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가르치고 있고, 잘 하고 있다.
2. 잘 가르치지 않고 있고, 잘 하고 있다.
3. 잘 가르치고 있고, 잘 안/못 하고 있다.
4. 잘 가르치지 않고 있고, 잘 안/못 하고 있다.
1은 대체로는 기존의 방식을 지속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임상(진료)과 관련된 교육이 해당할 것이다. 현재 잘 하고 있으니 전반적으로는 "If it ain't broke, don't fix it" 이겠으나, 하던대로"만" 해서는 곤란하다. 취약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고쳐나가고, 무엇보다 효율화 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2, 3, 4를 위한 공간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2는 가르칠 가르치고 배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연구에 대한 교육일 것이다. 여러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공식 교육과정 내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빽빽한 커리큘럼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1을 축소하는 쪽으로 타협하거나, 바람직하게는 효율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은 동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윤리/소통/전문직업성 등 흔히 "의료인문학"이라고 뭉뚱그려지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하는 예가 될 듯 하다. 수업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내용이 현장에서 다르게 실천되는 모습 때문에 학습자가 너무 시니컬해지거나 혼란스러워지지 않아야 한다. 교수자는 (비록 현장의 모습이 교과서적이거나 이상적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왜 필요한지,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설명해주고, 학생 스스로도 생각해보고 서로 토론해볼 기회가 필요하다. 적어도 문제의식은 공유되고 있으니, 점진적으로 현장이 바뀌어나갈 수 있게 집단적 노력을 지속해나간다면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4에 해당하는 것이 어쩌면 이번 학술대회에서 몇번이고 언급된 사회적책무나 보건의료시스템과학 같은 분야가 아닐까 싶다. "잘 안/못 하고 있다"라고 썼지만,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분야는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까? 문제제기도 좋고,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쉽게 동의되지 않는 것은 "의과대학 교육"에 넣음으로써 해결하려는 접근이다. 다행히도(?) 애시당초 의대 교육은 잘 바뀌지도 않는다. 어차피 한정된 지원이라면 학생부터 가르치려는 상향식보다는 현장부터 바꿔나가려는 하향식 접근이 낫지 않을까. "Children have never been very good at listening to their elders, but they have never failed to imitate them."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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