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을 마무리하며 간단한 코멘트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우선 낯선 교수의 낯선 방식의 과목에 한 학기동안 성실히 참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의사학 담당교수가 하기에는 적절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의사학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첫 시간에도 밝혔듯이 저 스스로 의사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이 목표는 실제로도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교육 내용에 대한 전문성이 교수자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분명 교수자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여러분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던 경험은 무엇일까요?
하나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경험입니다. 의사는 평생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이 결국 누군가의 사고와 행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면 어떤 학생들은 이미 후배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쳐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여러분들이 치를 의사국가시험의 실기시험에는 채점기준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교육을 수행했는지를 평가하게 되어있습니다. 또 몇 년 뒤 레지턴트 과정을 시작하는 순간 여러분들은 학생 교육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번 기회가 여러분들이 누군가를 가르쳐보고, 스스로의 가르치는 방식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하나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경험입니다. ‘피드백’이란 단어는 너무나도 흔하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이 과목에서도 ‘피드백’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동료평가를 읽어가며 좋은 피드백과 좋지 않은 피드백을 구분해봤던 것이라든가, 제가 여러분들에게 받은 의견에 따라 책상에 놓인 팻말을 바꾸고, 평가 방식을 바꾸고, 평가 일정을 조정하고, 그룹인터뷰을 제안한 모든 행동들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저부터 실천해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과목에서 얻은 의사학적 지식이 오래 가리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명이라도 의사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며, 그것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면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의학교육학에 관심이나 궁금함이 생긴다면 언제든 찾아와도 좋습니다. 그럼 남은 학기 잘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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