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현황>
①연세의대: 의예과에서 부전공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학교 중 하나로 연세대가 있다. 

 

"2018년 이전 입학생은 공통기초, 필수교양, 전공 기초 및 필수, 전공선택 등 총 이수학점이 76학점이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전공선택을 '전공선택/자유선택'으로 바꾸고 기존 15학점에서 28학점으로 늘렸다. 전체 학점은 6학점이 늘어난 82학점으로 변경했다."

 

"2018년도 입학생들이 2년간 부전공으로 이수한 학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영학과가 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응용통계학과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제학과 6명, 수학과 6명, 문화인류학과 1명, 영어영문학과 1명, 철학과 1명, 물리학과 1명, 컴퓨터과학과 1명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부전공을 이수했다."

 

https://www.medicaltimes.com/Main/view.html?ID=1133173

②고려의대: 공지된 바에 따르면 "일반선택 21학점 이상 자유롭게 과목 선택. 단, 다중전공프로그램(Enrichment program) 수료증을 받으려면 동일 전공 계열에서 15학점 이상 취득" 이라고 되어있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53학점(공통교양 13학점, 핵심교양 6학점, 전공 34학점)에다가 일반선택 21학점을 더하여 74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③한양의대: 아직은 의예과에서 부전공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의과대학생에게 부전공을 허용하고 있지 않는 것이 비단 한양의대만의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오히려 허용하는 학교가 더 적을지도? (실제 통계는 모름...) 

 

한양대학교 학칙 시행세칙 II 제14조(제2전공 및 부전공)에 따르면 이러하다. 

① 타전공을 주전공으로 하는 학생은 의과대학의 의예과, 의학과 전공과정을 제2전공 및 부전공으로 선택하여 이수할 수 없다.

② 의과대학 의예과 학생은 제2전공 및 부전공을 신청할 수 없다.

③ 의과대학 의학과 학생은 제2전공 및 부전공을 신청할 수 있다.

 

<몇 가지 쟁점>

1. 의과대학생의 부전공은 '막혀있는 것'이 기본값(Default)인가, 아니면 '열려있는 것'이 기본값인가?  

 

2-1. 부전공을 '불허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허용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2-2. 반대로, '허용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막아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3. 의과대학에서 부전공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학과의 과목을 선택과목의 형태로 충분히 들을 수 있다면, 의과대학생이 부전공을 함으로써(또는 부전공 제도를 둠으로써) 얻는 실질적인 이득은 무엇인가?  

 

4. 의과대학생이 다른 학과를 부/복수전공 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다른 학과 학생도 의학과를 부/복수전공 할 수 없다. 다른 과 학생의 진입이 막혀있다면, 의과대학생의 진출도 막혀있는 것이 호혜적(?)으로 합당한 것은 아닌가? 

 

5.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의예과에서 필요한 최소 과목 또는 학점은 어느 정도인가? (의예과의 일반적인 학습분위기를 생각하면 과연 '실질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 질문인가 싶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고민이 필요함..) 

 

6. 부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진짜' 수요는 어느 정도인가? 의과대학은 이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가? 

 

7. 무엇이 먼저일까? 사람(학생)이 다니기 위해서 길(부전공제도)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길(부전공제도)이 나면 사람(학생)이 다니는 것일까? 

1.
올해 본과 1학년 1학기 성적이 나온 뒤 한 교수님께서 주신 질문.

 

"(코로나 속에서 의예과 2년을 보내고 온) 올해 본1의 1학기 성적이 작년 본1 학생들에 비해서 엄청 올랐어요. 근데 작년에 비해서만 오른 것이 아니라, 코로나 전(2019년) 학생들하고 비교해도 더 높아요. 

 

교수님들에게 물어보면, 특별히 더 기출문제(족보)를 많이 냈거나 그러시지도 않았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혹시 녹화수업에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 효과일까요?"

 

2.
학생을 포함해서 여기저기서 알게 된 것을 정리하여, 아래와 같은 가능한 설명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징①] "이번 본1학생들은 술을 별로 안 마셔요"

→ (해석) 한양의대 학생들의 교우관계를 규정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꼽는다면 '동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2년간 동아리 활동이 사실상 전무했고, 유구히 내려온 '동아리 중심'의 교우관계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물론 2020 → 2021 → 2022로 오면서 동아리가 어느 정도는 복원되었지만, 문제는 동시에 이 2020년 신입생도 예1 → 예2 → 본1로 학교에 이미 나름 적응한 뒤였고, 결국 동아리가 줄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특징②] "여러 명이 그룹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해석) 한양의대 학생들의 학습문화 중에는 '필기그룹'이라는 것이 있다. 일정 규모(작게는 10명 이내, 많게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자신이 담당한 수업에 대해서 양질의 필기를 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필기 품앗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번 학년에서는 (지금까지 윗 학년들이 해왔던 것과 다르게) 소수 학생들만 '필기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학생은 '필기그룹' 없이, 즉 다른 동기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대체로 혼자 공부를 해나갔다. 

 

[특징③] "교과서를 보고 공부하는, 소위 '참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 보여요."

→ (해석) 의대 공부의 '정석'을 꼽는다면, 단연 족보(기출문제) 중심의 공부이다. 물론 첫 번째 이유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지만, 동시에 주변에서 다 그렇게 해야 '중간은 간다'거나 '유급은 면한다'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각자도생' 방식으로 공부했을 때, 여러 선배에서 후배에게 전수되거나 동기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족보 중심의 공부 경향이 다소 약화되고(물론 전혀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신 '고등학교 때 하던대로' '원칙에 충실한' '교과서 중심의 공부'를 하는 비율이 늘어난 듯 하다. 

 

[특징④] "에타(에브리타임)에 '성적 안 좋은 학생들은 유급을 줘야 한다'는 톤의 글이 올라왔어요"
→ (해석) 다분히 ③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동기)의 도움 없이' '나 혼자 공부해서' '나의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 진급하게 된 학생에게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란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이고, 이 때 '공정'한 결과는 유급을 받는 것이다. ②에서처럼, '여러 동기들과 같이' 공부했을 때는, '나도 진급하고 쟤도 진급하는 것'을 바랄 수 있겠으나, '나 혼자' 공부했을 때 더이상 이러한 '동료애(?)'는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3.
이제 남아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Ⅰ.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지 않은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의예과를 통째로 온라인으로 보낸 2020신입생은 (한양)의과대학에서 '갈라파고스'와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선후배들의 문화로 돌아갈 것인가?

 

Ⅱ. '의대에서 교과서를 읽는 사람은 일등 아니면 꼴찌다'와 같은 흔한 인식과는 달리, 의과대학에서 '참공부'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 도대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길래 평균적으로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성적을 얻은 것인가?

 

Ⅲ. '높아진 성적'과 '잃어버린 협력'의 net effect는 어떻게 봐야 할까?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영향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앞선 포스팅에서 "많은 의과대학은 - 적어도 교육과 관련해서는 - 상당한 자원(시간/사람/재정)의 제약을 겪고 있다"고 쓰고나서 과연 학교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날지 비교해보고 싶어서 간단히 몇 개 출처에서 자료를 모아 정리해보았다. 다소간 숫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특히 교수 수가 2022년 현재와 차이가 있겠지만, 대세에 영향은 없을 듯 하다. 

 

 

1. 한양의대

 

사실 원래 궁금했던 것은 '한양의대는 어느 정도 위치인가?'였다. 확인해보니, 학생 정원만 보면 공동 6위인데(10위권), 교수 수를 보면 약 15위가 되어서, 교수당 학생수로 따지면 30위권 정도였다. 비단 숫자만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다수 교원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수업(예: PBL)을 할 때, '학생에 비해서 교수가 좀 부족한 느낌'을 숫자로 확인했다는 의미 정도가 있었다. 

 

2. 국립의대(서울의대 포함)

 

국립의대는 대체로 역사와 전통이 있다보니, 학생 규모면에서는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있다. 특히 전북의대의 경우, 서남의대의 정원을 일부 받은 결과 40개 의과대학 중 최대 입학정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에 비해서, 교수 수를 보면, 서울의대를 제외하면 10위권 안의 국립의대는 없고, 설립 연도에 따라 11~20위 또는 30~40위에 양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교수당 학생수로 보자면, 10개 중 7개 국립의대가 25위권 바깥에 포함되어있다(=교수 1인 당 학생 수가 많다).  

 

3. 전라남/북도 의대

 

아무래도 고향이 이 쪽이다보니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교수당 학생 수가 가장 많은 다섯 개 의과대학 중 네 개가 전라남/북도에 위치한 의대(전북, 조선, 원광, 전남)이다. 교수당 학생수가 가장 작은 울산의대(0.2명/교수)에 비교하면 최소 10배 차이이다. 의료취약지는 둘째치고, 이 수치로만 놓고 보면 '의학교육자원취약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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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육 여건을 파악함에 있어서, 학생 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적을수록 좋은 것일까? 학생이 많으면 여러 교육활동(출석, 강의, 채점, 소그룹, 실습지도 등등)에서 교수 1인의 교육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나, 많은 학생 수를 잘만 활용한다면 오히려 반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대한 약간의 의문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학생 수 + 교수 수'를 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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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생수+교수수
"교수 숫자"에 "학년당 학생정원 x 4"를 더한 수를 내림차순 정렬해보면 '교수당 학생수'에서 하위권에 있었던 많은 국립의대가 중상위권으로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은 등록금을 내고 교육을 '받는' 입장이니, 교육을 '하는' 인력으로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학생을 교수자로서(peer-assisted learning, peer-tutoring) 역할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교수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가 30번째인 한양의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양의대에서는 #한양의과학자_양성프로그램 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교수를 1:1로 매칭하여 약 1년간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매년 약 25팀 내외(즉 교수 25명, 학생 25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는 여러 앞서나가는 의과대학에서 전체 4(또는 6)년에 걸쳐서, 또는 중간에 아주 긴 별도 시간을 할애하여, 모든 학생에게 연구경험을 함양할 기회를 주는 것과 비교하자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막 자랑스럽게 내놓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의과대학의 여건과 자원이 소위 '상위권' 의대처럼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의과대학은 - 적어도 교육과 관련해서는 - 상당한 자원(시간/사람/재정)의 제약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양의과학자 양성프로그램'은 이런 녹록지 않은 현실에 처한 의과대학에서 고려할 만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6년을 맞은 프로그램인데, 작년에, 그러니까 프로그램이 5년차에 접어들었을 때, 저 스스로 '한양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본과3학년 학생과 '한양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대해서 간단한 연구의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교내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공유했는데, 조금 축약하여 채널에도 올렸습니다.  

 

원래 채널에 영상을 자주 업로드하지 않는데, (그리고 하루에 페이스북 포스팅을 두 개 올리는 날도 거의 없는데) 어쩌다보니 타이밍이 이렇게 되었네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지도하시는 교수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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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1p--wUPWdOg

 

Chapters(Timestamp): 
00:00 도입부
00:35 "한양의과학자 양성프로그램"이란?
02:17 연구 목적 및 방법
03:21 Lesson learned 1. 새로운 경험을 찾아나선 학생
07:17 Lesson learned 2. 전체적 조망과 명확한 이정표
09:25 Lesson learned 3. 그래도 가끔은 길을 잃는다
11:20 Lesson learned 4. 미래의 연구자가 되도록...
14:40 채널 및 의학교육학개론 재생목록

한양의대는 이화의대, 경희의대와 연합하여, 매년 본과4학년을 대상으로 의사국가시험을 대비한 세 번의 임상종합평가를 시행해오고 있다. 작년의 세 차례 시험 점수를 확인해보았다. 충격적이게도, 한양의대 학생들의 점수는 다른 두 학교 학생들의 점수에 비해 크게 낮았다. 평균점수는 물론이고, 상위 30% 학생을 봐도, 하위 30% 학생을 봐도 한양의대는 명확히 뒤떨어졌다.

 

교수들은 걱정에 빠졌다.

 

우리 교육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학생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임상실습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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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아닙니다.
세 학교 학생들 모두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1.
의예과 1학년 학생들에게 물었다. "만약에 여러분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수억원에 산 무언가를 집에 들여놨다고 해봐요. 어떨지 되게 궁금할 것 같지 않나요?"
사실은 의도가 담긴 낚시성 질문이었다. 작년 말, 한양의대에서는 본교로부터 수억원을 지원받아 거의 10년만에 시뮬레이션 센터를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비유를 들어 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올해 초, 의과대학 보직자 회의에 시뮬레이션 센터 업그레이드에 이렇게 큰 비용을 투자한 만큼, 의예과 신입생 때부터 보여주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겠냐는 논의가 올라왔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의예과에서는 적지 않은 학생이 "더 상위권 의대"로 가고자 반수 또는 재수를 하여 이탈하고 있었던 것도 문제였다. 특히 그 수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두 배 넘게 증가하고 있어서 뭔가 적극적으로 학생에게 어필할 것이 필요한 시기였다. 

 

3.

이런 배경에서, 의학교육진흥원/의학교육학교실에서는 한 시간 남짓의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운영하게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 관심을 끌고자 던진 앞의 비유가 조금은 효과를 보였나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의예과 1학년 1학기에 임상과 직접 관련한 어떠한 프로그램이나 교육도 없었지만, 이번 시뮬레이션 센터 체험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점차 늘려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여럿 있었지만, 처음 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차근차근.

 

4.

프로그램 진행 후 평가설문의 일부 응답. 내맘대로 맘에드는걸로 취사선택 😏

"여태까지 학교 다니면서 가장 의대생임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첨단장비로 앞으로 수업받을 생각하니 너무 설렙니다."

"또 하고 싶어요"

"취지도 좋았고 의학과에 대한 가벼운 체험 및 느낌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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