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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의 3점슛 도입이 MVP 포지션에 미친 영향, 그리고 의과대학 교육 (2022. 12. 16)

Meded. 2023. 1. 1. 08:27

어제 트위터에서 NBA 리그의 MVP에 관한 흥미로운 스레드를 보았다. 간단히 번역, 요약하면 이렇다.

 

1.

NBA는 매 시즌 한 명의 최고의 선수를 MVP로 선정한다. 그렇다면 MVP 수상의 영예는 주로 어떤 포지션(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의 선수에게 돌아갔을까? 자료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1978년 이전과 1979년 이후가 극명하게 다르다. 1955년부터 1978년까지는 센터 포지션의 선수가 총 24개 시즌 중 20개 시즌에서 MVP를 획득하였다. 그런데 1979년 이후 2022년까지 43개 시즌 동안에는 5개 포지션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도대체 1979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

3점슛의 도입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1978년까지 모든 야투 득점은 2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팀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슛을 던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림에서 가까울수록 슛의 성공확률도 높을 것이기에, 각 팀에서 가장 중요하고 높은 기여를 하는 선수는 가장 키가 크고 가장 골대 가까이에서 플레이하며 득점을 만들어내는 센터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경기는 지루하고, 예측가능하고, 일차원적이었다. 팬들의 관심은 낮아졌다. 그러던 중 79-80 시즌부터 NBA에 3점슛이 도입되었다. 3점슛이라는 득점 경로가 생기자 각 팀은 적중률이 높은 3점 슈터를 필요로 했고, 3점 슈터의 존재는 수비해야 하는 영역이 골밑부터 3점슛 라인까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3점슛의 도입은 3점슛 능력이 뛰어난 선수 뿐만 아니라, 수비의 빈 공간이 생겼을 때 중거리 2점 슛을 성공시킬 선수, 그리고 이들에게 패스를 전달할 선수들이 활약할 기회까지 넓혀준 것이다. 

 

3.

스레드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교훈을 던진다. 우리가 어떤 규칙을 정했느냐가 곧 우리가 어떤 재능을 인정해주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The rules we choose determine the type of talent that we recognize.)

 

농구코트에 3점슛 라인이라는 선 하나를 그었다고 해서 갑자기 인간이 그 전에 없던 능력을 갖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이 선은 이미 존재해왔지만 아무도 인정하거나 인식하지 않았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그 능력을 개발하고 꽃피울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렇게 일반화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시스템이 단 하나의 수월성(excellence)만을 인정한다면, 그 시스템은 분명히 그 재능을 가진 사람을 얻어낼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다른 재능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가장 좋은 시스템이란 모든 종류의 수월성이 동시에 꽃피울 수 있는 시스템일 것이다. 

 

4.

이 스레드를 보며 지금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의과대학에서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는 과연 어떤 재능을 인정하고 있는가? 혹시 1978년까지의 NBA처럼 "장신의 센터"만 인정받고 있지는 않은가? 의과대학 교육이라는 시스템에 필요한 “3점슛 라인”은 무엇일까? 

 

현재 의과대학 평가 시스템은 ‘기초 및 임상의학 지식 암기’라는 재능을 중요시한다. 물론 의사에게 지식은 중요하다. 심지어는 ChatGPT보다 더 뛰어난 AI가 나오더라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재능이 중요하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일부 의과대학에서 시도중인 Pass/Non-Pass (Pass/Fail) 평가 시스템도 ‘다른 재능들’이 싹을 틔우게 하기 위해 그었던 “3점슛 라인” 중 하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 말고 또 뭐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