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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육에 Core EPA 적용의 문제점

Meded. 2022. 1.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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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기반 의료 교육(CBME)의 세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역량이 있었고, 이후에 마일스톤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역량만으로는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 행동, 책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함을 지적하며 ten Cate위임가능 전문활동(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EPAs))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EPA는 모든 레지던트가 수련을 마치는 시점에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신뢰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하는(could be trusted) 핵심 업무 또는 책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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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교육(GME)에서 시작된 EPA는 학부교육(UME)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GMEUME가 공동의 프레임워크를 갖게 하겠다는 목표 하에 UME에 적용할 “Core EPA”를 개발했다. 이후 Core EPA를 시범도입하고 검증하는 데 수많은 자원이 투입되었으며, EPA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설명하는 교육자들도 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CBMEEPA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며,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좌절과 자원의 투입이 있기 전에 성급한 돌격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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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EPA는 외래 및 입원 진료에서 이뤄지는 "활동activities" 목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학지식과 같은 역량영역(domain of competence) 또는 전문직업성과 같은 개개인의 특성(characteristics)과 차이가 있다. , EPA는 전문직업적 행동을 직무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workplace-based tasks) 단위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의대생은 Core EPA를 졸업(궁극적으로는 인턴 1일차)까지 성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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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만들어진 CoreEPA에 대한 여러 비판이 존재한다. 어떤 것들은 딱딱 구분되는(discrete) 단일 환자 대상(single-encounter)의 업무가 아니고(: 다전문간 팀에서 협력하기), 또 어떤 것은 교육 목표이지 업무가 아니다고 지적한다(: 임상질문을 만들고 근거 찾기). 또한 어떤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한데, 어떤 것은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모든 것을 하나로 뭉뚱그리고 싶어하는 Lumper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Splitter로 패널이 구성되어,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만든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발달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어떤 것은 의사가 되기 위해 가장 기본인 것인데, 어떤 것은 꽤 앞서나가고(advanced) 있다. 예를 들면, “시스템적 실패system failure를 식별해내는 것은 의대 졸업생은 물론이거니와, 2년차 전공의들도 잘 못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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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적을 하면, EPA의 지지자들은 역량(competencies)EPA양자택일(either-or)’의 문제가 아니라고 변호한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일지 모르나, 인간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원칙 중 하나는 전경-배경 관계(figure-ground relationship)이다. 두 가지 "객체"가 있다면, 관심을 끌고 집중시키는 것은 그 중 하나(그림)일 뿐이다. 다른 하나(배경)는 멀리 뒤 밀려나고, 잊혀진다. 배경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맥락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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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Core EPA와 역량의 둘을 놓고, Core EPA는 전경으로, 역량(전문직업성, 의사소통능력, 인종/민족/성별/성적 지향을 차별하지 않는 의료전달)은 배경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인가? 물론 EPA의 지지자들이 역량에 대해 악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량이 전면에 놓이지 않는다면, 2등 시민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농후하다. 형성평가든 총괄평가든 13개의 Core EPA에 초점을 두는 한, 교수와 학생은 모두 여기에 신경쓸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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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EPA의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수준의 열망이 없다(nothing aspirational)는 점이다. 그러니까, 의학이란 전문직업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소명임을 암시하는 그 어떤 것도 Core EPA에는 담겨있지 않다. 더 나아가면, Core EPA가 환자와 사회에 어떠한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의료행위에 필요한 테크닉을 수행할 수 있고,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의사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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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과정 그 자체에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다. 물론 신뢰라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또한 의사들은 내가 지도하는 사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Core EPA의 첫 번째 문제는, Core EPA의 평가에서는, 관찰위임가능성entrustability’ 판단에 이르기까지 거쳐가야 할 layer가 아주 많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주관적인 평가 과정을 피할 수 없다면, ‘관찰판단사이에 존재하는 추론의 층(layer)이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척도의 anchor에 대해서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으로 인식/정의/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UMECore EPA 평가를 위한 anchorGME의 그것보다 훨씬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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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하여 UMEGME의 평가 척도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UME의 상한선과 GME의 하한선이 잘 매칭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대 졸업 시 간접적이고 최소한의 감독만으로 EPA를 할 수 있었던 학생이(UME의 상한선), 수련 단계에서 슈퍼바이저의 적극적이고 완전한 감독을 필요로 하는 수준(GME의 하한선)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또한 모든 의과대학의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점에 까다롭고 신중한 EPA 기준을 모두 만족할 것인가? 사실상 너무 낮은 기준을 설정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인지 이론social cognitive theory를 고려한다면, UMEGME의 맥락이 다르므로, 같은 표준도 암묵적으로 다르게 여겨질 수도 있다. 예컨대 UMEentrustable 수준은 GME에서 preentrustable 수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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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EPA는 의료진의 원활한 작동에 필요한 mundane and technical skills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개념상으로는 추상적이지만, 우리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행동으로 조작화 될 수 있는 의사의 역할과 행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였다.

 

출처:

Krupat, E. (2018). Critical thoughts about the core 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in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Academic Medicine, 93(3), 371-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