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6

짧은 발췌 및 생각(2019년 9월의 기록)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흔히 거대한 도약이라기보다 기존의 지식체계에 작은 한 걸음을 기여하는 것에 가깝다. 작은 기여는 전혀 변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그래서 짧고 모호한 (연구)질문보다는 길고 구체적인 (연구)질문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의학교육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이켜본다. 제조업의 대량생산체제에 상응하는 의학교육의 개념으로는 무수한 원저, 메타분석, 체계적 문헌고찰, 다국적 대가들이 도출한 expert consensus 등이 있다. 이런 것을 살펴보지 않고 "수제" 또는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의학교육 역시 저품질의 영세한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데, 종종 시간에 쫓기거나 혹은 단순한 귀찮음으로 이 단계를 건너뛰곤 한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작업을 "문헌고찰"이라..

문화를 물려주는 것(2019년 5월 22일의 기록)

을지의대 예과2학년 1학기에는 #연구활동의기초 라는 과목이 있다. 학생들은 5~6명이 한 조가 되어서 각자의 연구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설계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포스터 발표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논문으로 정리한다. 과목 이름은 연구활동의 "기초"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제법 여러 조가 예과2학년 수준에 대한 기대치 이상의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는데, 자료수집 과정에서 예과1학년 학생들이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예2 학생들이 연구를 하려면 설문을 하든, 전향적으로 실험을 하든 자료를 모아야 하는데, 만만한(?) 대상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예1 후배들일 수 밖에 없으니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오늘은 각 조의 연구결과를 ..

보건의료교육 분야의 연구 우선순위(호주 조사)

1 호주에서 보건의료교육 분야의 연구 우선순위를 조사하였다. 2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학생들이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의 이해 understanding how best to ensure students develop the required skills for work; (2) 학생의 회복탄력성과 웰빙을 촉진하는 방법의 이해 understanding how to promote resiliency and well-being in students; and (3) 커리큘럼의 합목적성 확인 ensuring the curriculum is fit for purpose 3 연구 분야를 군집화하면 다음과 같다. (i) 직장에서 함께 배우는 문화 Culture o..

무엇이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드는가?

1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에서는 개별 연구자 및 연구그룹의 주요 성과 지표의 중 하나로 연구 생산성을 측정하고 있다. 호주, 홍콩, 뉴질랜드,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이 수행하는 연구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배분하거나 대학의 차별화를 추구한다. 2 연구환경은 '연구 행위practice와 성과물output을 가치 있고 특별한 활동으로 수용하고 인정해주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공유된 가치관, 가정, 신념, 의식 및 기타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연구 역량 향상과 같은 개별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개입]과 [연구비나 논문 수와 같은 개인 수준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연구 역량 강화 개입이 긍정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3 ..

교육 연구의 7대 죄악

최근 몇 년간 과학 연구의 타당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해 왔으며, 적지 않은 생의학 연구 결과가 거짓임을 보여주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거짓된 연구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고쳐지리라 기대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서랍장 효과(네가티브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것)’와 ‘복제replication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드물게만 이뤄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거짓 연구 결과가 교정되는 것은 오히려 예외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교육 연구에서 죄악(deadly sin)이라 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1 첫째, 허술한 문헌고찰이다. 안타깝게도, 연구자들은 종종 가설에 부합하는 문헌만 찾는 왜곡된 문헌고찰을 한다. 더욱 흔한(그리고 더 나쁜) 것은 연구가 완료되고 결과를 얻은 ..

1988년부터 2010년까지의 의학교육 연구: 주제, 기관, 사람

1 약 반세기 전에, 미국에 최초의 의학교육학교실이 설립되었다. 이후 의학교육은 하나의 연구 분야로, 체계적인 연구를 할 자격이 있는 분야로 부상했다. 학과, 교수, 저널, 컨퍼런스 수 등이 어떤 분야가 성숙하는 지표라면 분명 이 분야는 번창하고 있다. 예를 들어, 80년대 초에 의학교육학을 다루는 저널은 두개 뿐이었다. 이제 보건전문직교육을 다루는 16개 이상의 저널이 있다. 2 의학교육의 중심 연구주제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다음의 이유로 중요하다. • 첫째, 순수한 호기심이다. 무엇이 그 오랜 세월 동안 그 분야를 몰두하게 했는지 보는 것은 그야말로 흥미롭다. 가장 인기 있는 주제, 가장 시급한 이슈는 무엇이었는가? 어떤 기관, 어느 연구자가 특정 주제를 가장 자주 다루었는가? • 둘째, 연구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