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시험의 실기시험: 한국의 변화와 미국의 변화>

 

#한국 #KMLE

1. 이제 약 한 달 뒤면 의사국가시험(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시작된다. 어느새 벌써 1년 전 일이 되었는데, 작년 이맘때쯤 공공의대 설립으로 촉발된 의료계와 정부와의 충돌 과정에서 의사/전공의 파업, 의대생 동맹휴학, 의대 본과 4학년 ‘국시 실기시험’ 거부 등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2021년 ‘국시 (하반기) 실기시험’이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참고로 ‘상반기’ 실기시험은 올해 1~2월 진행되었다.  

 

2.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은 말그대로 ‘실기’시험이다. 즉, 응시자가 모의상황에서 표준화환자에게 진료하는 수행능력을 평가한다. 따라서, 실기시험 운영방식의 특성상 시험에 동원되는 자원과 비용(표준화환자, 평가자, 시험 공간 및 시간, 시험 문항, 설비 등)이 훨씬 많다. 비록 이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으나, 필기시험처럼 한날 한시에 전체 응시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하루에 70~80명 정도씩 나누어 두 달 간 진행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된다. 

 

3. 그리고 며칠 전, 9월 1일부터 약 두 달간 진행될 의사국시 실기시험의 수험생 별 시험 일정이 공지되었다. 그러니까 누가 몇 월 며칠에 시험을 보게 되는지가 공지되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양의대의 김한양 학생은 9월 1일, 이한양 학생은 9월 5일, 박한양 학생은 11월 2일…등과 같은 일정표가 각 학교와 학생에게 공지되었다. 

 

4.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큰 변화이다. 과거에는 각 의과대학에 시험일자 슬롯(slot)을 분배하고, 분배받은 슬롯 내에서 각 의과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율(자유?)은 학생에게 전달되어, 결과적으로는 ‘학생(=응시생)이 시험 일자를 정하는 것’이 많은 의과대학의 운영방식이었다. 그러나 의-정 갈등 과정에서, 이러한 방식(응시생이 날짜를 선택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올해 의사국시 실기시험(상반기, 하반기 모두)에서는 모든 응시자의 응시일을 국시원에서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5. 또한, 2021년 하반기 의사국시 실기시험은 시험의 형태가 크게 변한다. 4에서 설명한 변화가 예정에 없던 변화였다면, 올해 실기시험 형태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2021년부터 문항은 12개에서 10개로 줄지만, 한 명의 표준화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해야하는 시간이 12분으로 늘어났다. 또한 기존에 “진료문항”과 “수기문항”으로 구분되었던 것을 “(진료+수기) 종합문항”으로 바꾸었기에, 응시자 입장에서의 체감 난이도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6. 요약하자면, 결과적으로 올 해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볼 본과 4학년 학생들은 꽤 많은 변화를 동시다발적으로 겪게 되었는데, (1) 실기시험 날짜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고, (2) 실기시험 형태가 바뀌었으며, 앞서 언급은 안 했지만, (3) 내년 1월 진행될 필기시험은 종이시험에서 컴퓨터시험(CBT)로 바뀔 예정이다. 

 

#미국 #USMLE
7. 한편, 올해 1월 26일, 한참 우리나라에서 의사국시 실기시험의 ‘재시험’이 막 시작되었을 때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같은 유형의 시험을 두고 중대한 결정이 이뤄졌다. 바로 ‘미국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영구히 중단(permanent discontinuation)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8. 부연하자면, 미국도 의사면허시험(USMLE)에서 실기시험을 본다. USMLE는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이 중 의과대학 재학기간에 통과해야 하는 시험은 Step 1과 Step 2이고, Step 2는 CK(Clinical Knowledge)와 CS(Clinical Skill)의 두 파트로 구성된다. 바로 이 중 “USMLE Step 2 CS”가 우리나라의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대응되는 시험이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대면시험이다.) 

 

9. 꽤나 갑작스러웠지만, 마냥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COVID-19과 함께 Step 2 CS 는 이미 2020년부터 중단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으로 COVID-19이 확산되면서, NBME는 2020년 3월에 우선 일시 중단(temporary cessation)을 발표했고, 5월에 12-18개월의 중단 연장(extension of the suspension)을 거쳐, 2021년 1월에 영구 중단(permanent discontinuation)에 이른 것이다. 

 

10. 앞의 9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래부터 영구 중단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중단할 때에는 “개선된 버전의 Step 2 CS”를 재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로 하고 있던 개선영역에는 우선 ‘COVID-19로 인한 위험의 최소화’를 포함하여, ‘평가의 특성’과 ‘응시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원격 실기 시험의 도입(remote exam administration)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1. 영구 중단의 배경에는 기존에 Step 2 CS 시험이 가지고 있던 한계점도 있었다. 
(1) 응시료: 학생의 응시료는 1500달러+α(이동 및 숙식 비용)에 달할 정도였고, 
(2) 높은 합격률: P/F로 나오는 시험 결과에서 95% 이상이 합격하며, 
(3) 낮은 피드백: 학생에게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제공되지 않고, 
(4) 환원적 평가: SP 평가자에 의존해야 했기에, (복잡한) 진료행위가 ‘체크리스트의 관찰가능한 행동’이라는 단순화된 목록으로 환원(reduce) 되었으며, 
(5) 제한된 상황: “단일 환자의 초진 상황”으로 시험내용이 제한되고, 
(6) 자료 접근 제한: 시험에서는 임상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자료 접근에 한계가 있다.

 

#종합
12. 우리나라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9년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Step 2 CS가 시작된 것은 2004년이다. 물론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시험’이라는 개념 자체는 훨씬 더 오래되었지만, ‘의사면허시험’이라는 공식 체계로 도입된 시점의 차이가 그 정도라는 뜻이다. 

 

13. 의학교육의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떤 개념이나 방식이 시행되고 우리나라에 도입되는데는 적어도 10년에서 20년 정도의 격차가 있어왔다. “장기계통통합교육(1950년대)”이 그랬고, “PBL(1960년대)”이 그랬고, “OSCE(1970년대)”가 그랬고, “역량바탕교육(1990년대)”이 그랬고, “MMI(2000년대)”가 그랬다. 최근에는 전공의 교육에 “EPA(2000년대)”라는 개념이 막 들어오고 있다. 

 

14. 그렇다면 반대 방향으로는 어떨까? 그러니까, 외국에서 어떤 개념이나 방식을 폐기한 후, 우리나라도 그 개념이나 방식을 폐기하는 데 얼마가 걸릴까? 예를 들면, “의예과”라든가, “인턴”이라든가, 그리고 지금과 같은 “의사국시 실기시험”이라던가.

우리나라는 전공의 지원 시 ‘특정 병원, 특정 과’에만 지원한다 (일단 “어레인지”는 논외로 하자). 다시 말해, 딱 하나의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에만 지원한다. 일반인도 친숙한 대입을 예로 들자면, 학생들은 정시에서는 가, 나, 다군 세 개에 지원가능하고, 수시에서는 여섯 개 까지 지원가능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몇 개의 전공의 수련과정에 지원할까? 놀라지 말자. 2019년을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미국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은(US graduates) 65개에, 미국 바깥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IMGs)은 137개 프로그램에 원서를 넣었다. 

 

‪J. Bryan Carmody는 이 현상을 “Application fever (과열된 경쟁적 전공의 지원)”이라고 명명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럼 이렇게 되기까지 초기 과정은 어땠을까? J. Bryan Carmody 교수가 이 내용을 다룬 유튜브 영상이 있어 초반 1/3 정도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였다. 

 

https://youtu.be/Iy4NoT-yx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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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초, USMLE Step 1이 Pass/Fail로 바뀐다는 발표가 이뤄졌다. 기초의학에 관한 객관식 문항으로 이뤄진 이 시험은 어떤 흐름 속에서 지금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2. 이 문제는 NBME의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NBME)는 미국 의료에서 단순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 문제는 바로 미국의 founding fathers가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권한을 연방정부에 두지 않은 것이다. 

 

3. 이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을 결정할 광범위한 권한이 주정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889년의 판결에서도 법원은 누가 의사가 될 수 있고 될 수 없는지를 결정할 권한이 주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4. 한 주에서 면허를 받은 의사가 다른 주로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AMA의 회장 윌리엄 로드먼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 주에서 면허를 받고 보스턴에서 훌륭하게 수술을 하던 의사가 Mayo에서 진료를 하려면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5. 이것이 바로 NBME를 설립하여 다루고자 바로 그 문제이다. 이들은 공통된 시험을 만들어서, 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 어떤 주에서든 추가 시험을 치를 필요 없이, 안심하고 면허를 받을 수 있는 매우 높은 퀄리티의 시험을 만들려고 했다.

 

6. 워싱턴DC에서 1916년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행해진 첫번째 NBME 시험은 말 그대로 5일 짜리 시험이었다. 시험의 개요를 보면, 초기의 NMBE 시험은 완결적(comprehensive) 시험이었다. 미국 어느 주에서나 의사의 자질을 보증하겠다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 의사에게 필요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이 시험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7. 시험의 형식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객관식 문항(MCQ)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험은 구술시험, 논술, 실기시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기시험의 경우, 워싱턴 D.C.의 가필드 기념병원에서 수험생들은 실제 환자로부터 병력청취와 신체진찰을 하고, 그리고 나서 NBME 시험관들 중 한 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구술시험을 보았다. 

 

8. NBME 시험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16년에는 소수의 주에서만 이 시험을 받아들였지만, 1927년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주가 이 시험을 인정했다.  

 

9. 다만 이 시험은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완결적 시험을 응시하는 것은 응시자 입장에서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다. 비행기나 고속도로도 제대로 없던 시절에, 고작 50%가 합격하는 시험을 보기 위해서 특정한 도시로 가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절대로 괜찮은 사업 모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10. 비록 1915년부터 1955년까지 시험 응시자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여전히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의 수는 수천 명에 불과했다. 

 

11. 한편, NBME가 시험을 발표했을 무렵, 프레데릭 켈리라는 캔사스의 교육자가 객관식 문제MCQ라는 유형의 문제를 공개했다. 이 형식은 기존의 방식과 달리 채점에 대한 논쟁이 없었고, 무엇보다 IBM이 시험채점기계를 개발하며 매우 빠르게 채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NBME의 기존 시험 형식이 무척 별로인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방식은 휴대성도 좋았고, 확장성도 좋았다. 결국 NBME는 시험 형식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시작했다. 객관식 필기시험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실기시험을 포함해야 하는가? 

 

12. 객관식 문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도 있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추론 능력보다 잔머리와 정보의 저장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응시자는 객관식 시험이라는 형식에 맞춰 정보를 정리하고 훈련하기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의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정보의 조직화 방식이 아니고, 교육 성취도를 추정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완전히 불충분하며, 그렇게 사용된다면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13.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객관식으로 전환할 때 예상되는 사업상의 이점은 너무 컸다. 실제로 시험이 객관식 형식으로 바뀐 후, 응시자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였다. 흥미롭게도, 몇몇 주에서는 시험 변화 후에 NBME 인증서를 수용하길 거부했지만, 1990년 9월에 이르자 텍사스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들은 NBME 시험을 받아들였다. NBME 시험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1960년대까지 모든 개별 주 시험은 사라졌다.  

 

14. 결국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경로는 두 가지로 정리되었다.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학생은 NBME part 1과 part 2와 part 3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NBME 시험을 받아들이지 않는 몇몇 주의 졸업생과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은 FLEX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이 시대에 미국에서 레지던트 교육과 의사가 될 기회를 노린 국외 의대 졸업생들의 수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했다.  

 

15. 이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이민에 관한 이슈는 까다롭고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1980년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의사 수가 과잉으로 향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하여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 의과대학의 졸업생들의 수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권고가 있었다.  

 

16. 이러한 우려에서 좀 더 까다로운 FGEMS라는 시험이 만들어졌다. 이는 기초과학과 임상과학에 관하여, 이틀 동안 950개의 객관식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이었다. 이 중 기초과학은 약 20% 였다. 

 

17. 문제는 해외 의대 졸업생들이 (카리브해 또는 다른 곳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미국 시민'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런 시스템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NBME 시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의 시행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NBME와 FSMB는 1989년 의료면허에 관한 사실상 동등한 두 개의 경로 대신, 모든 사람이 치르는 하나의 시험을 만들기로 했다

 

18. 실제로 실행하는 데에는 몇 년이 더 걸렸지만, 1992년 USMLE Step 1의 첫 시행과 함께 마침내 NBME는 그들의 사명을 성취하였다. 미국 어디에서나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1992년은 USMLE의 탄생을 포함하여 의학교육과 레지던트 수련에 관한 세 개의 중요한 사건이 합류한 시기이기도 하다. 

 

19. 첫 번째는 이미 언급한 USMLE의 탄생이다. USMLE가 도입될 때 이뤄졌던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시험 결과를 점수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새삼스러운 결정이 아니었고, 오히려 NBME의 오래된 전통이었다. 비록 면허를 발급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몇 점인지는 불필요하고, 합격 여부(면허 발급함 – 발급하지 않음)만으로 충분했지만, NBME는 수험생은 자신의 점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 두 번째는 미국 의과대학 협회에서 Electronic Residency Application Service (ERAS)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전공의 지원은 컴퓨터로 이뤄지는 작업이 아니었다. 지원서, 추천서, 성적증명서 등 무수한 서류 작업은 모든 사람들의 골칫거리였다. 점진적으로, 1995년에 이르렀을 때 몇몇 전공에서 ERAS를 사용했고, 학생들은 지원서를 작성한 다음, 디스켓에 담아, 학장실로 가서 전송하곤 했다.

 

21. 세 번째는 전공의 지원 시장(market)의 변화였다. 1992년은 지원자보다 전공의 자리가 더 많은 마지막 해였다. 이후로는 늘 지원자 수가 전공의 자리보다 많아서, 전공의 정원은 1명의 지원자 당 0.75~0.80명 정도의 범위에서 유지되어오고 있다. 

 

22. 이 세가지 변화는 각각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큰 영향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 세가지가 모이자 ‘과열된 경쟁적 전공의 지원(application fever)’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요 며칠 전까지 트위터에서 크게 화제가 된 미국 의학교육계의 소식은 Usmle step 1이 2022년 즈음부터 pass/fail로 바뀔 예정이라는 뉴스다. 지금까지는 usmle step 1의 결과가 합-불합이 아니라 점수로 나왔다. 그런데 이 step 1 시험이 교육과정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step 1 점수가 일종의 스크리닝으로서 심지어 전공의 선발(matching)의 당락까지도 좌우한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이 발표와 함께, 향후 미국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전공의 지원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전공의 선발을 담당하는 책임자(program directors)가 어떻게 대응 또는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예상들이 오가고 있다. 여하튼 앞으로 저 동네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고 볼 일.


그림. 점점 두꺼워지는 step 1 대비 문제집


그림. 점점 높아만가는 step 1 합격 점수

1

의사면허의 목적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행위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확실히 갖추게 하는 것에 있다. 기저의 원칙은 면허는 모든 의사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어디서 수련을 받았든, 어떤 세팅에서 진료를 하든 면허가 있어야 한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독립적 진료행위 면허(unrestricted license to practice)를 받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의 전부 혹은 일부를 갖춰야 한다.

• 인증받은 의과대학 졸업

• 일정 기간의 감독 하 의료행위(의과대학 졸업 후에 이뤄지기도 함)

•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의사면허시험에 합격

 

그렇다면, 의사면허시험(National Licensing Exam, 이하 NLE)는 어떠한 경향성(trends)을 가지고 있는가?

 

2

NLE는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

 

첫째, 의과대학의 수와 다양성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의과대학의 수가 지나치게 증가하여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높아져 왔으며, Dr Hans Karle 2003 WMA general assembly에서 의과대학이 1995년부터 54%증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로 학부의학교육의 다양해짐에 따라 지역 간 또는 학교 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의과대학에 따라 RCGP RCP 회원자격시험 합격률이 다르다. 미국의 USMLE Step 2에서도 학교마다 평균점수의 상당한 차이가 확인되는데, 이러한 차이는 학교 내 기준(intramural standard) 차이에 기인한다. 이는 Step 1이나 Step 2 CK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의료인력 유동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의료인력의 유동성에 대한 접근은 유럽과 북미 간 차이가 있다. 예컨대 유럽에서, 의료진의 이동은 1940년대부터 관찰되었으며 해가 지날수록 그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의과대학 학부교육에 필요한 기간은 European directive에 의해서 강제되며, 최소 5, 5500시간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의사국가시험이 없으며, 각 의과대학은 자신의 졸업시험이 있다. 유럽과 달리 미국과 캐나다는 모든 의과대학 졸업생이 NLE를 응시해야 하고, 어느 의과대학을 졸업했든 의사로서 근무work할 수 있으려면 NLE를 통과해야 한다. 영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질관리프로그램을 활용하여(모든 영국 의과대학은 GMC에서 인증을 받아야 함) NLE와 비슷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영국 역시 NLE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셋째, NLE 퍼포먼스가 실제 퍼포먼스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에서 NLE 퍼포먼스는 이후 의료행위의 퍼포먼스를 예측한다.

 

이 밖에도 NLE를 지지하는 주장의 근거로는 다음이 있다.

• 의료행위의 핵심 영역에서 현저하게 부족한 의사를 가려낼 수 있다는 점

• 공립, 사립 의과대학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역량 스탠다드를 제공하여 환자를 보호한다는 점

• 해외에서 이주한 의사가 수련과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퀄리티를 보증ensure해준다는 점

• 의과대학 (교육의) 스탠다드를 높여준다는 점

 

3

NLE에서 내용특이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하든지, 한 케이스에서의 퍼포먼스가 다른 케이스에서의 퍼포먼스를 아주 잘 예측해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현상을 내용(사례) 특이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고부담 결정을 충분히 반복가능하게 지지해줄 수 있는 점수를 얻으려면, 평가의 길이가 충분히 길어야 하고, 충분한 영역을 포함하여야 한다.

 

4

NLE에서 인지능력 평가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있다.

 

CBT(1세대: 종이 포맷을 컴퓨터로만 옮긴 것, 2세대: 멀티미디어 문항 및 단답형 문항을 활용하는 것, 3세대: 실제 임상환경의 특징을 반영하여, 시뮬레이션 및 상호작용 요소를 포함하는 시험)가 발전하고 있고(USMLE Step 3 CCS3세대 CBT이다), 비교적 최근에는 문항 자동화 생성(AIG)도 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수백개의, 새로운 문항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NLE에 컴퓨터-기반 시뮬레이션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모든 것을 최대한 현실과 유사하게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이 매혹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written simulation의 파란만장한 역사로부터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다.

 

최근까지 NLE는 거의 전적으로 closed-book test였기에, 주로 정보를 recall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하지만 CBT에서 응시자는 온라인 참고문헌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역시 3세대 CBT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러한 시험 방식은 현재 의사의 실제 진료 모습을 더 잘 모방하는 것이며, 피험자의 스스로의 한계를 찾아내는 능력까지를 (간접적으로)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외부 자료에 접근하는 능력, 수집된 정보를 환자진료결정에 통합하는 능력도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

NLE에서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S)이 활용될 것이다.

 

Harden and Gleeson 1979 OSCE를 처음 설명한 이후 OSCE는 빠르게 전파되었다. 최근에는 호주, 캐나다, 한국, 스위스, 대만, 영국, 미국의 의사면허시험에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스테이션 수는 적은 편이어서, 합격-불합격 결과가 충분하 reproducible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6

근무지기반평가(Workplace-based assessment, WBA)가 형성적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겠지만, NLE에서 WBA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어려운 문제이다.

 

비록 WBA가 일상의 진료행위를 더 잘 반영하고, 피험자의 학습을 자극할 수 있지만, 총괄평가에서 활용이 쉽지는 않다. WBA가 피훈련자들 사이의 실제 차이를 반영할 수 있지만, 피험자 간 차이의 원인이 판단을 내리는 기준이 교수마다 다르거나, 피험자가 진료한 환자 집단의 특성이 다르거나, 피험자가 진료 시에 활용가능한 자원이 달라서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WBA는 임상적 맥락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총괄평가적 활용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7

명확하게, NLE는 많은 한계가 있다. NLE는 기껏해야 진료에 필요한 역량을 측정할 뿐이며, 실제로 진료를 유능하게competently할 것인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NLE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 실제 진료를 잘 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NLE에서 안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 의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지라도) 실제 진료에서도 안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

 

 

 

 

출처:

Swanson, D. B., & Roberts, T. E. (2016). Trends in national licensing examinations in medicine. Medical education, 50(1), 101-114.

1

2021 1 26, NBMEFSMB은 미국의료면허시험(USMLE)에서 Step 2 Clinical Skills (CS) 시험을 [수정하여 재개시하는 작업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2020 3월에 발표된 2단계 CS의 일시적 중단이었지만, SARS-CoV-2의 감염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2020 5월에 12-18개월 중단으로 연장되었다. 그리고 COVID-19 대유행으로 미국 전역에서 감염, 입원, 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영구적 중단으로 바뀐 것이다.

 

2

USMLE 프로그램의 공동 후원자로서 FSMB NBME [전체 시험 시퀀스의 프로그램 감독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NBME ECFMG(외국인의료졸업생을 위한 교육위원회)는 공동으로 Step 2 CS 구성요소를 관리한다. Step 2 CS 중단 결정은 FSMB, NBME, ECFMG의 협의 하에 이루어졌다. Step 2 CS을 최초에 일시 중단했을 때에는, 단기 개정 및 상당히 개선하여 재개시에 초점을 두고, 재시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탐색했다. 여기에는 테크놀로지 활용, COVID-19 위험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 수험생 이동의 필요성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 등이 있었다.

 

3

하지만 일부 진전이 있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영구 중단을 결정한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Step 2 CS는 그 설계상 수험생과 시험 직원, 특히 표준화된 환자 역할을 하는 직원 간의 긴밀한 신체적 근접과 신체적 접촉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신체 접촉이 불필요한 [가상 원격 건강 플랫폼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수정하려고 했고, 수험생의 [여행 관련 비용을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원격 관리 모델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원격 시험에서 [기술, 보안, 형평성 및 시험 로지스틱스] 문제도 있지만, [버추얼 수행능력 평가]에서는 [신체 검사 능력 평가]가 명백히 제한된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주는 솔루션은 찾을 수 없었다.

 

둘째, 2004Step 2 CS 도입 이후, [의미 있는 의학교육의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고려했다. 의과대학에는 OSCE labs이 설치되었고, 의학교육연속체를 따라 학습자의 발달을 평가하는 역량 프레임워크도 채택되었다. 물론 [국가 표준]에 대한 [독립적인 제3자 검증 및 지원]은 여전히 미국의 강력한 의료 면허 시스템의 초석으로 남아 있다.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학부 의학 교육(UME)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완료, [GME 프로그램]의 일부 또는 전체 완료, UME GME 프로그램에 대한 독립적이고 별도의 [인증], 국제 의대 졸업자의 경우 [ECFMG에 의한 의사 지원자의 자격 증명]이 모두 필요하다. 이렇듯 강력한 평가/인증/규제 시스템에서 Step 2 CS를 수정하여 재도입했을 때 어떤 additional value가 있는지 판단해야 했다. 그 결과 Step 2 CS 를 전염병에 맞게 수정하여 재개하는 데 쓰일 자원을, 더 혁신적인 방식으로 임상 술기 평가를 발전시키는 데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4

[주 의료 위원회] [의사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환자 관리를 제공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USMLE도 지속적으로 이 미션에 복무serve할 것이며, [기존의 요구사항] [새롭게 대두되는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임상술기 평가의 가장 큰 요구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임상추론과 같이 의료행위에 특히 중요한 주제를 강조하고, SMB에서 식별한 결함 영역(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임상술기 평가는 기존의 평가를 강화하거나 여기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에는 오디오 및 비주얼 미디어의 발전, 환자 아바타,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평가와 관련된 다른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결합 등으로 인하여 미래에는 임상술기 평가의 한계가 확장되고, 새로운 유형의 문항이 개발될 가능성도 높다.

 

5

시험에서 이뤄야 하는 목표는 아래와 같이 다양하다. 그러다보면, 여러가지 시험 요소들 사이의 절충tradeoff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신체 검사 및 의사소통 기술 평가

• 감독하 의료행위 및 독립적 의료행위에 결정에 정보제공

• 임상추론을 평가

• 현대적 의료 행위를 반영

• 형평성과 접근성을 보장

• 수험생 경험 최적화

 

6

이번 결정에 대하여 일부 학습자와 교육자가 [임상 스킬 평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처럼 잘못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USMLE은 여전히 임상 기술 평가를 중요시하고 있다.

• 교육자와 관리자는 표준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해야하며, 임상 기술 훈련 및 평가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을 지속적으로 우선시해야 한다

• 교육 및 규제 시스템의 모든 당사자parties는 의학교육의 연속체에 걸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지속적/독립적/협력적으로 일해야 한다.

• 의학 교육자는 USMLE 시험과 별도로, 의료행위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다뤄야 한다.

USMLE 프로그램은 수험생이 의료행위에 충분히 준비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트위터 타임라인이 USMLE Step 1(이하 스텝1)논란으로 핫하다. 현재까지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1. 스텝1의 현재
 
미국에서 스텝1은 통상 의대 2년을 마치고 보는, 기초의학 중심의 의사국가시험이다. 문제는 이것이 대단한 고부담(high stake) 시험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레지던트 선택의 운명을 좌우하는데, 한 가지 큰 이유는 스텝1의 결과가 P/F가 아니라 점수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점수는 레지던트 지원시 일종의 스크리닝 테스트로 작동하여 스텝1점수가 낮으면 원하는 프로그램에 못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학생은 이 시험에 목을 맬 수 밖에 없게 된다.
 
2. 학생들의 제안
 
근본적으로 스텝1이 애초에 레지던트 수련 적합도를 보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 또 하나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이러한 스텝1의 영향력때문에 학사운영 및 수업운영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학생들은 스텝1을 P/F로 바꾸자는 제안을 Academic medicine이라는 저널에 기고하였다(그림).
 
 
 
3. NBME(aka 미국 국시원)의 응답
 
사태는 여기서 터지고야 마는데, 이 학생들의 제안에 대한 국시원의 응답이 가관이었던 것이다(그림). 특히, '학생들이 스텝1 준비에 시간을 덜 써야 해서 벌게 된 시간을 더 좋은 의사가 되는 데 쓰면 좋겠지만, 학생들은 아마 넷플릭스를 보거나 인스타그램 업데이트에나 시간을 쓸 것이다'라는 식으로 비하하며 결정타를 날려버렸다.
 
4. 나 때는 말이야(Nostalgialitis Imperfecta Profunda)
 
Eric Holmboe 교수는 이러한 교수들의 마인드를 Nostalgialitis Imperfecta Profunda라는 말로 비꼰다.
 
"우리가 수련받던 시절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무수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논문을 읽어보길 권하는데 나중에 봐야겠다 article by Dhaliwal from 2015: https://t.co/DAulPxZxiA https://t.co/GoDuRBwmKU)
 
 
5. 우리는?
 
국가시험에 스텝1과 같은 기초의학 중심의 시험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종종 있었다. 현재 구체적인 논의나 진행의 단계는 모르지만, 언젠가 하게 된다면 지금 미국의 이 논란은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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