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학생을 가르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학교육, 다소(?) 급진적인 상상

Meded. 2022. 7. 15. 16:32

1.
CBT시험감독을 하다보면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온갖 상상을 하곤 한다. CBT시험감독이라는게 사실 말이 "시험감독"이지, 딱히 역할이랄게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학생들의 모니터는 중앙에서 모니터링되고 있다. 문항 순서와 보기는 섞여 나와서 인접한 사람과 문항순서와 답도 다르다. 보안필름 때문에 조금만 모니터 정면에서 비켜나면 애당초 아예 화면이 보이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이 상황에서 감독관의 존재의미란, 감독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마구마구 컨닝페이퍼를 본다거나, 대담하게 옆 사람과 정답을 주고받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정도.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감독관보다는 troubleshooter의 역할이 더 중요한 상황이 더 많다.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로그인이 안된다던가, 문제가 이상하다던가, 인터넷이 끊겼다던가) 학생이 손을 들면 찾아가서 문제상황을 확인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주는 것이 그 역할이랄까. 

 

2.

수업은 이미 다 녹화되어 있다.

문제는 이미 다 문제은행에 있다.

시험은 최소한의 감독관으로 족하다.

 

이 상황에서 굳이 "수십시간의 블록강의(기간) 후 일시에 모여서 치르는 시험"이 필요할까? 

 

딱 하나 부족한게 있다면 상상력이 아닐까. 혹은 블록강의에서 등수로 성적(A~F)을 내야 한다는 관습에 너무 익숙해진건 아닐까.

 

3.
그냥 내년부터는 

N개 블록강의를 묶어서,

이미 녹화된 동영상 강의를 스스로 보고,

문제은행에서 1/N씩 무작위 추출된 문항으로,

자율적으로 시험을 보고(몇 번이든),

일정 기준점수를 넘기면 Pass 주면 안될까?

시험 한 번에 못 넘기면 두 번 보는거고, 반대로 일찍 Pass한 학생은 남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겠지. 

성적? 그건 그 남는 시간을 얼마나 잘 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4.

물론 실제 구현하려면 훨씬 디테일하고 많은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끊임없이 복원(유출)될테니 새로운 문제가 어느 정도는 계속 보충되어야 할테고,

학생이 아무때나 시험볼 수 있을 수는 없을거고, 어느정도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봐야할 것이다.

Pass기준도 설정해야 할 거고, 일찍 Pass한 학생들에게 어떤 추가적 교육을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교수도 학생도 행정도 (적어도 초기엔) 어마어마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지만, 방향은 이 방향이 맞지 않을까?
말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Competency-based, (& Time-variable)한 교육을 지향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