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매 학기 조금씩이나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학교육을 '과학'적으로 하는 것에 신경쓰고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고, 논문을 읽고, 나에게 적용가능한 더 나은 방법을 찾고, 내 수업에 적용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실수하고, 실패와 실수로부터 문제를 찾는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서, 내가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나 혼자 고칠 수 없는 것은 시스템 개선을 모색한다. 그렇게 ver.1.00에서 ver.1.01로, ver.1.02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매 학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크다. 왜냐하면, 지금의, 올해의 수업과 평가 방법은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선이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을 고려하면 가장 덜 개선된 버전이기 때문이다. 마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베타버전의 물건을 파는 것 같은 기분을 늘 가지게 된다. 이거 돈(=등록금) 받고 팔아도 되는 물건일까? 완성품이라는게 있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덜 미안해지려나.
그나마 교육의 좋은(?) 점은 나의 결정에 생사가 오가거나, 어떤 판단에 어마어마한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학교육은 대체로 돈이 안 된다🤣). 반면, 교육의 어려운 점은 "실험 연구"가 어렵고, 인과관계 추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리 내가 수업을 개선해봐야, 올 해 가르친 학생들에게 개선된 버전의 수업을 다시 하고, 그 방법이 더 나은지를 비교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There's no second chance. 어떻게 보면 이러한 [재현"시도"불가능성]이 나에게는 교육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지만, 공유한 것처럼 그 과정에서 반드시 따라오는 실패, 부정적 피드백,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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