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학생을 가르칩니다.

구글에 정보저장을 외주하고, ChatGPT에 정보활용을 외주하게 된 수업과 평가의 미래는..?

Meded. 2023. 1. 1. 08:30

1.

어제 의예과 성적검토회의가 있었다. 저조한 출석이나 좋지 못한 수업 태도, 부정 출결에 부정행위까지 태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에 더하여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성취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무엇보다 최근 추이를 비교한 일부 과목에 따르면 오히려 작년, 제작년보다도 성적이 낮아졌다. 

 

2.

의예과라는 본질적 특성이나 교육과정이 크게 변한게 없는데 성적이 이렇다는 것은 몇 가지 다른 원인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코로나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탓일까? 억눌렸던 기간에 대한 보상심리였을까? 전공의 선발에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좀 더 '계산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가 강해졌을까? 비가시적인 장기간의 인내와 성실보다 가시적인 단기적인 이득과 보상이 중요시되어가는 사회적 분위기의 반영일까?

 

3.

아무튼, 시험 성적 저하에 대한 한 교수님의 해석이 흥미로웠다. 학생들이 "자료를 해석하고 추론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비슷한데, "지식을 암기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에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상당한 암기가 필요한 '의학용어학' 과목에서 전례없는 낮은 성적이 나온 상황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4.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시스템에 우리는 "정보의 기억"을 외주할 수 있었고 암기의 필요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암기는 필요했다. 왜냐면 정보라는 구슬이 있어도 "정보의 활용"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직접 선택하고 배치하고 구성하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떠오르는 ChatGPT를 써보면, 이제 그 작업조차 웬만한 수준까지는 인공지능이 외주받을 수 있어보인다. 이는 학생에게 내주는 보고서 과제 중 어떤 것은 학생이 "정보의 암기"는 커녕 "정보의 선택/활용/구성"조차 전혀 하지 않고도 그럴듯하게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5.

조금 혼란스럽다. 이 상황에서 (의예과) 학생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기대하거나 요구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학생은 무엇을 어디까지 굳이 직접 하려고 할까? 무엇을 어디까지 요구할지 정했다고 치자. 그것을 잘 했다는건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다음학기 수업과 과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