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예과 11

의예과 과목 오리엔테이션(2023년 3월 9일의 기록)

1. 의예과 신입생은 어떤 커리어를 그리고 있을까? 2021년부터 이 과목 첫 수업에 '우리들'이라는 제목의 설문을 하고 있다. 일단은 내가 궁금한 것도 있지만, 못지 않게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이 집단(의예과 1학년 신입생)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싶어서이다. 매년 일부 문항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는 "지금 가장 끌리는 진로는 다음 중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넣어보았다. ▷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예: 대학병원 교수) : 50% ▷ 개원가에서 진료하는 의사(예: 개원의, 봉직의): 33% ▷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의사(예: 기초의학자): 8.5% ▷ 기타 진로(스타트업, 제약회사, 의학전문기자 등): 8.5% 교육으로 사람을 바꿔놓겠다는 생각은 ..

정시 비율과 중도탈락률 (2023년 3월 8일의 기록)

현재 한양의대 의예과(선발)의 특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정시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 중 하나라는 점이고¹, 다른 하나는 의예과 중도탈락률이 가장 높은 대학 중 하나라는 점이다². 이 둘을 연결지으면 정시비율을 낮추면 중도탈락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그리고 왠지 실제로도 그럴 법해 보인다. 나도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그럴거라 생각했다. 소위 "수능 한 방"으로 온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애교심이나 충성도가 낮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문득 예전에 의학교육학회 측의 한 교수님의 요청으로 정리했던 자료를 보니.. 웬걸, 중도탈락자 절대 숫자는 수시전형에서 더 많다. 수시 선발 학생이 수가 더 적으니 비율로 보면 차이가 더 커질 것이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는게 좋을까. 그렇다면 한양의대에서 정시..

의예과와 F학점: 죄송하다는 말은 아직 (2023년 1월 6일의 기록)

작년 말, 한 의예과 1학년 학생에게 F를 주었다. 당황한 학생은 나와 다른 교수님들께 성적을 문의하고, 어떻게 F를 면할 방법이 없는지 제법 여러 차례 연락해왔다. 의예과 1학년의 F가 흔하지 않기에, 의예과장님, 학생의 지도교수님, 학생을 안타깝게 여긴 다른 수업참여교수님 등등 여러 분으로부터의 연락도 받았다. (물론 그대로 F가 나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학생은 "특시"라는 한양대에 있는 시스템을 통해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특시는 평균평점이 2.0 이상이면서, 한 과목에서만 F인 경우에 부여되는 재시 기회이다. 학생에게 특시 과제로 이번 1학년을 돌아보는 글을 써오라고 하고, 이 내용을 가지고 한 시간 정도 상담을 했다. 상담 말미에 학생은 "이렇게 시간을 많이 뺏고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

구글에 정보저장을 외주하고, ChatGPT에 정보활용을 외주하게 된 수업과 평가의 미래는..?

1. 어제 의예과 성적검토회의가 있었다. 저조한 출석이나 좋지 못한 수업 태도, 부정 출결에 부정행위까지 태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에 더하여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성취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무엇보다 최근 추이를 비교한 일부 과목에 따르면 오히려 작년, 제작년보다도 성적이 낮아졌다. 2. 의예과라는 본질적 특성이나 교육과정이 크게 변한게 없는데 성적이 이렇다는 것은 몇 가지 다른 원인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코로나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탓일까? 억눌렸던 기간에 대한 보상심리였을까? 전공의 선발에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좀 더 '계산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가 강해졌을까? 비가시적인 장기간의 인내와 성실보다 가시적인 단기적인 이득과 보상이 중요시되어가는 사회적 분위기의 반영일까? 3. 아무..

어떤 의예과 학생을 위한 조언(2022년 11월 21일의 기록)

"의사가 멋져 보여서, 의대가 대학 중에 가장 가기 힘든 곳이니까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의대에 입학하긴 했어요.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본과 때, 그리고 의사면허를 딴 후에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1. 우선 이런 고민을 지금 예과 때 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작입니다! 2. 조금 안심이 될 것 같은 말로 시작하자면, 혹시 나 혼자만 이러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고민은 생각보다 많은 의예과 학생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수업시간의 설문결과가 기억나나요? 당장 동기들 중에서도 대략 절반은 목표의 부재와 가치관 확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본과 공부에 대해 ..

의예과 학생들의 '자체휴강'(2017년 9월 29일의 기록)

2. 오늘 조교선생님들에게 들은 의예과생들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복잡하게 한다. 사연인즉슨, 일군의 학생들이 일주일정도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이번주라는 데 있다. 당연히 이번주는 학기중이며, 모든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으나, 어디 그게 숨겨지나...여튼 여행을 마치기 전에 들통나고 말았다. 3. 대학생이 수업을 임의로 빠지는 것, 일명 '자체휴강'은 드문 일이 아니다. 놀고 싶은 마음에 고의적으로든, 늦잠을 자서 고의는 아니었든 대학생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체휴강'을 한다. 그렇다면, 반나절, 한나절, 하루치 수업을 빠지는 것보다 이 사건이 더 '부적절하게' 느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떠오른 이 '부적절함'의 이유는 단숨에 파악..

의예과에서 '부전공'은 학칙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는가?

①연세의대: 의예과에서 부전공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학교 중 하나로 연세대가 있다. "2018년 이전 입학생은 공통기초, 필수교양, 전공 기초 및 필수, 전공선택 등 총 이수학점이 76학점이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전공선택을 '전공선택/자유선택'으로 바꾸고 기존 15학점에서 28학점으로 늘렸다. 전체 학점은 6학점이 늘어난 82학점으로 변경했다." "2018년도 입학생들이 2년간 부전공으로 이수한 학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영학과가 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응용통계학과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제학과 6명, 수학과 6명, 문화인류학과 1명, 영어영문학과 1명, 철학과 1명, 물리학과 1명, 컴퓨터과학과 1명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부전공을 이수했다." https://www.medicaltim..

유급한 학생과의 상담 후 피드백(2020년 6월 12일의 기록)

상담이 모두 끝나고 유급학생상담을 진행한 8명에게 간단한 피드백을 받았다. 8명 중 6명의 응답 결과. 가장 의외였던 것은 응답자 6명중 6명이 모두 선택한 마지막 그래프의 "유급상담 기록지에 기반한 상담 진행" 항목. 이게 왜 저정도로 긍정적이었던거지? 🤔 오히려 나는 "학습동기 및 전략 검사지 해석"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완전 틀렸다 ㅎㅎ

유급한 학생과의 상담을 위한 질문들 (2020년 6월 12일의 기록)

어제 오늘 의예과, 의학과 유급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하면서 했(+었어야 했)던 질문을 정리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우수하지만,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저마다의 이유로 그러하다.” ■ Icebreaking 1 학교까지는 어떻게 오셨어요? 오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2 보통 집에서 통학했었나요? 자취를 한다면 언제부터 했나요? 할 예정인가요? 3 요즘(휴학중)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 유급에 대한 예상 4 유급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나요? 아니면 예상을 했지만 특별히 어떤 대처를 하지 않았나요? 5 지지난 학기 또는 그 이전의 학업성적은 어느 정도였나요?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나요? ■ 직전학기 학업 전반 6 지난 학기 학업목표는 무엇이었나요? 7 ..

'숨결이 바람 될 때' 중 (2018년 5월 25일의 기록)

오늘 예과 1학년 지도학생들을 만나서 읽어준 #숨결이_바람_될_때 의 한 구절. 예과 기간에 많이 놀아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 반박하려는 의도는 없지만(반박한다고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만약에 논다면, #객관성 에 기반을 둔 #과학 으로서의 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본과에 들어가기 앞서 #주관적 이지만 #인생의_가장_중심적인_측면들 을 경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학방법론은 인간이 만든 산물이기에 영원불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세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손쉽게 조작하기 위해, 현상을 다루기 쉬운 단위들로 축소하기 위해 과학 이론을 만든다. 과학은 재현 가능성과 인위적인 객관성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이런저런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