려하면, 변혁적 교육과정의 ‘부정적 순간(negative moment)’은 그것을 위기, 딜레마, 혹은 전혀 다른 무엇이라고 부르든 정서적·인지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동의할 수 있다. 변혁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교육자가 그것을 작동시킨다. 이 과정이 일어나려면 학생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편견, 이상, 가치, 관습, 기대 중 일부를 문제화하고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⁴ 변혁교육의 지지자들은 개인의 전형적인 사고·행동 방식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변혁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육자의 노력이 정당하다고 대체로 가정해 왔다. 많은 경우 이러한 가정은 고통, 딜레마, 중단, 좌절 또는 위기가 학습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단언하는 ‘학습’이나 ‘교육’의 설득적 정의 속에 숨어 있다(Berlak, 2004; English, 2014, pp. 76–78; Higgins, 2011; Mezirow, 1978). 진정한 교육과정에는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비교적 고통 없는 과정만큼이나, 부정하고 극복하는 어려운 경험도 포함된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문제는 ‘부정’과 ‘극복’이 교육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인정하는 데 있지 않다. 의미 있는 학습이란, 언제나 우리의 자기이해와 자기이상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학습과정에서 틀렸거나 불완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을 부정하고 넘어서는 일이라는 점은 분명히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중대하고 비가역적인 자기변화, 즉 이전의 사고·행동 방식과 불연속적이고 급속하게 단절하는 자기변화에 학생을 직면시키는 데서 생겨나는 잠재적이며 실로 명백한 윤리 문제를 대체로 무시해 왔다는 데 있다.⁵ 이 쟁점을 외면하면 변혁교육 프로젝트의 윤리적 토대는 불안정한 상태로 남는다.

 

변혁교육의 윤리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면 세 가지 핵심 문제가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 예를 들어, 변혁적 경험이 학생의 자기이해 발달에서 심각한 불연속성을 수반한다면, 학생이 자신에게 일어날 변화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변화하는 것은 애초의 동의를 시작하고 그 동의를 합리적인 것으로 만드는 바로 그 행위주체성(agency)이기 때문이다(Paul, 2014).
  • 더 나아가 변혁적 경험은 하나의 자기이해에서 아마도 더 나은 다른 자기이해로 이동하는 것을 포함하므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려는 교육자의 시도는 인간의 삶에서 무엇을 추구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난해한 질문에 교육자를 휘말리게 한다. 약간 다른 용어로 말하면, 이는 ‘인식론적으로 논쟁적인 쟁점(epistemically controversial issue)’의 맥락에서 ‘지시적 교수(directive pedagogy)’를 수행하는 것이며, 따라서 학생의 자율성과 합리성에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Hand, 2008).
  • 마지막으로 교육자가 학생을 변혁하려는 시도는 아주 단순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교육자는 학생의 이전 사고·행동 방식을 성공적으로 무너뜨리면서도, 그 상실에 대처하고 삶을 더 나은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Burbules, 1990). 다음에서는 변혁적 동의, 논쟁적 방향 설정, 변혁적 외상의 문제를 차례로 다룬다.

 

변혁적 동의의 문제(The Problem of Transformative Consent) 

동의(consent)는 교육에서 복잡한 쟁점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아동은 이러한 과정이 자신에게 일으키는 변화에 충분히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기 훨씬 전부터 불가피하게 교육과정에 참여한다. 달리 말하면, 아동은 자신의 형성적 발달(formative development) 중 상당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우려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반드시 동의에 관한 윤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자유주의적 해법이 제안하듯이(e.g., Archard, 2014; Feinberg, 1980), 아동의 초기교육을 장차 동의할 수 있게 하는 합리적·인식적 토대 자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본다면, 겉으로 보이는 문제는 완전히 해소된다. 이 견해에서 동의 이전의 교육(pre-consensual education)은 애초에 합리적 동의의 필수조건인 지적 자율성(intellectual autonomy)을 발달시키는 장기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학생은 이러한 지적 자율성을 성취하고 나면 장래의 자기 교육을 포함한 삶의 여러 조건에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으며, 이미 받은 교육에도 소급하여 동의할 수 있다(Clayton, 2012).

 

그러나 변혁적 자기변화의 맥락에서 이러한 쟁점의 성격을 검토하면, 이 해법은 의심스러워진다. 학생이 합리적인 동의를 제시할 수 있는 지적 발달 단계에 도달한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자신의 변혁교육에 전향적으로 또는 소급적으로 합리적 동의를 하는 가능성은 적어도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표준적 개념에서는 사라지는 듯하다. 이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변혁적 경험의 불연속적 특성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Laurie Paul(2014)이 Transformative Experience에서 최근 이 문제를 다룬 논의에 따르면, 변혁적 경험은 우리 경험의 흐름에 인식적 불연속성(epistemic discontinuity)과 주관적 불연속성(subjective discontinuity)을 모두 도입한다.

  • 인식적 불연속성은 그 경험을 겪는 것이 어떠할지를 사전에 인지적으로 모의하는 능력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변혁적 경험은 “그러한 종류의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배울 수 없었을 무언가를 [우리에게] 가르치는” 경험의 범주에 속한다(p. 10). 사소한 예를 들자면, 이런 의미에서 변혁적 경험은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 보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먹어 보기 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 알 수 없다.
  • 주관적 불연속성이라는 개념은 그에 대응하는 인식적 불연속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Paul이 지적하듯이 변혁적 경험은 핵심 선호, 욕구, 열망에 분명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수반하므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에 근본적인 전환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변혁 이전의 개인에게는 변혁 이후 상태의 정확한 모습을 만들어 낼 현상학적 자원이 없다. 아이스크림의 사례로 돌아가면,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성향에 비추어 무더운 여름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떠한지를 모형화할 수 없다. 그 경험에서 생성되거나 소멸하는 ‘성향’이 선택한 직업이나 개인적 관계와 관련된 경우처럼 정체성의 핵심에 더 가까이 위치할 때, 우리는 주관적 불연속성에 직면한다.

이 두 형태의 불연속성은 변혁적 맥락에서 합리적 동의가 가능한지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Paul이 관찰하듯이, 보통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경험이 자신에게 어떠할지를 인지적으로 투사한 다음 그 경험을 할지 말지 선택하기만 하면 특정 행동방침의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의 표준 모형이다. 행위자는

  • (1) 자신이 마주한 선택이 초래할 여러 가능한 결과를 인지적으로 모의하고,
  • (2) 그 결과가 자신의 선호와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지를 바탕으로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고,
  • (3) 결과의 주관적 가치에 그 결과가 실현될 확률을 곱하여 기대가치를 계산한 뒤, 마지막으로
  • (4) 기대가치가 가장 큰 행동방침을 선택한다(pp. 21–22, pp. 26–27).

그러나 어떤 결정의 잠재적 결과 중 하나가 변혁적이라면, 이 규범적 모형의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는 무너진다. 우리는 변혁적 경험을 겪는 것이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즉 변혁적 경험이 인식적으로 불연속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사전에 인지적으로 모의할 수 없다(첫 번째 단계).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더라도, 그 경험의 주관적으로 불연속적인 특성은 변혁적 결과에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는 선호의 토대를 무너뜨린다(두 번째 단계). 결과의 주관적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할 가치와 선호 자체가 변혁적 경험을 통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상당히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 변혁적 교육경험에서 겪게 될 급진적 변화에 동의합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우리는 그 진술에 합리적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 학생은 자신이 무엇에 동의하는지 알지 못한다.

 

변혁적 변화에 직면해서도 합리적 의사결정의 표준 모형을 보존할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해당 변혁을 이미 겪은 사람의 증언(testimony)을 학생에게 제공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이 잠재적 해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 첫째, 학생이 증언을 듣고 산출할 선호 충족의 확률은 현재의 선호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바로 이 선호 또는 그 일부가 변혁 과정에서 변화한다.
  • 둘째, Paul이 지적하듯이 변혁된 개인의 증언을 회의적으로 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편으로 변혁에 수반되는 변화가 매우 전면적이기 때문에 증언하는 사람은 흔히 예전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떠했는지를 ‘잊는다.’ 즉, 그것을 인지적으로 모의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아 자신이 더 나아졌는지 혹은 더 나빠졌는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증언을 제공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변혁적 경험에는 새로운 상태를 선호하게 되는 일이 당연한 과정으로 포함될 수 있다. 증언하는 사람이 “이제 자신의 선호가 더 잘 충족된다”고 주장할 수 있더라도, Paul은 “그들의 선호는 애초에 [변혁적 경험]을 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생겨났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p. 90). 달리 말하면, 변혁은 동의를 만들어 낸다(manufactures consent). 변혁된 개인은 변혁되지 않았더라면 되었을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상태를 긍정함으로써 그 상태에 적응한다. 따라서 변혁의 불연속성은 전향적 합리적 동의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변혁된 개인이 제시하는 소급적 동의마저 기껏해야 의심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듯하다.⁶

 

변혁교육의 학생은 특히 심각한 곤경에 처하는 듯하다. 변혁적 교육경험의 주관적 가치를 판단할 합리적 방법이 없다면, 학생은 교육자로부터 그저 “내가 이렇게 한 것을 나중에는 기뻐할 것이다”라는 말만 듣고 합리적인 동의의 근거 없이 남겨진다(cf. Harman, 2015, p. 332f.; Howard, 2015). 더 나쁜 것은 변혁적 교육자가 행복하게 변혁된 학생을 계속 배출해 온 인상적인 실적이 있더라도, 학생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학생이 새로운 상태를 선호하는 것은 그 상태가 학생을 더 나은 처지로 만들었는지와 관계없이, 단순히 변혁 자체가 만들어 낸 산물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변혁된 학생에게 일종의 Stockholm Syndrome이 생겼을 수 있다. 새로운 자기 속에 갇힌 학생은 그것을 긍정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변혁적 결과를 고려하여 합리적 의사결정의 표준 설명을 수정하려는 Paul의 시도는 변혁교육에서 동의의 문제를 빠져나갈 잠재적 길을 제시한다. 흥미롭게도 Paul은 표준적 설명이 실패한다고 해서 변혁을 선택하는 일의 합리성까지 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Paul은 수정된 합리적 의사결정 개념을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변혁적 결과에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은 인지적 모의에서 벗어나, 변혁적 경험 자체가 지닌 내재적인 ‘계시적 가치(revelatory value)’를 인식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자녀를 가질지 결정할 때, 그 선택의 합리성은 우리의 욕구와 선호가 충족될 확률을 근거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욕구와 선호 자체가 변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것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를 근거로 확보될 수 있다. “그 가치는 오히려 그 경험이 수반하는 계시에 근거한다. 일부 경험이 지닌 가치 중 일부는 어쩌면 그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에서 비롯된다.” 어떤 경험은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에 관한 심층적 사실을 드러내거나, 도덕적 또는 미적 사실의 본성에 관한 정보를 가르쳐 주기” 때문에 가치 있게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특정한 종류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는 이유로 그 경험을 가치 있게 평가할 수 있으며(p. 92),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삶 자체에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계시 그 자체와 계시되는 것 모두를 가치 있게 여긴다.⁷ 여기서 변혁적 경험에 관해 듣는 증언은 단순히 우리의 선호가 충족될 가능성을 계산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에게 드러날 것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우리는 변혁적 경험이 이러한 종류의 계시적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한, 그 경험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Paul의 계시적 가치 개념은 변혁교육의 동의 문제를 다루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길을 열어 준다. 즉, 학생은 자신이 겪을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겪은 변혁에 합리적으로 찬동(assent)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찬동은 변혁된 자기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하는 일에 학생이 부여한 가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학생이 변혁교육을 받는 이유는 변혁된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드러낼 수 있는 교육의 잠재력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미래의 자기 모습을 드러내 보려는 능력과 욕구를 이미 지니고 있다고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경험으로부터 배우려는 확고한 의지를 발달시키는 일이 변혁교육의 핵심적인 첫 단계일 수 있다.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The Problem of Controversial Direction) 

변혁적 동의의 문제가 이론적으로는 해결 가능하더라도, 그 해법이 제거하지 못하는 변혁교육의 윤리적 위험은 여전히 여럿 존재한다. 교육에서 학생이 동의를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상황은 매우 드물며,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동의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데, 그것이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지위에 정당한 대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에게는 이러한 특성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다. 동의를 구하는 행위는 학생-교사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사려 깊은 태도일 수 있고, 학생이 자율적으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울 때 좋은 연습이 될 수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는 윤리적 요구사항이 아니다. 학생이 마주하는 변화가 다른 교육 형태에서보다 더 전면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혁교육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다. 윤리적으로는 학생이 겪을 변혁에 관해 동의를 얻고 싶을 수 있지만, 그 동의에는 합리적 정당성이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학생이 자신이 마주한 변혁적 경험의 계시적 가치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변혁적 접근은 나이가 많은 아동과 성인에게는 적절할지 몰라도 아직 동의할 수 없는 학생에게는 지나치게 강압적(heavy-handed)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동의 문제와는 약간 다른 문제이다. 완전하고 합리적인 동의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변혁적 교육 접근을 피하고 싶은 이유는, 논의의 용어를 조금 바꾸어 말하면, 그것이 이른바 ‘인식론적으로 논쟁적인 쟁점’의 맥락에서 ‘지시적 교수(directive teaching)’를 부적절하게 조장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Michael Hand(2008)에 따르면 인식론적으로 논쟁적인 쟁점은 증거와 합리적 논증을 근거로 결정할 수 없는 쟁점이다. 변혁에 관한 현대적 수사를 이끄는, 훌륭하게 형성된 인간과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완성주의적 이상(perfectionist ideals)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논쟁적이다. 따라서 논쟁적 쟁점을 가르치는 문제에 관한 논의에서 일부 영향력 있는 견해에 따르면, 지지자들이 제안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도록 학생을 이끄는 것은 학생의 지적 자율성을 침해하고, 심지어 세뇌(indoctrination)의 한 형태가 된다(Steutel & Spieker, 2004). 다시 말해 변혁교육은 열어 두어야 할 아동의 지적·실존적 선택지 일부를 닫아 버린다. Hand에 따르면, 논쟁적인 쟁점을 지시적으로 가르치면 학생은 그 문제에 관해 합리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입장의 온전한 다양성을 인식하지 못하므로, 이러한 논쟁적 방향 설정은 학생의 추론능력 발달도 훼손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변혁적 교육자는 특징적으로 학생에게 급속하고 불연속적이며 비가역적인 변혁을 일으키려 하기 때문에,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는 여러 교육 맥락에서 발생하지만 여기서는 특히 심각하다. 변혁적 교육자는 학생의 삶의 행로를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이러한 지시적 교수법이 덜 극단적인 사례에서도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면, 그것이 변혁교육에서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 프로젝트 전체의 윤리적 토대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에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자유민주주의에서 정당한 도덕교육과 정당하지 않은 도덕교육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지를 두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최근 이러한 논의는 흔히 자유주의 정치이론(liberal political theory)의 개념적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며, 이로써 이론가들은 ‘공적 가치(public values)’가 어느 정도의 도덕적 방향 설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판단함으로써 겉보기에 난해한 쟁점을 다룰 수 있다. 즉, 국가는 학교와 같은 제도를 통해 개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에 대한 존중을 정당하게 옹호하고 함양할 수 있으므로(Rawls, 2005, p. 5), 교육이론가들은 특정한 도덕적 쟁점, 이를테면 동성애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전형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이러한 기본 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 한다(Hand, 2007). 자유주의적 접근의 비판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정치이론이 지적 자율성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한다고 공격하거나, 그 이론의 토대가 되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유 개념을 비판한다. 이 비판자들에 따르면 자유는 개인이 마치 가치의 시장에서 쇼핑하듯 여러 도덕적·지적 미래 사이에서 선택함으로써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공동체 안에서 성취된다(MacIntyre, 2007). 이성(reason)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실천(social practice)으로서 합리적 사고는 공동체의 영향 때문에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에 의해 생성된다. 따라서 교육자에게는 자유주의 정치이론이 허용하는 것보다 학생을 이끌 여지가 더 많다. 다만 그것이 전통으로의 입문(initiation into a tradition)의 일부이고, 그 전통이 몇 가지 중요한 방식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덕적 방향 설정은 개인의 자율성과 이성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자유를 적극적 용어로 이해하고 이성을 사회적 실천으로 이해할 경우,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는 사라진다.

 

이 해법의 문제는 해법 자체가 매우 논쟁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논쟁은 현대 교육이론에서 끝날 수 없는 논쟁처럼 보인다. 심지어 ‘도덕교육의 역설(paradox of moral education)’이라는 역설의 지위까지 얻었다(Kristjánsson, 2006; Peters, 1971). 내가 보기에 변혁교육의 맥락에서 정당화할 수 있는 도덕적 방향 설정에 관해 질문하면 이 문제에 대한 다른 접근이 열린다. 이는 논쟁의 양측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를 다룰 가능성을 제공한다. 앞의 논의에서는 변혁교육이 교육자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증대를 의미한다고 가정한다. 학생이 변혁교육에서 겪는 변화는 비변혁적 교육 또는 전통적 교육에서 겪는 변화보다 더 전면적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변혁교육의 지지자들은 흔히 자신의 프로젝트를 이런 식으로 규정한다. 전형적인 주장은 이렇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교육 실천은 교수자로부터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습성과를 뒷받침하려면 교육의 초점을 정보 전달에서 정체성 발달, 즉 변혁으로 전환해야 한다”(Keeling, 2004, p. 9, 강조 추가). 우리는 더 이상 학생에게 단지 정보만 제공하는 영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의 상호작용은 변혁적이어야 한다.

 

이 가정의 문제는 교사와 그들이 일하는 학교가 이미 학생에게 미치고 있는 강력한 형성적 영향(formative influence)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변혁적/형성적(transformative/[in]formative) 구분을 강한 자기변화와 약한 자기변화의 구분이 아니라, 의도된 자기변화와 의도되지 않은 자기변화의 구분으로 이해한다면, 변혁교육은 학교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형성의 힘을 일관되고 역량을 강화하는 목적을 향하도록 이끄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변혁교육의 논쟁적 방향 설정은 학교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논쟁적 방향 설정에 대한 대응이다.

 

이 입장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논증은 George Counts(1969)의 Dare the School Build a New Social Order?에 제시되어 있다. 내가 보기에 Counts는 학교가 아동에게 높은 수준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표방할 때조차 중요한 도덕적 쟁점에서 불가피하게 방향을 설정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한다. 그러나 Counts는 이러한 사실을 비극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로 한탄하는 대신, 학교가 학생에게 미치는 형성적 영향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책임 있게’ 변혁적인 학교는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학교 안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힘의 맹목적 작동(blind play of psychological forces)”을 통제해야 한다(p. 25). 변혁교육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학교는 결국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형성적 문화 영향력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허용하는 학교이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비주의의 가치와 대중문화의 미학,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노동·기술을 미화하는 태도, 그리고 현재의 많은 제도적 관행과 학생의 가정문화에 깔린 인종주의적·성차별적 편견이 비변혁적 학교에서 아동을 형성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이 견해에서 변혁교육은 학교에서 작동하는 도덕적 방향 설정의 힘을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목적에 집중하려는 시도이다.

 

1. 딜레마: 변화를 주려면 '동의'가 필요한데, 학생은 동의할 능력이 부족하다
  • 누군가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꾸려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윤리적입니다.
  • 하지만 어린 학생들은 이 교육을 받으면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동의할 능력이 아직 없습니다.
  • 그렇다고 학생이 다 클 때까지 기다리기엔 변혁교육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2. 진짜 문제: 정답 없는 문제를 주입하는 '세뇌'가 아닐까? (논쟁적 방향 설정의 문제)
  • 가장 큰 우려는 '논쟁적인 쟁점(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교사가 답을 정해놓고 학생을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예: "이것이 완벽한 인간상이다",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다")
  •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교육이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지적 자율성'을 빼앗고, 심하게 말하면 일종의 세뇌(indoctrination)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학생의 다양한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린다는 것이죠.
3. 기존의 해법과 한계: 학자들의 끝없는 논쟁
  • 자유주의자: "국가는 동성애 존중, 인권 같은 최소한의 기본 원칙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학생 스스로 선택하게 둬야 한다."
  • 공동체주의자: "아니다. 사람은 공동체와 전통의 가르침 속에서 오히려 더 잘 성장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도 된다."
  • 글쓴이는 이 두 입장의 싸움(도덕교육의 역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논쟁이므로,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4. 글쓴이의 해결책: 어차피 아이들은 변한다, 방치할 것인가 책임질 것인가?
  • 사람들은 흔히 '전통적 교육(지식만 전달)'은 아이들을 억지로 바꾸지 않고, '변혁교육'만 아이들을 강제로 바꾼다고 착각합니다.
  • 하지만 지식만 전달하는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가치관 교육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아이들은 세상의 맹목적인 힘(물질만능주의, 대중문화, 사회에 깔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에 의해 무방비로 '형성'되어 버립니다.
  • 즉, 변혁교육은 학생을 억지로 쥐고 흔드는 새로운 짓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세상과 학교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힘'을 방치하지 않고, 교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유익한 방향으로 통제하고 이끌어주자는 시도입니다.
결과적으로 글쓴이는, 교육자가 학생의 삶에 개입해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학생의 자유를 뺏는 세뇌'가 아니라, 오히려 '나쁜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교육적 책임'이라고 방어하고 있습니다.

변혁적 외상의 문제(The Problem of Transformative Trauma) 

세 번째이자 마지막 윤리 문제는 학생을 변혁하는 맥락에서 ‘실패’가 무엇을 뜻할 수 있는지 질문할 때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실패가 단지 학생에게 심층적인 개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 즉 교육자가 변혁을 시도했음에도 우리가 그대로 남았다는 뜻이라면 모든 것이 괜찮다.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지만, 변혁적 자기변화가 지닌 인상적인 잠재력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실패는 교육자가 학생의 이전 자기이해를 성공적으로 부정하면서도, 그것을 대체할 실질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2절에서 살펴보았듯이, 변혁적 경험에는 새로운 자기이해가 이전의 것을 대신할 수 있도록 세계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우리의 표준적 방식이 도전받고 부정되거나, 타당하지 않거나 불완전한 것으로 드러나는 일이 포함된다. 그러나 새로운 자기이해, 사물의 새로운 질서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Nicholas Burbules(1990)는 교육자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비극적인(tragic)’ 상황의 일부를 고찰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이해의 틀을 허물고 사회적 관계의 그물망을 해체하는 일이 대안적 자기이해를 새롭게 엮어 내는 일보다 교육자에게 훨씬 쉽다는 점을 적절히 지적한다. 요컨대, 구성하는 것보다 비판하는 것이 더 쉽다. Burbules는 이렇게 쓴다. “우리는 학생이 자기 상황을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을 고려하도록 돕는 일이 그들이 가지고 들어온 선이해와 이해의 틀에 도전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자주 발견한다. … 여기서 문제는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방식에 막대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으며(종교적 신념이 분명한 사례이다), 이에 도전하는 일은 흔히 학생에게서 삶의 중요한 안정감과 의미의 원천을 빼앗는다는 것이다”(p. 474). Burbules가 지적하는 것은 개인이 실제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자기이해의 틀에 접근하는 견고하고 긍정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변혁 과정이 멈추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정적 결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은가? 우리가 거부하게 된 관점이나 틀에 중요한 결함이 있었다면, 그것을 박탈당하는 것이 정확히 왜 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한 Burbules의 답은 설득력이 있다. 중단된 변혁이 초래한 상실을 그저 무시할 수는 없다. 학생의 문화적·종교적·개인적 관점이 근본적으로 의문에 부쳐질 때, 학생은 자신에게 의미와 안정감을 부여하고 자신을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화적 또는 이념적 공동체와 연결하는 ‘이해의 틀(frameworks of understanding)’을 빼앗길 수 있다. “여기서 상실은 실제적이며, 그것이 학생에게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p. 474). 더 나아가 이러한 이해의 틀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그것이 의미와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Charles Taylor(1989)가 지적하듯, 그러한 틀은 인간의 행위주체성(human agency)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실천과 삶의 형식을 제공함으로써, 그러한 틀은 다양한 욕구와 성향을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목적을 향해 이끌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그것을 대체할 아무것도 없이 이와 같은 근본적인 실존적 닻(existential anchors)과 접촉을 잃는 일은 결코 사소한 경험이 아니다. Taylor의 표현대로 그것은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를 겪는 것이다(pp. 27–29).⁸ 교육자가 과거의 사고방식, 역할과 책임,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냈기 때문에 개인은 더 이상 그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설득력 있는 대안이 없다면, 개인은 장차 추구할 여러 행동·결정·삶의 방식 사이에서 질적인 구분을 일관되게 내릴 방법을 잃는다. 그러한 상태에서 개인의 행위주체성은 심각하게 제한된다. 그는 일종의 변혁적 외상(transformative trauma)을 경험한 것이다.

 

변혁적 외상의 문제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 가운데 변혁교육 프로젝트에 가장 큰 도전을 제기한다. 변혁교육은 학생 성장의 막대한 가능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실존적 위험(existential risk)을 수반한다. 목표에서 빗나갈 경우, 변혁적 교실은 학생에게 외상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은 좀 더 건설적인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 변혁에 관한 문헌에는 불연속성, 투쟁, 위기에 관한 논의가 많지만, 변혁적 교육경험은 그것이 제기하는 실존적 도전에 대처할 자원을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어떠한 연속적 매개(continuous medium)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연속성은 변혁 과정이 부정적 순간에 멈추는 것을 막고,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단계로 나아가도록 촉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변혁적 연속성(transformative continuity)’은 어떤 성격의 것일 수 있는가? Sharon Todd(2003)의 ‘교육에 내재된 윤리(implied ethics of education)’ 개념은 첫 번째 답을 시사한다. Todd는 사회정의교육의 ‘폭력’을 다룬 저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회정의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막대한 실존적·정치적 의무를 마주하게 할 때 사회정의교육자가 어떻게 ‘절망의 분위기(climate of hopelessness)’를 조성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p. 142). 다시 말해 Todd는 변혁적 사회정의교육이 어떻게 외상적 결과를 피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Todd의 답은 책의 마지막 문장에 제시된다.

  • 그렇다면 윤리적 가능성이 자리하는 곳은 교실의 삶을 구성하는 일상적인 사회적 관계이며, 그러한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가운데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되새기는 일은 우리가 기껏해야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여전히 반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울 수 있다(p. 146; 강조 추가).

Todd에 따르면 변혁교육에서 ‘절망’의 위험을 막는 방벽은 반응적인 교실 공동체(responsive classroom community)이다. 실제로 ‘교실 공동체(classroom community)’의 힘은 사회정의교육자 사이에서 흔히 반복되는 주제이다. 때로 이 권고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행정가, 주변 학교환경의 지도자를 아우르는 더 큰 교육공동체를 조성하라는 요구가 덧붙는다(see e.g. McCaleb, 2013; Nieto, 1998, 1999). 이러한 공동체의 지지는 변혁 과정을 완충하는 데, 특히 인종주의·편견·타인의 고통이라는 현실과 관련된 어려운 쟁점을 다룰 때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공동체가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사회정의교육에서 공동체를 긍정하는 방식이 변혁적 불연속성의 위협을 누그러뜨릴 만큼 충분히 근본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가 단지 교실 안의 관계만을 가리킬 때 그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혁적 외상의 문제를 처음 정식화할 때 언급했듯, 우리가 학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의 창은 놀랄 만큼 짧다. 우리가 숙련된 교육자라면 이 짧은 기간에 교실의 사회적 관계를 촉진하여 변혁의 초기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그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관계에는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교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관계는 흔히 학기 말에 수업이 끝나면서 종료된다. 그렇다면 말하자면 우리는 변혁적 외상의 문제를 기말시험 기간으로 미뤄 놓은 것에 불과해 보인다. 공동체의 개념을 교실 밖 집단까지 포함하도록 확장하더라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실천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가 경험을 통해 알듯이 그러한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쉽게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교사가 촉발한 변혁적 경험이 이러한 집단과 관계를 맺는 학생의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변혁 과정은 그러한 집단에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는 틀에 도전함으로써, 공동체의 지지자들이 학생과 관계를 맺어 주기를 바라는 바로 그 사람들로부터 학생을 거의 필연적으로 멀어지게 한다. 예를 들어 교육적 변혁의 일부로서 우리 가정 공동체의 중산층적·소비주의적 가치를 회의적으로 보게 된다면, 이러한 공동체가 변혁 과정에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공동체가 해법의 일부여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실천적 이유와 이론적 이유 모두에서 공동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여전히 Burbules(1990)의 통렬한 질문이 남는다. “흔히 그러하듯 [변혁] 과정이 미완성일 때, 학생에게서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고 그 대가로 너무나 적은 것을 주고서 어떻게 그것이 전적으로 최선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p. 474)

 

1. 가장 비극적인 교육의 실패: "집은 허물었는데, 새 집을 안 지어준다"
  • 변혁교육에서 진짜 무서운 실패는 '학생이 안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이 기존에 믿고 있던 가치관이 틀렸음을 깨닫게(파괴하게) 만들었으면서, 정작 그 빈자리를 채워줄 '새롭고 설득력 있는 대안'은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 교육자 입장에서는 학생의 낡은 생각을 비판하고 부수는 것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2. 왜 낡은 생각을 부순 것만으로는 안 될까? (나침반을 잃어버린 상태)
  • "어쨌든 잘못된 생각을 깼으니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결함이 있는 가치관이라도, 그것은 학생에게 삶의 의미, 안정감, 소속감을 주던 '나침반'이었습니다.
  • 대안 없이 나침반만 빼앗기면 학생은 심각한 혼란에 빠집니다. 이미 과거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살아야 할지 방향도 잃게 됩니다. 이른바 '정체성 위기'이자 '변혁적 외상(트라우마)'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3. 기존 학자들의 해결책: "따뜻한 공동체가 안아주면 된다"
  • 이러한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 학자들(ex. 샤론 토드)은 '반응해 주는 교실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 학생이 기존 가치관이 깨져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울 때, 교실 안의 친구들과 교사, 더 나아가 학부모와 지역 사회가 지지하고 완충 작용을 해주면 충격을 이겨내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울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4. 글쓴이의 반론: "공동체만으로는 어림없다" 글쓴이는 공동체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두 가지 이유로 반박합니다.
  • 유통기한의 문제: 교실 공동체는 '학기 말'이 되면 끝납니다. 결국 트라우마의 해결을 기말고사 이후로 미뤄두는 것에 불과합니다.
  • 원래 공동체와의 단절: 학생이 교육을 통해 세상을 삐딱하게(비판적으로) 보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지지해 줘야 할 원래의 공동체(가족, 기존 친구들)와 가치관이 충돌하게 됩니다. (예: 획일화된 입시나 소비주의를 비판하게 된 학생이, 그것을 좇는 부모님과 오히려 멀어지는 현상) 따라서 학교 밖 공동체에 기댈 수도 없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글쓴이는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학생이 소중하게 기대고 있던 삶의 틀(가치관)을 부수고 빼앗았으면서, 그 대가로 쥐여주는 것은 너무나 빈약하다면… 과연 그것이 학생을 위한 최선의 교육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즉, 교육자가 학생의 인생관을 뒤흔들려거든, 그 이후의 붕괴와 혼란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하고 지속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무거운 윤리적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결론(Conclusion) 

이 질문을 무시하면 변혁교육의 윤리적 정당성을 불안정한 토대 위에 남겨 둘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앞선 분석의 주요 결론 중 하나는, 변혁교육이 학생의 도덕적·지적 성장에 큰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으면서도 학생의 삶에 심각한 실존적 위험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혁에는 위험이 따른다. 학생이 자기 삶을 통제한다는 감각, 자율적·합리적으로 숙고하는 능력, 실존적으로 중요한 사회적·문화적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각이 위험에 처한다. 달리 말해 교수·학습에 변혁적 접근을 채택하면 학생의 자기감(sense of self)의 온전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 논문에서 개괄한 변혁교육의 여러 위험을 고려하면 이 기획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교육자는 오늘날 교육계 전반에서 들려오는 ‘변혁적 교사(transformative teachers)’가 되고, ‘변혁적 교수법’을 채택하며, ‘변혁적 학교(transformative schools)’를 만들라는 요구에 저항해야 하는가? 변혁교육의 실존적 위험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완전히 만족스러운 답을 여기서 제시할 수는 없지만, 글을 마무리하며 변혁적 교육환경을 완충하여 잠재적 위험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학교 공동체가 제공하는 연속성보다 더 견고하고 지속적인 형태의 변혁적 연속성을 찾아야 한다. 변혁적 자기변화에서 불연속성의 ‘간극을 이어 줄’ 수 있는 더 견고한 연속성은 어떤 성격의 것인가? 내가 보기에 그 답은 사회정의교육에서 발견되는 공동체 개념을 확장하는 데 있다. 공동체를 학생과 중요한 타인 사이에 형성되는 단순한 ‘사회적’ 또는 대인 관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변혁이 전개되는 연속적인 토대가 되기에는 너무 덧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실과 학교 공동체의 대인 관계를 초월하는 공동체이다. 변혁적 교실은 학생이 지속적으로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고, 자신이 겪는 변화를 이해할 지속적인 틀을 제공하는 공동체 안으로 학생을 이끌어야 한다.

 

어떤 공동체가 그러한 지속적인 연속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 나는 변혁교육에서 변혁적 외상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신아리스토텔레스주의적 ‘실천(practice)’ 개념에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천의 변혁적 차원, 특히 실천에 입문하는 과정은 교육철학 분야의 최근 여러 연구에서 강조되었다(cf. English, 2009; Higgins, 2011; Luntley, 2009; Martin, 2009; Strike, 2005). 이 개념에서 학문분야(disciplines)는 학생이 전유해야 할 개념과 원리의 상부구조로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입문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일련의 기준·가치·미적 이상을 갖춘 특수한 형태의 공동체로 다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실천은 지향적(aspirational)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동체의 한 형태를 구현한다. 그것은 공동의 이상을 추구하고, 공동의 가치를 체현하며, 공동의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토대로 구성원 자격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성원 자격은 대인 관계의 시공간적 즉시성을 초월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그러한 대인 관계는 변혁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이 구성원 자격은 변혁에 수반되는 불연속성과 부정성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떠받치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개념은 변혁교육의 실존적 위험을 통과하는 하나의 경로를 가리킬 수 있다.

 

그렇다고 지향적 공동체가 윤리적 관점에서 우리를 완전히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지향적 공동체에 입문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윤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향적 공동체의 이상·가치·기준을 전유함으로써 제공되는 연속성이 학생의 개성 발달을 지나치게 압도하여, 그 경험이 긍정적으로 변혁적이기보다 오히려 변형적·왜곡적(deformative) 특성을 띨 수 있다. 이는 실천으로의 입문을 옹호하는 많은 이들이 간과한 문제이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의 해법까지 제시하면 이 논문은 주제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게 된다(더 자세한 논의는 Yacek, 2017 참조). 입문 개념을 윤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변혁교육 접근으로 만들려면 중요한 수정이 필요하지만, 지향적 공동체(aspirational community)가 제공하는 연속성은 변혁 과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1. 딜레마: 자아를 뒤흔드는 교육,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 앞서 살펴본 '변혁적 외상(트라우마)' 문제를 방치하면, 학생 스스로 삶을 통제한다는 감각이나 소속감이 뿌리째 흔들리는 '실존적 위험(자아의 붕괴)'이 발생합니다.
  • 그렇다면 교육자들은 위험한 변혁교육을 아예 포기하고 지식만 전달해야 할까요? 글쓴이는 포기하는 대신, 학생이 기존 가치관이 깨져 혼란을 겪을 때 이를 단단하게 지탱해 줄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안전망(연속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 한계 극복: 교실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소속감'의 필요성
  • 이전 글에서 글쓴이는 한 학기가 끝나면 해산해버리는 얄팍한 '교실 공동체(단순한 인간관계)'만으로는 학생의 트라우마를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따라서 물리적인 시공간이나 덧없는 대인관계를 초월하여, 학생이 영구적으로 소속되어 자신이 겪는 변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차원이 다른 공동체가 필요해집니다.
3. 글쓴이의 해결책: '실천(Practice)'과 '지향적 공동체'로의 초대
  • 글쓴이는 그 대안으로 철학(신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서 말하는 '실천(Practice)' 개념을 가져와 '지향적 공동체(Aspirational community)'를 제시합니다.
  • 쉽게 말해, 특정 학문(예: 과학, 문학, 의학 등)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과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은 그 학문이 오랜 세월 추구해 온 진리, 가치, 도덕적 기준이라는 '공동의 이상'을 공유하는 거대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 이러한 '지향적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면, 당장 눈앞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가치관이 충돌해 일시적인 외로움과 혼란(불연속성)을 겪더라도, 시공간을 초월한 굳건한 소속감과 삶의 나침반을 얻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4. 남은 과제: 올바른 '성장(변혁)'이 억압적 '왜곡(변형)'이 되지 않으려면
  • 하지만 글쓴이는 이 거대하고 멋진 해결책조차 윤리적으로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 학생을 특정 공동체의 거대한 이상과 가치 속으로 너무 깊이 밀어 넣으면, 그 압도적인 기준이 학생 고유의 개성을 짓눌러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즉, 긍정적인 자기 변화(변혁)가 아니라 학생을 억지로 틀에 짜 맞추는 '왜곡(Deformative)'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 입문 과정을 어떻게 세밀하게 조율하여 학생의 개성을 지킬 것인지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향적 공동체'가 변혁교육의 부작용(트라우마)을 막아줄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자원임은 분명하다는 결론으로 논의를 마무리합니다.

주(Notes)

1.    이 사회정의교육 분파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변혁적인 경험이 더 큰 사회 변혁에 필요한 선행조건이지만, 사회정의교육에서 ‘변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모든 사례가 이러한 인과관계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2.    다시 강조하자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부정적 경험이 현상학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을 지닐 필요는 없다. 변혁교육에서 일어나야 하는 변화가 급속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흔히 그렇게 가정하지만, 그것은 그 발상이 유래한 해석학 이론(e.g., Buck, 1981)에서 따라 나오는 결론이 아니다. 그럼에도 변혁교육의 부정성은 현상학적으로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다음 문단에서 표현하듯 적어도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변혁교육이 부정적인 현상학에 빠지지 않으면서 부정적 경험을 어떻게 촉발할 수 있는지는 결론을 참조하라.

3.    변혁적 경험의 이 네 특성은 변혁교육 문헌에서 반복해서 발견되지만, 명시적으로 진술되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서 이 특성을 제시한다고 해서 변혁교육의 모든 지지자가 내가 제시한 목록에 반드시 동의하리라는 뜻은 아니다. 이 문헌에서 영감을 얻기는 했지만, 여기에 열거한 네 특성은 학생의 극적인 자기변화를 목표로 교육자가 촉발한 모든 경험의 현상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4.    교육 실천에서 이것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데 사회정의교육 문헌은 풍부한 사례를 제공한다. 인종과 민족에 관한 학생의 잘못된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 체계적 부정의가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학생에게 납득시키는 글과 영상을 제공하는 일, 또는 이데올로기가 내재된 여러 (사랑받는) 매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5.    학습의 ‘부정적’ 특성과 ‘변혁적’ 특성을 다룬 이전 논의의 문제 중 하나는 이러한 용어에 제시한 정의가 심오한 변화의 경험을 수학에서 자기 실수를 바로잡는 일처럼 교실에서 일어나는 더 일상적인 사건과 뒤섞는다는 점이다. 명확한 사례는 English 2014, p. 135와 p. 127을 비교하라. 또한 과학 수업에서 새로운 개념을 습득한 결과로 일어나는 ‘지각과 가치의 확장’이라고 변혁적 경험을 좁게 정의한 Pugh(2002)의 정의를 사회정의교육에서 발견되는 더 포괄적인 정의(Elenes, 2013)와 비교하라.

6.    Harman(2015)은 이 문제가 Paul이 보는 것만큼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혁적 불연속성을 가로질러 증언이 여전히 유용하다는 옹호는 특히 p. 328f.를 참조하라.

7.    이 중요한 구분을 지적해 준 익명의 심사자에게 감사드린다.

8.    이 용어는 Erik Erikson(1985)이 청소년 자아발달을 분석하면서 만든 것으로 유명하지만, Taylor의 용법은 그러한 위기가 현대 세계에서 자기의 온전성을 끊임없이 위협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Dan P. McAdams¹, Kate C. McLean²

¹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과 및 교육·사회정책대학원(Department of Psychology and School of Education and Social Policy, Northwestern University)
² 웨스턴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Department of Psychology, Western Washington Universit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2(3), 233–238
© The Author(s) 2013
DOI: 10.1177/0963721413475622

 

 

내러티브 정체성(Narrative Identity): 우리는 왜 삶을 '이야기'로 기억할까? 🎭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갖고 있어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렇게 변했고,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갈 거야." 이런 식으로요. 재밌는 건, 심리학에서는 이걸 그냥 넋두리가 아니라 우리 정체성(identity)을 구성하는 핵심 기제로 본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이 주제를 다룬 고전이자 명저, Dan P. McAdams와 Kate C. McLean의 2013년 논문 「Narrative Identity」(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짧지만 밀도 있는 리뷰 논문이라, 내러티브 정체성 연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아요. 📖


1. 내러티브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논문은 아주 명료한 정의로 시작해요.

"러티브 정체성이란, 한 사람이 내면화한 채 끊임없이 진화시켜 나가는 삶의 이야기다."
(Narrative identity is a person's internalized and evolving life story. McAdams & McLean, 2013, p. 233)

 

핵심은 이거예요. 우리는 살면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자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들을 흩어진 채로 두지 않고, 재구성한 과거(reconstructed past)와 상상한 미래(imagined future)를 하나로 엮어서 삶에 통일성(unity)과 목적(purpose)을 부여한다는 거죠. 이 논문은 두 가지 축으로 연구를 정리해요.

  • 🌱 심리적 적응 (psychological adaptation):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가?
  • 🧩 발달 (development):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이런 '이야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가?

2. 삶의 이야기를 읽는 7가지 렌즈

연구자들이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분석할 때 자주 쓰는 개념들이 있어요. 논문의 Table 1에 정리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할게요.

개념 의미
행위주체성 (Agency) 스스로 자기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
친교성 (Communion) 사랑, 우정, 소속감처럼 관계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구원 (Redemption) 부정적인 사건이 결국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서사 흐름
오염 (Contamination) 반대로, 좋았던 상황이 갑자기 나쁘게 뒤집히는 서사 흐름
의미 만들기 (Meaning making) 사건에서 어떤 교훈이나 통찰을 이끌어내는 정도
탐색적 내러티브 처리 (Exploratory narrative processing) 자기 경험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성찰하는가
일관된 긍정적 해결 (Coherent positive resolution) 이야기 속 갈등이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정도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된 게 바로 구원 시퀀스(redemption sequence)예요. 예를 들어 중년기에 생성감(生成感, generativity: 다음 세대를 돌보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인생 이야기에서 안 좋았던 일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식의 구원 서사를 훨씬 많이 만들어낸다고 해요.

3. 적응: 고통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

논문은 사람들이 시련이나 역경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는지에 대한 연구를 자세히 다뤄요. Pals(2006)는 여기서 2단계 과정을 제안했는데, 꽤 인상적이에요.

 

  • 1️⃣ 탐색 단계: 부정적 경험을 회피하지 않고,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지 깊이 파고드는 단계예요. 개인적 성장(personal growth)과 연결돼요.
  • 2️⃣ 긍정적 해결 단계: 그 사건에 대해 스스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마음을 정리하는 단계예요. 행복감(happiness)과 연결돼요.

 

충분히 아파하고 깊이 파고든 다음, 그걸 딛고 일어서는 결말을 만드는 것. 이게 바로 성숙한 이야기의 조건인 셈이죠.

 

실제로 King과 Hicks(2007)는 자녀의 장애나 이혼처럼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 중, 상실과 고난을 자세하고 사려 깊게 서술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심리적 성숙도가 더 높았다는 걸 보여줬어요. Bauer, McAdams와 Sakaeda(2005)도 비슷한 결과를 냈어요. 배움과 성장, 긍정적 변화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수록 더 성숙하더라는 거죠.

 

다만 한 가지, 너무 오래 너무 집요하게 반추(rumination)만 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해요. 좋은 이야기는 결국 만족스러운 결말이 있어야 하거든요. 실제로 Tavernier와 Willoughby(2012)의 종단연구를 보면, 고등학교 시절의 전환점(turning point)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낸 학생일수록 3년 전 신입생 때의 웰빙 점수를 통제하고도 훨씬 높은 심리적 웰빙을 보였다고 해요.

 

🧑‍⚕️ 흥미로운 건 심리치료 연구예요. Adler와 동료들(2008)이 심리치료를 마친 환자들에게 본인의 치료 과정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심리적으로 더 건강해진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증상과 용감하게 맞서 싸워 승리한 영웅으로 그려내는 경향이 있었대요. 그리고 이 서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건 다름 아닌 행위주체성(agency)이었어요. 후속 연구(Adler, 2012)에서는 아예 치료 회기마다 환자의 이야기를 추적했는데, 행위주체성이 먼저 높아진 다음에 증상 개선이 뒤따르는 패턴까지 확인됐다고 하네요. 이야기가 먼저 변하고, 그다음에 마음이 변한다는 거죠.

4. 발달: 아이는 언제부터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내러티브 정체성이 언제, 어떻게 발달하는지도 이 논문의 핵심 주제예요.

 

McAdams(1985)는 Erikson(1963)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psychosocial development)에 기대어, 내러티브 정체성이 청소년 후기부터 성인 초기(late-adolescent and early-adult years)에 본격적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했어요. Habermas와 Bluck(2000)은 여기서 두 가지 핵심 능력을 짚었어요.

  • 인과적 일관성 (causal coherence): 앞선 사건이 나중 사건의 원인이 되는 걸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
  • 주제적 일관성 (thematic coherence): 삶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나 패턴을 이끌어내는 능력

이 두 능력은 청소년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갖춰진다고 해요. 실제로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갈수록 이야기의 인과적, 주제적 일관성이 꾸준히 높아진다는 게 여러 연구(Habermas & de Silveira, 2008)로 확인됐어요.

 

👨‍👩‍👧 그리고 이 모든 건 결국 대화에서 시작돼요. McLean, Pasupathi와 Pals(2007)의 사회문화적 모델에 따르면, 내러티브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진다고 해요. 특히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때 원인과 이유를 짚어주고 감정을 함께 짚어주는 정교한 대화 스타일(elaborated conversational style)을 쓸수록, 아이의 자기서술 능력이 훨씬 잘 발달한다는 연구(Fivush, Haden, & Reese, 2006)도 있어요. 아이가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는 첫 교실이 다름 아닌 식탁 대화인 셈이죠.

 

의미 만들기(meaning making) 능력도 청소년기 내내 꾸준히 늘어나는데, 여기서 좀 의외의 결과가 하나 있어요. 초기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의 경우, 의미 만들기를 더 많이 할수록 오히려 심리적 웰빙이 더 낮게 나타났다고 해요(Chen et al., 2012; McLean et al., 2010). 아마 이 시기 남자아이들이 감정을 다루고 성찰하는 데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서일 거라 추측하는데, 다행히 청소년 후기가 되면 이 격차는 사라지고 여자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잡는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대화 맥락이 의미 만들기를 촉진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발견 세 가지도 있어요.

  • 💬 공유하는 이유: 그냥 재미로 얘기할 때보다, 자기 자신을 설명하려고 얘기할 때 의미 만들기가 더 잘 일어나요.
  • 👂 듣는 사람의 태도: 상대가 집중해서 반응해줄수록, 화자는 더 정교하고 풍부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해요.
  • 🤝 관계: 연인 사이에 어떤 기억의 의미에 대해 서로 동의할수록, 그 의미가 더 오래 유지된다고 해요.

결국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좋은 이야기도 만들어진다는 거죠.

5. 남은 질문들: 인과관계와 문화

논문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기며 마무리돼요.

 

  • 첫째, 인과관계 문제예요. 구원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더 행복해지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 행복한 사람이 구원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고 해요. Adler(2012)와 Tavernier & Willoughby(2012)의 종단연구 결과는 '이야기가 먼저' 쪽을 조금 더 지지하지만, 저자들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 둘째, 문화의 역할이에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는 우리가 속한 문화적 서사(cultural narrative)에 크게 영향을 받아요. Hammack(2008)의 연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비교했는데, 두 집단 모두 자신이 속한 문화의 거대 서사를 개인적 정체성에 그대로 들여왔다고 해요. 다만 그 색깔은 완전히 달랐죠. McAdams와 동료들(2008)의 연구에서도, 미국의 보수와 진보 성향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원을 이야기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결국 우리가 인생을 이야기하는 방식조차 우리가 속한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거예요. 🌍

 

6. 의학교육 하는 사람이 읽으면

이 논문 자체는 의학교육을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직정체성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PIF) 생각이 나실 거예요. 의대생이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이야기로 구성하는지, 힘들었던 임상실습 경험을 구원 서사로 풀어내는지 아니면 오염 서사로 풀어내는지, 어떤 멘토와의 대화가 그 학생의 의미 만들기를 촉진하는지. 이런 질문들에 narrative identity 이론은 꽤 탄탄한 이론적 렌즈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PIF 문헌에서 McAdams의 작업이 자주 인용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죠.

마무리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래요.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을 만들고, 그 정체성은 다시 우리가 살아갈 이야기를 만들어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답은,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가"인지도 모르겠네요. ✍️

 

더 읽어보고 싶다면 원문에서 추천하는 자료들도 참고해보세요.

  • Hammack, P. L. (2008). Narrative and the cultural psychology of ident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2, 222–247.
  • McAdams, D. P., Josselson, R., & Lieblich, A. (Eds.). (2006). Identity and story: Creating self in narrativ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McAdams, D. P., & Pals, J. L. (2006). A new Big Five: Fundamental principles for an integrative science of personality. American Psychologist, 61, 204–217.
  • McLean, K. C., Pasupathi, M., & Pals, J. L. (2007). Selves creating stories creating selves: A process model of self-development.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1, 262–278.

📌 원문 출처 McAdams, D. P., & McLean, K. C. (2013). Narrative identit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2(3), 233–238. https://doi.org/10.1177/0963721413475622

 


인간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전통 민담에서 리얼리티 T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는 알려진 모든 인간 문화에서 들려지거나 공연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도 구성하고 공유하며, 자기 삶의 특정한 사건과 시기, 그리고 그 경험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한다. 개인은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의 일화적 세부들로부터, 삶을 위한 계속 진화하고 통합적인 이야기, 즉 오늘날 심리학자들이 내러티브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성하고 내면화할 수 있다(Singer, 2004). 내러티브 정체성은 개인의 삶에 어느 정도의 통일성, 목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자서전적 과거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따라서 한 개인의 삶의 이야기는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ies)과 구상된 목표(envisioned goals)를 종합하여, 시간의 흐름 속 정체성에 관한 일관된 설명을 만들어 낸다. 내러티브 정체성을 통해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삶이 어디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전달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은 지난 20년 동안 인문학과 사회과학 모두에서 광범위하게 통합적인 개념으로 부상하였다(McAdams, 2001).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서 연구자들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사적인 삶의 서술(private life narration)의 내적 역동과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의 공적 표현을 형성하는 외적 요인을 모두 살펴본다. 많은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에게 자기 삶의 장면이나 시기에 관한 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한 뒤, 표 1에 제시된 것과 같은 차원과 특성을 기준으로 그 내러티브 설명을 코딩한다.

 

  • 한 가지 예로, 사회를 개선하고 미래 세대의 안녕을 증진하려는 강한 헌신을 나타내는 생성감(generativity) 자기보고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중년 성인들은 구원 연쇄(redemption sequences)의 사례가 많이 드러나는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McAdams, 2013; McAdams, Reynolds, Lewis, Patten, & Bowman, 2001).

 

표 1에 제시된 것처럼, 구원 연쇄는 삶의 내러티브 설명 속에서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장면이 긍정적인 결과 또는 자기에 관한 긍정적인 귀인(attribution)으로 전환되는 것을 가리킨다. 중년 성인은 자신의 삶을 구원의 이야기로 개념화함으로써, 단기적인 좌절을 견디는 데 필요한 희망이나 자신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장기적인 헌신을 강화할 수 있다(또한 Walker & Frimer, 2007 참조).

 

표 1. 내러티브 정체성 연구에서 사용되는 삶의 이야기 구성개념의 예
(Examples of Life-Story Constructs Used in Research on Narrative Identity) 

코딩 구성개념(Coding construct) 정의(Definition) 예시—높은 점수(Example of high score)
주체성(Agency) 주인공이 자기통제(self-mastery), 권한 획득(empowerment), 성취 또는 지위의 표명을 통해 자기 삶의 변화를 일으키거나 주변의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 주체성이 높은 이야기는 성취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시한다. “나는 학업에서, 신체적으로, 그리고 직장에서 내 한계까지 스스로에게 도전한다. 그때[이혼한 때] 이후로 나는 스스로 세운 거의 모든 목표를 이루었다.”
관계성(Communion) 주인공이 사랑, 우정, 대화 또는 더 넓은 집단과의 연결을 통해 대인관계적 연결을 보여주거나 경험하는 정도. 이야기는 친밀감, 돌봄, 소속감을 강조한다. “그날 밤 나는 친구들과 긍정적 존중에 둘러싸여 따뜻함을 느꼈다. 나는 조건 없이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구원(Redemption) 명백히 ‘나쁘거나’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사건 또는 상황이 명백히 ‘좋거나’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장면. 처음의 부정적 상태는 뒤따르는 좋은 결과에 의해 ‘구원’되거나 만회된다. 서술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의 더 친밀한 정서적 유대가 되살아났다고 이야기한다.
오염(Contamination) 좋거나 긍정적인 사건이 극적으로 나쁘거나 부정적으로 바뀌어, 부정적 정서가 앞선 긍정성의 효과를 압도하거나 파괴하거나 지워버리는 장면. 서술자는 직장에서 승진하게 되어 기뻐하지만, 그 승진이 친구가 해고된 대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미 만들기
(Meaning making)
주인공이 어떤 사건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거나 메시지를 끌어내는 정도. 코딩은 의미가 전혀 없음(낮은 점수)에서 구체적인 교훈을 배움(중간 점수), 삶에 관한 깊은 통찰을 얻음(높은 점수)까지 이어진다. “그 일은 내가 기억을 다시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어떤 상황 뒤에는 미처 보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상황은 언제나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탐색적 내러티브 처리
(Exploratory narrative processing)
이야기에 표현된 자기탐색(self-exploration)의 정도. 높은 점수는 깊이 있는 탐색 또는 풍부하고 정교한 자기이해의 발달을 시사한다. “나는 그해 정서적으로 바닥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더 안정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서 다시 안정된 삶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고통과 실험과 성장으로 가득한 시기였지만, 돌이켜보면 오늘의 나와 같은 여성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일관된 긍정적 해결
(Coherent positive resolution)
이야기 속 긴장이 해소되어 종결감(closure)과 긍정적인 결말을 만들어 내는 정도. “여러 해가 지난 뒤, 나는 마침내 내 형제가 한 일을 용서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그의 결점을 받아들이며, 그 결과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적응: 사람들은 고통을 어떻게 서술하는가 (Adaptation: How People Narrate Suffering)

구원이라는 주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겪는 고통을 어떻게 내러티브적으로 이해하는가라는 더 넓은 적응의 문제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내러티브 정체성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삶의 경험을 겪은 뒤 더 강해지거나 성장한 성인은 흔히 두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Pals, 2006).

  • 첫 번째 단계에서 개인은 그 경험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무엇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부정적 사건이 자신의 전체 삶의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오래 깊이 생각하면서 부정적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한다.
  • 두 번째 단계에서 개인은 그 사건에 대한 긍정적 해결(positive resolution)을 분명히 표현하고, 자신의 자아를 그 해결에 전념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는 개인적 성장(personal growth)과, 두 번째 단계는 행복(happiness)과 관련된다.

첫 번째 단계와 관련하여, King과 동료들의 연구는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이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어려운 삶의 도전을 사람들이 어떻게 서술하는지를 살펴보았다(e.g., King & Hicks, 2007). 자신의 삶에서 겪은 상실과 분투를 상세하고 사려 깊게 설명할 수 있었던 서술자는 심리적 성숙성(psychological maturity)의 독립적인 지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후 2년 동안 성숙성이 증가하였다. Bauer와 동료들은 삶의 이야기에서 가장 낮은 지점(life-story low points)에 관한 부정적인 설명뿐 아니라 어려운 삶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도 살펴보았다. 심리적 성숙성의 독립적인 측정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학습, 성장, 긍정적인 개인적 변형(person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는 이야기식 설명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었다(e.g., Bauer, McAdams, & Sakaeda, 2005). McLean과 Pratt(2006)는 자기 삶의 전환점(turning points)을 더 정교하게 처리한 청년들이 정체성 성숙성(identity maturity)의 종합 지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또한 Syed & Azmitia, 2010 참조).

 

따라서 고통을 서술할 때 자기탐색은 흔히 교훈과 통찰을 낳아 장기적으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렇지만 좋은 이야기에는 만족스러운 결말이 필요하므로, 서술자가 지나치게 오래, 강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 반추(rumination)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는 부정적 사건의 긍정적 해결이 더 높은 수준의 행복과 안녕감과 관련됨을 보여준다(e.g., King & Hicks, 2007; Lilgendahl & McAdams, 2011). 종단적 연구에서 Tavernier와 Willoughby(2012)는 고등학교 생활의 어려운 전환점을 서술하면서 긍정적 의미를 발견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긍정적 의미를 지닌 전환점 내러티브를 구성하지 못한 학생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 well-being)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인 3년 전의 안녕감 점수를 통제한 뒤에도 나타났다.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고통을 서술하는 주요 장 가운데 하나는 심리치료(psychotherapy)이다. 치료자는 내담자와 함께 그들의 삶을 다시 이야기화(re-story)하며, 흔히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사건을 서술하고 이해하는 더 긍정적이고 성장을 긍정하는 방식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련의 연구에서 Adler와 동료들은 이전에 심리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치료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하였다(e.g., Adler, Skalina, & McAdams, 2008). 현재 더 나은 심리적 건강을 누리고 있는 이전 환자들은 자신이 증상과 용감하게 싸워 결국 승리했다는 영웅적 이야기를 서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설명들에서는 치료 효과를 설명하는 데 개인적 주체성(personal agency)이라는 주제(표 1 참조)가 다른 모든 설명보다 우세하였다. 더욱이, 최소 12회에 걸친 각 치료 세션 전에 환자들이 치료 경과에 관한 짧은 내러티브 설명을 제공한 전향적 연구에서 주체성은 핵심적인 내러티브 주제로 나타났다(Adler, 2012). 연속적인 내러티브 설명을 코딩한 결과, 개인적 주체성의 증가는 치료의 호전보다 먼저 나타났고 그 호전을 예측하였다. 환자들이 자신의 세계를 통제하고 자기결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점점 더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려줄수록, 그에 상응하여 증상은 감소하고 정신건강은 향상되었다.

발달: 내러티브 정체성의 형성 (Development: The Formation of Narrative Identity)

내러티브 정체성이 안녕감에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이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복잡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발달시키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rikson(1963)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theory of psychosocial development)에 기초하여, McAdams(1985)는 애초에 내러티브 정체성이 부분적으로는 정체성에 관한 사회적 기대와 형식적 조작 사고(formal operational thinking)의 성숙에 따라 청소년 후기와 성인 초기(late-adolescent and early-adult years)에 출현한다고 주장하였다. McAdams가 주장했듯이,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내면화하는 것은 Erikson의 핵심적인 정체성 질문에 답을 제공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나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에 따라 Habermas와 Bluck(2000)은 청소년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인과적 일관성(causal coherence: 초기 사건이 후속 사건을 어떻게 일으키는지에 관한 설득력 있는 설명)주제적 일관성(thematic coherence: 한 사람의 전체 삶을 조직하는 주제나 경향을 도출하는 것)을 보여주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주장과 일치하게, 점차 축적되는 연구는 사람들이 아동 후기에서 청소년기로 이행함에 따라 그들의 삶의 내러티브 설명에서 인과적 일관성, 주제적 일관성, 그리고 잘 형성된 내러티브 정체성을 나타내는 다른 표지들이 점점 더 뚜렷해짐을 시사한다(Habermas & de Silveira, 2008).

 

Vygotsky의 전통 안에서 연구해 온 McLean, Pasupathi, Pals(2007)는 내러티브 정체성 발달 연구를 안내하는 사회문화적 모형(sociocultural model)을 개발하였다. 이 모형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려주는 과정에서 내러티브 정체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구축된다고 본다. 발달의 시간에 걸쳐 자기(self)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는 다시 자기를 만든다(McLean et al., 2007). 타인과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개인적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처리되고, 편집되고, 재해석되고, 다시 말해지며, 다양한 사회적·담론적 영향(social and discursive influences)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점차 더 폭넓고 통합적인 내러티브 정체성을 발달시킨다.

 

내러티브 정체성을 발달시키려면, 개인은 먼저 특정한 문화적 기준(cultural parameters)에 부합하고 특정한 집단 안에서—가족, 또래, 그 밖의 공식적·비공식적 사회적 맥락에서—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횡단적, 종단적, 실험적 설계를 활용한 발달심리학 연구는 개인적 사건에 관해 부모와 나누는 대화가 아동의 내러티브 기술(narrative skills)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Fivush, Haden, & Reese, 2006). 이 연구에 따르면, 개인적 이야기의 원인과 설명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 사건에 대한 정서적 평가를 강조하는 정교한 대화 양식(elaborated conversational style)을 사용하는 부모는 자녀의 강한 자기이야기하기 능력(self-storytelling skills) 발달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더 정교하게 대화하는 것은 아동의 개인적 이야기하기에서 나타나는 더 높은 수준의 정교화를 비롯하여, 아동의 다양한 긍정적 인지 및 사회정서적 결과와 관련된다.

 

부모와 자녀가 초기에 나누는 대화는 아동이 개인적 사건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법을 배우는 토대를 제공하며(Reese, Jack, & White, 2010), 의미 만들기(표 1 참조)는 내러티브 정체성 발달의 핵심 과정이다. 의미 만들기를 통해 사람들은 개인적 이야기의 줄거리와 사건의 세부사항을 넘어, 그 이야기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무엇이라고 말해준다고 믿는지를 명료하게 표현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묘사하는 사건들이 특정한 성격 특성, 경향, 목표, 기술, 문제, 콤플렉스(complex) 또는 자기 삶의 패턴을 예시하거나 설명한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의미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야기가 전달하는 일화적 정보(episodic information)로부터 자기에 관한 의미론적 결론(semantic conclusion)을 도출한다.

 

발달 연구는 다른 유형의 해석적 서술(interpretive narration)과 마찬가지로(Pasupathi & Wainryb, 2010), 의미 만들기 능력도 청소년기에 걸쳐 연령에 따라 증가함을 보여준다(McLean & Breen, 2009; McLean, Breen, & Fournier, 2010). 특히 개인적 이야기 속의 역설과 모순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는 청소년 중기에 그러하다. 또한 연구는 의미 만들기가 힘든 작업일 수 있고, 때로는 대가를 수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 초기에 자서전적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더 높은 수준의 의미 만들기에 참여하는 남학생은 의미 만들기에 덜 참여하는 남학생보다 낮은 수준의 심리적 안녕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Chen, McAnally, Wang, & Reese, 2012; McLean et al., 2010). 일부 남학생들은 아마도 감정을 처리하고 개인적 경험의 의미를 성찰하는 연습이 적었기 때문에, 내러티브 정체성 작업에 덜 준비된 상태로 청소년기에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후기에 이르면 남학생이 여학생을 따라잡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청소년 후기 남학생의 의미 만들기 노력은 더 높은 수준의 안녕감 및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와 관련될 수 있다(Chen et al., 2012; McLean et al., 2010).

 

청소년기에 걸쳐 무엇이 일어나기에 의미 만들기에서 연령에 따른 변화가 생기는가? 인지 발달(cognitive development)은 자기를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표상하고 삶의 경험에 내재한 모순과 역설을 다루는 능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자기를 규정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더 두드러지면서, 청소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도록(figure out)’ 요구받는다. 청소년이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감에 따라, 더 자주 그리고 더 다양한 대화 맥락에서 자기 자신을 타인과 공유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러한 공유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자기에 관해 들려줄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잠재적 청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과 성인진입기 청년에 관한 연구는 이제 대화 맥락(conversational contexts)의 여러 측면이 대화가 의미 만들기 과정에 중요해지는 정도에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었다.

  • 첫째, 기억을 공유하는 이유가 중요하다. 청자를 즐겁게 하려 할 때는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 할 때만큼 의미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McLean, 2005). 따라서 오로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일반적으로 의미 만들기의 사례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 둘째, 청자가 중요하다. 청자의 행동을 조작한 실험 설계에서 Pasupathi와 동료들은 주의 깊고 반응적인 청자(attentive and responsive listeners)가 주의가 산만한 청자보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더 정교한 이야기를 서술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e.g., Pasupathi & Hoyt, 2010). 이러한 의미에서 주의 깊게 듣는 것은 내러티브 정체성의 발달을 촉진한다.
  • 셋째, 관계가 중요하다. 단기 종단 연구에서 McLean과 Pasupathi(2011)는 연인들이 공유한 기억의 의미에 더 많이 동의할수록, 이야기한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이 개인적 이야기에 대한 그의 해석에 동의하면, 그 사람은 그 이야기를 계속 간직하고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에 관한 더 일반적인 이해 속에 그 이야기를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 (Conclusion)

이 글에서 우리는 내러티브 정체성에 관한 광범위한 경험적 문헌의 두 가지 중심 주제, 즉 적응과 발달에 초점을 맞추었다. 탄탄하게 축적된 연구는 서술자가 자기 삶의 고통과 역경으로부터 구원적 의미를 도출할 때, 그에 상응하여 더 높은 수준의 심리적 안녕감, 생성감, 그리고 삶에 성공적으로 적응했음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들을 누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청소년 초기 남학생 연구에서는 이 원칙에 대한 중요한 예외가 확인되었다. 이는 인구사회학적 특성(demographics), 발달 단계, 그리고 다양한 다른 요인들이 한편으로는 삶의 이야기의 질과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사회적 적응(psychosocial adaptation)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향후 연구자들이 이러한 요인의 조절효과(moderating effects)를 더 면밀하게 추적해야 함을 시사한다(Greenhoot & McLean, 2013). 또한 연구자들은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더 많은 종단 연구와 통제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 구원 내러티브(redemptive narratives)를 구성하는 것이 안녕감을 높이는가, 아니면 향상된 안녕감이 자연스럽게 구원적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게 하는가? Adler(2012)와 Tavernier와 Willoughby(2012)의 결과는 전자의 가능성과 일치하지만, 더 광범위한 방법론을 활용한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아동기부터 성인진입기까지 내러티브 정체성의 발달을 추적한 연구들은 내러티브 기술을 배우고, 정체성에 관한 기대를 형성하며, 자신의 삶을 위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 대화와 사회적 맥락이 지니는 힘을 강조한다.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을 더욱 뒷받침하려면, 내러티브 정체성 발달에 관한 향후 연구는 문화의 역할을 더 폭넓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Hammack(2008)과 McAdams(2013)는 국가의 역사, 민족성, 종교, 정치에 관한 문화적 내러티브(cultural narratives)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토대로 삼는 개인적 이야기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리고 개인적 이야기가 문화를 어떻게 유지하거나 변형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청년과 팔레스타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Hammack은 두 집단 모두 각자의 문화에 관한 극적인 지배적 내러티브(master narratives)를 자기의 개인적 내러티브 정체성 안으로 가져왔으며, 그 결과 이스라엘 청년에게서는 구원 이야기가, 팔레스타인 청년에게서는 오염과 비극의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났음을 발견하였다. Hammack은 이스라엘 청년과 팔레스타인 청년 각각의 내러티브 정체성 사이에 나타난 현저한 불일치가 문화적 공통 기반을 찾고 평화를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McAdams et al.(2008)은 미국의 보수 정치 성향과 진보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서 구원적 담론(redemptive discourse)의 양식이 뚜렷하게 다름을 기록하였다. 이는 미국의 보수적 하위문화와 진보적 하위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 경쟁적인 국가적 이상을 반영한다.

 

서로 다른 문화는 내러티브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이미지, 주제, 줄거리의 서로 다른 메뉴를 제공하며, 그 문화 안의 개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러한 내러티브 형식을 전유하고(appropriate), 유지하고, 수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술자는 심지어 아동기부터도 이 메뉴에서 선택적으로 재료를 가져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잘 포착하는 이야기 형식을 점차 발달시킨다. 따라서 내러티브 정체성은 문화 속에 정교하게 맥락화되어 있으므로, 향후 연구자들은 여러 다양한 사회, 국가, 문화집단에서 삶의 이야기의 발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ed Sci Educ. 2025 Jul 31;35(5):2321-2328 doi: 10.1007/s40670-025-02452-2. eCollection 2025 Oct.

Crafting Evidence-Based Academic Presentations: Practical Guidelines for Medical Science Educators 

 

 

🎤 "액티브 러닝만이 답은 아니다" — 근거기반 학술발표를 만드는 법

Green EP. Crafting Evidence-Based Academic Presentations: Practical Guidelines for Medical Science Educators. Medical Science Educator. 2025;35:2321–2328. https://doi.org/10.1007/s40670-025-02452-2

 

들어가며

의학교육에서 강의(lecture)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랜드 라운드, 학회 발표, 잡 토크(job talk)까지 —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발표'에 쓰고 있죠. 그런데 정작 어떻게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학습자가 이해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죽음의 파워포인트(death by PowerPoint)'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그 해법은 대부분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을 넣어라"로 수렴했습니다. 이 논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액티브 러닝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슬라이드 설계와 전달 방식 자체를 바꿔줄 학습이론들이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죠.

 

저자가 제시하는 결론은 간명합니다. 발표는 성인학습이론(andragogy)에 기반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

"presentations should be developed with adult learning theory (andragogy) in mind" — 발표는 성인학습이론(안드라고지)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야 한다

 

이제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발표 구조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 

핵심 이론은 인지적 도제(cognitive apprenticeship) 입니다. 전문가가 자기 사고 과정을 명시적으로 드러낼 때, 학습자는 그 사고방식을 자기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개념이죠. 학습자를 나의 '인지적 도제'로 만드는 겁니다.

실천 팁은 이렇습니다.

  • 🗂️ 아웃라인을 제시하세요. 특히 50분 이상의 긴 강의나 내용이 복잡한 강의일수록 그렇습니다. 아웃라인은 "이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가", "주제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보여주는 창입니다.
  • 🧠 아웃라인은 외생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도 줄여줍니다. 학습자가 강의 초반에 품는 "오늘 뭘 다루지?", "얼마나 깊이 들어가지?" 같은 질문 자체가 인지자원의 낭비거든요. 범위를 명시해주면 그 에너지가 본질적 내용 이해로 갑니다. 중간중간 아웃라인을 다시 보여주면 길을 잃은 학습자를 되돌려 놓을 수도 있고요.

불릿 리스트는 왜 문제인가

저자는 기본 슬라이드 레이아웃의 수직 정렬 불릿 리스트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리스트는 항목 간의 상대적 중요도도, 관계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안은 내용의 성격에 맞는 형식을 고르는 것입니다.

 

내용 더 나은 표현
의학의 발전 과정 타임라인
연구방법의 단계 도형·화살표를 쓴 프로세스 도식
감별진단 분기 다이어그램
유병률 데이터 지도

굳이 불릿을 써야 한다면, 말하는 순서에 맞춰 하나씩 등장시키고 이미 다룬 항목은 회색 처리하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리스트를 작은 덩어리로 묶는 것(chunking) 자체가 사고를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임상적 위험요인을 나열하는 대신 행동적·유전적·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묶거나, 주요 위험요인과 부수적 위험요인으로 구분하는 식이죠.

🤖 잠깐, AI로 슬라이드 만들면 안 되나요? 

이 논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입니다. 저자가 여러 AI 도구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봤는데, 결과는 시각적으로 예쁜 배경 위에 얹힌 익숙한 불릿 텍스트였다고 합니다. 프롬프트에 특정 학습이론을 명시적으로 넣었는데도 마찬가지였고요.

 

저자는 현재의 AI 도구가 근거기반 슬라이드를 만들게 하려면 학습이론에 대한 광범위한 훈련이 필요한데, 그건 대부분의 의학교육자에게 비효율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 판단은 2025년 시점의 것이고, 저자 본인의 비공식적 실험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서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2️⃣ 슬라이드 디자인 — 시각적 방해 요소 걷어내기

테마(theme)

 

  • 파워포인트, 구글 슬라이드, 캔바가 제공하는 수백 개의 템플릿 — 예쁘지만 대부분 장식적입니다. 패턴과 이미지가 슬라이드 공간을 잡아먹고, 그 자체로 외생적 인지부하를 만듭니다. 단순하고 시각적 장식이 적은 테마, 그리고 모든 학습자가 접근 가능한 색 조합을 고르라는 것이 권고입니다.

 

폰트(font)

 

  • 여기는 근거가 좀 애매합니다. 흔히 산세리프(sans serif)를 권하지만 실험적 근거는 찾기 어렵고, 오히려 읽기 어려운 폰트가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으로 작동해 깊은 처리를 유도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대로 그것이 그냥 외생적 인지부하일 뿐이라는 근거도 있고요.

 

  • 저자의 결론은 실용적입니다. 생의학 발표는 이미 내용 밀도가 높으니 인위적인 어려움을 추가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는 것. 대신 기능적 가독성(functional readability) 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합니다. 즉 실제 그 폰트가 표시될 현실 맥락에서 읽히는가를 보라는 것이죠.
    • 🏛️ 프로젝션 화질이 나쁜 대형 강의실 → 큰 폰트, 높은 색 대비
    • 💻 온라인 발표 → 작은 폰트도 충분히 기능적

폰트의 정확한 종류나 크기보다, 내 강의장·내 플랫폼에서의 가독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3️⃣ 디자인 요소 시선을 안내하고 핵심을 강조하기 

신호주기 원리 (signaling principle)

멀티미디어 학습(multi-media learning)의 신호주기 원리는, 학습자가 "지금 어디를 봐야 하는지" 에 대한 단서로부터 이득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흔들리는 레이저 포인터에 의존하지 말고, 그 단서를 슬라이드 안에 직접 만들어 넣으세요.

  • 🔴 영상의학 이미지 위에 빨간 화살표
  • 🟪 언급할 통계 수치에 보라색 박스
  • 🟨 복잡한 표에서 핵심 행만 밝은 색으로 강조
  • 🔠 핵심 정보는 크고 굵게, 그리고 슬라이드 상단

중요한 정보를 불릿 리스트 한가운데나 이미 복잡한 슬라이드 맨 아래에 묻어두는 실수를 너무 자주 합니다.

일관성 원리 (coherence principle)

시각 요소는 텍스트와 함께 작동해야 하고, 전달하려는 의미와 직접 관련되어야 합니다.

  • ✅ 관련 있는 이미지: 기본소생술 강의의 AED 사진, 피부과 강의의 발진 사진, 생화학 강의의 크렙스 회로 도식
  • ❌ 장식적 이미지: 음주 강의의 와인잔 그림, 어려운 대화 강의의 병상 주변 스톡 사진, 심장질환 예방 강의의 웃는 하트 캐릭터

장식적 이미지는 빼도 메시지가 손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빼는 게 맞습니다.

그 외 실용 팁:

  • 기관 로고는 타이틀 슬라이드에만
  • 🔢 슬라이드 번호는 제거 (전체 장수를 모르는 청중에게 의미 없는 정보)
  • 인용은 작고 방해되지 않게, 긴 URL·DOI는 피하고 필요하면 QR 코드
  • 클립아트·스톡 사진 대신 아이콘 고려
  • 화면 전환과 애니메이션은 부드럽고 튀지 않게

공간 근접성 원리 (spatial contiguity principle)

텍스트와 시각자료의 연결이 명확할 때 학습이 촉진됩니다. 학습자가 슬라이드에서 슬라이드로, 혹은 슬라이드 좌우로 정보를 쫓아다니게 만들면 안 됩니다.

  • 캡션은 해당 시각자료 위나 바로 옆에
  • 도식과 설명 텍스트 사이에 연결선
  • 왼쪽 불릿 + 오른쪽 작은 그림 대신, 큰 그래픽 안에 텍스트 박스
  • 표에서는 색이나 콜아웃(callout) 도형으로 강조

저자는 아예 템플릿을 버리고 빈 슬라이드에서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기본 템플릿은 창의적 배치를 오히려 방해하니까요.


4️⃣ 핵심 아이디어 전달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결론을 주기 

명시적 교수 (explicit instruction)

 

  • 복잡한 내용일수록 그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시적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특히 초심자 학습자에게 그렇습니다. 이것은 학습자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도록 두는 '발견학습(discovery learning)'과 대비되는 접근입니다.
  • 우리는 얼마나 자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그 의의와 함의는 말해주지 않는 발표를 보나요? 저자는 이것을 명확한 문제로 지적합니다.

 

주장-근거 접근 (assertion-evidence approach)

명시적 교수를 슬라이드에 구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핵심은 슬라이드 제목을 '주장(assertion)'으로 쓰는 것입니다.

  • ❌ "위험" / "기형 위험" — 단어나 짧은 구절, 완결된 생각이 아님
  • ✅ "SRI 사용의 기형 위험은 다른 약물·알코올 사용보다 낮다" — 완결된 생각

그리고 슬라이드의 나머지 영역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텍스트와 시각자료의 조합으로 채웁니다. 이런 완결된 문장 형태의 헤드라인이 학습자의 이해와 파지를 향상시킨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또한 주장은 "교수자가 이 정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드러내므로, 앞서 나온 인지적 도제와도 연결됩니다.

🍬 유혹적 세부사항 (seductive details)을 조심하세요

주제와 무관한 흥미로운 정보는 넣지 마세요. 예컨대 아프리카 국가의 HIV 유병률을 강의하면서 자기 HIV 연구 이야기를 슬쩍 끼워 넣는 식이죠. 흥미롭지만 주변적인 정보는 학습자를 산만하게 하고, 엉뚱한 선행지식을 활성화시켜 오개념을 만듭니다.

마지막 몇 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 마무리 슬라이드에서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세요.
  • 그러려면 소리 내어 처음부터 끝까지 리허설해야 합니다. 시간에 쫓겨 마지막 슬라이드를 후다닥 넘기는 순간,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날아갑니다.
  • 복습 질문(review question) 을 제시하거나, 학습자에게 직접 만들어 보게 하세요. 이것이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의 출발점이 됩니다. 반복적 인출은 장기 파지를 촉진하는 대표적 근거기반 학습전략입니다.

정리하며 ✍️

이 논문의 미덕은 "슬라이드를 깔끔하게 만들자"는 미학적 조언이 아니라, 각각의 실천 팁을 학습이론에 정박시켰다는 점에 있습니다.

영역 관련 이론
발표 구조 인지적 도제, 외생적 인지부하
슬라이드 디자인 인지부하, 바람직한 어려움, 기능적 가독성
디자인 요소 신호주기·일관성·공간 근접성 원리
핵심 전달 명시적 교수, 주장-근거, 인출 연습

 

  • 액티브 러닝을 넣는 것만이 강의 개선의 전부는 아닙니다. 슬라이드 한 장의 제목을 완결된 문장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학습자의 이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다음에 발표 자료를 만들 때, 슬라이드 제목들을 쭉 훑어보세요. 그 제목들만 읽어도 발표의 논지가 전달되나요? 그렇지 않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

 


서론 (Introduction) 

현대 의학교육은 여전히 전통적 강의(traditional lecture)를 교수 방식(teaching modality)으로 크게 의존한다. 공식 발표는 그랜드 라운드, 학술대회 세션, 채용 강연(job talks)과 같은 여러 학문적 전통에서 계속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강의는 주제를 소개하고,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향후 학습의 토대를 마련하는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의학교육자들은 정보의 이해(comprehension)와 파지(retention)를 촉진하는 발표 설계 방법에 관해 명시적인 훈련을 거의 받지 못한다 [1–10]. 근거 기반 전략(evidence-based strategies)을 활용한 발표 자료의 개발은 특히 개선의 여지가 큰 영역이다. 교과목 강의, 학술대회 발표, 또는 그랜드 라운드 세션을 개발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전의 수많은 발표자가 사용해 온 것과 동일한 교수 실천과 기본 설계 형식(default design formats)에 의존한다. 그 결과 학술 발표는 지루하고 불명료하다는 오랜 평판을 얻게 되었다 [4, 11].

 

최근 몇 년간 “파워포인트에 의한 죽음(death by PowerPoint)”에 반대하는 주장은 강의에 능동학습 또는 참여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수 기법을 통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수렴해 왔다 [5, 12–19]. 그러나 학습 성과(learning outcomes)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근거 기반 원리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이 글에서는 성인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관한 인지심리학 및 교육학 문헌, 즉 성인학습론(andragogy)에 근거하여 학술 발표의 설계와 전달을 개선하기 위한 실용적 지침을 제시한다 [5, 10, 20, 21]. 우리는 능동학습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의 교수 실천에 반영되어야 할 추가적인 학습이론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학습이론에는 인지적 도제학습(cognitive apprenticeship), 외재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멀티미디어 학습(multi-media learning)—신호 원리(signaling principle), 일관성 원리(coherence principle), 공간적 인접성 원리(spatial contiguity principle)를 포함—, 명시적 교수(explicit instruction), 주장-근거 접근법(assertion-evidence),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이 포함된다. 학습이론은 이름을 기울임꼴로 제시하고, 이를 (1) 발표 구조, (2) 발표 설계, (3) 설계 요소, (4) 핵심 아이디어 전달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발표 구조: 학습자에게 내용을 조직하는 방식을 보여주라 (Presentation Structure: Show Learners How You Organize Content) 

인지적 도제학습(cognitive apprenticeship) 이론 [1, 22–26]은 명확하고 명시적인 발표 구조의 개발을 뒷받침한다. 자신의 사고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면, 자신의 전문성(expertise)이 학습자에게 “보이게(visible)” 되고 접근 가능해진다. 이 방식으로 학습자는 발표자의 인지적 도제(cognitive apprentice)가 되며, 발표자의 사고방식과 정보 조직 방식을 자신의 지식 및 정신 도식(mental schema)에 더 잘 통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긴 강의(50분 이상)와 복잡하거나 밀도 높은 내용을 포함한 강의는 전통적인 개요(outline)의 내부 구조를 활용하면 흔히 도움이 된다. 개요는 내용 전문가인 발표자가 해당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고 조직하는지를 전달한다. 강의 개요는 발표자가 어떤 주제를 중요하게 여기며, 주제들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학습자가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 [13]. 이러한 이해는 학습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내용을 조직하도록 돕는다.

 

개요에는 학습자의 외재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를 줄여 주는 추가적인 이점이 있다. 외재적 인지부하는 비본질적 정보(non-essential information)에 들이는 정신적 노력이다 [2, 7, 13, 27–33]. 비본질적 요소에는 학습자가 발표를 듣기 위해 자리를 잡으면서 품을 수 있는 “오늘은 무엇을 다룰까?” 또는 “어느 정도까지 자세히 들어갈까?” 같은 질문이 포함된다. 다룰 내용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학습자의 모든 에너지가 본질적 내용을 이해하는 데 향하도록 돕고 잠재적 주의분산을 줄일 수 있다. 강의 중 개요를 주기적으로 다시 보여주면 길을 잃거나 주의가 흐트러진 학습자가 방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인지적 도제학습 이론 [1, 22–26]은 개별 슬라이드 수준에서도 명확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우리는 정보를 조직하기 위해 발표 소프트웨어 패키지의 기본 슬라이드 디자인(default slide designs)에 지나치게 자주 의존한다. 이러한 기본 디자인은 정보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세로로 쌓인 글머리표 목록(vertically stacked bulleted lists)으로 정리하는데, 이는 복잡한 개념적 정보를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도구이다. 목록은 구성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을 전달하지 못하며, 목록 항목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도 적절히 나타내지 못한다 [4, 11]. 개념적 정보를 더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디자인을 기본 슬라이드 레이아웃의 대안으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 의학의 발전 목록은 타임라인(timeline)으로 나타내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 방법 섹션의 단계 목록은 도형과 화살표 같은 설계 요소를 이용해 과정(process)으로 나타내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 감별진단(differential diagnosis)은 분기 다이어그램(branching diagram)으로,
  • 유병률 자료(prevalence data)는 지도로 전달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텍스트를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아래 “설계 요소: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중요한 정보를 강조하라” 참조), 슬라이드의 기본 디자인으로 텍스트 기반 글머리표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4, 11].

 

긴 글머리표 목록이 들어간 슬라이드를 만들고 있다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정보를 조직하고 보여주는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자문하라. 글머리표 목록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면, 말하는 순서에 따라 각 항목이 나타나게 하고 이미 논의한 항목은 회색으로 흐리게 처리하라. 이러한 시각적 단서(visual cues)는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외재적 인지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2, 7, 13, 27–33].

 

저자가 여러 AI 도구를 비공식적으로 실험하여 발표 슬라이드를 생성해 본 결과,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슬라이드 배경 위에 놓였다는 차이만 있을 뿐, 흔한 기본 슬라이드 레이아웃과 유사하게 글머리표 텍스트로 정보가 조직되었다. 프롬프트에 특정 학습이론을 명시했음에도 생성된 슬라이드 자료는 실제로 이 원고에서 제시한 조언을 활용하지 않았다. 현재의 AI 도구가 근거 기반 슬라이드를 생성하도록 적절히 가르치려면 학습이론에 관한 광범위한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며, 대부분의 의학교육자에게 비효율적이고 비현실적일 것이다.

 

글머리표 목록에 의존하는 것은, 직접 만들었든 AI가 생성했든, 우리가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조직하는지 학습자에게 모델링(modeling)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길고 구분되지 않은 목록을 더 작은 집단으로 나누면, 유사한 항목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그리고 내용 전문가인 자신이 내용을 서로 다른 개념적 “범주(buckets)”에 어떻게 배치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상 위험요인(clinical risk factors) 목록을 행동, 유전, 사회경제적 요인과 관련된 더 작은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또는 특정 질환의 “주요(major)” 위험요인과 “부차적(minor)” 위험요인을 묶을 수도 있다. 개요와 마찬가지로, 목록을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면 발표자의 사고가 드러나고 학습자가 정보를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34].

발표 설계: 시각적 주의분산을 최소화하라
(Presentation Design: Minimize Visual Distractions)

학습이론은 “테마(theme)”글꼴(font) 선택을 포함한 발표의 시각적 설계에서 우리를 안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 템플릿 또는 “테마”를 선택할 때는 그 설계 선택이 초래할 잠재적 인지부하를 고려해야 한다 [2, 7, 13, 27–33]. PowerPoint, Google Slides, Canva 등은 수백 가지 디자인 템플릿을 제공한다. 이러한 “테마” 중 상당수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이지만, 귀중한 슬라이드 공간(slide real estate)을 차지하는 매우 장식적인 패턴과 이미지를 포함한다. 장식 요소(decorative elements)는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고,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시각 설계와 관련된 외재적 인지부하는 학습을 저해할 수 있다 [2, 7, 13, 27–33]. 시각적 장식이 거의 없는 비교적 단순한 테마(그림 1의 슬라이드 재설계 참조)와 모든 학습자가 접근할 수 있는 색상 조합을 선택하라 [35].

 

글꼴 선택의 중요성에 관한 이론적 근거는 덜 명확하다. 여러 자료에서는 상대적으로 꾸밈이 적은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특히 손글씨체(script-based fonts)와 비교하여 산세리프 글꼴(sans serif fonts)을 선택할 것을 권하지만, 이 조언을 뒷받침하는 실험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3, 36–38]. 한편으로, 읽기 어려운 글꼴은 학습자의 더 깊은 처리(deeper processing)를 유도하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학습자가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하여 극복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처리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39–44]. 이러한 주의와 노력은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습자는 작거나 굵거나 기울임꼴이거나 그 밖의 방식으로 질이 저하된 글꼴을 해독하는 데 더 많은 인지적 에너지를 들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정보 파지와 학습 성과가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역의 연구 결과는 확정적이지 않으며, 발표가 아닌 읽기—예컨대 논문이나 책의 텍스트—에 더 관련될 수 있다. 다른 근거는 읽기 어려운 글꼴이 실제로 외재적 인지부하를 유발하여 학습을 방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7, 13, 27–33].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생의학 발표에서 내용의 밀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읽기 어려운 글꼴을 선택하여 인위적인 어려움을 만드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가능한 해결책은 “기능적 가독성(functional readability)”, 즉 글꼴이 실제로 제시될 현실의 맥락 안에서의 가독성을 확보하는 글꼴 크기, 스타일,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다(그림 2의 슬라이드 재설계 참조) [45]. 글꼴은 슬라이드 배경색과 명확한 대비를 이루어야 하며, 발표 장소의 맨 뒤에서도, 그리고 해당 환경의 프로젝터 품질에서도 보일 만큼 충분히 커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터 품질이 좋지 않은 대형 강의실에서는 색상 대비가 높은 큰 글꼴이 필요하지만, 가상 발표(virtual presentations)는 더 작은 글꼴로도 기능적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확한 글꼴 스타일과 크기보다 특정 강의실이나 가상 플랫폼에서의 “기능적 가독성”이 더 중요하다 [45].

그림 1. 수정본(관련 학습이론 포함) (Fig. 1 Revised [with relevant learning theories]) 

원본 슬라이드에서 확인된 문제점

 

  • 1.    주의를 분산시키고 내용과 무관한 시각적 “테마”
  • 2.    완결된 생각을 담지 못한 불명확한 제목
  • 3.    주요 결과가 글머리표 텍스트 속에 묻힘
  • 4.    주의를 분산시키고 무관한 슬라이드 번호
  • 5.    주의를 분산시키고 실용적이지 않은 인용

 

수정본의 해결책

 

  • 1.    주의를 덜 분산시키는 고대비 색상 조합으로 변경
  • 2.    명시적인 핵심 메시지(take-home message)를 완결된 생각으로 표현
  • 3.    큰 글꼴, 텍스트 배치, 설계 요소(흰색 원)를 사용하여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중요한 결과를 강조
  • 4.    슬라이드 번호 제거
  • 5.  더 작고 실용적인 인용으로 대체

 

 

 

  • 해결책 1: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외재적 부하(Extraneous Load) 및 멀티미디어 학습(Multi-Media Learning)—일관성 원리(Coherence Principle).
  • 해결책 2: 주장-근거 접근법(Assertion-Evidence) 및 명시적 교수(Explicit Instruction).
  • 해결책 3: 멀티미디어 학습—신호 원리(Signaling Principle).
  • 해결책 4: 인지부하이론—외재적 부하 및 멀티미디어 학습—일관성 원리.
  • 해결책 5: 인지부하이론—외재적 부하 및 멀티미디어 학습—일관성 원리.

 

 

그림 2. 수정본(관련 학습이론 포함) (Fig. 2 Revised [with relevant learning theories]) 

원본 슬라이드에서 확인된 문제점

 

  • 1 완결된 생각을 전달하지 못하는 모호한 제목
  • 2 제목에 사용된 어둡고 폭이 좁은 대문자 글꼴은 특정 조건에서 읽기 어려울 수 있음
  • 3 주의를 분산시키고 무관한 슬라이드 번호
  • 4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명시적 연결 부족
  • 5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글머리표 텍스트에 의존

 

수정본의 해결책

 

  • 1 명시적인 핵심 메시지를 완결된 생각으로 표현
  • 2 제목에 읽기 쉬운 소문자 글꼴 사용
  • 3 슬라이드 번호 제거
  • 4a. 설계 요소(빨간색 화살표)를 사용해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연결을 명시적으로 표현
  • 4b. 텍스트의 위치를 변경하고 이미지와 통합
  • 5 텍스트(네 번째 글머리표)를 이미지로 대체

 

해결책 1: 주장-근거 접근법 및 명시적 교수. 해결책 2: 인지부하이론—외재적 부하, 멀티미디어 학습—일관성 원리 및 기능적 가독성. 해결책 3: 인지부하이론—외재적 부하 및 멀티미디어 학습—일관성 원리. 해결책 4: 멀티미디어 학습—공간적 인접성 원리. 해결책 5: 멀티미디어 학습. 그 밖의 수정 사항으로는 슬라이드 공간을 덜 차지하는 디자인 “테마”를 선택하고, Comic Sans를 더 격식 있는 글꼴(Arial)로 대체한 것이 포함된다.

설계 요소: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중요한 정보를 강조하라 (Design Elements: Direct Learner Attention and Highlight Important Information)

학습이론은 강의식 강의(didactic lectures)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인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지침을 제공한다. 멀티미디어 학습의 신호 원리(signaling principle of multi-media learning)에 따르면, 학습자는 발표자가 말하는 동안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단서가 포함될 때 도움을 받는다 [6, 46–53]. 도형, 굵은 글씨, 색상, 텍스트의 크기와 배치 같은 설계 요소는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고 중요한 정보를 강조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다. 흔들리는 레이저 포인터에 의존하지 말고, 이러한 설계 요소를 슬라이드에 직접 삽입하라.

 

  • 방사선 영상에서 중요한 소견을 가리키도록 빨간색 화살표를 넣어라.
  • 논의하려는 통계치 둘레에 보라색 상자를 배치하라.
  • 복잡한 표에서 핵심 자료가 있는 행을 밝은 색상으로 강조하라.

 

신호 단서는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핵심 정보는 크고 굵은 글꼴로 제시하고, 묻히지 않도록 슬라이드 상단에 배치하라. 핵심 자료점(key datapoints)은 크고 밝게, 무시하기 어렵게 만들어라.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글머리표 목록의 중간이나 이미 복잡한 슬라이드의 하단에 지나치게 자주 묻어 버린다. 색상, 크기, 공간적 위치 같은 시각적 단서를 사용하면, 학습자는 발표자가 말하는 동안 슬라이드 전체를 비효율적으로 훑는 대신 핵심 내용을 더 잘 식별하고 관련 슬라이드 요소에 집중할 수 있다. 설계 요소를 사용하여 중요한 정보를 강조하고 학습자의 주의를 유도하는 예는 그림 1을 참조하라.

 

시각적 단서는 필수적이지만, 슬라이드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시각 요소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멀티미디어 학습 이론(theory of multi-media learning)에 따르면, 학습자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텍스트와 시각자료를 결합할 때 도움을 받는다 [6, 46–53]. 텍스트로만 구성된 발표는 부담스럽고 지루할 수 있으며,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발표는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정보와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데 필요한 만큼 텍스트를 사용하고, 그 텍스트를 시각적·그래픽 요소로 뒷받침하라. 그러나 메시지를 직접 뒷받침하거나 설명하는 시각 요소만을 포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멀티미디어 학습의 일관성 원리(coherence principle)에 따르면, 모든 요소가 함께 작동하여 의미를 전달할 때 학습이 향상된다. 따라서 시각 요소는 텍스트와 함께 작동해야 하며, 전달하려는 의미와 직접 관련되어야 한다 [6, 46–53].

 

텍스트와 함께 작동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관련성 있는(relevant)” 이미지의 예로는 기본소생술(basic life support) 발표에서의 자동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사진—응급상황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학습자에게 보여줌—, 피부과 강의에서의 발진 사진—임상 양상(clinical presentation)을 학습자가 시각화하도록 도움—, 생화학 수업에서의 크렙스 회로(Krebs cycle) 도식이 있다. “장식적인(decorative)” 이미지의 예로는 대부분의 클립아트와 스톡 사진이 있다. 예컨대 음주에 관한 강의에 넣은 와인잔 이미지, 어려운 대화에 관한 강의에 넣은 병상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스톡 사진, 심장질환 예방에 관한 발표에 넣은 웃는 만화 심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각각은 발표자의 주요 메시지를 훼손하거나 학습자의 이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제거할 수 있으며, 실제로 제거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장식 요소는 흔히 주의를 분산시키고 바람직하지 않은 외재적 인지부하를 유발한다 [2, 7, 13, 27–33].

 

불필요하거나 무관한 시각 요소로 인한 외재적 인지부하를 제한하는 추가적인 방법으로는

 

  • 기관 로고를 제목 슬라이드에만 사용하고 슬라이드 번호를 제거하는 것이 있다.
  • 발표 슬라이드의 총 개수를 모르는 학습자에게 슬라이드 번호는 의미가 없다.
  • 인용은 작고 눈에 띄지 않게 제시해야 하며, 청중이 긴 문자나 숫자 문자열을 받아 적지는 않을 것이므로 긴 URL이나 DOI는 피해야 한다. 청중이 실제로 웹페이지를 방문하기를 바란다면 QR 코드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라(그림 1과 2 참조).
  • 학습자가 무엇을 나타낸 것인지 해독하느라 인지적 에너지를 쓰게 해서는 안 되므로, 품질이 높고 크기가 적절한 시각자료를 선택하라.
  • 클립아트나 스톡 사진 대신, 단순화된 시각 형식으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된 아이콘(icon)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라.
  • 모든 슬라이드 전환(slide transitions)과 애니메이션이 부드럽고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는지 확인하라.
  • 외재적 인지부하를 제한하는 슬라이드 재설계의 예는 그림 1과 2를 참조하라.

 

마지막으로, 텍스트와 시각자료는 통합되어야 한다. 멀티미디어 학습의 공간적 인접성 원리(spatial contiguity principle)에 따르면, 텍스트와 시각자료 사이의 연결이 명확할 때 학습이 향상된다 [6, 46–53]. 실질적으로 이는 학습자가 한 슬라이드에서 다음 슬라이드로, 또는 슬라이드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정보를 추적하도록 요구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텍스트와 시각자료를 따로 제시하는 대신, 둘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통합하라(그림 2의 슬라이드 재설계 참조) [32]. 텍스트 캡션은 해당 시각자료 위나 바로 옆에 배치하라. 도식과 이를 설명하는 텍스트 사이에 선을 삽입하는 것을 고려하라. 슬라이드 한쪽에 글머리표 목록을, 다른 쪽에 작은 시각자료를 제시하기보다 큰 그래픽 안에 텍스트 상자를 삽입하라. 색상이나 “콜아웃(callout)” 도형을 사용하여 표의 중요한 자료를 강조하라. 기본 슬라이드 디자인 템플릿은 텍스트와 시각자료의 창의적 배치를 저해한다. 가능하면 템플릿 디자인을 포기하고 빈 슬라이드(blank slide)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통합된 텍스트와 그래픽의 배열을 만들어라.

핵심 아이디어의 전달 — 명시적인 설명과 결론을 제공하라 (Communication of Key Ideas — Provide Explicit Explanations and Conclusions)

복잡한 내용을 발표할 때는 그 내용의 의미를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초보 학습자(novice learners)는 밀도 높은 생의학 정보를 이해할 때 명시적 교수(explicit instruction)의 도움을 받는다. 명시적 교수는 정보와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포함한다 [7, 14, 54–59]. 이 모형은 학습자가 내용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는 “발견학습(discovery learning)”과 대비된다. 생의학 강의는 명시적 교수를 극대화할 때 가장 효과적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양의 정보가 제시되면서도 학습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 명확한 핵심 메시지는 거의 없는 경우를 흔히 본다. 특정 연구와 관련된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서도 연구 결과의 중요성과 영향을 설명하지 않는 연구자를 생각해 보라.

 

강의에서 명시적 교수를 강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슬라이드 설계에 주장-근거 접근법(assertion-evidence approach)을 사용하는 것이다 [36, 60–62]. 주장-근거 접근법은 슬라이드의 머리말/제목을 사용하여 명확한 “주장(assertion)”, 메시지 또는 결론을 전달할 것을 권한다. 주장은 교수적 성격을 가지며, 한 단어나 짧은 구로 이루어진 슬라이드 제목과 달리 완결된 생각(full thought)을 전달한다. 주장-근거 접근법으로 설계한 슬라이드의 나머지 부분은 텍스트와 시각자료의 조합을 사용하여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 임신 중 항우울제 사용과 관련된 위험에 관한 발표에서 전통적인 슬라이드 제목
    • “위험(Risks)” 또는 “선천성 결함의 위험(Risk of Birth Defects)”일 수 있다.
    • 어느 쪽도 완결된 생각을 전달하지 않는다.
  • 이러한 전통적 제목을 주장-근거 접근법으로 설계한 슬라이드와 비교해 보라. 이때 제목은
    •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RI) 사용에 따른 선천성 결함 위험은 다른 약물 및 음주로 인한 위험보다 낮다(Birth defect risk for SRI use is lower than other drug and alcohol use)” 또는
    • “건강하지 않은 습관은 어떠한 향정신성 약물 치료보다 잠재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다(Unhealthy habits potentially more problematic than any psychotropic treatment)”라는 주장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완결된 생각을 담은 제목은 학습자의 이해와 정보 파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6, 60–62]. 주장은 학습자가 중요한 개념을 식별하고 교사가 전달된 정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도록 도우며, 따라서 학습자가 전문가에게 인지적으로 도제학습하는 것을 촉진한다 [1, 22–26]. 슬라이드를 검토하여, 명시적인 핵심 메시지 또는 “주장”을 포함하는 것이 학습자가 내용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지 살펴보라. 주장-근거 접근법을 사용한 슬라이드 재설계의 예는 그림 1과 2를 참조하라.

 

주요 메시지와 관련 없는 세부사항은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HIV 감염률에 관해 강의하는 연구자가 흥미롭지만 단지 간접적으로만 관련된 자신의 HIV 연구 세부사항을 포함할 수 있다. 주요 메시지와 관련 없는 “매혹적인 세부사항(seductive details)”을 포함하면 학습자의 주의가 분산되고 무관한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이 활성화되어, 학습자의 오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 31].

 

발표의 마지막 몇 분은 핵심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이 시간과 슬라이드를 활용하여 주요 핵심 메시지를 다시 강조하거나 핵심 개념을 요약하라. 이를 위해서는 할당된 시간 안에 발표를 마치고 마지막 슬라이드를 서둘러 진행하지 않도록,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연습해야 한다. 복습 질문(review questions)도 핵심 아이디어를 강화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다. 강의 마지막에 발표자가 직접 소수의 질문을 제시하거나, 학습자에게 질문을 만들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는 복습 질문을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정보를 반복하여 회상하는 인출 연습은 내용의 장기 파지(long-term retention)를 촉진하는 근거 기반 학습법이다 [2, 44, 63–67]. 학습자는 복습 질문, 플래시카드 또는 기타 학습 도구를 사용하여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스스로를 시험하고, 정보의 장기 파지를 위한 인지적 인출 경로(cognitive retrieval pathways)를 공고히 한다.

요약 (Summary) 

우리는 근거 기반 교수 실천을 강의 설계와 전달에 적용하여 기존 발표 도구의 효용을 실제로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은 채, 어디에나 존재하는 파워포인트 강의를 너무 오랫동안 개탄해 왔다 [4]. 의학교육자가 학술 강의와 발표의 교육적 엄밀성(educational rigor)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능동학습의 기회를 통합하는 것과 더불어, 발표는 성인학습이론(andragogy)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야 한다. 강의 설계는 인지적 도제학습을 촉진하고, 바람직한 어려움의 적절성을 고려하며, 외재적 인지부하를 피해야 한다. 슬라이드 설계에는 멀티미디어 학습 원리와 주장-근거 접근법을 통합해야 한다. 발표 전달은 명시적 교수를 극대화하고 학습자의 후속 인출 연습을 촉진해야 한다. 여기서 제시한 실용적 조언을 학술 발표의 설계와 전달에 통합하면, 생의학 내용의 전달이 개선되고 학습이 더 잘 촉진되며 생의학 분야 청중의 경험이 향상될 것이다.

 

Clin Teach. 2026 Feb;23(1):e70315. doi: 10.1111/tct.70315.

Investigating Death by PowerPoint: Do Medical School Lecturers Adhere to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in Their Slide Design? 

 

 

 

🎯 왜 이 연구인가

"죽음의 파워포인트(death by PowerPoint)"라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글자로 빽빽한 슬라이드를 앞에 두고 학생들의 눈이 서서히 풀려가는 그 장면 말이죠. 이 표현이 교육계와 산업계에서 회자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들이 짚는 지점이 재미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되긴 했지만, 정작 대부분은 일화(anecdote)와 의견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슬라이드 설계에 관한 조언들은 넘쳐나지만 근거 기반이 약하고, 심지어 서로 모순되기까지 합니다. "슬라이드 한 장에 한 아이디어", "1분에 한 장" 같은 흔한 규칙들도 실증 연구라기보다는 의견에 가깝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연구는 질문을 이렇게 바꿉니다. 실제 강의실에서 교수자들은 근거 기반 이론을 얼마나 따르고 있을까?


🧠 잣대가 된 이론: CTML

이 연구가 사용한 이론적 틀은 Richard Mayer의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CTML)**입니다. 1980년대부터 축적된 이 이론은 말과 그림으로 더 잘 배우게 하는 15가지 원리를 제시하죠.

토대는 두 가지입니다.

  •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30초 남짓, 7±2개 정도의 아이디어만 붙잡을 수 있습니다.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한 것은 그냥 사라집니다.
  • 이중경로 원리(dual-channel principle): 말과 그림은 청각 경로와 시각 경로에서 따로 처리됩니다. 그래서 말과 관련된 그림을 같이 쓰면 처리와 파지가 좋아지고 인지부하가 줄어듭니다.

핵심은 여기서 나옵니다. 슬라이드에 글자를 잔뜩 띄우고 그걸 읽어주면, 시각 경로 하나에 부하가 몰립니다. 두 경로를 쓰는 게 아니라 한 경로를 과부하시키는 셈이죠.

슬라이드 설계와 직결되는 원리들

15개 중 슬라이드 설계에 해당하는 것은 7개인데, 저자들은 이 중 멀티미디어(multimedia), 양식(modality), 중복(redundancy) 원리를 하나로 묶어 **최소 텍스트 원리(minimal text principle)**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5개입니다.

원리 내용
최소 텍스트 (minimal text) 그림 + 음성 + 아주 적은 글자가 최선의 조합
일관성 (coherence) 불필요한 자료는 빼는 게 낫다
신호 (signalling) 구조를 드러내는 단서를 주라 (개요, 강조, 특정 지점 지시)
공간적 근접 (spatial contiguity) 관련된 글자는 그림 가까이에
시간적 근접 (temporal contiguity) 관련된 설명은 그림이 나올 때 함께

💡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 하나. 중복 원리에는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이 있습니다. 초기 근거로는 "글자가 아예 없는 게 최선"이었지만, 이후 연구에서 아주 적은 몇 단어는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래서 "글자 제로"가 정답은 아닙니다.


🔍 어떻게 했나

영국 노팅엄대 의대의 1학년 강의 52개를 관찰했습니다. 6개는 직접 참관, 46개는 녹화 검토였고, 강의자당 첫 강의만 분석했습니다. 이 중 CTML을 대체로 잘 지킨 2개는 제외해서 최종 50개가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측정 방식이 꽤 구체적입니다.

  • 텍스트 과다(text-heavy): 10단어 초과 / 텍스트 경량(text-light): 10단어 이하
  • 이미지 유무를 교차해서 슬라이드를 4개 범주로 나누고, 각 범주에 머문 시간을 초 단위로 기록
  • 그래프, 도표, 표도 모두 이미지로 간주. 단 이미지 안에 들어간 글자(범례, 라벨 등)는 단어 수에 포함
  • 불필요한 이미지(extraneous images) 개수, 개요 사용 여부, 단어 강조, 특정 지점 지시 여부도 기록

📈 결과: 예상보다 심했다

  • 학생들이 텍스트 과다 슬라이드에 노출된 시간은 전체의 84.4% 😳
  • 슬라이드당 평균 단어 수 38.2단어, 슬라이드 세트 전체 중앙값 1,531단어
  • 이미지가 있는 슬라이드에 노출된 시간은 59.9%. 이미지를 안 쓰는 건 아니었습니다
  • 강의 시작에 개요(outline)를 제시한 강의는 40%
  • 단어 강조를 쓴 강의는 1개(2%), 특정 지점을 짚어준 강의도 1개(2%)
  • 불필요한 이미지는 56%의 강의에 있었지만 대부분 1~5개 수준 (한 강의만 30개로 이례적)
  • 공간적 근접은 98%, 시간적 근접은 100% 준수

즉, 일관성, 공간적 근접, 시간적 근접은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었습니다.제는 거의 전적으로 최소 텍스트신호, 이 두 가지에 몰려 있었습니다.

 

저자들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학생들은 전체 시간의 84.4% 동안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노출되었는데, 이는 CTML이 학습을 저해한다고 밝힌 접근이다."

"Students were exposed to text-heavy slides 84.4% of the time, an approach which CTML shows impairs learning."

이게 왜 중요하냐면, Mayer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중복 원리는 강의처럼 학습자가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system-controlled) 상황에서 5개 검증 모두를 통과했고, 효과크기 중앙값이 Cohen's d = 0.72였습니다. 0.5면 중간, 0.8이면 큰 효과로 보는 기준에서 결코 작지 않은 수치죠.


💬 저자들의 제언

저자들이 제안하는 개선 방향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아래는 원문 취지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 1) 최소 텍스트 지키기 화면 위 글자를 줄이고, 어느 시점이든 몇 단어만 보이게 하라. 이미지 사용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해부학이나 생리학에서는 유효해도 윤리학 같은 주제에서는 덜 적합할 수 있다.
  • 2) 신호 제대로 주기 강의 시작에 개요를 제시하고, 그 개요에서 따온 제목(headings)을 강의 중에 배치하며, "첫째, 둘째, 셋째" 같은 **안내어(pointer words)**로 지금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라. 애니메이션이나 레이저 포인터, 마우스 커서로 특정 지점을 짚어주는 것도 좋다.

🤔 "슬라이드가 유인물 역할을 하니까요"라는 반론

가장 현실적인 반박이죠. 슬라이드가 강의자의 대본이자 학생의 유인물 역할을 겸하기 때문에 글자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저자들의 답은 이렇습니다. 강의자의 노트는 **발표자 보기(presenter view)**나 종이 노트로 옮기면 되고, 그 노트 자체를 학생 유인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사례로 하버드 CS50의 David Malan 교수를 듭니다. 종이 노트를 쓰면서 슬라이드는 최소한의 텍스트로 유지하죠. 게다가 요즘은 강의가 녹화되어 나중에 복습할 수 있으니 슬라이드를 유인물로 써야 할 필요 자체가 줄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제언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을 향합니다.

"기관들은 자기 기관의 교수자들이 슬라이드 설계에 관해 어떻게 훈련받는지 검토해야 한다."

"Institutions should consider how their lecturers are trained in designing slides."


⚠️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자들도 솔직하게 밝힙니다.

  • 단일 기관, 단일 학년, 단일 연구자가 수집한 데이터
  • 50개 중 6개만 실시간 참관이라, 녹화본에서는 강의자의 몸짓이 안 보여 특정 지점 지시를 놓쳤을 수 있음
  • 녹화 강의는 10초 간격으로 건너뛰며 검토해서 10초 미만의 짧은 구간은 누락 가능
  • 의대생은 배경이 다양하므로 이들을 일률적으로 **초심자(novice)**로 규정하는 게 부정확할 수 있음 (CTML은 전문성이 높은 학습자에게는 효과가 떨어지는 **전문성 역전 효과(expertise reversal effect)**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자들은 "이 결과를 우리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가"는 사례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국의 다른 의대라면 유사성이 크겠지만, 맥락이 다른 곳이라면 신중해야겠죠.


🇰🇷 우리 맥락에서 생각해볼 지점

몇 가지 짚어두고 싶습니다.

  • 첫째, 이 연구의 진짜 기여는 "숫자"보다 "방법"에 가깝습니다. 20년 넘게 의견 수준에 머물러 있던 논의에, 기존의 검증된 이론적 틀을 대고 실제 강의실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프로토콜로 재현해볼 만한 설계입니다. 저자들이 언급한 대로 OCR을 활용하면 훨씬 대규모로,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고요.
  • 둘째, "글자를 줄여라"보다 "구조를 드러내라"가 더 손쉬운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개요 40%, 강조 2%, 지시 2%라는 숫자는 사실 놀랍습니다. 신호 원리는 슬라이드를 전면 개편하지 않아도 오늘 당장 적용 가능한 영역이니까요.
  • 셋째,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의 대상 문제입니다. 저자들이 결론에서 기관을 향해 말한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슬라이드 설계는 개인의 취향으로 취급되어 훈련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효과크기가 0.72 수준이라면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 문제입니다.
  • 넷째, 남은 질문. 저자들도 향후 연구 과제로 꼽았지만, 정말 궁금한 건 이렇게 만드는가입니다. 훈련을 못 받아서인지, 알면서도 유인물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슬라이드에 대한 신념 자체가 다른 것인지. 이건 양적 관찰로는 안 잡히고 질적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겠죠.

📌 한 줄 요약: 의대 강의 슬라이드는 근거 기반 원리를 일관되게 위반하고 있었고, 문제는 글자 양과 구조 신호에 집중되어 있었다. 개인의 각성보다 기관 차원의 훈련이 답이다.

 

1 | 서론 (Introduction) 

강의(lecture)는 가장 오래된 교수 양식(modality) 가운데 하나이다. 고등교육의 강의에서는 Microsoft PowerPoint와 같은 슬라이드 소프트웨어를 흔히 사용한다 [1]. 그러나 슬라이드에 글머리표(bullet points)와 많은 양의 텍스트를 사용하는 파워포인트에 의한 죽음(death by PowerPoint)은 적어도 20년 동안 교육, 학계 및 비즈니스 분야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2–5].

 

멀티미디어 학습(multimedia learning)은 단어와 이미지를 통한 학습으로 정의된다. 1980년대 Richard E. Mayer의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CTML)은 사람들이 단어와 이미지를 활용해 더 잘 학습하도록 돕는 15가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6]. CTML은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 [7]과 이중 채널 원리(dual-channel principle) [8]에 근거한다. 인지부하이론 자체는 인간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제한된 용량 원리(limited capacity principle) [9]에 기초하며, 인지부하이론은 이러한 한계를 설명한다.

 

인지부하이론은 기억을 작업기억(working memory)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라는 두 구성요소로 구분한다. 작업기억은 우리가 정보를 조작하는 동안 그 시점에 마음속에 잠시 유지하는 정보이다. 작업기억은 30초 미만의 시간과 7 ± 2개의 아이디어로 제한된다. 인지부하(cognitive load)는 작업기억의 ‘공간’을 차지하는 모든 것이다. 작업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이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사라진다. 이중 채널 원리 [9]에 따르면, 단어와 이미지는 작업기억에서 청각 채널(auditory channel)과 시각 채널(visual channel)을 통해 서로 별도로 처리된다. 따라서 단어와 관련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면 처리와 기억 유지를 향상시켜 인지부하를 줄일 수 있다. Mayer의 저서 Multimedia Learning [6]에 요약된 CTML을 지지하는 여러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CTML은 강의의 슬라이드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 기반 원리(evidence-based principles)를 제공한다. 이러한 원리는 학습자 경험 [10–12]과 지식 유지(knowledge retention) [8, 13, 14]를 모두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슬라이드 설계에 관한 다른 문헌은 근거 기반이 부족해 보인다 [15–18]. 글꼴 유형, 글꼴 크기 및 색상 대비에 관한 조언을 넘어서는 CTML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글머리표 사용, 슬라이드당 하나의 아이디어, 분당 하나의 슬라이드와 같은 관행은 일차 연구(primary research)보다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머리표가 필요할 만큼 충분히 많은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CTML에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비학술 자료까지 포함해야 할 포괄적 문헌고찰은 이 논문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문헌에는 서로 충돌하며 상호 배타적인 슬라이드 설계 접근법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의자가 문헌의 관행을 채택하더라도, 그러한 관행은 의견에 근거하고 일차 연구와 충돌할 수 있다. 의학교육과 교육 일반 모두에서, 실제 맥락(real-life context)의 강의자가 슬라이드 설계에 CTML 원리를 반영하는지는 연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onzalez-Mujico와 Lasagabaster는 실제 맥락에서 다중양식(multimodal) PowerPoint 슬라이드를 사용한 지식 구축 관행(knowledge-building practices)을 조사하였다 [19]. 용어상 피상적인 유사성(‘multimodal’ 대 ‘multimedia’)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CTML에 근거하지 않았다. Gonzalez-Mujico와 Lasagabaster의 혼합방법 연구(mixed-methods study)는 정당화 코드 이론(legitimation code theory)을 사용하여 ‘의미론적 파동(semantic waves)’을 조사하였다. 의미론적 파동이란 추상적 개념을 더 단순한 용어로 설명하여 ‘풀어낸(unpacked)’ 다음 다시 추상적 개념에 연결하여 ‘재구성하는(repacked)’ 것을 말한다. 이는 CTML 연구의 엄격한 양적 접근(quantitative approach)과 대조된다.

 

또한 Gonzalez-Mujico와 Lasagabaster는 ‘몇 개의 단어’가 있는 슬라이드와 단어가 전혀 없는 슬라이드를 구분하지 않는다. CTML의 수정된 중복 원리(revised redundancy principle)에 따르면, 말, 이미지 및 몇 개의 텍스트 단어가 이미지와 단어의 가장 효과적인 조합이다. 몇 개를 넘는 글자를 추가하는 것은 ‘학습을 저해하는(impair learning)’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Gonzalez-Mujico와 Lasagabaster 연구의 범위 밖에 있다. 아울러 Gonzalez-Mujico와 Lasagabaster는 초보자(novices)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지만, CTML은 전문성이 더 높은 학습자에게서는 효과가 더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20].

 

따라서 실제 맥락에서 이와 같은 연구가 수행되기는 했지만, 실제 맥락에서 초보자에게 제공되는 강의의 슬라이드 설계에 CTML이 반영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우리는 강의를 흔히 듣고 슬라이드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는 초보자 집단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 저학년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 ‘의과대학 저학년 학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강의자들은 강의 슬라이드 설계에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원리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가?’

2 | 재료 및 방법 (Materials and Methods) 

영국 노팅엄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의 윤리 승인을 받았다. 연구가 수행된 영국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가 윤리 승인을 허가하였다. 실행 가능성(feasibility)을 위해 1학년 강의만 관찰하였다. 관찰 대상 강의는 의학 교육과정 내의 자료를 다루는 강의로 제한하였다. 통계학이나 윤리학과 같은 비임상 자료도 포함하였다. 조언을 제공하는 내용(‘표절 피하기’)이나 행정적 사안(‘1학년 소개’)에 관한 강의는 제외하였다. 상호작용이 매우 많은 강의(예: 플립드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으로 기술된 강의)는 제외하였다.

 

모든 강의는 대면으로 제공되었다. 강의는 현장에서 관찰하거나 녹화본을 검토하였다. 의과대학 직원이 이들 강의에 대한 접근을 주선하였다. 직원의 요청에 따라 현장 강의 참석에는 강의자의 허락을 받았으나, 녹화 강의 검토에는 허락이 필요하지 않았다. 녹화본에는 슬라이드와 음성이 포함되었지만 강의자 본인의 영상은 없었다. 녹화 강의는 학년도 시작 시점부터 시간 순서대로 평가하였다. 현장 관찰 강의는 자료를 수집한 저자(R.L.B.)가 참석할 수 있는 시점에 따라 선정하였다. 각 강의자의 첫 번째 강의만 분석하였다.

 

시간은 초 단위로 기록하였고 각 강의에는 3000초(50분)의 시간대를 배정하였다. 강의가 진행되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CTML 원리를 준수한 경우, 해당 강의는 추가 분석에서 제외하고 이렇게 제외된 강의의 총수를 기록하였다. 각 슬라이드 세트에 대해서는 Microsoft PowerPoint의 단어 수 계산 기능을 이용해 단어 수, 슬라이드 수 및 슬라이드당 단어 수도 기록하였다.

2.1 | 관련 CTML 원리 (Relevant CTML Principles)

CTML의 15가지 원리 가운데 7가지는 슬라이드 설계와 관련되며, 강의 중 CTML 원리가 어느 정도 준수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사용하였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 멀티미디어 원리(Multimedia): 이미지와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단어만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
  • 양식 원리(Modality): 이미지와 말로 된 단어(spoken words)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
  • 중복 원리(Redundancy): 이미지와 말로 된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이미지, 말로 된 단어 및 텍스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
  • 일관성 원리(Coherence): 불필요한 자료(extraneous material)를 제외하는 것이 포함하는 것보다 낫다.
  • 신호 원리(Signalling): 자료의 조직을 부각하는 단서(cues)를 포함하는 것이 포함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 고전적 신호(classic signalling): 개요(outline)의 사용
  • 그래픽 조직화(graphic organisation)
  • 구체적 지시(specific pointing): 교수자가 이미지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특정 부분을 가리키는 것
  • 공간적 인접성 원리(Spatial contiguity): 서로 대응하는 단어와 이미지는 멀리 떨어져 있기보다 가까이 있어야 한다.
  • 시간적 인접성 원리(Temporal contiguity): 서로 대응하는 단어와 이미지는 연속적으로 제시되기보다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일부 CTML 원리에는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s)’이 있다. CTML 원리의 경계 조건이란 초기 근거에서는 해당 원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후 근거에서 그렇지 않음이 입증된 상황을 말한다. 이는 중복 원리의 한 ‘경계 조건’이 텍스트가 전혀 없는 것보다 ‘몇 개의 단어’가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이므로 중요하다.

 

이 경계 조건을 적용한 중복 원리, 멀티미디어 원리 및 양식 원리를 결합하여 하나의 원리로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최소 텍스트 원리(minimal text principle)’라고 부를 것이다 [21]. 이 원리와 나머지 네 원리는 다음과 같다.

  • 최소 텍스트(Minimal text): 이미지, 말로 된 단어 및 몇 개의 텍스트 단어가 이미지, 말로 된 단어 및 텍스트의 가장 좋은 조합이다.
  • 일관성(Coherence): 불필요한 자료를 제외하는 것이 포함하는 것보다 낫다.
  • 신호(Signalling): 자료의 조직을 부각하는 단서를 포함하는 것이 포함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 고전적 신호: 개요의 사용
  • 그래픽 조직화
  • 구체적 지시: 교수자가 이미지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특정 부분을 가리키는 것
  • 공간적 인접성(Spatial contiguity): 서로 대응하는 단어와 이미지는 멀리 떨어져 있기보다 가까이 있어야 한다.
  • 시간적 인접성(Temporal contiguity): 서로 대응하는 단어와 이미지는 연속적으로 제시되기보다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각각의 관련 CTML 원리를 기준으로 자료 수집을 기술한다.

 

(‘최소 텍스트 원리’는 더 넓은 CTML 문헌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여기에서는 슬라이드 설계의 맥락에서 멀티미디어 원리, 양식 원리 및 중복 원리를 함께 기술하는 편리한 방식으로만 사용한다.)

2.2 | 최소 텍스트 원리—자료 수집 (The Minimal Text Principle—Data Collection)

슬라이드를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와 텍스트가 적은 슬라이드로 구분하였다. ‘몇 개의 단어’ 사용을 탐색한 연구 [21, 22]에 근거하여,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는 10단어를 초과하여 포함한 슬라이드로, 텍스트가 적은 슬라이드는 10단어 이하를 포함한 슬라이드로 정의하였다. 또한 슬라이드를 이미지가 있는 것과 이미지가 없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이에 따라 슬라이드는 네 범주로 나뉘었다.

  • 텍스트 많음, 이미지 없음(Text-heavy, no images)
  • 텍스트 많음, 이미지 있음(Text-heavy, with images)
  • 텍스트 적음, 이미지 없음(Text-light, no images)
  • 텍스트 적음, 이미지 있음(Text-light, with images)

사용된 네 가지 강의 슬라이드 범주 각각에 머문 시간을 초(seconds, s) 단위로 기록하였다. PowerPoint에서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바꾸는 데는 전환(transitions; 슬라이드 변경)과 애니메이션(animations; 현재 슬라이드에 나타난 내용의 변경)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기전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된 기전과 관계없이 범주의 변화를 기록하였다.

 

녹화 강의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지는 않았다. 슬라이드 범주가 바뀔 때까지 영상을 10초 단위로 앞으로 건너뛰었다. 변화가 발생하면 그 시점까지 영상을 되감아 시간을 기록하였다. 다른 슬라이드 범주에 머문 매우 짧은 기간을 놓칠 위험이 약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놓치려면 그 기간이 10초 미만이어야 하고, 동시에 그 기간이 녹화본을 검토한 두 지점 사이에 위치해야 했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각 강의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검토 가능한 강의 수가 늘어났다. 현장에서 관찰한 강의는 앞으로 건너뛸 수 없었으므로 시간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강의 전체를 검토하였다.

 

슬라이드의 텍스트가 아닌 모든 항목을 이미지로 간주하였다. 여기에는 그림(pictures)뿐 아니라 그래프(graphs), 도해(diagrams) 및 표(tables)도 포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안에 포함된 텍스트(예: 범례, 표지 또는 그림 설명)는 슬라이드를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 또는 텍스트가 적은 슬라이드로 분류하기 위한 단어 수 계산에 포함하였다. CTML은 이미지 안에 포함된 텍스트와 그 밖의 텍스트를 구분하지 않는다.

2.3 | 일관성 원리—자료 수집 (The Coherence Principle—Data Collection)

각 강의에서 불필요한 이미지의 수를 기록하였다. 불필요한 이미지 수에 따라 각 강의를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즉, 이미지가 0개, 1–5개, 6–10개, 11–15개, 16–20개, 21–25개 또는 26–30개인 강의로 나누었다. 이미지가 30개를 초과한 강의는 없었다. 각 집단에 속한 강의 수를 기록하였다.

2.4 | 신호 원리—자료 수집 (The Signalling Principle—Data Collection)

고전적 신호(classic signalling; 개요의 사용)의 존재 여부를 기록하였다. 그래픽 조직화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단어를 강조한 모든 사례를 기록하였다. 커서를 사용하거나 신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을 포함하여 구체적 지시의 모든 사례를 기록하였다.

2.5 | 공간적 및 시간적 인접성 원리—자료 수집 (The Spatial and Temporal Contiguity Principles—Data Collection)

또한 이미지에 대부분 직접 표지가 붙어 있는지(공간적 인접성), 또는 이미지가 제시되는 시점에 해당 이미지를 설명하는지(시간적 인접성)를 기록하였다.

3 | 결과 (Results) 

총 52개 강의를 검토하였다. 이 가운데 6개 강의에는 대면으로 참석하였고, 46개 강의는 영상으로 검토하였다. 영상 강의 2개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CTML 원리를 준수하여 추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50개 강의가 남았으며, 그중 44개는 영상 강의였다.

강의의 평균 길이는 2553.4초(중앙값 = 2665초)였고, 최솟값은 1128초, 최댓값은 3268초였다. 범위(range)는 2140초였고 사분위범위(interquartile range)는 646.75초였다. 각 시간대는 3000초(50분)였다.

3.1 | 최소 텍스트 원리 관련 자료 (Data Pertaining to the Minimal Text Principle)

강의의 상호작용적 구간(interactive sections)은 전체 강의 시간의 3.1%를 차지하였다. 상호작용 시간을 제외하면, 강의자는 Figure 1과 같이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였다. 학생들은 전체 시간의 84.4% 동안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59.9% 동안 이미지가 있는 슬라이드에 노출되었다. 텍스트가 많고 이미지가 있는 슬라이드는 모든 강의에 존재하였으며, 슬라이드당 평균 단어 수는 38.2개(중앙값 38.3개)였다.

Figure 1 | 50개 강의에서 강의자들이 각 슬라이드 범주에 머문 평균 및 중앙값 시간을 초 단위로 나타낸 막대그래프. 세로축: 시간(초)(Time [seconds]); 가로축: 슬라이드 범주(Slide category); 범주: 텍스트 많음·이미지 없음(Text-heavy, no images), 텍스트 많음·이미지 있음(Text-heavy, with images), 텍스트 적음·이미지 없음(Text-light, no images), 텍스트 적음·이미지 있음(Text-light, with images); 범례: 평균(Mean), 중앙값(Median).

3.2 | 일관성 원리 관련 자료 (Data Pertaining to the Coherence Principle)

불필요한 이미지는 50개 강의 중 28개(56.0%)에 존재하였다. 한 강의를 제외한 모든 강의에는 불필요한 이미지가 1–5개 포함되어 있었다. 나머지 한 강의는 이미지가 30개인 이상치(outlier)였다.

3.3 | 신호 원리 관련 자료 (Data Pertaining to the Signalling Principle)

고전적 신호(개요)는 50개 강의 중 20개(40.0%)에 존재하였다. 빨간색 단어는 50개 중 1개(2.0%) 강의에 존재하였고, 지시는 50개 중 1개(2.0%) 강의에 존재하였다.

3.4 | 공간적 및 시간적 인접성 원리 관련 자료 (Data Pertaining to the Spatial and Temporal Contiguity Principles)

이미지는 50개 강의 중 49개(98.0%)에서 공간적 인접성을 보였다. 나머지 한 강의에서도 이미지의 75%를 초과하여 공간적 인접성을 보였다. 이미지는 50개 강의 모두(100%)에서 시간적 인접성을 보였다.

4 | 논의 (Discussion) 

본 연구의 목적은 의과대학 저학년 학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강의자들이 슬라이드 설계와 관련된 7가지 CTML 원리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규명하는 것이었다. 이 논문에서는 ‘최소 텍스트 원리’를 멀티미디어 원리, 양식 원리 및 (경계 조건을 적용한) 중복 원리를 실용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기술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원리가 도출되었다.

  • 최소 텍스트(Minimal text)
  • 일관성(Coherence)
  • 신호(Signalling)
  • 공간적 인접성(Spatial contiguity)
  • 시간적 인접성(Temporal contiguity)

아래에서는 다섯 가지 원리 각각의 자료를 차례대로 논의한 다음, 이 연구의 함의를 논의한다.

4.1 | 최소 텍스트 원리 (The Minimal Text Principle)

학생들은 전체 시간의 84.4% 동안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노출되었으며, CTML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은 최소 텍스트 원리를 위반함으로써 학습을 저해한다 [6, 8, 11, 13]. 또한 슬라이드당 평균 단어 수는 38.2개로, 이 원리에서 제안하는 ‘몇 개의 단어’보다 상당히 많았다. 다만 강의자들은 전체 시간의 59.9%에서 이미지를 사용하여 비교적 자주 이미지를 활용하였다.

 

Mayer는 Multimedia Learning에서 학습자가 학습 속도를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 통제(system-controlled)’ 학습, 즉 강의 상황에서 최소 텍스트 원리의 토대가 되는 중복 원리에 대한 ‘5건의 검증 중 5건(five of five tests)’을 요약한다. Cohen’s d를 사용했을 때 결합 중앙 효과크기(combined median effect size)는 0.72였다 [6]. 효과크기 0.5 이상은 중간 수준, 0.8 이상은 큰 수준으로 간주된다 [6]. 이는 최소 텍스트 원리의 토대이기도 한 멀티미디어 원리와 양식 원리 및 그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학생들은 전체 시간의 84.4% 동안 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노출되었으며, CTML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은 학습을 저해한다.”

 

이러한 효과크기는 하나의 CTML 원리를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이 있음을 보여주며, 여러 CTML 원리를 준수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유사한 방식으로 효과크기를 계산하는 것은 이 연구의 범위를 벗어난다. CTML 및 슬라이드 설계에 관한 기존 연구 [8, 13, 14]와 함께 고려하면, 최소 텍스트 원리를 준수하는 것은 이 강의에 참석하는 의과대학생의 학습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크다.

4.2 | 일관성 원리 (The Coherence Principle)

불필요한 이미지는 강의의 절반을 약간 넘는 56%에서 사용되었지만, 각 강의에서 1–5개로 제한되어 있었다(30개였던 이상치 1건 제외). 따라서 강의자들은 대체로 이 원리를 준수하였다.

4.3 | 신호 원리 (The Signalling Principle)

강의의 40%에서 개요를 사용하였다. CTML에서는 이를 ‘고전적 신호(classic signalling)’라고 한다 [6]. 첫째, 모든 강의의 시작 부분에 개요를 사용해야 한다. 둘째, 고전적 신호에 관한 연구는 개요만을 넘어선다. 이러한 연구에는 개요에서 도출된 표제(headings)와, 학습자가 개요 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부각하기 위한 언어적 지시어(verbal pointer words; ‘첫째…’, ‘둘째…’, ‘셋째…’)의 사용이 포함된다.

 

표제와 지시어에 대한 분석은 이 연구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근거가 개요, 표제 및 지시어의 조합에 기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의자가 자신의 강의에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단어 강조를 사용한 강의는 단 하나였고, 구체적 지시를 사용한 또 다른 강의도 하나뿐이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한계는 50개 강의 가운데 현장에서 관찰한 강의가 6개뿐이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참석한 강의에서는 구체적 지시가 관찰되지 않았지만, 강의자의 음성과 슬라이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녹화 강의에서 구체적 지시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4.4 | 공간적 및 시간적 인접성 원리 (The Spatial and Temporal Contiguity Principle)

50개 강의 가운데 49개 강의의 강의자는 키(key)나 범례(legend)를 사용하는 대신 도해 내부 항목에 직접 표지를 붙인 도해를 거의 전적으로 사용하여 공간적 인접성 원리를 준수하였다. 모든 강의자는 이미지가 나타나는 시점에 해당 이미지를 설명하여 시간적 인접성 원리를 준수하였다.

4.5 | 강의자를 위한 함의 (Implications for Lecturers)

이 결과는 강의자가 슬라이드 설계에 적용해야 할 변화를 시사한다.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최소 텍스트 원리와 신호 원리의 위반에 있었다. 최소 텍스트 원리를 준수하려면 강의자는 화면상의 텍스트를 줄여, 어느 시점에든 몇 개의 단어만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강의자는 이미지 사용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는 일부 주제(예: 해부학, 생리학)에서는 다른 주제(예: 윤리학)보다 더 적절할 수 있다.

 

최적이 아닌 설계(suboptimal design)는 슬라이드가 강의자용 노트와 학생용 유인물(handouts)의 역할도 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강의자는 자신의 노트를 위해 PowerPoint의 ‘발표자 보기(presenter view)’를 사용하거나 종이 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료로 제공되는 Harvard의 CS50—Introduction to Computer Science 강의에서 David Malan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초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종이 노트를 사용한다(대부분 최소한의 텍스트가 포함된 슬라이드도 함께 사용한다) [23].

 

이는 강의자가 단서(prompt)로서 슬라이드에 의존하는 것을 줄여, 슬라이드를 오로지 학습자를 위한 시각 자료(visual aids)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강의자 노트에는 유사한 정보가 포함되므로 이를 학생용 유인물로 바꿀 수 있다. 더욱이 학생들이 나중에 복습할 수 있도록 강의를 녹화하는 경우가 흔하므로(본 연구가 수행된 기관에서도 그러하였다), 슬라이드를 유인물로 사용할 필요성은 더욱 줄어든다.

 

슬라이드는 신호 제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호 원리를 준수하기 위해,

  • 첫째, 강의자는 시작 부분의 명확한 개요, 강의 전반에 걸쳐 그 개요에서 가져온 관련 표제, 그리고 한 표제에서 다른 표제로 이동하는 시점을 부각하는 지시어를 사용하여 강의를 올바르게 구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둘째, 아직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 강의자는 특정 항목을 강조하거나 가리키는 애니메이션을 슬라이드에 추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레이저 포인터나 마우스 커서로도 구현할 수 있다.

4.6 | 일반화 가능성, 한계 및 강점 (Generalisability, Limitations and Strengths)

이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generalisability)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이는 한 명의 연구자가 자료를 수집한 단일 기관 연구(single-site study)였다. 또한 하나의 학문 분야 내 한 학년으로 제한되었다. 아울러 의과대학생은 서로 다른 교육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초보자로 정의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여러 학술 및 비학술 논문은 ‘파워포인트에 의한 죽음’/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관한 우려를 제기한다 [2–5]. 이러한 우려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교육, 학계 및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있지만, 대부분 일화적(anecdotal)이다. 이 연구의 강점은 실제 맥락에서 일차 자료(primary data)를 수집했다는 점이며, 이러한 우려에는 적어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논문은 ‘파워포인트에 의한 죽음’/텍스트가 많은 슬라이드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며, 이러한 우려는 교육, 학계 및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있다.”

 

이 연구를 특정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사례별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학년에 강의가 많은 영국의 다른 의과대학은 영국 밖의 학사후과정(graduate-entry) 예술 또는 인문학 과정보다 이 연구와 유사한 점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CTML 원리와 강의 슬라이드 설계에 대한 그 적용은 의학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의 슬라이드에 텍스트가 많거나 강의 구조가 비효과적인 모든 기관은 위의 제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기관은 강의자에게 슬라이드 설계를 어떻게 훈련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기관은 강의자에게 슬라이드 설계를 어떻게 훈련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4.7 | 향후 연구의 방향 (Avenues for Future Research)

슬라이드 설계와 파워포인트에 의한 죽음에 관한 상당한 문헌이 존재하지만, 조언을 제공하거나 우려를 제기하는 논문은 흔히 의견에 근거한다 [2–5, 15–18]. 특히 범위와 규모 측면에서 이 연구에 한계가 있음에도, 기존의 근거 기반 이론적 틀(evidence-based theoretical framework; 본 연구에서는 CTML)을 사용하여 실제 맥락에서 슬라이드를 조사하는 기본 접근은 확장될 수 있다. 맥락과 이론적 틀은 달랐지만 Gonzalez-Mujico와 Lasagabaster의 연구는 이를 달성하였고, 슬라이드 설계에 관한 더 엄격한 연구가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광학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슬라이드 분석이 가능할 수 있다.

 

강의자가 슬라이드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설계하는 방법과 이유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현재 받고 있는 훈련이 있다면 그 훈련에 관한 연구, 슬라이드 설계에 대한 현재의 신념, 그리고 인구학적 특성과 경험이 슬라이드 설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포함될 수 있다. 또한 대중 연설(public speaking)과 같은 강의의 다른 측면도 CTML 또는 다른 이론적 틀을 사용하여 연구할 수 있다.

5 | 결론 (Conclusion) 

CTML 원리는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6], 이는 강의 슬라이드 설계에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8, 13, 14]. 본 연구에서 의과대학 저학년 학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강의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빈번하게 위반하였다. 이는 강의자가 슬라이드의 텍스트 양을 줄이고 강의의 구조를 더 엄격하게 드러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집약적인 교육과정을 가진 의과대학에서 교수·학습의 효과성에 함의를 갖는다. 강의가 제공되는 모든 기관에도 함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기관과 본 연구 기관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근거 기반 이론에 기초하여 실제 맥락에서 슬라이드 설계를 조사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슬라이드 설계에 관한 훈련, 신념 및 경험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Mayer, R.E.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Educ Psychol Rev 36, 8 (2024). https://doi.org/10.1007/s10648-023-09842-1

 

 

📚 40년간 이론 하나를 다듬는다는 것 — Mayer의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TML), 그 과거·현재·미래

Mayer, R. E. (2024).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36(8). (Open Access, CC BY 4.0)


🎬 들어가며

교육학 논문을 읽다 보면 "Mayer의 멀티미디어 원리"라는 말을 참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강의 슬라이드에 글자를 줄이라거나, 내레이션과 화면 글씨를 동시에 쓰지 말라거나 하는 조언들 말이죠. 그런데 이 원리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온 건지, 한 연구자가 40년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의외로 잘 모릅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Richard Mayer 본인이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쓴 에세이입니다. 논문이라기보다는 회고록에 가까운데,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이론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를 당사자가 직접 풀어놓거든요.


🧠 먼저, CTML이 뭔가요?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CTML)은 사람이 말(words)과 그림(graphics)으로 된 학습자료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학습을 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핵심 가정은 딱 세 가지입니다. 40년간 이름도 바뀌고 그림도 바뀌었지만, 이 세 가지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가정 내용
이중 채널(dual channels) 인간은 언어정보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통로가 따로 있다
제한 용량(limited capacity) 각 채널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아주 적다
능동적 처리(active processing) 의미 있는 학습은 선택(selecting)·조직화(organizing)·통합(integrating)이라는 능동적 처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인지 부하의 세 종류 — 외재적 처리(extraneous processing), 필수적 처리(essential processing), 생성적 처리(generative processing) — 는 그대로 세 가지 수업 설계 목표로 이어집니다. 즉 외재적 처리는 줄이고, 필수적 처리는 관리하고, 생성적 처리는 촉진하라는 것이죠. 15개의 설계 원리도 정확히 이 세 묶음으로 나뉩니다.


🌱 1부. 과거 — 이론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에세이의 백미는 앞부분에 나오는 이론 구축에 관한 7가지 통찰입니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들이에요.

통찰 1. 이론 만들기는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Mayer는 1969년 미시간대 대학원 첫해, 지도교수 James Greeno의 '사고의 모형' 수업에서 하나의 질문을 얻습니다.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이 전이(transfer)에 대한 질문이 40년을 끌고 갔다고 하네요.

통찰 2. 이론은 옛 아이디어 위에 세워진다

Piaget, Bartlett, Wertheimer, Ebbinghaus, Ausubel… 대학원생 시절 앤아버의 헌책방을 뒤지며 고전을 사 모았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특히 Ebbinghaus의 『기억』 표지에서 본 문장에 깊이 감명받았다고 해요.

"가장 오래된 주제로부터 우리는 가장 새로운 과학을 세울 것이다."

"From the oldest subject we will build the newest science."

 

이 에세이에 인용된 Camp 등(2022)의 표현도 인상적입니다. 옛 이론이 거인의 어깨라면, 새 이론은 그 위에 서서 또 다른 거인이 된다는 것 — 그리고 CTML이 바로 그런 새로운 거인 중 하나라는 평가죠.

통찰 3. 이론 구축은 곧게 뻗은 계획된 길이 아니다

이 부분이 특히 위로가 됩니다. 저자는 장기 연구계획 같은 건 세운 적이 없고, 2~3년짜리 짧은 계획만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내 이론 구축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저 지금의 연구가 데려가는, 결실 있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

"I often do not know where my theory-building is going but I simply follow the fruitful paths that my current research takes me."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s) 연구를 하다가 → 시각적 선행조직자의 효과를 발견하고 → 시각과 언어 표상의 연결에 관심이 생기고 → 결국 멀티미디어 원리(multimedia principle)에 도달했다는 경로입니다. 계획이 아니라 우연과 축적이었던 셈이죠.

통찰 4. 이론 구축은 공학적 문제다 

기계를 더 좋게 만들듯, 설명을 점점 더 좋게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겁니다. Paivio의 이중부호화, Miller·Baddeley·Sweller의 작업기억 용량, Wittrock의 생성학습을 읽을 때마다 이론을 뜯어고쳤다고 해요. 계속 "더 넓은 범위의 연구결과를 설명할 수 있도록" 재설계하는 작업입니다.

통찰 5. 이론과 연구의 끈질긴 상호작용

이론 → 연구질문 → 연구설계 → 연구근거 → 다시 이론으로 돌아오는 순환(그림 1)을 시계 방향으로도, 반시계 방향으로도 수없이 돌았다고 합니다.

좋은 예가 나옵니다. 초기 연구는 대부분 외재적 처리줄이는 데 집중했어요(예: 일관성 원리). 그런데 불필요한 요소를 다 걷어냈는데도 학생들이 여전히 못 배우는 겁니다. 왜? 이해하려는 노력을 들일 마음이 없어서. 여기서 "생성적 처리 촉진(fostering generative processing)"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설계 목표가 탄생합니다. 요약 쓰기, 그림 그리기, 도해 조직자 만들기, 남에게 설명하기 같은 활동들이죠.

통찰 6. 끈질긴 근거 수집 

부가가치 설계(value-added design) — 기본 버전 수업과, 거기에 한 가지 요소만 추가한 수업을 비교하는 실험 — 을 고집스럽게 반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 나오는 Roxana Moreno 일화가 압권이에요. 대학원생이던 그가 "온라인 수업에서 대화체를 쓰면 학습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왔을 때, Mayer는 그걸 **터무니없다(preposterous)**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적습니다. 그런데 실험마다 강한 긍정 결과가 나왔고, 여러 주제로 반복 검증한 뒤에야 개인화 원리(personalization principle)를 세상에 내놓았다고요. 이 경험이 "학습에는 인지적 처리뿐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처리도 있다"는 문을 열어줬습니다.

통찰 7. 이론 구축은 팀 활동이다 

"CTML은 내가 혼자 일하는 임무를 맡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CTML would not have happened if I was tasked with working alone."

 

수백 편의 논문 대부분이 대학원생이나 방문연구자와의 공저였고, 매주 랩 미팅을 한다고 합니다. 경쟁 이론(인지부하이론, Schnotz의 통합모형)에서도 배웠다면서, 이론 구축이란 동료를 설득하고 동료에게 설득당하는 일이라고 정리합니다.


🔤 이름과 그림을 찾아 헤맨 시간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입니다. 지금은 "CTML"이라는 이름이 당연해 보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이름이 열 번쯤 바뀌었습니다.

 

  • 의미 있는 학습의 모형(1989) → 효과적 삽화의 조건 모형(1990) → 이중부호화 모형(1991-92) → 이중처리 모형(1998) → SOI 모형(1996) → 생성 이론(1995-97) → …그리고 마침내 CTML(1996년 이후)

 

이름의 변화는 곧 관심의 이동이었습니다. 처음엔 학습의 외적 조건(좋은 텍스트가 있는가, 도움이 필요한 학습자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가, 점차 학습자 머릿속의 내적 과정으로 옮겨간 겁니다.

 

시각적 표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예/아니오로 갈라지는 세로 흐름도(그림 2, 3)였다가, 이중부호화 모형(그림 4, 5)을 거쳐, 1996년 SOI 모형(그림 6), 그리고 2001년에야 우리가 아는 그 그림 — 위쪽 청각 행, 아래쪽 시각 행, 감각기억·작업기억·장기기억 상자, 선택·조직화·통합 화살표 — 이 완성됩니다.

 

저자의 이 코멘트가 참 좋았습니다. CTML의 가장 중요한 진술 자체가 말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멀티미디어 표상이라는 점이 어쩐지 잘 어울린다고요.

"...the most important statement of CTLM is itself a multimedia representation consisting of words and graphics."

📊 연구 근거도 함께 자랐습니다. 『Multimedia Learning』 1판(2001)은 45개 실험 비교에 7개 원리였는데, 3판(2021)에서는 201개 실험 비교에 15개 원리가 되었습니다.


📐 2부. 현재 — 15개 설계 원리 

현재 CTML이 제시하는 15개 원리를 세 목표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괄호 안은 효과크기)

 

🔻 외재적 처리 줄이기

  • 1. 일관성(coherence) — 불필요한 자료는 빼라 (0.86)
  • 2. 신호주기(signaling) — 핵심 구조를 강조하는 단서를 넣어라 (0.69)
  • 3. 중복(redundancy) — 그림+내레이션에 화면 글씨까지 더하지 마라 (0.10)
  • 4. 공간적 근접(spatial contiguity) — 대응하는 말과 그림은 가까이 (0.82)
  • 5. 시간적 근접(temporal contiguity) — 대응하는 말과 그림은 동시에 (1.31)

⚖️ 필수적 처리 관리하기

  • 6. 분절(segmenting) — 학습자가 속도를 조절하는 단위로 쪼개라 (0.67)
  • 7. 사전훈련(pretraining) — 주요 개념의 이름과 특성을 먼저 알려라 (0.78)
  • 8. 양식(modality) — 화면 글씨보다 내레이션이 낫다 (1.00)

 

🌟 생성적 처리 촉진하기

  • 9. 멀티미디어(multimedia) — 말만보다 말+그림 (1.35)
  • 10. 개인화(personalization) — 격식체보다 대화체 (1.00)
  • 11. 목소리(voice) — 기계음보다 사람 목소리 (0.74)
  • 12. 이미지(image) — 화자의 얼굴을 넣는다고 꼭 좋아지진 않는다 (0.20)
  • 13. 체화(embodiment) — 강사의 제스처 등 체화 수준이 높을 때 더 깊이 배운다 (0.58)
  • 14. 몰입(immersion) — 3D VR이 2D보다 꼭 낫진 않다 (-0.10)
  • 15. 생성 활동(generative activity) — 요약·설명 등 생성 활동을 안내하라 (0.71)

 

💡 12번, 14번처럼 "효과 없음"으로 밝혀진 원리를 그대로 목록에 남겨둔 점이 저는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VR의 효과크기가 음수라는 사실은, 신기술 도입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꽤 중요한 메시지죠. 저자는 각 원리에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s) — 누구에게, 어떤 수업에서, 어떤 상황에서 적용되는가 — 이 있음을 거듭 강조합니다.


🔮 3부. 미래 — 인지를 넘어서 

Mayer가 보는 CTML의 다음 과제는 명확합니다. 지금까지의 CTML은 인지적 처리에 거의 전적으로 집중해 왔는데, 이제 그 너머를 봐야 한다는 것이죠.

  • 사회적 과정(social processes): 사회적 행위주체성 이론 — 강사가 나와 함께 작업한다고 느낄 때 학습자는 더 노력한다
  • 정서적 과정(affective processes): 긍정 정서를 경험할 때 더 노력한다 (인지-정서 이러닝 모형)
  • 동기적 과정(motivational processes):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불안을 낮추는 프롬프트의 효과
  • 메타인지적 과정(metacognitive processes): 수업 중 잠깐 멈춰 이해도를 판단하게 하기

방법론도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선추적(eye-tracking), 심박변이도·피부전기활동 같은 생체지표, 휴대용 EEG, fNIRS, 그리고 수업 도중에 짧은 설문 문항을 끼워 넣는 방식까지. 요컨대 학습 결과(outcome)만이 아니라 학습 과정(process)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겠다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앞으로의 연구는 실제 교실, 온라인 강좌, 전문직 훈련 같은 자연적 학습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론의 궁극적 시험대는 결국 실천이라는 것이죠.


💭 의학교육자로서 남는 생각 

읽고 나서 몇 가지가 오래 남았습니다.

  • 첫째, 이론은 '정답'이 아니라 '계속 고쳐 쓰는 설명'이라는 것. 40년간 이름이 열 번 바뀐 이론의 역사는, 우리가 논문 서론에 이론을 인용할 때 갖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론은 완성품이 아니라 공사 중인 건축물이에요.
  • 둘째, 부정적 결과도 자산이라는 것. "불필요한 것을 제거했는데도 학습이 안 되더라"는 실패가 생성적 처리라는 새 개념을 낳았습니다. 우리 연구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 그것이 이론적 확장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뜻이죠.
  • 셋째, 우리 강의는 어떤가. 의과대학 강의 슬라이드를 떠올려 봅니다. 텍스트가 빼곡한 슬라이드를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강의는 중복 원리와 양식 원리를 동시에 위반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VR 시뮬레이션 도입 같은 고비용 결정 앞에서는, 효과크기 -0.10이라는 숫자가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듭니다.
  • 넷째, 사회적·정서적 차원의 부상. 이건 특히 의학교육에 함의가 큽니다. 학습이 인지만의 일이 아니라면, 임상교육에서 교수자의 태도와 정서적 분위기는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학습 메커니즘 그 자체일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저자의 맺음말을 옮기며 마칩니다.

"이 에세이가 여러분이 이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도록 격려한다면, 저는 성공한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I will consider this essay to be a success, if it encourages you to join this worthwhile effort..."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소개
(Introduction to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CTML)유의미 학습(meaningful learning)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나의 지속적이고 진화하는 시도를 나타낸다. 유의미 학습은 학습자가 학습 중에 적절한 인지처리(cognitive processing)에 참여할 때 일어난다. 여기에는

  • 수업의 관련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즉, 선택, selecting),
  • 유입되는 정보를 일관된 인지구조로 정신적으로 조직하는 것(즉, 조직화, organizing), 그리고
  • 이를 장기기억에서 활성화된 관련 지식과 연결하는 것(즉, 통합, integrating; Mayer, 2021, 2022)이 포함된다.

유의미 학습은 학습한 자료를 새로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전이검사(transfer tests) 수행으로 확인된다. CTML은 사람들이 단어와 그래픽을 포함한 학문적 자료로부터 어떻게 유의미하게 학습하는지에 초점을 둔다. 또한 학습 중 적절한 인지처리를 촉발하는 기법에 초점을 둔다.

 

CTML과 같은 새로운 이론의 발전은 기존 이론에 의해 형성된다. 예를 들어 Camp et al. (2022)은 CTML이 이중부호화이론(dual-coding theory)(Paivio, 1986), 다단계 기억모형(multi-stage model of memory)(Baddeley, 1986),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Sweller, 1999, in press; Sweller et al., 2011)을 포함한 인지심리학의 고전적 개념 틀 위에 구축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Camp et al., (2022, p. 17)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론의 힘은 세대를 거쳐서도 타당성과 관련성을 유지할 잠재력에 있으며, 새로운 이론의 힘은 과거 이론 위에 구축되고 그것을 확장한다는 데 있다. 과거 이론은 새로운 이론, 따라서 새로운 거인들이 그 어깨 위에 올라서는 거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TML)은 … 그러한 새로운 거인 가운데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

 

CTML의 창안은 분명 교육심리학 분야 안에서 이루어진 팀의 노력이다. 이 에세이에서 나의 소박한 목표는 지난 수십 년간의 이론 구축 노력에서 얻은 몇 가지 입문적 통찰을 공유하고, CTML의 진화를 기술하며, CTML의 현재 상태를 요약하고, CTML의 가능한 미래 방향을 전망하는 것이다. 먼저 교육심리학의 이론 개발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라는 Greene (2022)의 요청에 발맞추어, 사람들이 멀티미디어 수업에서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설명하려는 나의 수십 년에 걸친 시도에서 드러난 이론 구축에 관한 일곱 가지 통찰을 공유한다.

통찰 1: 이론 구축은 지적 호기심에 달려 있다
(Insight 1: Theory Building Depends on Intellectual Curiosity)
 

CTML은 유의미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나의 평생에 걸친 탐구의 표현이다. 나의 여정은 1969년 앤아버(Ann Arbor)의 놀랍도록 상쾌한 어느 가을날,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심리학 대학원 과정을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대학원 첫해가 지나기 전에 James Greeno의 지도를 받으며, 나는 유의미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가르쳐야 사람들이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서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전이를 위한 교수(teaching for transfer)에 관한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은 40년이 넘도록 우리 연구실을 움직여 온 원동력이었다. 구체적으로 CTML은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한 학습과 교수에 관한 몇 가지 근본적 질문에 초점을 둔다.

  • 사람들은 단어와 그래픽으로 구성된 학문적 자료를 어떻게 학습하는가(즉, 멀티미디어 학습, multimedia learning)?
  • 사람들은 단어와 그래픽으로 구성된 학문적 자료를 잘 학습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즉, 멀티미디어 교수설계, design of multimedia instruction)?

이러한 종류의 질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CTML의 발전을 움직이는 엔진이다.

 

나는 이 이론 개발의 여정을 어떻게 시작했는가? 대학원 첫해에 연구심리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운 좋게도 지도교수 Jim Greeno가 가르친 ‘사고의 모형(Models of Thinking)’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그 과목은 사람들이 어떻게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했고, 이는 나를 한 가지 근본적 질문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이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게 하려면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그 수업에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전이를 위한 교수에 관한 이 질문은 그 후 줄곧 나와 함께하며 연구를 이끌어 왔다. 나는 이것이 학습 및 교수 연구의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심리학과 교육학 모두에서 고전적이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임을 곧 알게 되었다.

통찰 2: 이론 구축은 오래된 아이디어에 토대를 둔다
(Insight 2: Theory Building Is Grounded in Old Ideas)
 

유의미 학습 이론을 찾으려는 노력은 오랜 역사를 가진다. 여기에는 Wertheimer (1959)와 Katona (1940) 같은 게슈탈트 심리학자(Gestalt psychologists)의 통찰력 있는 연구, Piaget (1926)와 Vygotsky (1978) 같은 발달학자들의 획기적 연구, Bartlett (1932) 같은 기억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가 포함된다. 교육심리학 분야에서 유의미 학습을 위한 교수에 대한 관심은 Wittrock (1974, 1989)과 Ausubel (1968) 같은 선구자들의 생성학습이론(generative theories of learning)에 뿌리를 둔다. 이 연구들에서 부상한 몇 가지 핵심 아이디어는

  • 스키마에 대한 동화로서의 유의미 학습(meaningful learning as assimilation to schema)
    • (즉, 유입되는 정보를 기존 지식과 연결하기),
  • 생성적 활동으로서의 유의미 학습(meaningful learning as a generative activity)
    • (즉, 관련 자료에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일관된 구조로 조직하고, 관련 선행지식과 연관 짓기), 그리고
  • 지식 구성으로서의 유의미 학습(meaningful learning as knowledge construction)
    • (즉, 작업기억 안에 정신적 표상을 구축하기)이다.

CTML의 발전은 경험적 검증(empirical testing)에 기반하여 이러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명료화하려는 나의 시도를 나타낸다.

 

1. 스키마에 대한 동화로서의 유의미 학습 (Meaningful learning as assimilation to schema)

  • 핵심 초점: 새로운 정보와 장기기억(기존 지식) 간의 '연결(Connection)'
  • 주요 배경: 오수벨(Ausubel)의 유의미 학습 이론, 스키마 이론
  • 특징: 이 관점은 학습을 '정착(anchoring)'의 과정으로 봅니다. 학습자의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지식의 그물망(스키마)에 새로운 정보가 어떻게 걸리거나 편입(동화)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비유: 거대한 퍼즐판(스키마)에 새로운 퍼즐 조각(새로운 정보)이 제자리를 찾아 끼워지는 현상.

2. 생성적 활동으로서의 유의미 학습 (Meaningful learning as a generative activity)

  • 핵심 초점: 학습자가 수행하는 '능동적인 인지적 과정(Active Process)'
  • 주요 배경: 위트록(Wittrock)의 생성학습 이론, 메이어(Mayer)의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 이론(SOI 모델)
  • 특징: 학습이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생성'해내는 능동적 행위임을 강조합니다. 메이어의 SOI 모델에 따르면 이 활동은 ①관련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Select), ②그것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며(Organize), ③기존 지식과 통합하는(Integrate) 구체적인 행위의 연속입니다.
  • 비유: 재료(정보)를 단순히 창고에 쌓는 것이 아니라, 요리사가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다듬고, 기존의 레시피와 섞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능동적 작업.

3. 지식 구성으로서의 유의미 학습 (Meaningful learning as knowledge construction)

  • 핵심 초점: 작업기억(Working Memory) 내에서의 '정신적 표상(Mental Model) 구축'
  • 주요 배경: 정보처리이론, 인지적 구성주의
  • 특징: 이 관점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제한된 용량을 가진 작업기억)'를 배경으로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무질서한 정보를 학습자의 머릿속(작업기억) 작업대 위로 가져와,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유의미한 '구조물(정신적 표상)'을 건축해 내는 과정 자체에 방점을 찍습니다.
  • 비유: 용량이 제한된 작업대(작업기억) 위에서 설계도에 따라 블록을 조립해 하나의 완성된 모형(정신적 표상)을 세우는 건축 과정.

 

나는 어떻게 이 통찰을 얻었는가? 학부생 시절 나의 목표는 모든 고전 심리학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 대학원에서는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관련된 모든 고전, 특히 전이를 위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나의 중심 질문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줄 책을 읽는 것으로 목표가 구체화되었다. 앤아버에는 놀라운 중고서점들이 있었고, 나는 여가의 많은 시간을 Piaget (1926), Bartlett (1932), Wertheimer (1959), Katona (1940), Ebbinghaus (1913), Ausubel (1968) 등 여러 학자의 책을 찾는 보물찾기에 썼다. 나는 Ebbinghaus의 19세기 저서 『Memory』 표지에 실린 서두의 인용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장 오래된 주제로부터 우리는 가장 새로운 과학을 세울 것이다.” 대학원 초년생이었을 때조차 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이 가장 새로운 과학에 아주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음을 영광으로 느꼈고, 나의 경우 그것은 학습과 교수의 과학(science of learning and instruction)이 되었다.

통찰 3: 이론 구축은 곧고 미리 계획된 경로가 아니다
(Insight 3: Theory Building Is Not a Straight, Planned-Out Path)
 

유의미 학습 이론에 대한 나의 탐색은 곧고 미리 계획된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우연히 얻어진 연구 결과에 기초한 작은 걸음들이 불규칙한 양상으로 이어졌으며, 수많은 협력자와 동료가 귀중하게 기여했다. CTML은 체계적인 단계별 경력 계획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어느 날 완전히 다듬어진 멋진 꾸러미 하나로 내 머릿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오랜 기간에 걸친 일련의 수정, 정련, 명료화, 삭제, 추가와 함께 간헐적으로 전진하며 나타났다.

 

이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나는 멀티미디어 학습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장기 경력 계획으로 삼은 적이 없고, 대신 구체적인 연구 질문을 겨냥한 훨씬 짧은 2~3년의 계획들을 세웠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David Ausubel의 저술(예: Ausubel, 1968)을 모두 읽고 난 뒤, 나는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s)—관련 선행지식을 활성화하여 학습을 향상하려는 목적으로 수업 전에 제시하는 자료—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연구는 시각적 선행조직자가 학습자가 새로운 개념을 익숙한 선행지식과 연결하도록 돕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예상 밖의 결론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결과 나는 시각적 표상과 언어적 표상의 연결이 유의미 학습으로 가는 경로로서 지닌 힘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디어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내내 내 마음속에서 무르익으면서, 나는 텍스트에 삽화를 통합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운명적인 탐색은 이후 멀티미디어 원리(multimedia principle)—사람들은 단어만으로 학습할 때보다 단어와 그림으로 학습할 때 더 잘 학습한다—가 되는 명제로 나를 이끌었다. 요컨대 나는 이론 구축이 어디로 향할지 모를 때가 많지만, 현재의 연구가 나를 이끄는 생산적인 길을 따라갈 뿐이다.

통찰 4: 이론 구축은 공학적 문제이다
(Insight 4: Theory Building Is an Engineering Problem)
 

이 여정을 토대로 나는 교육심리학에서 이론을 구축하는 일이 실제적인 공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만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점점 더 나은 장치를 만드는 대신, 우리의 이론 구축 과제는 교육적으로 관련 있는 어떤 현상(예: 학생이 새로운 상황으로 전이되는 유의미 학습을 어떻게 발달시키는가)에 대해 점진적으로 더 나은 설명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연구 근거와 논리적 추론에 기초해 이론이 더 잘 작동하도록 계속 손본다. Camp et al. (2022)이 문서화했듯이, 더 잘 작동한다는 한 가지 지표는 다른 사람들이 그 연구를 인용하고 자신의 틀에 통합하는 비율이다.

 

이 통찰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CTML의 진화, 특히 내가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온 방식을 돌아보면, 나는 유의미 학습을 위한 여러 인지적 조건이 있다는 핵심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뒤, 그것이 생성한 연구 근거와 새롭게 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 생각을 계속 조정해 왔다. Paivio (1986)의 이중부호화 연구를 읽었을 때 나는 그 관련성을 깨닫고 그 아이디어를 통합하려고 했다. Miller (1956), Baddeley (1986), Sweller (1999)의 제한된 작업기억 용량(limited working memory capacity)에 관한 연구를 읽었을 때는 그 근본적 아이디어가 나의 이론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생성학습에 관한 Wittrock의 연구를 읽었을 때는 학습 중 적절한 인지처리가 유의미 학습의 핵심이라는 나의 생각이 타당함을 확인했고, SOI 모형(SOI model: selecting, organizing, integrating)을 통합하게 되었다. 공학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의 접근은 이미 가진 것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재설계하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 이는 더 폭넓은 연구 결과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나의 연구는 Kuhn (1962)이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부를 만한 것, 즉 학습 작동 방식에 관한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인지주의적 관점으로의 전환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후 모든 세월 동안에는 본래의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이어졌다.

통찰 5: 이론 구축은 연구와 이론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반복적 과정이다 (Insight 5: Theory Building Is an Iterative Process Involving the Persistent Interplay Between Research and Theory)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고 Greene (2022)과 일치하게, 나는 이론적 아이디어의 씨앗(즉, 이론, theory)에서 출발한다. 이는 일련의 실험으로 검토하는(연구설계, research design) 검증 가능한 질문(즉, 연구 질문, research question)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나타나는 연구 결과의 패턴(연구 근거, research evidence)은 나의 이론적 설명(이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CTML의 발전은 그림에 제시된 순환을 여러 차례 도는 것(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 모두)을 나타낸다. 이러한 순환은 이론의 다음 판을 어떻게 구성할지, 유용한 연구 질문을 어떻게 만들지(그리고 생산적이지 않은 질문을 언제 포기할지), 영향력 있는 연구를 어떻게 설계할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관해 동료들과 나눈 소중한 논의에 의존한다. 그 결과 유의미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이론이 아래 절에서 기술하는 것처럼 일련의 반복(iterations)을 거쳐 형성된다.

 

그림 1. 이론-연구 순환(the theory-research cycle): 이론(theory) → 연구 질문(research question) → 연구설계(research design) → 연구 근거(research evidence) → 이론(theory).

나는 어디에서 이 통찰을 얻었는가?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나와 협력자들이 수행한 멀티미디어 학습 교수설계 원리에 관한 초기 연구의 대부분은 외재적 처리 줄이기(reducing extraneous processing)라는 교수목표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학습자가 자료를 이해하는 데 인지 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내용 학습을 향하지 않는 학습자의 인지처리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는 수업에서 불필요한 시각적·언어적 자료를 제거할 때 더 잘 학습한다는 일관성 원리(coherence principle)로 이어졌다. 그러나 어떤 수업에서는 불필요한 자료를 제거한 뒤에도 학생들이 여전히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도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생성적 처리 촉진(fostering generative processing)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종류의 교수설계 목표, 즉 학습자가 자료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목표를 개발하도록 이끌었다. 이 목표는 요약문 쓰기, 삽화 그리기, 그래픽 조직자(graphic organizer) 만들기,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와 같이 학습 중 생성학습 활동(generative learning activities)에 참여하도록 촉진하는 완전히 새로운 멀티미디어 학습 기법들을 제안했다. 이처럼 연구 근거(즉, 외재적 자료를 줄이는 것만으로 학습을 향상시키지 못함)는 새로운 이론적 아이디어(즉, 생성적 처리 촉진)로 이어졌고, 이는 새로운 연구 경로(즉, 생성학습 활동의 통합)로 이어졌다.

통찰 6: 이론 구축은 새로운 연구 근거를 끈기 있게 수집하는 달려 있다 (Insight 6: Theory Building Depends on Persistence in Collecting New Research Evidence)

그림 1과 마찬가지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구축은 가치부가설계(value-added design)를 사용한 실험적 비교에 대한 끈질긴 헌신에 달려 있다. 가치부가 실험(value-added experiments)에서는 멀티미디어 수업의 기본 버전으로 학습한 사람의 학습 결과(가능하다면 학습 과정도 포함)를, 한 가지 특성을 추가한 수업으로 학습한 사람의 결과와 비교한다. 예를 들어 번개 형성에 관한 내레이션 애니메이션으로 학습하는 것과, 동일한 수업에서 단어가 화면 하단의 인쇄된 자막으로 제시되는 경우를 비교할 수 있다. 이론 개발은 연구 근거라는 강력한 토대에 의존하며, 이는 가치부가 연구에서 발견된 효과를 반복검증(replication)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이 통찰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Roxana Moreno가 우리 연구실의 대학원생이었을 때, 온라인 과학 수업에서 대화체 언어를 사용하면 전통적인 격식체 언어를 사용한 기존 수업보다 학습 결과가 향상될 것이라는, 당시 내 생각으로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내 연구실을 찾아왔다. 나는 회의적이었지만, 우리는 일련의 엄격한 실험 계획을 세웠고 모든 실험에서 강한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 여러 내용 주제에 걸쳐 효과를 여러 차례 반복검증한 뒤에야, 나는 마침내 더 넓은 연구공동체와 개인화 원리(personalization principle)를 공유할 수 있었다. 즉, 교수자가 격식체 표현보다 대화체 표현을 사용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이는 온라인 멀티미디어 학습이 인지처리뿐 아니라 사회적 처리(social processing)정서적 처리(affective processing)에도 의존한다는 생각에 눈을 뜨게 했고, 우리 연구의 여러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졌다(Horovitz & Mayer, 2021; Lawson & Mayer, 2022; Lawson et al., 2021).

통찰 7: 이론 구축은 활동이다 (Insight 7: Theory Building Is a Team Activity)

혼자 연구하도록 요구받았다면 CTML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CTML 구축을 도운 수십 명의 협력자와 함께 일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 이론은 학생, 교내 동료, 가까운 곳과 먼 곳의 동료 교육심리학자들과의 협력에서 도움을 받았으며, 여기에는 여러 해 동안 우리 연구실에 기여한 세계 각지의 방문 연구자들도 포함된다. 이 이론은 더 큰 학술공동체의 발전과 피드백에 의해 형성되었고, 그중 많은 사람이 『The Cambridge Handbook of Multimedia Learning』의 여러 판(Mayer, 2005, 2014; Mayer & Fiorella, 2022)에 참여했다. CTML은 또한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Paas & Sweller, 2022; Sweller, 1999, in press; Sweller et al., 2011)이나 텍스트·그림 이해 통합모형(integrated model of text and picture comprehension)(Schnotz, 2022, 2023)과 같은 경쟁 이론의 아이디어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이론 구축의 일부는 동료를 설득하고 또 그들에게 설득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통찰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내 이름이 실린 수백 편의 멀티미디어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대다수는 대학원생이나 우리 연구실 방문자와 공동 저술한 것이다. 나는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방문자로 이루어진 연구팀과 매주 만나려고 한다. 또한 학생, 방문자, 동료, 그리고 멀티미디어 교수의 개선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정기적으로 만난다. 나는 이 모임들을 소중히 여긴다. 멀티미디어 학습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과거
(The Past of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나는 학문 경력의 상당 부분을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 개발에 쓸 계획이 없었다. 이 절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간략히 기술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이름과 간결한 시각적 표현을 우연히 발견한 과정, 개념 틀을 탐색한 과정, 그리고 연구 기반과 설계 원리의 측면에서 CTML이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포함된다.

이론의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기 (Stumbling Upon a Name for the Theory)

이론 개발에서 중요한 과제는 이론의 핵심 개념을 부각하는 이름을 찾는 것이다. 표 1은 서로 연관된 개념들의 진화하는 집합을 강조하며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이라는 이름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명칭을 요약한다. 나는 유의미 학습 모형(model of meaningful learning)’(Mayer, 1989)에서 시작했다. 이는 유의미 학습을 위한 교수의 외적 조건, 즉 잠재적으로 유의미한 자료가 있을 것, 도움이 필요한 학습자가 있을 것, 도움을 제공하는 삽화가 있을 것, 유의미 학습 결과를 탐지할 수 있는 검사가 있을 것에 초점을 두었다. Mayer & Gallini (1990)에서는 이름을 효과적 삽화를 위한 조건 모형(model of conditions for effective illustrations)’으로 바꾸었지만, 순서만 달리했을 뿐 동일한 조건들을 유지했다.

 

나는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갔는가? 우리의 이론적 설명을 학생 및 동료와 계속 논의하는 가운데, 초기 모형이 유의미 학습에 관여하는 외적 요인은 포착하지만 내적 인지과정(internal cognitive processes)은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유의미 학습의 작동 방식을 알고자 한다면 학습 중 인지과정을 고려해야 했다. 나는 당시 읽고 있던 세 갈래의 학술적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Paivio (1986)가 설명한 이중부호화(dual-coding), Miller (1956), Baddeley (1986), Sweller (1999)가 설명한 제한된 작업기억 용량(limited working memory capacity), 그리고 Wittrock (1974, 1989)이 설명한 학습 중 능동적 인지처리(active cognitive processing)이다. 먼저 나는 이중부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표 1.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 및 그 이후로 이어진 명칭의 변화(Name changes leading to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and beyond) 

명칭(Name) 강조점(Emphasis) 최초 출처(Initial source(s))
유의미 학습 모형(model of meaningful learning) 유의미 학습을 위한 교수 조건 Mayer (1989)
효과적 삽화를 위한 조건 모형(model of conditions for effective illustrations) 유의미 학습을 위한 교수 조건 Mayer & Gallini (1990)
이중부호화 모형(dual-coding model) 이중부호화 Mayer & Anderson (1991, 1992)
멀티미디어 학습 이중처리 모형 또는 작업기억 이중처리 모형(dual-processing model of multimedia learning or dual-processing model of working memory) 이중부호화 Mayer & Moreno (1998)
SOI 모형(SOI model) 생성적 과정(generative processes) Mayer (1996)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 생성적 과정 Mayer et al. (1995)
멀티미디어 학습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생성적 과정 Mayer (1997); Plass et al. (1998)
생성학습이론(generative learning theory) 생성적 과정 Fiorella & Mayer (2015, 2016)
학습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 of learning) 생성적 과정 Mayer (2010)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생성적 과정 Mayer (1997); Mayer et al., (1996, 1999); Moreno & Mayer (2000); Mayer (2001); Mayer, et al. (2001); Mayer & Moreno, 2003)

 

 유의미 학습의 외적 조건에만 초점을 두는 데 대한 나의 불만으로 인해, 명칭은 학습자의 정보처리체계에서 일어나는 인지처리를 고려하여 유의미 학습의 내적 조건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서로 다른 명칭들은 언어적·시각적 자료를 위한 이중 채널, 제한된 인지처리 용량, 학습 중 생성적 처리 참여 등 인지처리의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했다. 먼저 나는 이중부호화(dual-coding) 개념(즉, 청각적 자료와 시각적 자료를 위한 별도의 정보처리 채널)을 강조하여, ‘이중부호화 모형(dual-coding model)’(Mayer & Anderson, 1991, 1992), ‘멀티미디어 학습 이중처리 모형(dual-processing model of multimedia learning)’ 또는 ‘작업기억 이중처리 이론(dual-processing theory of working memory)’(Mayer & Moreno, 1998)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시각적 자료와 언어적 자료를 처리하는 별도 채널이라는 아이디어는 현재 모형의 두 행으로 표현되는 CTML의 중심 특성이 되었다.

 

그다음에는 학습 중 세 가지 인지과정, 즉 추가 처리를 위해 관련 자료를 선택하고, 이를 일관된 인지적 표상으로 조직하며, 관련 선행지식과 통합하는 과정을 구분하도록 명칭을 확장했다. Mayer (1996)는 이 아이디어를 SOI 모형(SOI model)이라고 불렀고, 다른 논문들은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Mayer, 1997; Mayer et al., 1995), ‘멀티미디어 학습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Mayer, 1997; Plass et al., 1998), ‘생성학습이론(generative learning theory)’(Fiorella & Mayer, 2015, 2016), ‘학습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 of learning)’(Mayer, 2010)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SOI 모형은 나에게 중대한 개념적 돌파구였으며, 그 이후 줄곧 현재 모형의 화살표로 표현되는 CTML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요컨대 SOI 모형은 CTML을 움직이는 핵심 인지과정을 나타낸다.

 

마침내 우리는 Mayer et al., (1996, 1999), Mayer (1997), Moreno & Mayer (2000)에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Mayer & Moreno (2003), 『Multimedia Learning』의 모든 판(Mayer, 2001, 2009, 2021), 『The Cambridge Handbook of Multimedia Learning』의 모든 판(Mayer, 2005, 2014; Mayer & Fiorella, 2022)에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기저 아이디어를 정교화했다. 이 접근은 제한된 용량이라는 아이디어와 함께 외재적 처리(extraneous processing), 필수적 처리(essential processing), 생성적 처리(generative processing)를 구분했다. 외재적 처리에 투입된 인지 용량은 필수적 처리와 생성적 처리에 이용할 수 있는 용량을 감소시킨다.

 

현재 CTML 모형을 넘어 나는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가? 멀티미디어 학습에는 인지처리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음을 일깨운 연구 근거가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사회적 과정(social process)의 역할(예: 대화체 언어 사용이 사회적 친밀감(social rapport)을 구축하는 방식), 정서적 처리(affective processing)의 역할(예: 교수자의 몸짓과 목소리 톤이 학습에 영향을 주는 방식), 동기 요인(motivational factors)의 역할(예: 멀티미디어 수업에서 자기효능감 훈련의 이점), 메타인지 요인(metacognitive factors)의 역할(예: 주의분산 요소가 있는 수업에서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개인차가 담당하는 역할)에 관한 근거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요소들을 CTML에 추가하여 어떻게 표현할지를 씨름하고 있다.

 

표 2에 요약한 것처럼 CTML의 확장을 추진하면서, 우리는 학습 중 사회적 과정을 통합하는 ‘사회적 행위주체성이론(social agency theory)’(Atkinson et al., 2005; Mayer et al., 2003)과, 학습 중 정서적 과정을 통합하는 ‘미디어 활용 학습 인지-정서 모형(cognitive-affective theory of learning with media)’(Moreno & Mayer, 2007) 및 ‘이러닝 인지-정서 모형(cognitive-affective model of e-learning)’(Lawson & Mayer, 2022; Lawson et al., 2021)으로 CTML을 보완했다.

 

표 2.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보조 이론(Adjunct theories to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명칭(Name) 강조점(Emphasis) 최초 출처(Initial source(s))
사회적 행위주체성이론(social agency theory) 사회적 처리(social processing) Mayer et al. (2003); Atkinson et al. (2005)
미디어 활용 학습 인지-정서 모형(cognitive affective model of learning with media) 정서적 처리(affective processing) Moreno & Mayer (2007)
이러닝 인지-정서 모형(cognitive affective model of e-learning) 정서적 처리(affective processing) Lawson et al. (2021); Lawson & Mayer (2022)

 

 

명칭의 변화는 외적 조건에 대한 초점에서 이중부호화 처리, 생성적 처리, 사회적·정서적 처리까지 아우르는 내적 과정에 대한 초점으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지만, 21세기 내내 우리는 이 이론의 이름으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에 정착했다.

이론의 시각적 표현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기
(Inching Towards a Visual Representation of the Theory)
 

적절한 명칭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반복이 필요했던 것처럼, 이론을 적절히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시각적 표현은 내가 이론을 더 잘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나는 일반적으로 시각적 표현에서 시작한 뒤 아이디어를 글로 나타낸다. CTML의 경우 이론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순서도(flowchart)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도가 필요했다. 가장 초기의 시도는 그림 2와 그림 3에 제시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효과적인 멀티미디어 교수의 외적 조건, 즉 유의미한 텍스트, 상보적 삽화(complementary illustrations), 도움이 필요한 학습자, 유의미 학습을 측정하는 검사를 나타낸다(Mayer, 1989; Mayer & Gallini, 1990).

 

그림 2. 유의미 학습의 외적 조건(External conditions for meaningful learning)(Mayer, 1989). 그림 내 문구:

 

  • (1) 텍스트가 설명하는가?(Does text explain?) → 아니요(NO): 설명적이지 않은 텍스트(non-explanative text);
  • (2) 독자에게 도움이 필요한가?(Does reader need help?) → 아니요: 고도로 숙련된 학습자(highly skilled learner);
  • (3) 삽화가 도움을 제공하는가?(Do illustrations provide help?) → 아니요: 체계적이지 않은 삽화(non-systematic illustrations);
  • (4) 검사가 체계적 사고를 평가하는가?(Does test evaluate systematic thinking?) → 아니요: 민감하지 않은 검사(unsensitive test).
  • 모두 ‘예(YES)’이면 ‘삽화가 체계적 사고를 향상한다는 긍정적 근거(Positive Evidence that Illustrations Enhance Systematic Thinking)’, 어느 하나라도 ‘아니요’이면 ‘삽화가 체계적 사고를 향상한다는 근거 없음(No Evidence that Illustrations Enhance Systematic Thinking)’.

 

 

그림 3. 유의미 학습의 외적 조건에 대한 대안적 버전(Alternative version of external conditions for meaningful learning)(Mayer & Gallini, 1990). 그림 내 문구:

 

  • (1) 설명적 텍스트인가?(Explanative text?) → 아니요(NO): 설명적이지 않은 텍스트(nonexplanative text);
  • (2) 민감한 검사인가?(Sensitive tests?) → 아니요: 개념을 측정하지 않는 검사(nonconceptual test);
  • (3) 설명적 삽화인가?(Explanative illustrations?) → 아니요: 설명적이지 않은 삽화(nonexplanative illustrations);
  • (4) 경험이 부족한 학습자인가?(Inexperienced learners?) → 아니요: 선행지식이 높은 학습자(high prior-knowledge learners).
  • 모두 ‘예(YES)’이면 ‘효과적인 삽화에 대한 근거(Evidence For Effective Illustrations)’, 어느 하나라도 ‘아니요’이면 ‘효과적인 삽화에 대한 근거 없음(No Evidence For Effective Illustrations)’.

 

 

다음으로 우리는 유의미 학습의 외적 조건을 나타내는 수직 순서도에서 이중부호화 모형의 단계들을 나타내는 수직 순서도로 전환했다(그림 4; Mayer & Anderson, 1992). 이중부호화 모형을 한층 정련하면서 시각 채널(visual channel)과 청각 채널(acoustic channel)을 포함하는 수평 순서도로 바꾸었다(그림 5; Mayer & Moreno, 1998). 거의 같은 시기에 선택, 조직화, 통합을 포함하도록 인지과정을 넓히되 이중 채널은 포함하지 않은 생성이론에 기초해 더 포괄적인 순서도를 개발했다(그림 6; Mayer, 1996). 그림 7은 텍스트와 삽화를 포함한 이중 채널을 통합하기 시작한 생성이론의 순서도 버전(선택, 조직화, 통합 포함)을 보여 준다(Mayer, 1997; Mayer et al., 1995).

 

그림 4. 이중부호화 모형(Dual-coding model)(Mayer & Anderson, 1992).

 

  • 학습자가 표상적 연결(representational connections)을 형성하는가? 아니요 → 낮은 파지(poor retention), 낮은 문제해결(poor problem solving); 예 → 학습자가 참조적 연결(referential connections)을 형성하는가? 아니요 → 좋은 파지(good retention), 낮은 문제해결; 예 → 좋은 파지, 좋은 문제해결(good problem solving).

 

그림 5. 작업기억 이중처리 이론(Dual-processing theory of working memory)(Mayer & Moreno, 1998).

 

  • 위: 애니메이션(animation)과 내레이션(narration) →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시각적 이미지(visual images)와 청각적 이미지(acoustic images) → 학습 결과(learning outcome). 아래: 애니메이션과 텍스트(animation and text), 소리 없음(no sound) → 작업기억의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 → 학습 결과.

 

 

그림 6. SOI 모형(The SOI model)(Mayer, 1996). 텍스트(text) → 감각기억(sensory memory) —선택(selecting)→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조직화(organizing)→ 수행(performance); 장기기억(long-term memory)과 단기기억 사이의 통합(integrating).

 

그림 7. 교과서 설계 생성이론(Generative theory of textbook design)(Mayer, 1997; Mayer et al., 1995). 텍스트(text) —단어 선택(selecting words)→ 텍스트 기반(text base) —단어 조직화(organizing words)→ 언어 기반 모형(verbally-based model); 삽화(illustrations) —이미지 선택(selecting images)→ 이미지 기반(image base) —이미지 조직화(organizing images)→ 시각 기반 모형(visually-based model); 두 모형 사이의 통합(integrating).

 

마침내 그림 8(Mayer, 2001; Mayer et al., 2001)에서는 이전 순서도들을 정련하여 이론의 세 특성을 모두 포함했다. 위쪽의 청각 행과 아래쪽의 시각 행으로 표현되는 이중 채널(dual channels), 감각기억·작업기억·장기기억 상자로 표현되는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 선택·조직화·통합 화살표로 표시되는 생성적 처리(generative processing)이다. 이는 21세기 내내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해 온 안정된 순서도 표현이 되었다. 이것은 CTML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표상이며, 멀티미디어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교수설계에 대한 함의를 사고하는 데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다. 돌이켜 보면 CTML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진술 자체가 단어와 그래픽으로 구성된 멀티미디어 표상이라는 점은 잘 어울리는 일인 듯하다.

 

그림 8.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Mayer, 2001; Mayer et al., 2001).

 

  • 멀티미디어 제시(multimedia presentation: 단어, words; 그림, pictures)
  • → 감각기억(sensory memory: 귀, ears; 눈, eyes) —단어 선택(selecting words)/이미지 선택(selecting images)
  • → 작업기억(working memory: 소리, sounds; 이미지, images; 언어 모형, verbal model; 그림 모형, pictorial model) —단어 조직화(organizing words)/이미지 조직화(organizing images)/통합(integrating)
  • → 장기기억(long-term memory: 선행지식, prior knowledge).

 

 

그림 8의 표준 CTML 순서도를 넘어, 우리는 사회적 처리를 추가하는 사회적 행위주체성이론(Mayer, 2009)과 정서적 처리를 추가하는 인지-정서 모형(Lawson & Mayer, 2022; Moreno & Mayer, 2007)을 위한 보완적 순서도도 추가했다. 순서도의 변화는 이론의 정련과 추가를 반영하며, 우리는 이중 채널, 제한된 용량, 능동적 처리라는 서로 관련된 개념들의 집합을 어떻게 통합할지를 두고 씨름했다.

연구 기반의 확장 (Adding to the Research Base) 

40년에 걸쳐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연구 기반은 상당히 성장했으며, 이는 이론의 추가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표 3은 『Multimedia Learning』 세 판(Mayer, 2001, 2009, 2021)에 걸쳐 나와 동료들이 수행한 실험적 검증의 수와 이 연구에 기초해 제안한 멀티미디어 설계 원리의 수를 보여 준다. 1989년 첫 멀티미디어 학습 연구를 시작한 이래, 나와 동료들이 수행한 200건 이상의 실험에 기초하여 15가지 근거 기반 원리를 도출할 수 있었다.

 

표 3. 『Multimedia Learning』 세 판에 걸친 연구 기반의 성장(Growth of research base across three editions of multimedia learning) 

판(Edition) 연도(Year) 실험 비교 수(Number of experimental comparisons) 원리 수(Number of principles)
1 2001 45 7
2 2009 93 12
3 2021 201 15

 

 

표 4는 『Multimedia Learning』의 세 판 각각에 포함된 원리를 열거한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주로 교수목표를 지원하지 않는 인지처리인 외재적 처리(extraneous processing)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리, 예컨대 불필요한 자료를 제거하는 일관성 원리(coherence principle)에서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작업기억에서 자료를 표상하기 위한 인지처리인 필수적 처리(essential processing)를 관리하는 원리, 예컨대 연속 비디오를 일시 정지하여 학습자 속도에 맞춘 구간을 만드는 분절화 원리(segmenting principle)를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자료를 이해하기 위한 인지처리인 생성적 처리(generative processing)를 촉진하는 원리를 추가했다. 이는 주로 학습자에게 학습 내용을 요약하거나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생성적 활동 원리(generative activity principle)처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표 4. 『Multimedia Learning』 세 판에 걸친 원리의 증가(Growth of principles across three editions of multimedia learning) 

원리(Principle) 초판(2001) 제2판(2009) 제3판(2021)
멀티미디어(multimedia) X X X
일관성(coherence) X X X
신호제시(signaling)   X X
중복성(redundancy) X X X
공간적 인접성(spatial contiguity) X X X
시간적 인접성(temporal contiguity) X X X
분절화(segmenting) X X X
사전훈련(pretraining) X X X
양식(modality) X X X
개인화(personalization)   X X
음성(voice)   X X
이미지(image)   X X
체화(embodiment)     X
몰입(immersion)     X
생성적 활동(generative activity)     X

 

 

물론 CTML을 뒷받침하는 연구 기반의 성장은 우리 연구실이 산출한 것을 훨씬 넘어, 전 세계에서 계속 확장되는 연구자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표 5에 요약한 것처럼, 이 연구의 일부는 『The Cambridge Handbook of Multimedia Learning』 세 판(Mayer, 2005, 2014; Mayer & Fiorella, 2022)에 기술되어 있다.

 

연구 기반의 이러한 성장은 학습 결과 평가, 특히 적절한 전이검사의 개발에 힘입었다. 나는 반복검증과 다양한 설계 원리가 적용되는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s)을 탐색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 전반적으로 이론 개발은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생성된 연구 근거의 축적에 의존한다.

 

표 5. 『The Cambridge Handbook of Multimedia Learning』 세 판에 걸친 연구 기반의 성장(Growth of research base across three editions of the Cambridge Handbook of Multimedia Learning) 

판(Edition) 연도(Year) 장(Chapters) 원리(Principles) 저자(Authors)
1 2005 35 22 46
2 2014 34 25 52
3 2022 46 31 60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현재 상태
(The Present State of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은 사람들이 멀티미디어 교수 메시지(multimedia instructional messages)로부터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근거 기반 설명(evidence-based description)이다. 멀티미디어 교수 메시지는 학습자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함양하려는 목적으로 단어(예: 인쇄된 텍스트 또는 음성 텍스트)와 그래픽(예: 삽화, 사진, 애니메이션, 비디오 또는 몰입형 가상현실)으로 구성된 교수자료이다. 멀티미디어 교수 메시지는 인쇄물(예: 책), 컴퓨터 화면(예: 교수 비디오, 내레이션 애니메이션 또는 시뮬레이션 게임), 또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를 통한 가상현실(예: 상호작용 시뮬레이션)로 제시될 수 있다. 이 이론은 효과적인 멀티미디어 교수 메시지 설계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며, 이는 설계 원리(design principles)로 표현된다.

 

CTML의 발전 가운데 일부는 교수 비디오, 애니메이션 기술, 화면 속 에이전트(onscreen agents)를 만드는 기술, 몰입형 가상현실(immersive virtual reality), 교육용 게임(educational games) 등 교육공학(educational technology)의 발전에 힘입었다. 그러나 교육공학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나의 의도는 아니었다. 사실 이 이론은 종이에 인쇄된 텍스트와 삽화로부터의 학습을 연구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나의 초점은 언제나 단어와 그래픽을 포함한 효과적인 교수를 설계하는 방법에 있었다. 요컨대 나의 초점은 최신 교육기술의 기능이 아니라 사람들이 학문적 내용을 학습하도록 돕는 방법에 있다.

 

이 절에서는 지도 가정(guiding assumptions), 기억 저장소(memory stores), 인지과정(cognitive processes), 인지 용량에 대한 요구(demands on cognitive capacity), 세 가지 교수목표(instructional goals)를 포함하여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현재 상태를 요약한다. 또한 CTML에 기초한 15가지 근거 기반 멀티미디어 교수설계 원리(evidence-based multimedia instructional design principles)를 요약한다. 더 자세한 설명은 Mayer (2021, 2022)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은 그림 8에 제시되어 있다.

  • 멀티미디어 교수 메시지는 학습자의 눈과 귀를 통해 인지체계(cognitive system)에 들어온다.
  • 인쇄된 단어와 그래픽은 시각 감각기억(visual sensory memory)에 잠시 유지되고, 음성 단어는 청각 감각기억(auditory sensory memory)에 잠시 유지된다.
  • 이 이미지들이 사라져 가는 동안 학습자는 자료의 일부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고, 그 자료는 추가 처리를 위해 작업기억으로 전송된다.
  • 작업기억에서 학습자는 그림 자료를 그림 모형(pictorial model)으로, 언어 자료를 언어 모형(verbal model)으로 조직할 수 있고, 서로 대응하는 그림 표상과 언어 표상을 상호 연결하며 장기기억의 관련 지식과 통합할 수 있다.
  • 그 결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고 장기기억에 저장되는 유의미한 지식(meaningful knowledge)이 형성된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지도 가정
(Guiding Assumptions of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그림 8에 제시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은 인지과학에서 도출된 세 가지 지도 가정, 즉 이중 채널(dual channels),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 능동적 처리(active processing)에 기초한다. 이중 채널 가정(dual-channels assumption)은 인간이 청각적·언어적 정보와 그림·시각적 정보(각각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 등)를 처리하는 별개이지만 상호작용하는 채널을 가진다는 것이다. 제한된 용량 가정(limited-capacity assumption)은 인간이 한 번에 각 채널에서 몇 개의 정보 단위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능동적 처리 가정(active-processing assumption)은 학습자가 학습 중 적절한 인지처리에 참여할 때 유의미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업에서 주의를 기울일 관련 자료를 선택하고, 유입되는 자료를 작업기억 안에서 일관된 표상으로 정신적으로 조직하며, 이를 대응하는 표상 및 장기기억에서 활성화된 관련 선행지식과 정신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포함된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가지 기억 저장소
(Three Memory Stores in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CTML에는 그림 8에서 상자로 표현된 세 가지 기억 저장소, 즉 감각기억(sensory memory), 작업기억(working memory),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있다.

  • 감각기억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완전한 시각적 이미지(시각 감각기억)와 귀를 통해 들어오는 완전한 청각적 이미지(청각 감각기억)를 유지하지만, 이 이미지들은 1초도 되지 않아 빠르게 사라진다.
  • 작업기억은 감각기억에서 소멸하기 전에 학습자가 주의를 기울인 그림·시각 정보와 청각·언어 정보의 단위들을 유지한다. 이 정보는 재배열될 수 있지만, 어느 한 시점에 각 채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보 단위는 소수에 불과하다.
  • 장기기억은 학습자의 영구적인 지식 저장고이며, 그중 일부는 학습 중 활성화되어 작업기억으로 불러올 수 있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다섯 가지 인지과정
(Five Cognitive Processes in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CTML에는 그림 8에서 화살표로 표현된 다섯 가지 인지과정, 즉 단어 선택(selecting words), 이미지 선택(selecting images), 단어 조직화(organizing words), 이미지 조직화(organizing images), 통합(integrating)이 있다.

  • 단어 선택은 인쇄된 텍스트의 관련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 이미지 선택은 제시된 그래픽의 관련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 단어 조직화는 관련 단어를 작업기억 안의 언어 모형(verbal model)으로 배열하는 것을,
  • 이미지 조직화는 그래픽의 관련 부분을 작업기억 안의 그림 모형(pictorial model)으로 배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 통합은 작업기억 안에서 서로 대응하는 언어 표상과 그림 표상 사이에 연결을 만들고, 장기기억의 관련 지식과도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 유의미 학습은 학습자가 선택, 조직화, 통합을 포함한 적절한 인지처리에 참여하는 데 달려 있다.
  • 교수설계는 이러한 과정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다.

인지 용량에 대한 가지 요구 (Three Demands on Cognitive Capacity)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중심 명제는 작업기억 용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학습 중 이 제한된 인지 용량에 대해 외재적 처리(extraneous processing), 필수적 처리(essential processing), 생성적 처리(generative processing)라는 세 가지 요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외재적 처리는 교수목표를 지원하지 않는 인지처리이다. 외재적 처리의 양은 수업에 외재적인 언어 정보나 그림 정보를 제시하는 것과 같은 불량한 교수설계(poor instructional design)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 필수적 처리는 제시된 자료를 작업기억 안에 정신적으로 표상하기 위한 인지처리이다. 필수적 처리의 양은 학습자에게 그 자료가 지닌 고유한 복잡성(inherent complexity), 예컨대 빠르게 진행되는 수업에서 상호 연관된 많은 개념을 제시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 생성적 처리는 유입되는 정보를 이해하려는 인지처리이다. 생성적 처리의 양은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학습자의 동기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 세 종류의 처리는 각각 학습자의 제한된 인지 용량 일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외재적 처리에 사용되는 용량은 필수적 처리와 생성적 처리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빼앗고, 필수적 처리에 사용되는 인지 용량은 생성적 처리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빼앗는다.

가지 교수목표 (Three Instructional Goals) 

인지 용량에 대한 세 가지 요구는 외재적 처리 최소화(minimize extraneous processing), 필수적 처리 관리(manage essential processing), 생성적 처리 촉진(foster generative processing)이라는 세 가지 교수목표를 낳는다.

  • 불량하게 설계된 수업이 학습자의 인지 용량 거의 전부를 외재적 처리에 할당하게 하여, 필요한 필수적 처리와 생성적 처리에 참여할 충분한 인지 용량이 남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중요한 교수목표는 외재적 처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예컨대 수업에서 불필요한 단어와 그래픽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 외재적 처리는 줄였지만 수업이 너무 복잡하여 필요한 필수적 처리의 양이 학습자의 인지 용량을 초과하는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중요한 교수목표는 필수적 처리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예컨대 연속된 수업을 학습자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덩어리로 나눔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외재적 처리를 최소화하고 필수적 처리를 관리하여 생성적 처리에 사용할 인지 용량이 확보되었지만, 학습자가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동기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중요한 교수목표는 생성적 처리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는 예컨대 수업을 잠시 멈춘 동안 요약문 작성이나 자기검사(self-testing) 같은 생성학습 활동에 참여하도록 학습자에게 촉구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15가지 멀티미디어 교수설계 원리
(Fifteen Multimedia Instructional Design Principles)
 

표 6은 나와 동료들이 여러 해 동안 수행한 연구가 뒷받침하는 15가지 원리를 요약한다. 첫 번째 다섯 원리는 외재적 처리 줄이기라는 교수목표를 다루고, 두 번째 네 원리는 필수적 처리 관리라는 교수목표를 다루며, 세 번째 여섯 원리는 생성적 처리 촉진이라는 교수목표를 다룬다. 각 원리에는 그 원리가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어떤 종류의 수업에 적용되는지, 어떤 상황에서 적용되는지 등의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s)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Multimedia Learning』(Mayer, 2021)에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The Cambridge Handbook of Multimedia Learning』(Mayer & Fiorella, 2022) 등 더 넓은 문헌에는 훨씬 더 많은 원리가 기술되어 있다.

 

표 6. 멀티미디어 교수설계의 15가지 원리(Fifteen principles of multimedia instructional design)(Mayer, 2021에서 가져옴) 

교수목표와 원리 효과크기
(Effect size)
검사 수(Tests)
외재적 처리 줄이기 위한 원리(Principles for reducing extraneous processing)    
  • 1. 일관성 원리(coherence principle): 외재적 자료가 포함될 때보다 제외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0.86 19
  • 2. 신호제시 원리(signaling principle): 필수 자료의 조직을 부각하는 단서가 추가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0.69 16
  • 3. 중복성 원리(redundancy principle): 그래픽과 내레이션에 인쇄된 텍스트를 추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의 진행 속도가 빠를 때는 그래픽·내레이션·인쇄 텍스트보다 그래픽과 내레이션으로부터 더 잘 학습한다.
0.10 12
  • 4. 공간적 인접성 원리(spatial contiguity principle): 페이지나 화면에서 서로 대응하는 단어와 그림이 멀리 떨어져 제시될 때보다 가까이 제시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0.82 9
  • 5. 시간적 인접성 원리(temporal contiguity principle): 서로 대응하는 단어와 그림이 연속적으로 제시될 때보다 동시에 제시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1.31 8
필수적 처리 관리를 위한 원리(Principles for managing essential processing)    
  • 6. 분절화 원리(segmenting principle): 멀티미디어 수업이 연속된 단위로 제시될 때보다 사용자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분절로 제시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0.67 7
  • 7. 사전훈련 원리(pretraining principle): 주요 개념의 명칭과 특성을 미리 알고 있을 때 사람들이 멀티미디어 수업에서 더 잘 학습한다.
0.78 10
  • 8. 양식 원리(modality principle): 그래픽과 화면 텍스트보다 그래픽과 내레이션으로부터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1.00 19
필수적 처리 관리를 위한 원리(Principles for managing essential processing) (원문 표의 표기)    
  • 9. 멀티미디어 원리(multimedia principle): 단어만으로 학습할 때보다 단어와 그림으로 학습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1.35 13
  • 10. 개인화 원리(personalization principle): 멀티미디어 수업의 단어가 격식체보다 대화체일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1.00 15
  • 11. 음성 원리(voice principle): 멀티미디어 수업의 내레이션이 기계 음성보다 친근한 인간의 음성으로 전달될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0.74 7
  • 12. 이미지 원리(image principle): 화자의 이미지를 화면에 추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반드시 멀티미디어 수업에서 더 잘 학습하는 것은 아니다.
0.20 7
  • 13. 체화 원리(embodiment principle): 화면 속 교수자가 낮은 체화(low embodiment)보다 높은 체화(high embodiment)를 나타낼 때 사람들이 멀티미디어 제시로부터 더 깊이 학습한다.
0.58 17
  • 14. 몰입 원리(immersion principle): 대응하는 2차원 데스크톱 제시보다 3차원 몰입형 가상현실에서 반드시 더 잘 학습하는 것은 아니다.
-0.10 9
  • 15. 생성적 활동 원리(generative activity principle): 학습 중 생성학습 활동을 수행하도록 안내받을 때 사람들이 더 잘 학습한다.
0.71 44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미래
(The Future of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처럼 이론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더라도, 추가적인 이론 개발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날의 CTML은 선택, 조직화, 통합과 같은 학습 중 인지처리를 핵심 기제로 삼고, 인간 정보처리체계(human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의 구조, 작업기억의 제한된 용량, 시각적·언어적 처리를 위한 이중 채널에 관한 가정을 함께 강조한다. 이 절에서는 사회적 과정, 정서적 과정, 동기적 과정, 메타인지적 과정 등 기본적인 인지과정을 넘어서는 새로운 학습 요소를 통합하는 CTML의 미래 방향을 탐색한다. 앞으로 연구 기반의 증가, 근거 기반 설계 원리 수의 증가, 설계 원리 경계조건의 더 명확한 구체화도 예상한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에 새로운 요소 통합하기
(Integrating New Components into the Cognitive Theory of Multimedia Learning)
 

사회적, 정서적, 동기적, 메타인지적 과정을 포함하여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요소를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에 통합하는 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 사회적 과정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행위주체성이론(social agency theory)(Atkinson et al., 2005; Mayer et al., 2003)의 통합에 초기 진전이 반영되어 있다. 이 이론은 교수자가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느낄 때 학습자가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가정한다.
  • 정서적 과정과 관련해서는 미디어 활용 학습 인지-정서 모형(cognitive-affective model of learning with media)(Moreno & Mayer, 2007)과 이러닝 인지-정서 모형(cognitive-affective model of e-learning)(Lawson et al., 2021; Lawson & Mayer, 2022)의 통합에 초기 진전이 반영되어 있다. 이 모형들은 학습 중 긍정적 정서를 경험할 때 학습자가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가정한다.
  • 동기적 과정과 관련해서는 학습 중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고 불안(anxiety)을 감소시키기 위한 촉진문(prompt)을 제공받은 학생들이 통계 수업에서 더 잘 학습한다는 연구에 초기 진전이 반영되어 있다(Huang & Mayer, 2019; Huang et al., 2020).
  • 메타인지적 과정과 관련해서는 멀티미디어 과학 수업을 잠시 멈춘 동안 학습자의 이해 판단(judgements of understanding)을 평가한 연구에 초기 진전이 반영되어 있다(Pilegard & Mayer, 2015a, 2015b).

전반적으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에 새로운 요소를 통합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과 동기 이론의 지속적인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Kuhlmann et al. (2023)은 CTML의 SOI 과정이 동기이론의 관점을 통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분명히 자기조절(self-regulation)은 학생이 멀티미디어 자료로부터 어떻게 학습하는지 이해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자기조절 기술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멀티미디어 교수자료를 설계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습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연구방법론 확장
(Expanding Research Methodologies to Monitor Learning Processes)
 

새로운 요소를 CTML에 통합하려면 시선추적(eye-tracking), 생체측정(biometric), 뇌 모니터링(brain monitoring), 설문조사(survey) 기법의 활용을 포함하여 학습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연구방법론을 확장해야 한다. 시선추적 기법과 관련해서는 학습자가 멀티미디어 수업을 볼 때 주의를 어떻게 배분하는지, 예컨대 서로 대응하는 인쇄 단어와 그래픽 요소 사이에서 시선이 몇 번 이동하는지(Johnson & Mayer, 2012; Ponce et al., 2018), 또는 투사된 슬라이드 옆에 교수자가 서 있는 비디오 강의를 볼 때 학생이 어디를 보는지(Stull & Mayer, 2021; Stull, et al., 2018)를 규명하는 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체측정 기법과 관련해서는 몰입형 가상현실과 전통적 매체로 학습할 때 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와 피부전기활동(electro-dermal activity)으로 측정한 학생의 정서적 각성(emotional arousal)을 조사한 연구에 초기 진전이 반영되어 있다(Parong & Mayer, 2021a, 2021b). 뇌 모니터링 기법과 관련해서는 몰입형 가상현실과 전통적 매체로 학습할 때 휴대용 뇌파(electroencephalogram, EEG) 시스템으로 측정한 학생의 주의분산 수준을 조사한 연구에 초기 진전이 반영되어 있다(Parong & Mayer, 2021a, 2021b). 마찬가지로 기능적 근적외선분광법(functional near-infrared spectroscopy, fNIRS) 기술은 인지적·사회적·정서적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 강도를 탐지할 수 있는 잠재적 경로를 제공한다(Li et al., 2022). 학습 활동을 측정하는 전통적 방법은 학습 후 시행하는 자기보고식 설문(self-report surveys)이지만, 진행 중인 수업을 잠시 멈추고 짧은 설문 문항을 삽입하는 방식에서도 초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Pilegard & Mayer, 2015a, 2015b). 전반적으로 나는 교수 에피소드(instructional episode) 중 학습 과정을 탐지하는 방법론이 발전하고, 이것이 학습 결과를 측정하는 기존 기법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식 기반 확장 (Expanding the Knowledge Base) 

마지막으로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은 연구 기반의 증가를 통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설계 원리의 증가와 정련, 그리고 원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를 규정하는 경계조건의 더 명확한 구체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연구 기반이 성장함에 따라 핵심 멀티미디어 설계 원리의 효과 크기와 그 조절요인(moderating factors)을 정확히 짚어 내는 메타분석(meta-analyses)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 연구의 중요한 방향은 학교 교실, 온라인 강좌, 전문직 훈련처럼 더 자연스러운 학습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가치에 대한 궁극적 검증은 『e-Learning and the Science of Instruction』의 다섯 판(Clark & Mayer, 2003, 2008, 2011, 2016, 2024)에 반영된 것처럼 교수와 훈련을 개선하는 실천적 역할에 달려 있다.

결론 (Conclusion)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은 학습과 교수에 관한 우리 학문의 근본적 질문, 즉 사람들은 어떻게 학습하며, 우리는 사람들이 학습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를 다루는 데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 줌으로써 교육심리학의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특히 CTML은 학문적 자료의 유의미 학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유의미 학습을 촉진하도록 학문적 자료의 설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시도를 나타낸다. 100년 넘게 우리 분야는 이러한 질문과 씨름해 왔다. 멀티미디어 학습 인지이론의 발전은 교육심리학이 심리학 이론과 교육 실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이 에세이가 여러분으로 하여금 유의미한 학문적 학습에 관한 이론 기반 연구(theory-grounded studies)를 수행하고, 연구 기반 유의미 학습 이론(research-based theories)에 기여하거나, 근거 기반 교수(evidence-based instruction)를 개발하는 등 이 가치 있는 노력에 동참하도록 격려한다면, 나는 이 에세이가 성공했다고 여길 것이다.

 

 

Med Educ. 2025 Dec;59(12):1280-1289. doi: 10.1111/medu.15746. Epub 2025 Jun 18.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health professional education: A systematic review in the context of student learning 

 

 

 

🤖 학생들은 생성형 AI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Laurillard 프레임워크로 본 체계적 문헌고찰

📌 이 논문이 던지는 질문

 

생성형 AI(Generative AI, GenAI)가 보건의료전문직 교육(health professions education, HPE)에 들어온 지 이제 몇 년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학생들이 실제로 이걸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잘 모릅니다. 좋다 나쁘다는 말은 많은데, 학습활동의 어떤 유형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는 드물었죠.

저자들은 여기에 Laurillard의 대화적 프레임워크(Conversational Framework)를 가져옵니다. 이 틀은 학습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 습득(acquisition) 지식을 받아들이는 활동
  • 탐구(inquiry)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찾아 분석하는 활동
  • 연습(practice) 피드백 순환을 동반한 반복 수행
  • 생산(production) 개인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활동
  • 토론(discussion)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활동
  • 협력(collaboration) 동료와 함께 공동 산출물을 만드는 활동

앞의 네 가지는 개인적 학습에 가깝고, 뒤의 두 가지(토론, 협력)는 동료 상호작용에 기대는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입니다. 이 구분이 이 논문의 결론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 됩니다.


🔍 어떻게 했나

ERIC, Education Database, Ovid Medline, Ovid Embase, Scopus 다섯 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2024년 9월 15일까지 출판된 논문을 모았습니다. 정규 HPE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이 GenAI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다룬 연구만 포함했고, 초기 1,924편에서 최종 33편이 남았습니다. 각 논문에서 확인된 GenAI 사용 방식을 Laurillard의 여섯 학습유형에 연역적으로 매핑했고, 연구의 질은 MERSQI로 평가했습니다.

눈여겨볼 지점 두 가지입니다.

 

  • 첫째, 33편 중 28편이 2024년 출판입니다.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죠. +
  • 둘째, MERSQI 평균이 10.4(범위 1-18)로, 아직은 소규모 단일기관 연구가 주를 이룹니다. 결과를 읽을 때 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결과: 개인 학습에 쏠려 있다

빈도 순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학습유형 논문 수 비율
연습(practice) 24 약 73%
탐구(inquiry) 23 약 70%
생산(production) 22 약 67%
습득(acquisition) 18 약 55%
토론(discussion) 4 약 12%
협력(collaboration) 4 약 12%

편차가 상당히 뚜렷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활동들이 보고되었습니다.

  • 습득: 복잡한 개념 설명, 오개념 교정, 강의노트 요약, 번역 지원. 학생들은 여러 자료를 뒤지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 탐구: 다양한 질문에 대한 빠르고 조직화된 응답,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 지원, 일차문헌 탐색. 다만 정보의 깊이나 최신성이 부족해 전통적 자료와 대조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복됩니다.
  • 연습: 가상 환자 면담, 병력청취 연습, 술기 및 임상추론 지원, 성찰적 실천. 구조화된 스크립트를 따를 때는 그럴듯했지만, 개방형이나 모호한 질문에서는 응답의 명료성과 타당성이 떨어졌습니다.
  • 생산: 과제 수행, 에세이와 증례보고서 작성, 문법과 구조 개선. 학생들은 기대는 컸지만 실제로는 문법 교정이나 번역 같은 기본적 작업에 더 적합하다고 느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토론과 협력: 각각 4편뿐입니다. 그마저도 ChatGPT가 팀워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촉진했는지에 대한 서술은 빈약했고, 결과도 엇갈렸습니다.

저자들은 이 패턴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GenAI는 개인화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지원하지만, 협력적 양식에서의 역할은 아직 충분히 탐색되지 않았다."

"Although GenAI supports personalised and self-directed learning, its role in collaborative modes is under-explored."


💡 저자들의 해석

논문의 논의 부분은 대략 이런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이하는 원문의 논지를 제 언어로 정리한 것입니다.

 

  • 첫째, 개인화의 대가입니다. GenAI는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고, 학습자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줍니다. 이 자율성은 개인화된 학습경험으로 이어지고, 참여도와 동기를 높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개인화가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생이 급우와 씨름하는 대신 AI 응답에 기대게 되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 수 있고, 저자들은 이를 두고 GenAI가 인간적 상호작용을 희생시키면서 개인화 학습을 촉진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집니다.
  • 둘째, 정확성과 신뢰성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입니다. 환각(hallucination), 오래된 정보, 출처 불투명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 데이터 품질이 임상적 안전과 직결되는 HPE에서는 학생이 AI 생성 콘텐츠의 부정확성과 편향을 스스로 식별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 셋째, 과의존은 비판적 사고를 잠식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대응책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교육을 교육과정에 넣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프롬프트를 잘 짜는 훈련이 곧 비판적 사고 훈련이 될 수 있고, 응답 품질을 높여 부정확성을 줄이며, 개인화된 학습경험과 교육성과를 정렬시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 넷째, 팀워크 설계는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의료에서 팀워크의 질은 곧 진료의 질입니다. 저자들은 향후 연구가 GenAI를 활용한 팀워크 활동, 특히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을 더 잘 지원하도록 AI 도구를 설계하는 방향을 탐색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확장된 Laurillard 표

이 논문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쓸모 있는 산출물은 Table 1입니다. 여섯 학습유형 각각에 대해 전통적 기술, 디지털 기술, 그리고 GenAI 기술의 사례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연습(practice)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술기실습실과 마네킹 시뮬레이션, 디지털에서는 가상환자 시뮬레이터와 임상 데이터베이스, GenAI에서는 연습자료 생성, 다양한 가상환자 시나리오 구현, 임상과제에 대한 피드백 제공, 성찰 촉진으로 정리됩니다.

교육설계자 입장에서 보면, 이 표는 "어디에 GenAI를 쓰는 게 실제로 추가적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지도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토론과 협력 칸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아직 설계하지 못한 영역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 읽고 나서 남는 생각

한국 의학교육 맥락에서 몇 가지가 걸립니다.

 

  • 하나. 우리 학생들의 사용 패턴도 아마 비슷할 것입니다. 요약, 번역, 과제 작성, 문제 생성. 즉 개인 학습 쪽에 집중되어 있겠죠. 그렇다면 팀바탕학습(TBL)이나 문제바탕학습(PBL)처럼 사회적 학습을 전제로 설계된 교육활동에 GenAI가 들어올 때, 그것이 협력을 돕는지 아니면 협력을 우회하는 지름길이 되는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둘. 이 리뷰가 다룬 33편은 대부분 "학생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자기보고입니다. 학습성과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증거는 여전히 얇습니다. 저자들도 이 점을 한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 셋. 전문직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의 관점에서 보면, 토론과 협력이 빠진 학습은 단순히 "덜 효율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동료 및 지도교수와의 상호작용은 지식 전달의 통로일 뿐 아니라 정체성이 형성되는 사회적 장이기도 하니까요. GenAI가 그 장을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잃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그 이상일 수 있습니다.

 


1 | 서론 (INTRODUCTION)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GenAI)은 의료에 통합되어 임상 문서 작성(clinical documentation), 신약 개발(drug discovery), 진단(diagnostics) 등의 과업을 개선해 왔지만, 데이터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¹ 보건의료전문직 교육(health professional education, HPE)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GenAI는 학습자가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모방하는 기술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롭고 변혁적인 방식을 제공한다.²˒³ GenAI는 교육에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이를 통합하는 데에는 중대한 과제도 따른다. 연구에 따르면 GenAI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overreliance)은 문제해결, 글쓰기, 분석적 추론(analytical reasoning) 등 HPE 학생에게 필수적인 핵심 기술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⁴ 더욱이 많은 학생이 적절한 지도 없이 GenAI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부정행위, 잘못된 정보,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GenAI는 진정한 학습(genuine learning)에 위험을 초래한다.⁵ GenAI에 대한 이러한 과도한 의존은 학생이 학습 자료에 깊이 관여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지식을 유지하는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수행하는 능력과 역량 있는 보건의료전문가로 자격을 갖추는 데 필요한 최고 수준의 윤리적·전문직업적 기준을 유지하는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⁶˒⁷ 학생이 GenAI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HPE에서 점점 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 학습성과(learning outcomes)를 직접 형성하기 때문이다.⁸˒⁹ 이러한 위험이나 과제가 현재 HPE 학생의 학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Feigerlova 등¹⁰도 마찬가지로 HPE에서 GenAI 기반 중재(GenAI-powered interventions)의 교육성과에 관한 현재 근거는 제한적이며, 연구 결과는 주로 기간이 짧은 소규모 단일기관 연구에 근거한다고 지적한다. 학생의 GenAI 사용을 다룬 문헌고찰은 존재하지만, 기존 고찰에는 GenAI가 서로 다른 유형의 학습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 초점이 부족하다. 전통적 기술과 디지털 기술 전반에 걸쳐 여섯 가지 서로 다른 학습 유형을 보여주는 Laurillard 대화적 프레임워크(Laurillard Conversational Framework)와 같이 잘 알려진 학습활동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GenAI가 학생 학습에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더욱 포괄적이고 이론에 기반한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은 보건의료전문직 교육(HPE)의 다양한 측면에 점점 더 통합되고 있으며, 그 영향을 탐색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¹¹ 학습기술(learning technologies)의 변혁적 잠재력은 교수·학습 과정을 향상하여 궁극적으로 더 나은 교육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능력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Laurillard 대화적 프레임워크는 HPE의 기술 지원 학습활동(technology-enabled learning activities)을 분류하는 모형으로 권고되어 왔다.¹² 전통적 기술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생의 사용은 전통적으로 Laurillard의 대화적 프레임워크¹³에 의해 요약되어 왔으며, 이 프레임워크는 1) 습득(acquisition), 2) 탐구(inquiry), 3) 연습(practice), 4) 산출(production), 5) 토의(discussion), 6) 협력(collaboration)의 여섯 가지 학습 양식을 제안한다.

 

  • 습득, 탐구, 연습, 산출은 개인적 학습 경험(personal learning experiences)을 중심으로 하지만,
  • 토의 협력은 동료 상호작용(peer interaction)에 의존하므로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의 형태가 된다.¹³

 

이 프레임워크는 효과적인 학습환경과 활동을 설계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10년 넘게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¹⁴˒¹⁵ 이러한 방식으로 학습을 구조화하면 교육자는 교육학적 목표(pedagogical goals)에 부합하고 학생 참여(student engagement)를 향상하는 기술 기반 활동을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¹² 이 프레임워크는 의과대학생을 위한 디지털 해부학 학습 플랫폼의 사용에 적용되어 왔으며,¹⁶ 의학교육 및 간호교육에서 모바일 학습(mobile learning)의 실행, 채택, 사용, 지속가능성, 확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색한 연구 결과를 풀어내는 수단으로도 제안되었다.¹⁷ HPE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이 프레임워크는 서로 다른 학습환경이 학습자와 그들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는 팀 기반 학습(team-based learning),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맥락 기반 학습(context-based learning)과 같은 일반적인 학습 양식, 특히 HPE가 수용해 온 e러닝(e-learning) 및 모바일 학습 같은 기술 기반 도구와의 참여를 상세히 분석하는 것이 포함된다.¹²

 

GenAI는 학습(training)을 통해 인간과 유사하고 일관되며 맥락에 적합한 반응을 더 큰 규모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에 또 다른 차원을 제시한다.²˒¹⁸˒¹⁹ 이 플랫폼은 학생에게 연습을 촉진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학습 파트너가 되며, 자료 생성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까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²⁰–²² GenAI는 전통적 교육 접근을 와해(disrupt)시켰으며,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는 GenAI 사용을 보장하려면 이러한 접근을 재평가해야 한다.²³ 본 고찰은 GenAI가 학생 사이에서 더욱 능동적인 학습(active learning)을 장려하고, 교사 의존도를 낮추며, 교실 역학(classroom dynamics)을 재구성하여 전통적 학습 구조에 도전할 수 있는 방식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²⁴

 

최근의 발전은 특히 콘텐츠 생성(content generation)과 다중양식 학습(multimodal learning)을 위한 향상된 교육 도구를 제공하지만,²⁵ GenAI를 HPE 실천에 생산적이고 책임감 있게 통합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에는 여전히 상당한 공백이 존재한다.²⁶ 이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학생이 GenAI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GenAI가 학생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 교육자가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또한 GenAI가 가장 많이 사용되거나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때를 밝혀 교육자가 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본 고찰을 이끈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보건의료전문직 학생은 GenAI를 어떻게 사용하며, 이러한 사용은 전통적 학습 도구 및 디지털 학습 도구와 비교할 때 Laurillard 대화적 프레임워크의 여섯 가지 학습 유형과 어떻게 부합하는가?

2 | 방법 (METHODS)  

2.1 | 문헌 검색 및 선별 (Literature searching and screening) 

본 체계적 문헌고찰은 2020년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보고지침(Preferred Reporting Items for Systematic Reviews and Meta-Analyses, PRISMA)에 따라 수행하였다.²⁷ 고찰 프로토콜은 등록되어 있다(PROSPERO CRD42024543726). 본 체계적 문헌고찰에는 고등교육 내 공식 HPE 교육과정에서 GenAI 기술을 적용한 것을 다룬 동료심사 원저 연구논문(original peer-reviewed research papers)을 포함하였다.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료심사 연구에 초점을 두었으므로 회색문헌(grey literature)은 포함하지 않았다. 보건의료전문가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sation)의 보건의료인력 분류 문서²⁸에 수록된 직종으로 정의하되, 대학 학위 수여로 이어지는 고등교육 과정을 갖춘 전문직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팀의 관점에 따라 범위를 조정하였다. 검색 시작 연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2024년 9월 15일 또는 그 이전에 출판된 모든 연구를 포함하였다. 학생의 GenAI 사용을 조사한 연구만 포함하였다.

 

ERIC, Education Database, OVID Medline, OVID Embase, Scopus의 5개 주요 데이터베이스에서 포괄적 문헌 검색을 수행하였다. 데이터베이스 검색은 핵심어, 의학주제표목(Medical Subject Headings, MeSH), 그리고/또는 CINAHL 주제표목을 조합한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부록 S1). 첫 단계의 검색식은 GenAI 응용과 관련 용어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large language models’,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같은 용어와 ‘ChatGPT’, ‘Copilot’, ‘Gemini’ 같은 특정 도구를 포함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보건의료전문직 교육에 초점을 두었다. 두 검색전략의 결과를 종합하여 평가하였다. 모든 검색어는 부록 S1에 제시되어 있고, 선정 기준(eligibility criteria)의 상세한 요약은 부록 S2에 포함되어 있다. 본 체계적 문헌고찰의 선별과 자료 추출 과정은 Covidence 체계적 문헌고찰 소프트웨어(Veritas Health Innovation, Melbourne, Australia)를 사용하여 관리하였다. 두 저자(TP와 TL)가 제목·초록 선별 단계에서 각 연구의 관련성을 독립적으로 평가하였다. 저자 DL은 원문 선별 단계 전에 의견 충돌을 조정하였다. 원문 선별에도 같은 절차를 적용하였다.

2.2 | 연구 평가 (Study appraisal) 

연구의 질은 의학교육 연구 질 평가도구(Medical Education Research Study Quality Instrument, MERSQI)²⁶를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다만 GenAI 사용의 전체 범위를 포착하고자 하였으므로 평가 결과에 따라 어떠한 논문도 제외하지 않았다.

2.3 | 자료 통합 (Synthesising data) 

포함된 논문은 내용분석(content analysis)을 사용하여 연역적으로 코딩(deductive coding)하고, Laurillard의 여섯 가지 학습 양식인 습득, 탐구, 연습, 산출, 토의, 협력에 대응시켰다. 학습 양식에는 다음 정의를 적용하였다.

 

  1. 습득(Acquisition)은 학생이 GenAI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며 오직 지식을 습득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2. 탐구(Inquiry)는 학생이 GenAI를 통해 능동적으로 질문을 탐색하고,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3. 연습(Practice)은 반복되며 피드백 순환(feedback cycles)을 동반하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4. 산출(Production)은 학생이 발표자료나 에세이 같은 산출물(artefacts)을 만들기 위해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5. 토의(Discussion)는 학생이 GenAI와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포함한다.
  6. 협력(Collaboration)은 학생이 과업이나 프로젝트에서 다른 인간 동료와 함께 작업하고, 팀 상호작용과 산출을 촉진하기 위해 GenAI를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다섯 명의 연구팀 구성원(TP, AL, DL, NK, BE)이 독립적으로 코딩한 뒤, 모든 저자가 참여한 원탁회의에서 교차 점검하였다. 각각의 GenAI 사용에는 반복적으로 관찰된 양상과 각 연구에서 GenAI가 사용된 방식에 근거하여 개발한 고유한 정의를 부여하였다. 각 학습 활동의 정의는 부록 S3에서 논의한다. 이 과정은 각 GenAI 사용을 활동의 성격과 사용 목적에 따라 분류할 수 있게 하였으며, 그 결과 적절한 학습 양식(습득, 탐구, 연습, 산출, 토의, 협력)에 더욱 정밀하게 대응시킬 수 있었다. GenAI 사용과 학습 양식 간의 대응을 확정한 뒤, 다섯 명의 연구팀 구성원(TP, AL, DL, NK, BE)은 합의된 프레임워크를 검토하고 논문을 재검토하기 위해 회의를 열어, 확인된 GenAI 사용이 각각의 학습 양식에 일관되게 대응되는지 확인하였다. 분석에서 발생한 모든 불일치는 연구팀 구성원 간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해결하였다.

3 | 결과 (RESULTS) 

3.1 | 연구 요약 (Summary of studies) 

PRISMA 흐름도(부록 S4)는 연구 선별 과정을 보여준다. 최초 데이터베이스 검색에서 1924편의 논문이 검색되었다. 중복을 제거하고 포함·제외 기준을 적용한 결과, 33편의 논문이 선정 기준을 충족하여 최종 고찰에 포함되었다. 부록 S5에는 최종적으로 포함된 33편의 논문이 기술되어 있다. 33편 가운데 28편은 2024년에 출판되어 교육에서 GenAI가 새롭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 MERSQI 점수는 10.4점(범위 1–18점)이었으며, 각 MERSQI 점수는 부록 S5에 제시되어 있다. 평균 MERSQI 점수는 GenAI가 HPE의 서로 다른 학습 양식을 어떻게 지원하는지에 대해 더 강한 근거를 제공하려면 더 높은 질의 실험연구와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ies)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MERSQI 점수가 높거나 낮은 논문 모두 일관된 강조 양상 없이 유사한 학습 양식을 탐색했으므로, MERSQI 점수와 보고된 학습 양식의 수 또는 유형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의과대학생 대상 논문이 가장 많았고(n = 13),²⁹–⁴¹ 간호학(n = 9),²⁴˒⁴²–⁴⁹ 치의학(n = 4),⁵⁰–⁵³ 약학(n = 4),⁵⁴–⁵⁷ 수의학(n = 1)⁵⁸ 순이었다. 한 연구는 여러 보건의료 관련 분야에 걸쳐 있었고(n = 1),⁵ 또 한 연구는 의학과 약학을 모두 포함하였다(n = 1).⁵⁹ 연구가 수행된 국가를 보면 중국(n = 6)²⁴˒³¹˒³⁴˒³⁷˒⁴¹˒⁴⁸과 미국(n = 5)⁵˒³⁵˒⁴⁰˒⁴⁷˒⁵⁴에서 포함·제외 기준을 충족한 논문이 가장 많았다.

3.2 | GenAI 기술과 Laurillard의 여섯 가지 학습 양식 (GenAI technology and Laurillard's six learning modes) 

전반적으로 GenAI는 연습, 습득, 탐구, 산출 전반에서 전통적 학습 및 디지털 학습보다 더 고도화된 활용을 제공하였다. 여기에는 이해의 심화, 자료 생성, 아이디어 개발 지원, 다양한 형태의 연습 지원이 포함된다. 특히 토의협력은 언급이 적었으며, 이는 GenAI 지원 교육이 보다 개별화된 학습 접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석한 문헌 표본의 모든 논문 가운데 연습이 가장 빈번하게 논의된 양식으로 24편(약 73%)에 나타났다. 그다음은 탐구로 23편(약 70%), 산출로 22편(약 67%)에서 다루어졌다. 습득은 18편(약 55%)에 나타난 반면, 토의협력은 각각 4편(약 12%)에서만 다루어졌다. 포함된 논문의 대부분은 ChatGPT에 초점을 두었고, 일부는 맞춤형 GPT-3.5(custom GPT-3.5), PowerPointAI, Termbot 및 기타 대규모 언어모형(large language models, LLMs) 같은 도구를 언급하여 GenAI 도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각 논문에 기술된 GenAI의 구체적 응용은 부록 S5에 제시되어 있으며, 각 학습 양식을 다룬 논문 수의 상세한 요약은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다.

그림 1. Laurillard 학습 유형과 GenAI 활용(Laurillard learning types and GenAI uses). [컬러 그림은 wileyonlinelibrary.com에서 확인할 수 있음]

 

3.3 | 학습 양식: 습득 (LEARNING MODE: ACQUISITION) (n = 18)²⁴˒³¹˒³³–³⁸˒⁴²–⁴⁴˒⁴⁶˒⁴⁹˒⁵¹˒⁵²˒⁵⁴˒⁵⁷˒⁵⁹ 

전체적으로 16편의 연구는 GenAI가 개념을 명료화하고, 오개념(misconceptions)을 교정하며, 복잡한 주제를 단순화함으로써 학습을 향상하는 역할을 보여주었다.³³˒³⁵–³⁸˒⁴²–⁴⁴˒⁴⁶˒⁴⁹˒⁵¹˒⁵²˒⁵⁴˒⁵⁷˒⁵⁹ 학생들은 여러 출처를 이용하지 않고도 정보에 효율적으로 맞춤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GenAI가 전통적 자원보다 더 빠르고 접근하기 쉽다고 평가하였다.⁵¹˒⁵⁷ 또한 학생들은 GenAI의 모바일 접근성을 높이 평가했으며, 언제든지 의학용어를 연습하고 학습하는 데 이를 사용하였다.³⁸

 

GenAI의 요약 능력을 탐색한 논문은 8편이었으며, 이 기능은 학생이 긴 글과 강의 노트를 압축하여 효율적으로 학습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²⁴˒³¹˒³⁴˒³⁵˒⁴⁴˒⁵¹˒⁵²˒⁵⁴ ChatGPT는 강의 개요를 간결하게 요약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어서 학생이 다른 학습에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⁵⁴ 마지막으로 4편의 연구는 GenAI의 번역 기능을 다루었으며, 다언어 환경의 학생이 외부 도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언어 지원에 대한 자신감을 얻도록 도왔다.³³˒³⁵˒⁴⁴˒⁵⁴

3.4 | 학습 양식: 탐구 (LEARNING MODE: INQUIRY) (n = 23)⁵˒²⁴˒²⁹˒³¹˒³³–⁴¹˒⁴³–⁴⁵˒⁵⁰–⁵²˒⁵⁴˒⁵⁶˒⁵⁷˒⁵⁹ 

21편의 연구는 GenAI가 HPE 학생의 효율적인 정보 습득을 지원하여 다양한 질의에 대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을 논의하였다.⁵˒²⁴˒³¹˒³³–³⁶˒³⁸–⁴¹˒⁴³–⁴⁵˒⁵⁰–⁵²˒⁵⁴˒⁵⁶˒⁵⁷˒⁵⁹ GenAI는 여러 출처를 확인할 필요성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질의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응답할 수 있게 하여 전통적 방법에 비해 정보 수집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⁵¹ 그러나 겉보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때때로 깊이, 최신성 또는 구체적 세부사항이 부족하여 전통적 출처와 대조하여 검증해야 했다.⁵¹˒⁵²˒⁵⁷ 23편 가운데 13편은 GenAI가 복잡한 상황에서 학생을 안내하고 대안적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학생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탐색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²⁴˒²⁹˒³¹˒³³˒³⁵–³⁷˒³⁹˒⁴³˒⁴⁵˒⁵¹˒⁵²˒⁵⁷ 그러나 정보의 신뢰성에 관한 우려는 GenAI 응답에 대한 사실 확인(fact-checking)의 필요성을 부각하였다.³⁵˒⁵⁷

 

7편의 연구는 일차 문헌(primary literature)과 인용을 찾고 연구를 효율화하는 GenAI의 역할을 부각하였다.⁵˒²⁹˒³¹˒³⁵˒⁴¹˒⁴⁴˒⁵⁴ Ganjavi의 연구³⁵에서 응답자의 대부분은 ChatGPT가 연구 생산성(research productivity)을 향상하고 연구 과업에 드는 시간을 절약해 주었다고 응답하였다. 4편의 연구는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발상(ideation) 지원, 프로젝트 계획에서 GenAI의 유용성을 보여주었으며, 학생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과업을 조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⁵˒²⁹˒³⁵˒³⁹

3.5 | 학습 양식: 연습 (LEARNING MODE: PRACTICE) (n = 24)⁵˒²⁴˒²⁹–³⁹˒⁴²–⁴⁴˒⁴⁹–⁵²˒⁵⁴˒⁵⁶˒⁵⁷˒⁵⁹ 

17편의 연구는 HPE 학생이

 

  • 가상환자 상호작용(virtual patient interactions)을 연습하고,
  • 병력청취 활동(history-taking activities)을 수행하며,
  •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하고,
  • 전문직 간 협력(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을 개선하며,
  • 효과적인 환자 상호작용을 증진하는 방법을 기술하였다.³⁰–³³˒³⁵–³⁷˒⁴²–⁴⁴˒⁴⁷˒⁴⁹–⁵²˒⁵⁴˒⁵⁶

 

전반적으로 GenAI는 구조화된 대본(structured scripts)을 따를 때 정확하게 응답하고 실제 환자 상황을 효과적으로 모의하였다. 그러나 개방형 질문이나 모호한 질문에서는 응답의 명료성과 개연성이 저하되어, 의과대학생과 간호대학생이 대본이 없는 상황에서 부정확하거나 비논리적인 답변을 접하게 되었다.³⁰˒⁴² HPE 학생들은 환자 상담(patient counselling)을 향상하고 전공 분야 간 전문직 간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데에도 ChatGPT를 사용하였다.⁴⁷˒⁵⁰˒⁵⁶ 또한 16편의 논문은 학생이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약물을 관리하고, 약물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병리 기전을 설명하며, 진단 기술, 임상추론(clinical reasoning), 신체진찰, 병력청취, 약물 모니터링, 치료계획 수립을 지원하도록 GenAI가 진단적 단서를 제공하고 비판적 평가를 돕는 임상 과업에서의 역할을 부각하였다.²⁴˒²⁹˒³¹˒³³˒³⁵–³⁷˒³⁹˒⁴²–⁴⁴˒⁵¹˒⁵²˒⁵⁴˒⁵⁶˒⁵⁷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은 GenAI가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나타난 또 다른 영역으로, 6편의 연구가 학생이 이 목적으로 GenAI를 사용한다고 보고하였다.²⁴˒³⁸˒³⁹˒⁴³˒⁴⁴˒⁵⁶˒⁵⁷ 그러나 학생들은 인간 상호작용과 상세한 피드백의 부재를 지적했으며, 이는 이 범주에서 GenAI의 효과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⁵⁶ 성찰 외에도 GenAI는 연습 자료의 생성을 촉진하며, 이는 7편의 논문에서 보고되었다.⁵˒²⁴˒²⁹˒³⁵˒⁵²˒⁵⁴˒⁵⁹ 이 연구들은 HPE 학생이 GenAI 도구를 통해 암기카드(memory cards), 임상 증례 시나리오, 선다형 문항(multiple-choice questions), 모의시험 시나리오 등 다양한 연습 자료를 생성하여 상호작용적이고 맞춤화된 학습 경험을 향상한 방식을 보여준다.

3.6 | 학습 양식: 산출 (LEARNING MODE: PRODUCTION) (n = 22)⁵˒²⁴˒²⁹˒³³˒³⁵–³⁷˒⁴⁰˒⁴¹˒⁴³˒⁴⁴˒⁴⁶–⁴⁸˒⁵¹–⁵⁵˒⁵⁷–⁵⁹ 

20편의 논문은 GenAI가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하고 인지부하(cognitive load)를 줄여 HPE 학생이 과업과 과제를 더 빠르게 완료하도록 돕는다고 기술하였다.⁵˒²⁴˒³³˒³⁵–³⁷˒⁴⁰˒⁴¹˒⁴³˒⁴⁴˒⁴⁶˒⁴⁸˒⁵¹–⁵⁵˒⁵⁷–⁵⁹ ChatGPT를 활용했을 때 학생 성적과 과업 완료 시간에서 중간 정도의 향상이 관찰되었다.⁴⁴˒⁴⁸˒⁵³ 또한 11편의 논문은 GenAI 플랫폼이 에세이와 증례보고서 작성을 지원할 수 있다고 기술하였다.⁵˒²⁹˒³⁵˒⁴¹˒⁴⁴˒⁴⁸˒⁵¹–⁵⁴˒⁵⁸ ChatGPT는 학생이 글의 응집성(cohesion), 논증의 명료성(argument clarity), 조직, 언어의 질, 논리, 구조, 문법을 향상하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하였다.³⁵˒⁴³˒⁵⁴ 그러나 과도한 의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간헐적인 부정확성과 오해를 유발하는 인용 때문에 더 복잡한 학술 작업에서는 신뢰성이 낮아졌다.⁵² 학생들은 ChatGPT가 글로 작성한 산출물을 향상할 능력에 높은 기대를 보였지만, 많은 학생은 복잡한 학술 글쓰기보다 문법 교정과 번역 같은 기본 과업에 더 적합하다고 보았다.⁵³ 나아가 4편의 연구는 다양한 교육자료와 실용적 도구를 만드는 GenAI의 역할을 부각하였으며, 학생들은 시각자료, 요약, 표, 임상 도구를 생성하였다.⁵˒³⁵˒⁴⁴˒⁵²

3.7 | 학습 양식: 토의 (LEARNING MODE: DISCUSSION) (n = 4)²⁴˒³⁸˒⁴³˒⁵⁷ 

본 고찰에서는 GenAI가 관여한 토의가 4편의 연구에서 부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Hamid 등⁵⁷은 학생들이 오류를 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었고 토의 중 안내를 받기 위해 빠른 응답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ChatGPT가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자신의 의견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왔다고 보고하였다. 다른 연구에서 학생들은 보건교육 프로젝트와 임상 증례를 토의하는 데 GenAI를 사용하여 동료 및 교수자와의 안내된 토의(guided discussions)를 지원하였다.²⁴˒⁴³

3.8 | 학습 양식: 협력 (LEARNING MODE: COLLABORATION) (n = 4)³³˒³⁸˒⁴³˒⁵⁷ 

4편의 논문이 협력에서 ChatGPT의 역할을 조사했지만, ChatGPT가 구체적으로 팀워크를 어떻게 촉진했는지에 대한 세부사항은 대체로 제한적이었다. 이는 협력 환경에서 더욱 명확한 지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Hamid 등⁵⁷은 GenAI가 팀워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지만, Shin 등⁴³과 Alnaim 등³³은 협력 기술에 유의한 효과가 없다고 보고하였다. 교육 수준에 따라 견해가 엇갈렸고, 협력적 환경은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였다.

4 | 논의 (DISCUSSION) 

탐구, 연습, 습득, 산출을 논의한 논문의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은 GenAI가 토의와 협력을 통한 집단 상호작용(group interaction)을 촉진하기보다는 주로 개인맞춤형·자기주도학습(personalised, self-directed learning)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표 1은 GenAI 기술이 대화적 프레임워크의 학습활동 유형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저자들이 제안한 Laurillard¹³의 사례 확장을 보여준다.

 

표 1. GenAI 활용 사례를 포함하도록 수정한 Laurillard 학습 프레임워크(Adaptation of Laurillard's learning framework with examples of GenAI use) 

학습 유형 전통적 기술(Conventional technology) 디지털 기술(Digital technology) GenAI 기술(Gen-AI technology)
습득
(Acquisition)
책·논문 읽기; 교사의 대면 발표와 강의 듣기; 시연과 마스터클래스 보기 멀티미디어, 웹사이트, 디지털 문서·자료 읽기; 팟캐스트와 웹캐스트 듣기;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보기 여러 자료의 정보를 검토·요약·결합하기; 복잡한 주제를 명료화하기; 정보 번역하기
탐구
(Inquiry)
도서관에서 인쇄된 교과서와 학술지 논문 조사하기 온라인 의학 학술지, 멀티미디어 증례연구, 녹화 강의 또는 임상 주제 팟캐스트에 접근하기 주어진 질문에 답하도록 온라인 자료 처리하기; 콘텐츠 관련성 분석하기; 이용 가능한 온라인 자료를 수집·제시하기; 해결책 탐색하기; 프로젝트 아이디어 개발하기
연습
(Practice)
임상술기실에서 직접 연습하기; 환자진료를 위한 수작업 시뮬레이션; 실제 도구를 이용한 술기 연습 가상환자 시뮬레이터, 임상연구용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증례 진단을 위한 상호작용적 도구 사용하기 연습 자료 생성하기; 다양한 가상환자 시뮬레이터 상황 제공하기; 임상 과업 피드백 전달하기; 성찰적 분석 촉진하기
산출
(Production)
서면 증례연구 작성하기; 평가 결과와 진단보고서의 인쇄본을 모아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환자 증례의 디지털 문서로 e포트폴리오 만들기; 진단평가와 성찰 업로드하기 에세이 초안 작성하기; 진단 요약 생성하기; 성찰 노트 작성하기; 시각자료 제작하기; 과제용 그래픽 또는 발표자료 개발하기
협력
(Collaboration)
종이에 공동 산출물을 만드는 협력적 집단활동(예: 종이로 환자진료계획 공동 개발, 인쇄된 환자보고서 공유) 공유 온라인 문서(Google Docs)를 사용하여 임상 증례보고서라는 공동 산출물을 함께 만들기; 소집단 토의방 참여하기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발상)하고 집단 프로젝트의 초기 초안을 생성하기 위해 AI와 협력하기
토의
(Discussion)
교실 또는 임상현장의 대면 집단토의; 환자 증례에 관한 대면 토론 또는 패널토의 Zoom 또는 Canvas를 사용하여 임상 상황에 관한 가상 집단토의 운영하기; 채팅 또는 포럼을 통한 상호작용적 토의 AI 기반 토의 프롬프트에 참여하기; 토론을 모의하기 위해 챗봇 사용하기

 

표 1에 제시한 저자들의 제안은 교육자에게 노력을 어디에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GenAI가 효율성, 넓은 도달 범위와 즉각적인 접근성으로 인해 전통적 기술 및 디지털 기술과 나란히 추가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 ChatGPT와 기타 GenAI 도구는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생성하고 인간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모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³⁰˒³²˒⁵⁰˒⁵²˒⁵⁵
  •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응답을 제공하는 능력은 학생이 광범위한 검색을 건너뛸 수 있게 하며, 여러 출처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생의 요구에 맞춘 더 빠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⁵¹˒⁶⁰
  • 이러한 이점에 더하여 GenAI는 연습 자료의 생성과 피드백 제공을 포함하여, 그러한 기술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시간이 많이 들거나 수행하기 어려운 학습활동을 지원한다.⁶¹–⁶⁵
  • Menon과 Shilpa의 연구⁶⁶는 GenAI의 사용 편의성과 시간 절약 기능이 학생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작용하여, 과업을 단순화하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더 빈번한 사용을 장려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는 점까지 결합하면 GenAI는 학생에게 학습에서의 가치 있는 자율성(autonomy)을 제공한다.⁶⁷
  • 이러한 자율성은 더욱 개인맞춤화된 학습 경험에 기여하며, 이는 다시 교육내용을 개인의 관심, 목표, 지식수준에 맞춤으로써 학생 참여, 동기, 숙련도를 높인다.⁶⁸˒⁶⁹

그러나 개인맞춤형 학습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동료 협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일부 학생이 급우와 상호작용하는 대신 GenAI의 응답에 의존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⁵⁹˒⁶⁶˒⁷⁰˒⁷¹ 이러한 요인은 GenAI가 협력 및 토의 학습 양식에서 다른 참여자를 대체하면서 인간 상호작용을 희생하는 대가로 개별화된 학습을 촉진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⁷² 사회적 요소에 대한 이러한 관심 부족은 HPE의 GenAI 사용 맥락에서 토의와 협력의 사례가 더 적게 보고된 문헌에도 반영되어 있다.

 

본 연구는 중요한 학술적·연구적 함의를 강조하며, 기회와 과제를 모두 부각한다. 핵심 함의는 전통적 기술이나 디지털 기술과 달리 GenAI를 사용하는 것이 학업성과 또는 임상역량(clinical competency)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Feigerlova 등의 체계적 문헌고찰¹⁰에서도 강조한 문제다. 환각(hallucinations), 오래된 정보, 출처 투명성(source transparency)의 부족과 같은 문제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GenAI 산출물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우려다.⁵⁰˒⁵²˒⁵⁸ 엄격한 자료의 질이 핵심인 HPE에서 학생은 GenAI 생성 콘텐츠의 잠재적 부정확성 또는 편향을 식별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³⁰˒⁷² GenAI 통합에는 전략적 계획과 건실한 교육학적 원칙(sound pedagogical principles)의 준수도 필요하다.⁷³ 또한 GenAI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전문직 역량(professional competence)에 필수적인 비판적 사고와 독립적 학습 기술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³²˒⁷⁴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과정 설계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훈련 프로그램(prompt engineering training programs)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학생의 비판적 사고를 향상하고, GenAI 응답의 질을 개선하며, 부정확성을 줄이고, 교육성과를 개인맞춤형 학습 경험과 부합시킬 수 있다.⁷⁵ 기관과 교육자는 학업 진실성을 유지하고, 표절을 방지하며, HPE에서 GenAI가 윤리적으로 사용되도록 정책과 전략도 갱신해야 한다.⁸˒⁷⁵˒⁷⁶ 나아가 보건의료교육에서 GenAI가 협력과 토의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구는 팀워크의 질이 의료 제공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건의료에서 팀워크가 중요함을 강조한다.⁷⁷˒⁷⁸ 향후 연구는 GenAI가 팀워크 활동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지, 특히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을 더 잘 지원하도록 AI 도구의 설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이는 전문직 간 의사소통(interprofessional communication)에 대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고 더욱 효과적인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¹⁰

 

모든 체계적 문헌고찰과 마찬가지로 본 고찰은 특히 GenAI 연구가 빠르게 발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출판편향(publication bias)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어 문헌만 검색하면 가치 있는 국제 연구가 제외될 수 있지만, 이전 연구들은 전체 결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을 시사한다.⁷⁹˒⁸⁰ GenAI 사용자를 역량이 낮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자기보고 자료에 영향을 주고 연구 결과에 편향을 도입할 수 있다.⁵¹˒⁶⁵ 또한 GenAI 도구에서 알려진 성별, 인종 및 기타 편향이 학생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⁸¹–⁸³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엄격하고 투명한 방법론을 따랐다. 프로토콜을 PROSPERO에 등록하여 투명성과 편향 감소를 위한 노력을 확보하였다.⁸⁴ 또한 정확하고 완전한 보고를 지원하기 위해 PRISMA 2020 지침을 준수하였다.⁸⁵ 다섯 개 데이터베이스에 걸친 포괄적 검색과 Laurillard의 학습 양식을 사용한 통합은 HPE에서 GenAI 사용을 이해하고 향후 연구를 안내하기 위한 강력한 토대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HPE에서 GenAI가 사용되는 현재 근거에 기반하여 Laurillard 프레임워크의 확장을 제안하며, GenAI가 디지털 기술 및 전통적 기술과는 다른 학습 접근법을 어떻게 제공하는지를 보여준다. GenAI가 학습자, 교육자, 보건의료 성과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수적이다.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추가적인 응용과 학습 유형의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HPE의 미래를 더욱 형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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