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5

한양의대 학생들을 위한 15가지 학습조언(2023년 3월 24일의 기록)

의과대학생들 중 일부는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유급을 합니다. 어떤 학생은 학업 외적인 이유(건강, 가정, 심리 등)로 유급을 하지만, 일부 학생은 정말로 학업 그 자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들이 고등학교때 공부로 둘째 가라면 서러웠을 학생들이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 신기해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적절한 학습 조언을 준다면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간간히, 그리고 꾸준히 학생들에게 학업 조언을 주면서 해줬던 이야기를 조금 모아보았습니다. 정리하다보니 한편으로는 괜한 아쉬움과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가진 근본적인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핑계일 수도 있지만, 어떤 내용은 ‘생존(=진급)’만을 위한 ..

백종원의 막걸리 분별 평가(2018년 10월 2일의 기록)

백종원에 대한 황교익에 대한 비판을 바라봄에 있어서 백종원을 평가자(피드백 제공자), 막걸리집 주인을 피평가자(피드백 수용자)로 보고, (방송 기준) 막걸리집 사장의 태도 변화에 초점을 두어 판단해보자면 백종원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평가의 타당도를 평가하는 한 준거인 결과타당도(consequential validity) 때문이다. 결과타당도란 평가가 어떤 의도한(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느냐를 기준으로 평가의 타당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황교익의 주장과 같이) 평가가 다소 허접(?)했더라도 의도한 행동과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면 그 평가는 결과타당도 측면에서 정당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평가타당도의 관점에서는, 백종원이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완벽하게 설계했고, 막걸..

분신술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이 있나요 (2020년 9월 26일의 기록)

1. 분신술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이 있나요? 얘는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느냐고 할 것이다. 2. 하지만 놀랍게도, "모든" 의사는 분신술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주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종이에서만 본 적이 있다. 영화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아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롭게도 심지어 그 환자를 진단도 하고 오더도 낸 적이 있다. 그 환자는 누구일까? 3.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의사도 분신술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이 없다. 역시나 조건이 있다. 환자가 물리법칙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너무 당연한가? 4. 어제 내 눈 앞에는 70명의 분신술을 한 환자가 있었다. 한 명은 배가 아파서 온 40대 여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가슴이 아파서 온 60대 남성이었고,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학교육, 다소(?) 급진적인 상상

1. CBT시험감독을 하다보면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온갖 상상을 하곤 한다. CBT시험감독이라는게 사실 말이 "시험감독"이지, 딱히 역할이랄게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학생들의 모니터는 중앙에서 모니터링되고 있다. 문항 순서와 보기는 섞여 나와서 인접한 사람과 문항순서와 답도 다르다. 보안필름 때문에 조금만 모니터 정면에서 비켜나면 애당초 아예 화면이 보이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이 상황에서 감독관의 존재의미란, 감독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마구마구 컨닝페이퍼를 본다거나, 대담하게 옆 사람과 정답을 주고받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정도.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감독관보다는 troubleshooter의 역할이 더 중요한 상황이 더 많다.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로그..

객관식은 정말 객관적인가? 주관식은 정말 주관적인가?

1. 매우 흔하게 쓰는 말 중에 '#객관식' 시험(문항)과 '#주관식' 시험(문항)이라는 말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건 붕어빵의 붕어와 같다. 객관식엔 "객관"이 없고, 주관식엔 "주관"이 없다. 더 심하게는 그 반대다. 2. 객관식 시험이 구성되는데 있어서 사실 중요한 것은 객관(客觀)이 아니라 주관(主觀)이다. 이 주관은 수업에서 가르친 여러 내용중에 어떤 내용을 평가 문항으로 포함시킬지에 대한 출제자의 주관(성)이다. 즉, "평가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출제자의 주관이 평가문항의 내용과 범위와 난이도를 결정한다. 다만, 응시자는 여러 보기 중 답안을 선택해야 하기에(Multiple-choice) 사전에 결정된 정/오답에 따라 맞고 틀림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뿐이다. 3. 반대로 주관식 시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