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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위한 작은 실천

Meded. 2022. 3. 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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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이란 말이 우리나라 의과대학/의학교육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의학교육평가원에서는 '의과대학 사회적 책무성과 의평원의 역할'로 창립 18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진행하기도 했고, 올해 의학교육학술대회의 주제도의학교육에서 사회적 책무성이라고 한다

※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lOcJG8wR6I

※ 관련 기사: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0203&fbclid=IwAR0vw0q65cMFPSQyzD9Y6ewEhXgBx7BbvZTtuKB88ujtN7ufuPhZDojK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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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무성이라는 담론이 등장한 이유가의과대학이 갑자기 강력한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느끼고 그 실행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그럴듯하고 현실적인 설명은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서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인증은 모든 의과대학이 받고 통과해야하는 '시험'이라고 한다면, 시험범위에사회적 책무성이 들어온 바람에 모든 의과대학이 공부를 강제당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의과대학은 사명에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명시하고 있다."라는 평가기준이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의과대학들은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단어나 개념이 담긴 사명을 만들고, 어떻게 이 사명을 실천한 실적근거를 갖출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다만 문제는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충분히 합의되거나 공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 대학은 나름대로 기준을 해석해서 살길을 찾아나섰고, 그나마 손쉬운 전략은 그간 교수들이 수행해오던 여러 외부 활동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비록 딱히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수행했던 것은 아닐지 몰라도, 조금이나마 관련은 있었기에, 그간의 활동을 모아모아 '사회적 책무성 이행 실적'의 근거를 모아서 제시함으로써 평가인증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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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사회적 책무성'을 다한다는 것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의외로 꽤나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책무성'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 중 하나는 '우리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단순히 어느 의대를 나왔는지, 어떤 과를 전공했는지를 넘어 '의사(집단)이 어떻게 이뤄져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작업을 의미한다. '의대생 10명중 6.2명이 고소득층 자녀이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에만 머무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누구인지' 밝히는 첫 단계는 '우리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의과대학 입학생의 거의 모든 학생이 '의사 면허'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성별 구성은 어떤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성소수자는 어느 비율로 있는지, 사회경제적 계층은 어떤지, 어떤 유형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지 등등. 아직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경우는 잘 없는 듯 하다. 반면, (미국이 다 좋은건 아니고, 미국 의대라고 다 있는건 아닌 듯 하나)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런 정보를 대학별로 찾아볼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AAMC에서 전체 의과대학 신입생에 대해서 연령/성별/URM/MCAT성적/출신지역 등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 전체 미국 의과대학 입학생 구성: https://www.aamc.org/data-reports/students-residents/interactive-data/2021-facts-applicants-and-matriculants-data?fbclid=IwAR06bHpS4WpueKyj0vVkHaaXgCCAwdpiFaYPTIdlxCKUnFLqwPa45ultw0E 

※ 하버드 의과대학 입학생 구성: https://meded.hms.harvard.edu/admissions-at-a-glance

※ 미시간 의과대학 입학생 구성: https://medicine.umich.edu/medschool/education/md-program/our-community/students-faculty/medical-student-demographics?fbclid=IwAR2IO42LLMWQlgo6RSNXntRKscLghbWwO78khnce2P-j0mzIdWzgHjUpx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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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의식과 현실적인 필요성으로, 작년부터 두 해째 의예과 1학년 첫 수업에서 '우리들'이라는 제목의 설문을 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이 설문을 했을 때는 비대면으로 서로 한 번도 못 만난 학생들에게 '의예과 1학년 신입생'이 어떻게 이뤄져있는지 다 같이 공유해보자는 목적이 있었다. 더불어 일부 학생에게는 자기소개도 시키며, 수업도 조금 인터랙티브하게 만들고, 학생들이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조금이나마 키워주고자 했다. 그런데 미국의 자료를 보고, 자체적으로 설문도 두 해째 해보니, 내년에는 좀 더 문항을 다양하게 구성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슨 항목을 추가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