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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5. Critical Thinking 돌아보기 (2018년 5월 25일의 기록)

Meded. 2022. 5. 31. 15:32

1. 독서토론으로 운영되는 이 과목에서 학생들은 사전에 같이 논의해볼 질문을 제출한다. 문제는 그 질문들이 다소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 예를 들면 이번 주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죽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같은 것들이다.

 

2. 그 결과 토론은 계속 겉돌게 되고, 논의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허공을 떠다니고, 말은 많이 하는데 뭐 하나 뚜렷해지는 것이 없다.

 

3. 이런 상황에서 내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은, 개인의 구체적 경험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은 성인학습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죽음"과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들이 있는지, 있다면 이 자리에서 공유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4. 그리고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죽음에 대한, 다분히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공유해주었다. 그것은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서로 모르고있었던,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자기 정체성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말하는 학생과 듣는 학생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조차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준 학생들이 무척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내가 이런 상황을 다룰 만한 전문성이 없는 것이 두려웠고, 다만 최선을 다해 감사와 공감을 표현해주는 것 밖에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5. 이렇게 보면 오늘 수업은 잘 된 것 같은데, 묘하게 뭔가 분위기가 영 가라앉아 있었다. 꼭 토론 주제때문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다만, 확실히 이런 소그룹 토론을 하기에 11명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제프 베조스는 "피자 두 판의 법칙"을 이야기 한 적이 있고, 굳이 사람 수로 치환해보면 회의의 적정인원은 대략 5~8명이 되는데, 이 숫자는 이런 소그룹 활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