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예과 신입생은 어떤 커리어를 그리고 있을까?

 

2021년부터 이 과목 첫 수업에 '우리들'이라는 제목의 설문을 하고 있다. 일단은 내가 궁금한 것도 있지만, 못지 않게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이 집단(의예과 1학년 신입생)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싶어서이다. 매년 일부 문항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는 "지금 가장 끌리는 진로는 다음 중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넣어보았다. 

▷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예: 대학병원 교수) : 50%

▷ 개원가에서 진료하는 의사(예: 개원의, 봉직의): 33%

▷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의사(예: 기초의학자): 8.5%

▷ 기타 진로(스타트업, 제약회사, 의학전문기자 등): 8.5%

 

교육으로 사람을 바꿔놓겠다는 생각은 과할지 몰라도, 입학시에 가지고 들어왔던 마음을 유지시켜주는 것 정도는 교육(과정)이 해야하지/할 수 있지 않을까? 

 

2. ChatGPT

학생들에게 ChatGPT으로 대변되는 생성형AI 활용 관련해서 아래와 같이 안내했다. Ethan Mollick이라는 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이 합리적이고 동의가 되어서, 그 내용을 상당부분 번역해서 사용했다. 

 

■ 저는 여러분들이 이 수업에서 AI(ChatGPT를 포함한 각종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꼭 쉬운 길을 택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조별과제 중에 실제로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AI 사용을 금지하는 비현실적인 방법보다, 이 수업을 통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모두가 함께 배워나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다만, 다음의 사항을 유의하여 주십시오.

☞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은 프롬프트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프롬프트가 필요하고, 이는 절대 쉽거나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 AI가 생성하는 것(특히 글)을 그냥 믿지 마십시오. AI가 만들어내는 모든 팩트와 수치를 의심하고, 별도 출처에서 확인하십시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그림과 동영상 포함) 사용에 따른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습니다. 

☞ AI는 도구일 뿐이지만, AI를 사용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모든 과제물에 어떤 AI를 사용했으며,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 명시하십시오. AI사용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것은 학술적으로 부정직한 행위입니다.

☞ AI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서 고민하십시오. AI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과연 이번학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또 한번 기대와 걱정이 섞인 한 학기가 시작되었다. 굿 럭!

 

 

현재 한양의대 의예과(선발)의 특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정시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 중 하나라는 점이고¹, 다른 하나는 의예과 중도탈락률이 가장 높은 대학 중 하나라는 점이다². 

 

이 둘을 연결지으면 정시비율을 낮추면 중도탈락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그리고 왠지 실제로도 그럴 법해 보인다. 나도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그럴거라 생각했다. 소위 "수능 한 방"으로 온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애교심이나 충성도가 낮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문득 예전에 의학교육학회 측의 한 교수님의 요청으로 정리했던 자료를 보니.. 웬걸, 중도탈락자 절대 숫자는 수시전형에서 더 많다. 수시 선발 학생이 수가 더 적으니 비율로 보면 차이가 더 커질 것이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는게 좋을까. 

 

그렇다면 한양의대에서 정시 비율을 줄이면 중도탈락률이 감소할까, 증가할까? 

 

https://m.blog.naver.com/hans00823/222668625506

2 https://m.medigatenews.com/news/2659588535

 

 

작년 말, 한 의예과 1학년 학생에게 F를 주었다. 당황한 학생은 나와 다른 교수님들께 성적을 문의하고, 어떻게 F를 면할 방법이 없는지 제법 여러 차례 연락해왔다. 의예과 1학년의 F가 흔하지 않기에, 의예과장님, 학생의 지도교수님, 학생을 안타깝게 여긴 다른 수업참여교수님 등등 여러 분으로부터의 연락도 받았다. (물론 그대로 F가 나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학생은 "특시"라는 한양대에 있는 시스템을 통해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특시는 평균평점이 2.0 이상이면서, 한 과목에서만 F인 경우에 부여되는 재시 기회이다. 학생에게 특시 과제로 이번 1학년을 돌아보는 글을 써오라고 하고, 이 내용을 가지고 한 시간 정도 상담을 했다. 

 

상담 말미에 학생은 "이렇게 시간을 많이 뺏고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죄송하다고 말하기에 너무 이른 때인 것 같아요. 성적이의신청이나 문의에 대한 답변은 대표교강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제가 OO학생에게 F를 부여한 결과로 OO학생 뿐만 아니라 많은 교수님들과 여러 통의 이메일과 전화,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저는 그냥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거에요. 그래서 이걸 가지고 그렇게 죄송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정말 죄송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그건 아마 내년 이맘때일 겁니다. 제가 드린 과제를 하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남은 의예과 1년에 대한 계획과 다짐을 세웠음에도, 1년이 지나고 보니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때 저에게 죄송해해도 돼요. 그 전까지는 전혀, 괜찮습니다.

 

제 전공의 특성상, 아무리 사람이 타고난게 있다고 해도, 저는 학습을 통한 변화와 개선, 발전과 향상의 가능성을 믿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F를 부여한 뒤의 일련의 과정과 오늘의 상담이 저에게는 단순히 '학생 한 명에게 F를 주느냐 마느냐의 판단과정'이 아니라, OO학생과 거쳐가는 "교육적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 모든 시간에도 불구하고 1년 뒤에 OO학생이 지금과 달라진게 없다면, 그게 저에게는 가장 아쉬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죄송하다는 말은 그때까지 미뤄두셔도 됩니다. 남은 의예과 1년을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1.

어제 의예과 성적검토회의가 있었다. 저조한 출석이나 좋지 못한 수업 태도, 부정 출결에 부정행위까지 태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에 더하여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성취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무엇보다 최근 추이를 비교한 일부 과목에 따르면 오히려 작년, 제작년보다도 성적이 낮아졌다. 

 

2.

의예과라는 본질적 특성이나 교육과정이 크게 변한게 없는데 성적이 이렇다는 것은 몇 가지 다른 원인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코로나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탓일까? 억눌렸던 기간에 대한 보상심리였을까? 전공의 선발에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좀 더 '계산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가 강해졌을까? 비가시적인 장기간의 인내와 성실보다 가시적인 단기적인 이득과 보상이 중요시되어가는 사회적 분위기의 반영일까?

 

3.

아무튼, 시험 성적 저하에 대한 한 교수님의 해석이 흥미로웠다. 학생들이 "자료를 해석하고 추론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비슷한데, "지식을 암기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에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상당한 암기가 필요한 '의학용어학' 과목에서 전례없는 낮은 성적이 나온 상황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4.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시스템에 우리는 "정보의 기억"을 외주할 수 있었고 암기의 필요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암기는 필요했다. 왜냐면 정보라는 구슬이 있어도 "정보의 활용"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직접 선택하고 배치하고 구성하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떠오르는 ChatGPT를 써보면, 이제 그 작업조차 웬만한 수준까지는 인공지능이 외주받을 수 있어보인다. 이는 학생에게 내주는 보고서 과제 중 어떤 것은 학생이 "정보의 암기"는 커녕 "정보의 선택/활용/구성"조차 전혀 하지 않고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5.

조금 혼란스럽다. 이 상황에서 (의예과) 학생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기대하거나 요구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학생은 무엇을 어디까지 굳이 직접 하려고 할까? 무엇을 어디까지 요구할지 정했다고 치자. 그것을 잘 했다는건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다음학기 수업과 과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의사가 멋져 보여서, 의대가 대학 중에 가장 가기 힘든 곳이니까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의대에 입학하긴 했어요.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본과 때, 그리고 의사면허를 딴 후에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1. 우선 이런 고민을 지금 예과 때 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작입니다!

 

2. 조금 안심이 될 것 같은 말로 시작하자면, 혹시 나 혼자만 이러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고민은 생각보다 많은 의예과 학생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수업시간의 설문결과가 기억나나요? 당장 동기들 중에서도 대략 절반은 목표의 부재와 가치관 확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본과 공부에 대해 걱정하는 학생은 더 많구요.

 

3. 가장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의사의 커리어, 즉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임상의사가 아닌 진로까지 넓혔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임상의사로 한정해도 매우 다양합니다. 심지어 같은 병원, 같은 과에서 수련을 받고도 각자 전혀 다른 진로를 택합니다. 다양한 진로가 무엇이 있는지 여유있게 탐색하는 것은 성적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고, 아직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는 의예과 학생의 특권입니다. 그 특권을 최대한 누리세요.

 

4. 설령 특정한 면에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많은 능력(기술)은 의식적인 연습으로 길러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잘 못할 것 같아 고민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정말정말 자기 적성이 아닌 영역이 아니라면, 웬만한 영역은 앞으로 의대를 다니며 부족한 것을 깨닫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뒷 부분(노력으로 부족한 면을 채우는 것)보다 앞 부분(부족한 면이 어딘지를 깨닫는 것)일거에요.

 

5. 지금 하는 고민이 만약 학업에 대한 걱정이라면, "본과 가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의예과 때와 본과 때 학업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는 하나, 지금부터 좋은 습관을 유지해나가는 편이 승산을 높이는 길이에요. 생각보다 의예과와 의학과 성적의 상관관계는 높습니다.

 

6. 하지만 좋은 의예과생과 좋은 본과생과 좋은 의사는 서로 같지 않습니다. 의예과란 꽤나 내적인 동기부여에 극단적으로 유지하는 기간이고(성적에 대한 부담이 매우 적음), 의학과란 정 반대로 외적인 동기부여에 극단적으로 의지하는 기간입니다(성적에 대한 부담이 매우 높음).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나면 다시 커리어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 주변인과 환경, 그리고 가끔은 (사실 꽤나 자주) 운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이 중에 어떤 한 시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시기가 잘 안 풀리라는 법도 없고, 반대도 마찬가집니다.

 

7. 단기적인 조언을 하자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길 바랍니다. 뒤돌아보면 지금 해둔 것이 분명히 자산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하세요. 스티브 잡스의 졸업축사에서 널리 회자되는 구절인 "connecting the dots"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찍은 점이 미래에 어떻게 연결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면 "아, 그때 그걸 해두어서 내가 지금 이럴 수 있구나"하고 알게 될거에요. 중요한 것은 연결할 "점"을 찍어두는 것입니다. 점이 없으면 연결할 것도 없을 테니까요.

 

8. 의대가 "멋져 보여서, 힘든 곳이니까" 가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해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고등학교 때 그 어려운 것을 해냈으니, 아마 지금 의예과생으로서 또 다른 어려운 것도 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고등학교때 그랬듯이, 지금 나에게 "멋져 보이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정하고, 그걸 향해 실천하는 것입니다. 과감하고 높은 목표를 세우고 우선 한 걸음 나아가보길 바랍니다

 

 

2. 
오늘 조교선생님들에게 들은 의예과생들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복잡하게 한다. 사연인즉슨, 일군의 학생들이 일주일정도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이번주라는 데 있다. 당연히 이번주는 학기중이며, 모든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으나, 어디 그게 숨겨지나...여튼 여행을 마치기 전에 들통나고 말았다.

 

3. 
대학생이 수업을 임의로 빠지는 것, 일명 '자체휴강'은 드문 일이 아니다. 놀고 싶은 마음에 고의적으로든, 늦잠을 자서 고의는 아니었든 대학생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체휴강'을 한다. 그렇다면, 반나절, 한나절, 하루치 수업을 빠지는 것보다 이 사건이 더 '부적절하게' 느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떠오른 이 '부적절함'의 이유는 단숨에 파악되지 않았다. 어차피 며칠을 결석을 하든 그건 학생이 감당해야 할 몫임을 알고 갔고(세번 결석시 F), 숨겼으나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고, 자체휴강은 빈번한 일이며, 해외여행이 무슨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일도 아니다. 

 

4. 
조너던 하이트는 <바른 마음>이라는 책에서, 인간이 '무언가의 옳고 그름' 또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기준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a. 배려(e.g.아이에게 해를 입히는 것), 
b. 공평성(e.g.누군가 손실을 입은 데에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
c. 충성심(e.g.외부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비판하는 것), 
d. 권위(e.g.아버지에게 결례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 
e. 고귀함(e.g.천박한 행동이나 혐오감 드는 행동을 하는 것)

 

이것을 근거로 할 때, 아마 나의 불편한 마음은 
b. 공평성(다른 친구들이 수업을 듣는 댓가(?)로 부당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
d. 권위(교수님에게 결례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
....의 두 가지가 주된 원인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고.

 

5.
아직은 학생들을 직접 만날 기회나 여건이나 신분이 아니라서 내가 어떻게 개입할 여지는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은 이렇다. 
우선, 학기중에 일주일간 수업을 결석하고 일본여행을 다녀온 것 자체로 비난하고싶지는 않다. 사실 내가 나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치게 성실하게 다녔다는 것이기도 하다 (성실하다고 해서 성적이 좋았던건 또 아니고...)

 

하지만, 
 - 애초에 떳떳하게 떠난 여행이 아니라면,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 개인적인 또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가고싶은데 함께 가지 못한 친구들의 마음을 생각해보고, 최소한의 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표현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 갑작스런 다수 학생의 결석으로 당황하셨을 교수님들에게 최소한의 죄송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숨겼다가 나중에 들키지 말고, 가기 전에 솔직하게,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가기 전엔 늦었으니, 적어도 다녀온 다음이라도.
- 이왕 간거 많은 것을 배우고 오면 좋겠다. 그리고 일본 여행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면 좋겠다. 
- 내년에 후배들이 비슷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개인적으로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조금 더 나은 문화를 물려줬으면 좋겠다. 

 

요약하자면,
이 경험을 중요한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 가지 현황>
①연세의대: 의예과에서 부전공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학교 중 하나로 연세대가 있다. 

 

"2018년 이전 입학생은 공통기초, 필수교양, 전공 기초 및 필수, 전공선택 등 총 이수학점이 76학점이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전공선택을 '전공선택/자유선택'으로 바꾸고 기존 15학점에서 28학점으로 늘렸다. 전체 학점은 6학점이 늘어난 82학점으로 변경했다."

 

"2018년도 입학생들이 2년간 부전공으로 이수한 학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영학과가 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응용통계학과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제학과 6명, 수학과 6명, 문화인류학과 1명, 영어영문학과 1명, 철학과 1명, 물리학과 1명, 컴퓨터과학과 1명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부전공을 이수했다."

 

https://www.medicaltimes.com/Main/view.html?ID=1133173

②고려의대: 공지된 바에 따르면 "일반선택 21학점 이상 자유롭게 과목 선택. 단, 다중전공프로그램(Enrichment program) 수료증을 받으려면 동일 전공 계열에서 15학점 이상 취득" 이라고 되어있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53학점(공통교양 13학점, 핵심교양 6학점, 전공 34학점)에다가 일반선택 21학점을 더하여 74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③한양의대: 아직은 의예과에서 부전공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의과대학생에게 부전공을 허용하고 있지 않는 것이 비단 한양의대만의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오히려 허용하는 학교가 더 적을지도? (실제 통계는 모름...) 

 

한양대학교 학칙 시행세칙 II 제14조(제2전공 및 부전공)에 따르면 이러하다. 

① 타전공을 주전공으로 하는 학생은 의과대학의 의예과, 의학과 전공과정을 제2전공 및 부전공으로 선택하여 이수할 수 없다.

② 의과대학 의예과 학생은 제2전공 및 부전공을 신청할 수 없다.

③ 의과대학 의학과 학생은 제2전공 및 부전공을 신청할 수 있다.

 

<몇 가지 쟁점>

1. 의과대학생의 부전공은 '막혀있는 것'이 기본값(Default)인가, 아니면 '열려있는 것'이 기본값인가?  

 

2-1. 부전공을 '불허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허용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2-2. 반대로, '허용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막아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3. 의과대학에서 부전공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학과의 과목을 선택과목의 형태로 충분히 들을 수 있다면, 의과대학생이 부전공을 함으로써(또는 부전공 제도를 둠으로써) 얻는 실질적인 이득은 무엇인가?  

 

4. 의과대학생이 다른 학과를 부/복수전공 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다른 학과 학생도 의학과를 부/복수전공 할 수 없다. 다른 과 학생의 진입이 막혀있다면, 의과대학생의 진출도 막혀있는 것이 호혜적(?)으로 합당한 것은 아닌가? 

 

5.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의예과에서 필요한 최소 과목 또는 학점은 어느 정도인가? (의예과의 일반적인 학습분위기를 생각하면 과연 '실질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 질문인가 싶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고민이 필요함..) 

 

6. 부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진짜'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 의과대학은 이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가? 

 

7. 무엇이 먼저일까? 사람(학생)이 다니기 위해서 길(부전공제도)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길(부전공제도)이 나면 사람(학생)이 다니는 것일까? 

상담이 모두 끝나고 유급학생상담을 진행한 8명에게 간단한 피드백을 받았다. 8명 중 6명의 응답 결과. 가장 의외였던 것은 응답자 6명중 6명이 모두 선택한 마지막 그래프의 "유급상담 기록지에 기반한 상담 진행" 항목. 이게 왜 저정도로 긍정적이었던거지? 🤔 오히려 나는 "학습동기 및 전략 검사지 해석"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완전 틀렸다 ㅎㅎ

 

 

 

 

어제 오늘 의예과, 의학과 유급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하면서 했(+었어야 했)던 질문을 정리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우수하지만,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저마다의 이유로 그러하다.”

 

<유급상담면담용 질문 list (생각나는대로 추가 업데이트 예정)>
■ Icebreaking 

1 학교까지는 어떻게 오셨어요? 오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2 보통 집에서 통학했었나요? 자취를 한다면 언제부터 했나요? 할 예정인가요?

3 요즘(휴학중)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 유급에 대한 예상

4 유급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나요?

아니면 예상을 했지만 특별히 어떤 대처를 하지 않았나요?

5 지지난 학기 또는 그 이전의 학업성적은 어느 정도였나요?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나요?

 

■ 직전학기 학업 전반

6 지난 학기 학업목표는 무엇이었나요?

7 지난 학기 동기부여 요인은 무엇이었나요?

8 지난 학기 유급의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9 지난 학기 하루의 생활(루틴)은 어떠했나요?

10 지난 학기 학습 패턴은 어땠나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나 공부하는 편이었나요?

11 지난 학기 특정 과목의 성적이 안 좋았나요, 전반적으로 나빴나요? 그 과목의 성적이 특히 안 좋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12 흥미가 있었거나 잘 했던 과목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왜 잘 했었던거 같나요?

13 지난 학기 출석은 잘 하는 편이었나요? 만약 결석이 많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유급 이후의 반응

14 유급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나요? 이후에 유급을 받은 상황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나요? 

15 유급 이후에 학습에 대해서나 생활에 대해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떻게 변했나요?

16 유급에 대한 주변(특히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 다음학기 목표

17 다음 학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18 왜 그러한 목표를 세웠나요?

19 그 목표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20 다음 학기 복학하면 무엇이 가장 걱정되나요?

 

■ 동아리

21 동아리는 무엇을 하나요?

22 동아리는 어느 정도 로딩(부담)이 큰가요? 유급과 관련이 있나요?

 

■ 교우관계

23 주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종종 같이 밥을 먹거나 공부하는), 매우 가까운 친구(허물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는 몇 명인가요?

 

■ 기타

24 (의예과) 

의대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원래부터 의대를 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나요?

고등학교(입시준비) 기간에는 어떻게 공부했나요?

25 (의학과) 

의예과 때는 어떻게 보냈나요?

기초의학 과목과 임상의학 과목에 차이가 있나요?

특별히 관심이 가는 전공이나 과목이 있나요?

오늘 예과 1학년 지도학생들을 만나서 읽어준 #숨결이_바람_될_때 의 한 구절.

 

예과 기간에 많이 놀아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 반박하려는 의도는 없지만(반박한다고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만약에 논다면, #객관성 에 기반을 둔 #과학 으로서의 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본과에 들어가기 앞서 #주관적 이지만 #인생의_가장_중심적인_측면들 을 경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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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학방법론은 인간이 만든 산물이기에 영원불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세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손쉽게 조작하기 위해, 현상을 다루기 쉬운 단위들로 축소하기 위해 과학 이론을 만든다. 과학은 재현 가능성과 인위적인 객관성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내세울 때는 탁월하지만, 고유하고 주관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실존적이고 본능적인 성질에 과학 지식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은 경험적이고 재현 가능한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과학의 능력은 역설적으로 인생의 가장 중심적인 측면들(희망, 두려움, 사랑, 증오, 아름다움, 질투, 명예 나약함, 부단한 노력, 고통, 미덕)을 포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 숨결이 바람 될 때

코로나로 인해 진행된 온라인 수업은 재수를 통해 더 상위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좋은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의대생도 예외는 아니며, 아래 내용을 발표하신 교수님께서는 (내가 들은 것이 맞다면) 40명이 입학해서 30명이 남았다고 하셨다. 한양의대에서도 2019년보다 2020, 2021년에 타 대학 진학으로 자퇴한 의예과 신입생이 크게 늘어나서 고민이 있다.

 

그런데 놀랐던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 2019년과 비교해서 2020, 2021의 제적생(=타 대학 진학으로 유출된 의대생) 수가 별로 차이가 없다는거다. 3년간 꾸준히 약 5%남짓(약 115명)의 의과대학생이 자퇴를 하고 (아마도) 다른 의대로 진학한다.

 

이 수치에 포함된 대학이 40개 의대 중 27개이니 웬만하면 대표성은 있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 코로나 전후로 수치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합계가 일정하다면 자퇴한 의예과 신입생이 더 늘어난 학교(한양의대처럼)가 있고, 반대로 그만큼 자퇴한 신입생이 줄어든 학교가 있다는건데, 뭐가 달랐던거지? 

 

학회에서도 명확한 설명은 듣지 못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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