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ring Untested Feasibilities: Critical Pedagogy's Approach to Addressing Abuse and Oppression in Medical Education

🩺 의료교육의 억압,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요?
— 파울로 프레이리의 '비판적 교육학'이 던지는 질문
"수련은 원래 힘든 거야." "이 바닥이 다 그래."
의료 현장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말들이죠. 환자나 동료를 향한 비웃음, 소수자에 대한 차별,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 이런 것들이 어느새 '의료 수련의 당연한 현실'로 여겨지곤 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으로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오늘 소개할 논문은 이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브라질 출신의 두 내과 의사이자 의학교육 연구자인 저자들은, 1950~60년대 브라질에서 태어난 교육 운동인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 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요. 함께 들여다볼까요?
🌱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이란?
- 비판적 교육학은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군사독재로 치닫던 격변기의 브라질에서 탄생했습니다. 당시 성인의 약 40%가 문맹이었고, 교육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었어요. 브라질의 엘리트층은 이 '교육 접근성의 부재'를 지배의 도구로 삼아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 는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성인 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그 방식이 좀 특별했습니다. 단순히 글자를 가르친 게 아니라, 학습자들이 자기 삶의 '구경꾼(spectator)'이 아니라 '주체(protagonist)'가 되도록 도왔거든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대부분의 학습자가 짧은 기간에 글을 깨쳤고, 이 경험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죠. 프레이리의 대표작 『페다고지(Pedagogy of the Oppressed)』는 이렇게 탄생했고,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교육학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 비판적 교육학의 핵심 주장은 이거예요. 중립적인 교육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프레이리는 지식만 전달하고 그 맥락에는 침묵하는 교육을 "은행 저금식 교육(banking education)"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학생을 빈 계좌처럼 여기고 지식을 '입금'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가난한 성인에게 글을 가르치는 목적이 그저 '그 현실에 더 잘 적응시키기' 위해서라면, 그건 현실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억압의 도구가 됩니다.
저자들은 이 통찰을 의료교육에 그대로 가져옵니다.
"마찬가지로, '중립적인' 의료교육은 학생과 전공의들이 억압에 맞서 싸우는 대신 그저 억압을 헤쳐 나가도록 훈련시킬 뿐이다."
"Likewise, a 'neutral' medical education would train students and residents to navigate oppression without challenging it."
그래서 '중립'이라는 선택에는 사실 (비)윤리적 결정이 담겨 있다는 거예요. 이어지는 문장이 특히 묵직합니다.
"예를 들어, 임상 교수가 학습자가 억압받는 것을 목격하고도 그 억압에 대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 교수는 이 억압적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For instance, if a clinical teacher witnesses the oppression of learners and does not act on that oppression, this clinical teacher becomes part of this oppressive system."
🔑 핵심 개념: '검증되지 않은 실현 가능성(Untested Feasibility)'
- 억압의 가장 무서운 점은 '희망의 부재' 라고 저자들은 말해요. 억압적인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슬프고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고정되어 있고, 내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믿게 되는 거죠. 프레이리는 이 무력감(hopelessness) 속에서는 "순응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이라는 순진한 사고가 지배한다고 봤어요. 그리고 그 순응은 결국 억압받는 자가 되거나, 억압하는 자가 되는 길로 이어집니다.
- 여기서 프레이리에게 희망(hope) 은 이 체념을 깨는 열쇠였습니다. 단, 여기서 희망은 "가만히 있어도 좋아지겠지" 하는 수동적 낙관이 아니에요.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critical engagement) 이자 행동입니다.
- 그리고 이 희망이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된 개념이 바로 '검증되지 않은 실현 가능성' 이에요.
"검증되지 않은 실현 가능성이란, 자신의 정치적·정서적·인지적·윤리적 역량이 닿는 범위 안에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전에는 시도된 적 없는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다."
"Untested feasibility is the possibility of doing something that has not being tested before to improve reality within one's political, emotional, cognitive and ethical reach."
- 쉽게 말하면,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작은 가능성" 인 거예요. 그래서 변화에 따르는 개인적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여기서 빠지면 안 되는 게 '프락시스(praxis)' 개념입니다. 성찰(reflection)과 행동(action)이 끊임없이 순환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 성찰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비판적 교육학의 관점에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찰은 프락시스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말잔치(verbalism)'일 뿐이다."
"From the perspective of CP, reflection that is not followed by action does not qualify as praxis; it is merely 'verbalism.'"
- 비판적 의식(critical consciousness)을 기르기 위해 프레이리가 제안한 방법은 '문제제기/문제화(problematization)' 입니다. 현대 의료교육도 문제 중심 학습을 도입했지만, 프레이리의 문제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요. 단순히 임상 문제를 자율적으로 푸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학습자가 자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주체성(agency) 을 기르는 것이거든요. 즉, 의료교육 시스템 자체가 '풀어야 할 문제'의 일부가 됩니다.
📖 세 가지 원칙, 세 가지 장면
저자들은 자신들이 학습자/교육자로서 실제 경험한 상황을 바탕으로 세 개의 장면(vignette)을 제시해요. 하나씩 따라가 봅시다.
1️⃣ 프락시스로서의 비판적 의식 (Critical consciousness as praxis)
- 🎬 장면
- 환자가 외래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화가 난 상태로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진료 첫 주인 학생이 지연에 대해 사과하며 면담을 시작하죠. 그런데 지도 교수가 끼어들어 말합니다. "나는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환자와 학생을 돌보느라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교수는 지연의 책임이 의료 시스템에 있다고 봐요. 학생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채로 면담을 마치지만, 이후 두 사람은 그 일에 대해 한마디도 나누지 않습니다.
- 🔍 저자들의 해석
- 환자를 향한 명백한 억압이, 학습자를 향한 더 미묘한 억압으로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학생은 '환자가 약자'라고 배웠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공감적 실천(empathetic praxis) 이 억압당하는 경험을 합니다. 전문직의 행동은 대부분 롤모델링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이 학생은 훗날 비슷한 상황에서 그 교수처럼 반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흥미로운 건 교수도 피해자라는 점이에요. 감당 못 할 업무량에 짓눌린 교수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의 공감적 태도를, 그리고 환자의 정당한 분노를 억압하고 있는 거죠.
- 💡 검증되지 않은 실현 가능성
- 비판적 의식을 기른 학습자는 이 억압의 사슬을 끊을 수 있어요. 저자들은 임상 실습이 '성찰의 공간(reflective spaces)' 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학습자가 잠시 속도를 늦추고,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마주할 시간 말이죠. 이 사례에서도 교수와 학생이 함께 "어떤 억압적 힘이 작용했는지, 환자의 편안함을 위해 진료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면, 변화의 불씨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2️⃣ 학습자 '위에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교육 (Pedagogy with learners)
- 🎬 장면
- 학생들, 전공의, 지도교수가 흡연으로 인한 좌측 발 동맥 폐색 환자를 보고 왔습니다. 절단(amputation) 가능성을 논의하던 중, 지도교수가 말해요. "한 발로 뛰어다니면서 담배 사기는 더 어려울 테니, 장기적으로는 절단이 최선일 수도 있겠네." 몇몇이 웃습니다. 함께 웃은 한 학생은 이후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껴요. 전공의는 그녀를 위로하며 "이런 농담은 환자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 🔍 저자들의 해석
- 학습자들은 소속감(sense of belonging) 을 찾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게 됩니다. 동료와의 결속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충돌할 때 고통이 생기죠. 실제로 Wear 등의 연구 『Making Fun of Patients』에는 의대생들이 보고한 충격적인 농담들이 기록되어 있어요 — 정신과 병동을 비하적인 별명으로 부르거나, 환자를 모욕적으로 칭하는 식의. (차마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표현들이라 자세히 적지는 않을게요.)
- 문제는 이런 게 "스트레스 대처 전략"이나 "의료 현장의 당연한 현실"로 정당화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바꿀 수 없다"는 믿음이 바로 억압을 지속시키는 무력감을 만들어내요.
- 여기서 저자들은 중요한 구분을 합니다. 올바른 전문직 태도를 '가르치는 것'과,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기르는 것'은 다르다는 거죠. 성찰의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학습자에게 거기에 맞춰 반영하라고 한다면, 그건 학습자 '위에 부과된' 교육입니다. 학습자의 관점을 무시하고 교사의 시각만 주입하는 거예요.
"프로페셔널리즘은 세상 속에서 일어나며, 가장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는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정해둘 수 없다."
"Professionalism happens in the world and the most appropriate behavior cannot be predefined because it depends on context."
- 그래서 저자들은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pedagogy with learners)' 을 제안해요. 의도된 결과는 인정하되 어떤 결과도 보장되지 않음을 이해하는 교육, 의견 불일치(disagreement)를 변화의 기회로 보는 교육이죠.
- 💡 검증되지 않은 실현 가능성
- 이 장면에서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은 전공의의 "환자를 놀리는 건 해롭지 않다"는 말을 단순히 '옳다/그르다'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전제에 도전하는 대화를 엽니다. 목소리를 지우거나 변화에 필요한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으면서요. 프레이리의 말을 빌리면:
"그 누구도,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이 존재하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다."
"No one can be, authentically, forbidding the other to be." (Freire)
3️⃣ 민주적 관계로서의 교육 (Education as a democratic relationship)
- 🎬 장면
- 가난한 지역의 응급실 대기실에서 한 여성이 아기를 빨리 봐달라며 소리치고 있습니다. 진정하라는 경고도 소용없어요. 지도교수는 이 '소동'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 의대생이 다가가 그 여성과 대화를 나누자, 여성이 차분해집니다. 학생은 이렇게 보고해요. "저는 동네에서 그분을 알아요. 우리는 떼를 쓰지 않으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데 익숙하다고, 그게 미안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아기가 곧 필요한 진료를 받을 거라고 안심시켜 드렸고요." 평생 주목받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던 중상류층 출신의 교수는, 수년간의 응급실 경력 동안 단 한 번도 떠올려본 적 없는 관점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 🔍 저자들의 해석
- 앞의 두 장면과 달리, 여기서는 환자(어머니)를 향한 억압이 학생에게로 전이되지 않았어요. 학생의 공감적이고 능동적인 중재 덕분이었죠. 프레이리는 말합니다.
"학습자 없이는 가르침도 없다."
"there is no teaching without the learner." (Freire)
- 신뢰(trust)를 바탕으로 한 관계라면, 교사도 배우고 학습자도 가르칩니다. 그리고 이 사제 간 위계의 균열이 모두에게 분명해질 때, 그것은 의사-환자 위계의 균열을 위한 강력한 롤모델이 됩니다. 결국 환자 중심 진료(patient-centered care) 로 이어지는 거죠. 저자들은 교사/학습자 사이의 권력 거리와 의사/환자 사이의 권력 거리가 닮았다고 봅니다. 이 불균형은 권력을 가진 쪽(의사·교사)이 능동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예요.
- 💡 검증된 실현 가능성 (the tested feasibility)
- 학생의 개입은 교수에게 '인식론적 호기심(epistemological curiosity)' 의 순간을 일깨웠습니다. 단순한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태도와 맥락 이면의 복잡한 요인을 탐구하는 호기심이죠. 교수는 열린 마음과 자기비판으로 그 순간을 받아들였고, 학생에 의해 변화되는 것을 기꺼이 허락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들은 개인 차원과 시스템 차원의 구체적인 실천을 제안합니다.
🙋 개인으로서
- 무력감에 저항하기 (resist hopelessness) — 의학은 이미 큰 변화를 겪어왔어요. 여성의 의료계 진출, 근거 기반 의학(evidence-based practice)의 도입 모두 처음엔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죠. 이런 변화들이 추가적인 변화에 대한 희망을 줍니다.
- 내 안의 억압자를 인정하기 (acknowledge the oppressor in ourselves) — 의료교육에 관여하는 모두는 누군가에 대해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어요. 의료진이 '환자가 되어 본 경험' 덕분에 권력관계를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불편한 감정을 성찰할 시간 갖기 — 분노나 수치심 같은 감정을, 순진한 호기심이 아닌 인식론적 호기심으로 들여다보기. 신뢰하는 멘토와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됩니다.
- 나의 안녕과 커리어를 지키면서 저항하기 — 취약한 위치일수록 저항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내가 감당할 위험은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어요.
🏥 교육 환경 차원에서
- 학습자와 함께 교육 설계하기 (co-design) — 심지어 학습자가 권력의 자리에서 '교사를 가르치게' 한다면 더욱 강력합니다.
-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을 '문제화'할 안전한 공간 만들기 — 학습자가 현 상태에 도전하고 저항 전략을 연습해 볼 수 있는 공간.
- 자기 성찰과 자기비판의 문화 채택하기 — 교수자가 먼저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 학습자의 원칙 있는 저항(principled resistance)을 묵살하지 말고 끌어안기 — 학습자가 저항할 때 그들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기.
- 의료 전문직 내·외의 연대(solidarity) 촉진하기 — 다른 보건의료직과 함께 도전 과제를 나누고 배우기.
- 다양성을 축하하기 (celebrating diversity) —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일 때 인식론적 호기심이 살아납니다. 문화적 겸손(cultural humility) 이 비판적 교육학의 실천을 뒷받침해요.
✍️ 마치며
저자들은 비판적 교육학이 규정(regulation)에 반대하는 게 결코 아니라고 분명히 합니다. 오히려 환자 진료에 대한 윤리적 헌신을 우리 자신의 관점보다 위에 두는 규정에는 동의해요. 비판적 교육학이 반대하는 건 단 하나입니다.
"비판적 교육학이 반대하는 것은 권위주의(authoritarianism)다."
"What CP opposes is authoritarianism."
논문은 한 가지 한계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억압이 학습자마다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 — 인종이나 젠더에 따른 차이 — 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거죠. 이건 교육자와 학교가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으로 글을 맺을게요.
"이전보다 나아진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 새로운 현실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Conforming with new realities, however better than previous ones, is not enough."
"이 바닥이 다 그래"라는 체념 대신, "그래도 한번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찾는 것. 어쩌면 그게 의료교육의 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서론 Introduction
의학 훈련 전반에 걸쳐 연민(compassion)과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의 태도를 길러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1–3 의학교육은 여전히 학습자와 환자를 향한 학대의 문화를 품고 있다.4–15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저항은 흔히 의학의 잠재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을 통해 실행되며, 이는 억압의 문화를 영속화한다.6,16 이러한 모순을 다루기 위해, 기관 및 임상 환경에서의 행동을 규제하는 여러 정책이 개발되고 시행되었다. 이는 학습자와 사회에 진실성(integrity), 다양성에 대한 존중(respect for diversity), 환자중심진료(patient centered care), 사회정의(social justice)가 의학 전문직 정체성(medical professional identity)의 핵심을 이룬다는 점을 보여준다.3,17–21 이러한 패러다임의 일부로, 특히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을 통해 메타인지 기술(metacognitive skills)을 기르려는 노력이 의학 훈련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등장했으며, 이는 학습자와 교육자 사이의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강화하기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해왔다.22–24 이 토대 위에서, 우리는 Paulo Freire의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25,26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는 억압을 극복하기 위한 의식화(conscientization)와 프락시스(praxis)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Freire의 비판적 교육학의 핵심 개념을 제시하고, 맥락화하며, 논의하는 동시에, 이러한 개념이 교육적 태도와 실천으로 어떻게 운영화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비판적 교육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critical pedagogy?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브라질에 뿌리를 둔 교육운동이다. 이 시기는 산업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그리고 군사독재로 귀결된 정치적 혼란으로 특징지어지는 수십 년이었다.27 교육을 포함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초등교육(primary education) 등록률이 낮았고, 중등교육(secondary education)은 더욱 접근하기 어려웠다.27,28 전반적으로 브라질 성인의 40%가 문맹이었으며, 당시 교육정책은 기술교육(technical education)을 선호했다.28,29 또한 이 시기는 교육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는 사회적 주장이 새롭게 부상하던 시기이기도 했다.30 브라질 엘리트들은 교육 접근의 부족과 그 결과로 나타난 높은 문맹률을 지배의 도구로 사용하여, 극도로 불평등한 사회의 현상 유지(status quo)를 지속시키고자 했다. 그와 동시에 Paulo Freire를 포함한 브라질 철학자와 교육자들의 운동은 교육을 사회정의를 향한 사회 변화의 수단으로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개념화하고 있었다.30–32
이러한 맥락에서 Paulo Freire는 빈곤한 농촌 공동체의 성인 문해력(literacy)을 증진하기 위한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개입을 실행했다. Freire의 개입은 학생들의 문화와 맥락에 기반하여 구성되었고, 읽기를 배우는 것을 자신이 살아가는 부정의한 현실의 체념한 관찰자(resigned spectators)가 아니라 자기 역사의 주체(protagonists of their own history)가 되는 학습과 통합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짧은 기간 안에 읽기를 배웠고, Freire의 개입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경험은 교육에 대한 추가적인 성찰로 이어졌고, Freire는 이후 1980년대 영미권 학계에서 가시성을 얻게 된 운동, 즉 비판적 교육학(CP)의 주역이 되었다. Freire의 방대한 저작, 특히 『피억압자의 교육학(Pedagogy of the Oppressed)』은 비판적 교육학의 주요 토대 중 하나이며, 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교육학자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32 우리는 이러한 국제적 인정이, 교육자들이 교육이 사회적 규범과 가치의 재생산이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사회정의를 성취하고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그러한 규범과 가치를 성찰하고 그에 대해 행동하는 장이어야 한다는 희망을 어떻게 길러왔는지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비판적 교육학은 교육을 문화적으로 위치 지어지고 매개되는 활동(culturally situated and mediated endeavor)으로 개념화한다. 그 목적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현실을 인식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헌신하는 온전한 시민(full citizens)으로 역량강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비판적 교육학에서 교육은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정치적 과정(socio-political process)이다. 이러한 관점은 Freire가 “은행식 교육(banking education)”26이라고 부른 것에 반대한다. 은행식 교육은 교육의 목적이 지식을 전달하고, 개인이 특정한, 그리고 반복적인, 전문직 과업을 수행하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으며, 그 일이 일어나는 맥락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암묵적 이해를 가리킨다. 반면 비판적 교육학은 중립적인 교육 실천이나 교육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복잡한 사회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과학의 주장된 중립성이 한계라고 보았던 탈실증주의(post-positivist) 비판과 궤를 같이하여, Freire는 은행식 교육을 선택하는 것을 현상 유지의 지속을 위한 숨겨진 정치적 결정으로 이해했다. Freire의 작업에 영감을 준 공동체에서, 현상 유지는 사회적 불평등과 비인간화(de-humanization)의 상태였다. 그러한 맥락에서 “중립적” 교육은 학생들의 현실을 무시함으로써 억압의 도구가 된다.26 “중립적” 교육에서, 빈곤으로 주변화된 성인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목적은 그 성인이 그러한 현실에 더 잘 맞도록 만드는 것이지, 그것에 도전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중립적” 의학교육은 학생과 전공의가 억압에 도전하지 않고 그 안에서 길을 찾아가도록 훈련할 것이다. 따라서 교육에서의 “중립성”은 비윤리적 선택, 혹은 윤리적이지 않은 선택((un)ethical choice)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임상교사가 학습자에 대한 억압을 목격하고도 그 억압에 대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임상교사는 이 억압적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비판적 교육학은 의학교육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How does critical pedagogy relate to medical education?
억압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개인과 공동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권력의 역학(dynamics of power)은 복잡하며, 한 사람은 순간과 맥락에 따라 피억압자(oppressed)이자 억압자(oppressor)가 될 수 있다.
- 의과대학생들은 대체로 부유하고 특권적인 환경 출신이지만, 의과대학에 들어오면 교수, 지도자, 선배에 비해 취약한 위치를 맡게 된다.5,11
- 지속적인 배제(sustained exclusion), 핌핑 교육(pimping education), 모욕(insults), 과도한 업무량(excessive workload),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 원치 않는 성적 관심(unwanted sexual attention)은 의학 수련생들 사이에서, 그리고 여러 전문과목에 걸쳐 광범위하게 보고되어 온 억압 문화의 예이다.5–13,33–35
- 이러한 학대는 자주 축소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전략이나 통과의례(rites of passage)로 인식된다.5,6,8 그것들은 의학 전문직의 바꿀 수 없는 문화로 내재화되고 정상화되어 있으며, 도전해야 할 것이 아니라 대처하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 여기에 더해, 부정의에 맞서는 학생과 전공의는 흔히 불평하는 사람(complainers)으로 낙인찍힌다. 이는 억압에 대한 그들의 정당한 반응을 약화시키는 무시적 태도이다.36 이는 Freire의 작업에 영감을 준 가난한 공동체가 빈곤과 사회적 배제 속에서 경험했던 것과 닮아 있다.
억압의 맥락에서 많은 사람은 자신의 현실을 슬프고 부정의하다고 인식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날 길을 보지 못한다. 변화를 믿고 그에 맞서 행동하려는 사람들은 억압받는다. 억압은 현실이 고정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행동으로 바뀔 수 없다는 인식을 만든다. 변화에 대한 이러한 절망감(hopelessness)은 비판적 교육학을 자신의 실천에 통합하고자 하는 교육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표적이다. Freire에 따르면, 절망 속에서는 순응(conformity)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지라는 순진한 사고(naïve thinking)가 지배한다. 억압에 순응하려면, 사람은 피억압자의 역할을 받아들이거나 억압자가 되어야 한다.25,26 이는 권력관계의 복잡성과 왜 일부 젊은 세대의 의과대학생과 의사들이 자신들이 경험했던 억압을 계속 재생산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순진한 관점에 대응하기 위해, Freire는 비판적 의식(critical consciousness)을 통해 변화에 대한 희망을 회복할 것을 제안한다. 비판적 의식은 서로 다른 현실을 형성하는 맥락을 이해하고, 그 맥락에 대해 행동하는 것이다. Freire는 희망을 인간 행위성(human agency)과 창의성의 촉매로 이해했다.25,26,37
희망을 회복하기 Reinstating hope
변화에 대한 희망은 개인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을 지닌 맥락적 현실(contextual reality) 안에 위치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는 비판적 교육학의 핵심적 입장이다.
- 그것은 현실을 지탱하는 권력관계의 패러다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stepping outside)” 움직임을 요구한다. 억압, 부정의, 불평등의 원인을 하나의 현실 안에 이해하고 위치시키는 것은 대안적이고 더 나은 현실을 열망할 수 있게 한다.
- 더 나은 현실을 믿는다는 것은 그 현실의 미완성성(unfinishedness)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완성된 문화, 환경, 사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할 때, 변화에 대한 희망은 회복될 수 있다.
- 그러나 Freire의 관점에서 희망은 현실이 자발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수동적 낙관주의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참여(critical engagement)이다. 비판적 교육학에서 희망은 행위성(agency)이다. 그것은 주로 급진적 행동이나 심대한 개입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실현 가능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을 통해 나타난다.
- Freire는 이를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untested feasibility)이라고 불렀다.26,37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은 개인의 정치적, 정서적, 인지적, 윤리적 도달 범위 안에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전에 시험된 적이 없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26,37 이는 변화를 일으키는 개인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변화에 대한 희망에 의해 지지되는 성찰과 행동의 결합이다.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프락시스(praxis)로 개념화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락시스는 성찰과 행동의 변혁적 순환(transformative cycles)을 요구한다. 이 과정은 경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서로 다른 관점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교화한 다음, 배운 것을 실천 개선에 적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비판적 교육학의 관점에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찰은 프락시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말뿐인 언어주의(verbalism)”일 뿐이다.25,26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비판적 교육학은 문제제기화(problematization)를 제안한다.26 학습자에게 관련 있는 구체적 과업이나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 실천을 구성하면, 학문적 기술(academic skills)과 비판적 의식이 병행하여 발달할 수 있다. 비판적 의식은 개인이 존재하거나 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억압적 힘을 식별하고 그에 대해 행동하는 능력이다.26 우리는 현대 의학교육이 의학 실천과 명확히 연결된 관련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 실천을 채택하려는 노력, 학습자를 학습 과정에 참여시키려는 노력, 그리고 자기조절(self-regulation)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Freire에게 문제제기화는 단지 전문직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학습자의 현실을 변화시킬 행위성(agency)을 기르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러한 문제제기화에 기반한 교육활동은 학습자가 자신들이 인식하는 의학 문화의 억압적 요소를 교육 실천의 중심으로 가져오도록 초대할 것이다. 그 목적은 이러한 문화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차원과 제약을 고려하면서 이 문화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리허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면적 문제는 학습자가 자신의 현실에 참여하고 그 현실을 변혁할 준비를 하게 해야 한다.25,26,37 이런 방식에서, 교육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은 해결되어야 할 “문제”의 일부이자, 변화되어야 할 문화의 일부이다. 의학교육을 “문제제기화”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자신의 의제를 제기하고, 의학 문화의 억압적 요소에 대해 성찰하고 행동하도록 요청받는 교육과정 공간(curricular spaces)이 필요하다.
의학교육을 “문제제기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임상진료 안에서 의학 지식의 학습과 평가를 맥락화하려는 시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우리 의학교육자 공동체는 그러한 시도들이 문화 변화를 촉진하는 데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33 사실 이러한 시도들은 효과적인 첫걸음이었다. 우리 공동체는 가부장주의(paternalism)를 뒤로하고 학생중심 실천(student-centered practices)을 채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해왔다. 그러나 완성된 의학교육(finished medical education)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비판적 교육학의 틀 안에서 문화 변화의 이러한 장벽을 해석하는 한 가지 가능한 방식은, 한때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이었던 것이 맥락화와 성찰의 순환을 거친 뒤 새로운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워진 현실이지만 반드시 억압에서 자유로운 현실은 아니다. 이 새로운 현실은 이전 현실보다 개선된 것이기는 하지만, 다시 새롭고 신선한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요구한다. 변화에 대한 이러한 지속적인 필요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의학 훈련 전반에서 계속 학대와 부정의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일일 것이다.
이 에세이의 저자인 우리는 비판적 교육학의 관련 개념들을 의학교육에 통합함으로써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의 지속적 순환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개념들은
- (a) 프락시스로서의 비판적 의식(critical consciousness as praxis),
- (b)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pedagogy with learners),
- (c) 개인들 사이의 민주적 관계로서의 교육(education as a democratic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s)이다.
다음 절들에서, 이러한 비판적 교육학 개념과 그것들이 억압에 저항하는 의학교육 문화로 우리를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학습자 및 교육자로서 경험한 상황에 기반한 세 가지 비네트를 제시한다. 우리의 의도는 Freire의 비판적 교육학을 의학교육 안에 맥락화하는 동시에, 의학교육자들이 그러한 실천을 실험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 각 비네트 뒤에는 우리가 보기에 권력관계가 어떻게 억압으로 이어지는지, 그것이 문제제기화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보는 검증된 또는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나 비네트를 제시하기 전에, 우리는 저자로서 우리의 입장성(standpoints)을 인정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자들을 돌보면서 의과대학생과 전공의를 지도한 풍부한 경험을 지닌 브라질 내과의사들이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의학교육 연구자로 진로를 전환했으며, 현재 교육자로서 우리의 주요 역할은 미래 세대 연구자의 훈련을 지원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 안에도 억압자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자기비판(self-criticism)을 통해, 그리고 교육자와 시민으로서의 일상적 실천에 비판적 교육학을 의도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통해 그 억압자에 대응하고자 한다.
프락시스로서의 비판적 의식 Critical consciousness as praxis
그 환자는 외래 진료실에서 두 시간 넘게 기다린 뒤에야 진료실로 불렸다. 그는 화가 나 있었다. 환자 진료를 시작한 지 몇 주 되지 않은 학생은 지연에 대해 사과하며 면담을 시작한다. 지도전문의(attending physician)는 개입하여,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환자와 학생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일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지연에 대한 책임은 자신들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이 져야 한다고 믿는다.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진 학생은 어떻게든 진료를 마치지만, 이후 그 학생도 지도전문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날 늦게, 그는 이전 수업과 시뮬레이션 실습에서 배운 것과 현실 세계 사이의 차이, 그리고 자신이 그것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보는 억압 Oppression as we see it
환자에게 가해지는 명확한 억압 행위는 종종 학습자에게 더 미묘한 억압을 가한다. 예를 들어 임상실천(clinical practice)의 현실은 때때로 학습자가 지닌 환자 진료에 대한 초기 이상, 그리고 임상 전 단계(pre-clinical years)에서 배웠던 것과 대비된다. 우리의 비네트에 등장하는 학생은 이전 의학 훈련 기간 동안, 의료전문직과 의료 시스템과의 관계에서 환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아마도 묘사된 상황과 같은 가상 상황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배웠을 것이다. 즉, 환자에게 공감하고, 환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 상황에서 이 학생은 자신의 공감적 프락시스(empathetic praxis)에서 억압받았고, 그 결과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의학 전문직 행동(medical professional behavior)은 대체로 역할모델링(role-modeling)을 통해 학습되기 때문에,38,39 그가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 지도전문의를 모방하여 반응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문제제기화 Problematization
이상화(idealizations), 개인적 가치(personal values), 담론(discourse), 프락시스 사이의 불협화음은 의학 훈련에서 흔하다.11,34,35,40–42 더 나은 정렬(alignment)을 달성하기 위해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의학 훈련에서 기대와 현실 사이의 모든 모순이 제거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의료 및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개발하는 것은 학습자가 불협화음을 헤쳐 나가도록 지원할 수 있다.39 이 비네트는 학생과 지도전문의가 자신의 가치와 필요, 환자의 필요, 교육 시스템 및 의료 시스템의 요구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방식을 보여준다.40–42 지도전문의가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과중한 업무량 역시 억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중 역할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리고 과도한 업무량에 의해 억압받은 채, 학생의 공감적 태도를 억압하고 환자의 정당한 분노를 억압한다.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 The untested feasibility
비판적 의식을 발달시킨 학습자는 이러한 억압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반억압적 프락시스(anti-oppressive praxis)에서 가치와 행동의 정렬은 행동 후 비판적 성찰이 이어지는 지속적인 순환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이러한 성찰은 호기심 있고, 타자에게 열려 있으며, 자기비판으로 스며 있고, 변화를 지향하는 성찰이다. 이 접근은 실천적 호소력을 지니며, 개선에 대한 희망 속에서 대안적 행동을 탐색한다. 그것은 행동에 대한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되고 심지어 리허설될 수 있는 비위계적이고 대화적인 공간(nonhierarchical, dialogical space)에서 일어난다.25,26 우리는 임상실습(clinical rotations)이 성찰적 공간으로 스며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곳에서 학습자는 속도를 늦추고, 이상화와 현실 사이의 충돌을 다룰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성찰은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 실행될 수 있는 행동을 식별해야 하며, 현상 유지에 대한 희망적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이 특정 사례에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억압적 힘을 식별하고 환자의 편안함과 만족을 높이기 위해 업무흐름(workflow)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찾으려는 지도전문의와 학생 사이의 논의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습자에게 행하는 교육학이 아니라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
Pedagogy with learners as opposed to pedagogy on learners
학생들, 전공의 한 명, 그리고 지도교수(supervisor) 한 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흡연으로 인해 왼발에 중증 동맥 폐색(critical arterial obstruction)이 생긴 환자를 방금 방문했다. 절단(amputation) 가능성을 논의하던 중, 지도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이 최선의 치료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쪽 발로 뛰어다니며 담배를 계속 사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룹의 일부가 웃었고, 한 학생도 웃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이후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낀다. 전공의는 그런 농담은 환자 진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의학 실천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해롭지 않다고 설명하며 그녀를 위로한다.
우리가 보는 억압 Oppression as we see it
의학 훈련 전반에서 학습자들은 자신의 역할모델 중 일부가 동료 학생, 의료전문직, 환자를 부당하게 대하고 농담거리로 삼으며, 소수자를 차별하고, 부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을 부과하는 모습을 목격한다.5,6,12,41,42 Wear 등5의 「환자를 조롱하기(Making Fun of Patients)」에서 의과대학생들은 “누군가 항문에 물체가 낀 채로 오면, 그건 재미있는 일이다”와 같은 농담을 보고하고, 의식이 없는 여성 환자에 대해 “끝내주는 가슴(fabulous knockers)”을 가졌다고 말하며, 정신과 병동을 “지체 복도(retard hallway)”라고 부른다. Fuks의41 「클럽에 가입하기(Joining the Club)」에서 한 학생은 환자가 지도전문의에게 “미친 년(crazy bitch)”이라고 불렸던 상황을 성찰한다. 학습자가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은 보통 순응하라는 암묵적 압력을 동반한다.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정렬되는 대신 동료와 정렬되는 이러한 움직임은 고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1,40–42
이 비네트에서 학생의 죄책감과 수치심은 순응이 그녀의 환자 진료 가치(values of patient care)를 억압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전문직적 태도(unprofessional attitudes)는 흔히 스트레스 대처 전략으로 정당화되고, 안타깝게도 변화의 가능성을 넘어선 의학 전문직의 현실로 인식된다.5,6,8 이러한 학대의 현실은 바뀔 수 없다는 믿음은 절망감을 만들어낸다. 앞서 논의했듯이, 절망감은 억압을 영속화하기에 이상적인 맥락이다. 이처럼 강력한, 그렇게 숨겨져 있지도 않은 잠재 교육과정 경험의 영향을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환자와 동료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헌신하는 좋은 전문직 행동을 기르는 일은, 학습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식별하고 저항할 수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의학교육이 학습자의 이러한 전문직적 저항(professional resistance)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교육학(pedagogy)을 채택해왔는지를 성찰해볼 가치가 있다.43
문제제기화 Problematization
학습자에게 올바른 전문직 태도(correct professional attitudes)를 가르치는 것은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존중을 기르는 것과 다르다. 비판적 교육학에서, 학습자가 전문직업성에 대해 성찰하도록 요청받지만 그 성찰의 결과가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면, 그것은 학습자에게 부과된 교육학(pedagogy imposed on learners)이 된다. 이러한 접근은 학습자 자신의 관점을 무시하고, 교사의 관점을 주입한다. 현실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난 뒤, 희망과 변화에 대한 태도로 역량강화된 상태에서 현실로 다르게 돌아오는 움직임은, 대안적 현실을 상상하고 실행할 자유가 동반될 때에만 진정성(authenticity)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현실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 함께 억압을 논의하고 도전하도록 초대하는 것이어야 한다.26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pedagogy with learners)은 의도된 성과(intended outcomes)를 인정하면서도, 어떤 성과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것은 학습자가 교사와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하도록 허용한다. 이 대화적 과정(dialogical process)에서 의견 불일치(disagreeing)는 학습자와 교사 모두에게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을 촉진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복잡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은 학습자가 전문직업성이 추구해야 할 고정된 목표나 따라야 할 일련의 규칙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한다. 전문직업성은 세계 속에서 일어나며, 가장 적절한 행동은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정의될 수 없다. 좋은 전문직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종종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환자를 존중하기 위해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요구한다.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은 처방적이지 않다. 그것은 학습자를 논의에 참여시키고, 그들의 의견, 비판, 관점에 열려 있다.25,26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 The untested feasibility
우리 비네트의 맥락에서,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은 “환자를 조롱하는 것은 해롭지 않다”는 전공의의 진술을 단순히 전문직 행동의 “옳음” 또는 “그름” 범주에 배치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현실의 복잡성을 포용하는 대화적 과정 속에서 이 가정을 도전적으로 검토하는 논의를 열 것이다. 이 과정은 목소리를 지우거나 변화에 필요한 불편함(discomfort)을 회피하지 않는다. Freire의 말처럼, “누구도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금지하면서 진정으로 존재할 수 없다.”26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가치와 행동을 능동적으로 정렬하는 방식을 탐색함으로써, 학습자는 집단적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collective untested feasibilities)에 동의하고 자신의 전문직 발달(professional development)에서 주체적 역할(protagonist role)을 맡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수치심과 죄책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그 학생이 환자 진료에 대한 자신의 가치에 충실하게 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44
민주적 관계로서의 교육 Education as a democratic relationship
빈곤한 공동체의 응급실 대기실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아기에게 즉각적인 진료를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진정하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는 경고는 별 효과가 없었다. 지도교수는 그 “소동(scene)”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멀리서 한 의과대학생이 다가가 그 여성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자 여성은 진정된다. 지도교수는 학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하는 것을 흥미롭게 듣는다. “저는 그분을 우리 동네에서 알아요. 저는 우리가 관심을 요구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데 익숙하다는 걸 안다고 말씀드렸고, 그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기가 곧 필요한 진료를 받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관심을 얻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전혀 없었던 상중산층 여성인 지도교수는, 응급진료를 해온 자신의 모든 세월 동안 환자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그러한 관점이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우리가 보는 억압 Oppression as we see it
이 비네트는 Freire가 자신의 작업을 시작했을 때 존재했던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비인간화(dehumanization)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더 낮으며,45 그럼에도 그들의 행동은 자주 열악한 의료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의료전문직은 “문제적(troublemaker)” 환자가 자신의 “나쁜” 행동에 대한 명시적 또는 암묵적 처벌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 비네트들과 달리, 어머니를 향한 억압 상황은 학생을 향한 억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학생의 공감적이고 적극적인 중재에 의해 완화되었고, 지도교수는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제기화 Problematization
비판적 교육학은 교육이 관계 속에서 일어나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받아야 한다고 이해한다. Freire에게 “학습자 없는 교수(teaching without the learner)는 없다.”25,26 결국 완전한, 즉 완성된 개인이나 전문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새롭게 배울 것이 있다. 학습자와의 관계가 신뢰 위에 구축된다면, 교사는 배우고 학습자는 가르친다. 이러한 교수자-학습자 위계(trainer-trainee hierarchy)의 균열이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시적일 때, 그것은 의사-환자 위계(medical-patient hierarchy)의 균열을 향한 강력한 역할모델이 되기도 하며, 궁극적으로 환자중심진료(patient-centered care)를 기른다. 의사/환자와 교사/학습자 사이의 권력 거리(power distance)에는 평행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 다 권력 비대칭(power asymmetry)을 갖기 때문이다.46,47 환자중심진료와 학습자중심교육(learner-centered education)을 달성하려면, 이 권력 불균형은 권력을 가진 사람, 즉 의사와 교사가 능동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들은 권력이 적은 사람, 즉 환자와 학습자의 역량강화(empowerment)를 지원해야 한다.46 물론 이러한 역량강화는 환자와 학습자가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의제를 제시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들의 변혁적 힘은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때에야 완전히 실현된다.
검증된 가능성 The tested feasibility
묘사된 상황에서 학생은 지도교수에게 무례하고 부적절하다고 인식되는 행동에 대해 다른, 그리고 관련성 있는 관점을 제공했다. 소리 지르는 여성에 대한 하나의 순진한 관점은, 그녀가 의료시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편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의 개입은 지도교수에게 인식론적 호기심(epistemological curiosity)의 순간을 촉발했다. 이는 단순한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태도, 맥락, 문제의 기저에 있는 복잡한 요인을 탐색하는 호기심이다.26 학생의 관점과 태도는 지도교수에게 비판적 성찰성(critical reflexivity)의 순간을 제공했고,23 지도교수는 개방성과 자기비판을 통해 이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학생에 의해 변화될 가능성에 자신을 열었고, 응급실에서 소리 지르는 것과 같은 태도와 행동이 권력관계에 의해 매개되며, 서로 다르면서도 정당한 기저 원인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했다.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가능한 경로
Possible paths to exploring untested feasibilities
서로 다른 맥락은 의학 훈련에서 학대와 억압과 관련하여 더 나은 현실을 달성하는 데 서로 다른 도전을 제기할 것이다. 새로운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은 개인과 집단, 그리고 특정 시점에 고유하다. 우리는 자신의 구체적 현실과 무관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데 우리를 지원할 수 있는 실천적 영감을 역사와 동료 연구자들의 작업에서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다음을 할 수 있다.
- 절망감에 저항하기(resist hopelessness). 의학은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다. 처음에는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변화들이 이제는 우리가 혜택을 누리는 수용된 현실이 되었다. 여성의 의학 인력 통합과 근거기반실천(evidence-based practice)의 채택은 추가적 변화에 대한 희망을 고취하는 긍정적 변혁의 예이다.48,49
- 우리 자신 안의 억압자를 인정하기(acknowledge the oppressor in ourselves). 의학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 즉 더 초심자인 학습자나 교수진, 다른 의료전문직 또는 환자와의 관계에서 권력의 위치에 있다. 개인적 취약성 경험은 자신 안의 억압자를 보고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제공자들은 환자로서의 경험이 환자 진료에서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보고했다.50 특정 교육적 개입에서 학습자의 자리에 서는 지도자도 같은 변혁을 경험할 수 있다.
- 타인의 행동이나 우리 자신의 행동으로 촉발된 분노와 수치심 같은 불편한 감정을 성찰할 시간을 갖기(take the time to reflect upon uncomfortable feelings).44 도덕적 딜레마(moral dilemmas)는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0 이러한 감정을 순진한 호기심이 아니라 인식론적 호기심으로 개인적으로 정교화하는 것은 종결감(sense of closure)을 제공하고, 안녕감(well-being)을 회복하며, 미래 실천을 형성할 수 있다.40 의사소통적 학습(communicative learning), 즉 멘토나 신뢰할 수 있고 더 경험 많은 타자와의 대화는 이 과정을 촉진하고 개선할 수 있다.44
- 개인의 안녕과 경력을 보존하면서 억압에 저항하기(resist oppression while preserving individuals’ well-being and careers). 우리의 위치가 취약할수록, 저항은 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견디는 억압이 가하는 고통은 오직 우리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으며, 그것을 다루고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감수할 준비가 된 위험도 오직 우리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43,44
개인적 행동을 넘어, 교육환경 역시 다음을 통해 비판적 교육학에 기반한 프락시스를 기를 수 있다.
- 학습자와 함께 교육 개입을 공동 설계하기(co-designing educational interventions with learners).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목표와 교육방법론(educational methodologies)을 제안하도록 초대한다. 이러한 개입은 학습자가 다른 수준의 참여와 책임을 채택하도록 초대하는 동시에, 교육자가 학습자의 필요를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51,52 이러한 개입은 교육자가 학습자가 권력의 위치를 맡아 “교사를 가르치도록” 허용할 때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 잠재 교육과정을 “문제제기화”할 공간을 공동 창출하기(co-creating spaces to “problematize” the hidden curriculum). 이는 학습자가 현상 유지에 도전하고 억압에 저항하는 전략을 리허설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safe spaces)이다.47
- 자기성찰과 자기비판의 문화(adopting a culture of self-reflection and self-criticism)를 채택하기. 지도자는 이상화와 현실 사이의 충돌을 성찰하는 과정을 역할모델링하면서,39 변화에 대한 희망과 긴급성을 학습자와 공유한다.
- 학습자의 원칙적이고 윤리적인 저항 행위를 무시하지 않고 수용하기(embracing, instead of dismissing, learners’ acts of principled and ethical resistance). 의학교육의 권력 위계 안에서 학습자는 보통 취약한 위치에 있다. 그들이 억압에 저항할 때, 그들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43 비판적 교육학과 일관된 교육문화는 이해관계자들이 이러한 행위를 존중하며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학교가 학습자가 전문직적 저항과 비전문직적 저항을 구별하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36,43
- 의학 전문직 내부와 관련 보건의료 전문직 전반에서 연대(solidarity)를 촉진하기. 의료전문직이 직면한 도전은 유사하지만, 우리는 학부 및 대학원 훈련 동안 이러한 도전을 함께 다루는 일이 드물다. 이러한 도전을 함께 논의하고 억압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서로에게 배우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우리는 예기치 못한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속감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생성할 수 있다.
- 다양성 기념하기(celebrating diversity). 다양한 의료인력은 인식론적 호기심을 촉진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유사한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 불균형에 대한 인식, 존중, 유연성의 프락시스인 문화적 겸손(cultural humility)은 비판적 교육학의 프락시스를 지원할 수 있다.53,54
논의 Discussion
우리는 의학교육 안의 전문직업성 운동(professionalism movement)에도 불구하고, 억압과 학대가 의학 훈련에서 지속적인 현실이 되어 왔음을 논의했다. 우리는 이러한 검증된 가능성(tested feasibilities)이 새롭고 개선된 현실을 만드는 데 기여한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새로운 현실을 추구할 때라고 이해한다. 그것은 억압이 의학 훈련의 피할 수 없는 문화라는 절망적 인식에 도전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비판적 교육학이 의학 훈련을 새로운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으로 이끌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 (a) 프락시스로서의 비판적 의식,
- (b)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
- (c) 민주적 관계로서의 교육이다.
문화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의식을 프락시스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일터와 우리 자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맥락에 있는지, 그리고 개인이자 전문직으로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하다. 교육적 맥락에서 비판적 의식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채택하든, 우리는 의학교육 문화를 변혁하려면 그러한 성찰이 진정성 있고 행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성은 문제제기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포용되고, 의견 불일치가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변화의 기회로 인식될 때에만 달성될 수 있다. 이것은 비판적 교육학이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pedagogy with learners)으로 개념화하는 생각이다. 비판적 교육학에서 문제제기화는 의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비판적 의식은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길러질 수 있을 뿐이다. 학습자의 가치와 신념을 무시하는 반대 방식, 즉 학습자에게 부과된 교육학(pedagogy imposed on learners)이 전문직적 및 개인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의학 훈련 안팎의 강력한 힘에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러한 복잡한 역학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비판적 의식의 발달을 강화할 수 있다.
비판적 의식은 다시 변화에 대한 희망을 회복할 수 있다. 그것은 억압을 도전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개인 권력관계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며, 추구될 수 있는 새로운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교육자들 사이에서 길러진 비판적 의식은 긍정적 역할모델(positive role-models)에 대한 학습자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학습자들 사이에서 길러질 때, 그것은 의학 실천의 이상화와 현실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의 정서적, 정치적, 인지적, 윤리적 도달 범위 안에서, 억압의 사슬을 끊는 옹호(advocacy)와 저항(resistance)의 행위는 비판적 의식을 프락시스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제시하고 논의한 비판적 교육학의 세 번째 원리는 나머지 원리들을 지탱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뢰에 기반한 민주적 관계로서의 교육(education as a democratic relationship based on trust)이다. 비판적 의식을 향한 학습자와 함께하는 교육학은 교육자-학습자 위계가 도전받고, 교육자가 자신을 학습자와 환자와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미완성의 개인이자 전문직으로 볼 때에만 가능하다. 이것은 비판적 교육학이 환자 진료에 대한 윤리적 책무를 우리의 관점과 신념보다 우선시하는 규정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10,43 오히려 그것은 교육자가 자신의 권위를 사용하여 억압에 대응할 것을 요청한다.25 비판적 교육학이 반대하는 것은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이다.
마지막으로, 이 에세이의 한계는 억압이 학습자에게 서로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종과 젠더 차이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교육자와 학교가 억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계획할 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
결론 Conclusion
의학교육은 모든 환자, 학습자, 교육자의 존엄성(dignity)을 위한 문화를 향해 새로운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시도하는 데 있어 비판적 교육학의 원리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이미 시작된 운동이며,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고, 학대와 억압의 문화가 지속되는 한 계속적인 갱신을 요구한다. 새로운 현실이 이전 현실보다 더 낫다고 하더라도, 그 현실에 순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