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는 평가가 갖는 "목적"에 따른 구분이자, 목적을 드러내는 단어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미완성인 무언가의 형태(form)를 보다 완성품에 가까운 모습으로 형성(form)하는 것이다. 형성평가가 표면적으로 지니는 흔한 특징은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 (시기) 미완성의 무언가를 대상으로 하기에 과정의 말기보다는 초기와 중기에 하게 되고
- (부담) 최종적인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자의 부담이 낮고(성적에 반영되는 비율이 작음)
- (문항) 부담이 낮기 때문에 반드시 문항의 퀄리티가 높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높아서 나쁠건 없지만)
- (평가자) 위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평가자를 평가에 활용할 수 있고(자기평가, 동료평가, 환자평가 등)
- (피드백) 완성된 형태로 만드는 목적이 있으므로 개선을 위한 구체적 코멘트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즉, 이런 형성평가의 겉보기 특징은 결국 FORMative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단은 목적의 달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좋은 재료가 무조건 좋은 음식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형성평가의 외피만 갖춘다고 형성(FORM)이라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형성평가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과목 중간에(시기), 성적에 반영비율이 작은(부담), 퀴즈 등을 가지고(문항), 학생 스스로 혹은 교수자가(평가자), 달성도를 판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피드백) 평가"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OOO는 누군가요?"라는 질문에 "A에서 태어나 B학교를 졸업하고 C를 전공한 뒤 D에 취직해서 E에서 사는 사람"이란 대답이 OOO를 설명해주는 만큼만 충분하다. 물론 OOO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정도 소개로 시작해볼 수 있고,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저 문장으로 OOO를 꿰뚫어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수단 그 자체가 마치 목표인 것 마냥, 혹은 한두개의 외피만 걸치면 충분한 것 마냥 본말을 전도하지는 않아야 한다.
한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A B C D E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거기엔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형성평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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