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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에서 통합의 과학과 통합의 실천

1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통합은 의료(practice of medicine)가 직면한 많은 도전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1988년 에딘버러 선언은 '의학교육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하며, 의학교육의 커뮤니티에 '의학교육의 특성을 변화시켜, [의학교육이 위치한situated 사회가 정의한 요구defined needs]를 충족시키기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주장했다. 뒤이어 나오는 구체적인 권고 중 하나는 '(기초)과학 교육과 (임상)실무 교육의 통합을 추구하며, 임상적 문제 해결을 학습의 기초로 활용한다'이다. 2 에딘버러 선언 이후 [기초과학과 임상과학의 통합]이라는 이상향ideal은 계속해서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여러 문헌과 더불어,..

피드백이 잘 안 되는 이유: '공손함' 때문만은 아니다.

1 피드백 탐색 행동(Feedback-seeking behavior, FSB)은 자기 동기 (자기 평가, 자기 개선, 자기 향상, 자기 검증), 개인 및 대인 관계 요소 (피드백 제공자의 의도 및 특성, 피드백 탐색자와 제공자 간의 관계), 자존감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에 달려있다. 2 교수들은 서면평가에서 모호하고 일반적(generic)인 표현을 쓴다. 학생 또는 전공의를 충분히 알지 못해서 일수도 있고, 조직 문화 때문에 자기-이미지에 위협이 되는 표현을 쓰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비특이적이고 도움되지 않는 의견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3 예절(공손)이라는 개념에 따르면, "관습적 간접성(conventional indirectness)"이 존재한다. 이는 [어떤 단어..

교수자로서의 나, 그리고 나의 과목 (2020년 12월 31일의 기록)

1. 내년이면 의과대학에서 교수라고 일한 것이 4년째고, 의학교육을 시작한 것은 9년째가 된다. 여전히 부족하고 모르는 것 천지인데, 옆에서 보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더 이상 뭘 ‘모른다’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 2. 지난 3년간 맡았던 과목을 정리해봤다. 정리하면서 새삼 느꼈는데, 확실히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 물론 명확한 목표와 근거는 있지만, 그것을 온전히 소통한다는 것은 어려운, 아니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듯 하다. 3. 학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당연히 많은 과제에 대한 부담이다. 이 부담은 학생의 부담 외에도, 나 자신의 부담, 과목에 함께 참여해주시는 다른 교수님들에게 가해지는 부담, 심지어 과목 운영을 도와주는 ..

USMLE Step 1논란: Kondae is everywhere (2018년 12월 31일의 기록)

트위터 타임라인이 USMLE Step 1(이하 스텝1)논란으로 핫하다. 현재까지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1. 스텝1의 현재 미국에서 스텝1은 통상 의대 2년을 마치고 보는, 기초의학 중심의 의사국가시험이다. 문제는 이것이 대단한 고부담(high stake) 시험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레지던트 선택의 운명을 좌우하는데, 한 가지 큰 이유는 스텝1의 결과가 P/F가 아니라 점수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점수는 레지던트 지원시 일종의 스크리닝 테스트로 작동하여 스텝1점수가 낮으면 원하는 프로그램에 못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학생은 이 시험에 목을 맬 수 밖에 없게 된다. 2. 학생들의 제안 근본적으로 스텝1이 애초에 레지던트 수련 적합도를 보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 또 하나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

주관성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Learning to love the subjective) (2018년 12월 31일의 기록)

1. 12월 17일~18일 열렸던 "제2회 유한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시간은 Cees P.M. van der Vleuten의 워크숍이었다. 워낙 대가라서 학위과정때, 그리고 지금도 이 분 논문 많이 읽으면서 배우는데, 신나서 질문하다 3년차 레지던트 "Victor"의 역할까지 지정당해서; 역할극까지 했다. 2. 워크숍에 앞서 Cees 교수의 기조강연이 한 시간 있었는데, 찾아보니 다른 곳에서 거의 같은 자료로 같은 주제로 발표한 영상이 있어서 공유. 와...역시 유튜브에는 없는게 없다. (1) https://youtu.be/Ja4RqxSKoaY (2) https://youtu.be/ZZ7Y7uSkHEc 각각 43분, 67분. 3. 기조강연 및 워크숍에서 인상깊은 구절이 여럿..

시스템, 재교육, 상대평가

1 "시스템을 가장 취약한 사람(the most vulnerable)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재설계한다면, 그 분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 하지만 반대방향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2 "많은 경우, 학업위기 학생은 일단 유급을 당하고, 개입은 사후적으로 시작된다. 이런 방식을 '결핍-반응(deficit-reactive) 접근'이라고 한다. 유급이라는 '결핍'을 채워주고자, 다음 번엔 통과할 수 있도록 시험을 보고, 재시험을 본다. 하지만 이러한 개입은 학생에게 낙인이 될 수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유급으로 이어진 진짜 핵심적인 원인은 놓친다는 것이다. 또한 정작 의과대학생이 한 명의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데 필요한 서포트는 제공되지 못하고, 결국 재차, 삼차 유급을 겪곤 한다. ..

보건의료전문직교육에서 효과적인 피드백

1 효과적인 피드백이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퍼포먼스에 대한 정보를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의학교육에서 피드백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피드백의 정직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피드백 수신자의 심리사회적 요구도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은 ‘효과적인 임상 교육의 초석’으로 묘사되곤 한다. 2 피드백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우선 지시적directive 피드백(학습자에게 무엇을 교정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것)과 촉진적facilitative 피드백(학습자가 스스로 수정하도록 의견을 주거나 제안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구체적인 피드백과 덜 구체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초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방의사의 모집와 유지에 대한 천성(nature)와 양육(nurture)의 역할

1 의사의 지방(rural area, 지역) 의료 선택과 관련하여,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에 천성과 양육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매우 오래된 질문이며,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천성’이라 함은 의과대학 입학 전에 가지고 있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어떤 학생이 농촌 진료에 대한 높은 선호를 가지느냐를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중요하다. ‘양육’은 의과대학 및 전공의 수련과정과 관련된 측면으로 학생들이 좀 더 농촌 진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2 지방에서 성장한 것, 일차의료 전공과에 대한 선호 등과 같은 의과대학 입학전 요인이 농촌지역에 대한 의사의 ‘모집(recruitment)’와 관련이 있었다. 반면, 수련 요인(농촌 진료 관련 교육과정과 해당 지역 로테이..

효과적인 멘토 개발을 위한 열두가지 팁

1 많은 전문가들은 멘토링 관계를 정치, 비즈니스 및 학계에서 성공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긴다. 멘티는 자신감, 생산성, 만족도, 사회화, 커리어 선택, 학술활동 참여, 협력 관계 등을 얻을 수 있다. 2 멘토링은 보통 나이 든 전문가인 '멘토'와 젊은 동료인 '멘티' 사이에서 이뤄진다. 오딧세이에서, 멘토는 오딧세우스의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나서며 멘토에게 자신의 집과 아들 텔레마쿠스 (Telemachus)의 교육을 맡겼다. 이로부터 멘토라는 단어를 지혜롭고 충실한 카운셀러wise and faithful counselor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카운셀러이자 선생이면서, 후배나 동료의 성공을 위하여 지도하고 조언하고 돕는 사람을 의미한다. 3 열두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