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고 씁니다.

의학교육에서 통합의 과학과 통합의 실천

Meded. 2022. 1. 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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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통합은 의료(practice of medicine)가 직면한 많은 도전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1988년 에딘버러 선언은 '의학교육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하며, 의학교육의 커뮤니티에 '의학교육의 특성을 변화시켜, [의학교육이 위치한situated 사회가 정의한 요구defined needs]를 충족시키기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주장했다. 뒤이어 나오는 구체적인 권고 중 하나는 '(기초)과학 교육과 (임상)실무 교육의 통합을 추구하며, 임상적 문제 해결을 학습의 기초로 활용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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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선언 이후 [기초과학과 임상과학의 통합]이라는 이상향ideal은 계속해서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여러 문헌과 더불어, 인증(accreditation)은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지렛대였다. [인증]은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미국 LCME는 커리큘럼이 '일관성', '조정성', '통합성'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호주의 AMC'…관련 교육 내용의 수평적(프로그램 부문 또는 연도 내)과 수직적(연속 프로그램 부문 또는 연도 내) 통합을 이룸으로써, 학생들이 과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이 어떻게 좋은 의료 행위로 이어지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영국 GMC에서도 각 의과대학이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통합하여 이론과 실습을 연결할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줄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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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기초의학 교육이 임상적 역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가정은 대체로 액면 그대로 의심 없이 받아들여져 왔다. 비록 다수의 연구가 있었지만, 기초의학의 역할이나 통합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정의하기 어려운(elusive) 목표였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통합은 어느 정도인지] 또는 [기초 대 임상의 상대적 균형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균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초과학 그 자체의 중요성]은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국한된 것이었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임상의료 내에서의 기초 과학]이 더욱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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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합에 대한 관점도 차이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임상의학을 의과대학 초기부터 노출시키는 것으로 여기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기초의학을 의과대학의 마지막까지 지속시키는 것으로 여긴다. 둘 중에 더 관심이 집중된 것은 전자이다. 무엇보다 의과대학이든, 전공의수련이든 기초과학의 존재감을 전 시기에 걸쳐서 유지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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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 대해 마지막으로 고려할 것은 교육과정의 통합(시간표 상 통합)’인지적 통합(학생의 머리 속에서 발생하는 통합적 이해)’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통합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는 후자, 인지적 통합에 있을텐데, 에딘버러 선언을 포함하여 많은 경우에 교육과정의 통합을 이루면 인지적 통합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연결고리는 얼마나 견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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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일부 연구자들은 통합의 진정한 척도는 학습자 지식 수준에서 발생한 인지적 통합의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경고를 한다. 단순히 교육과정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자동적으로 인지적 통합을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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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과정)]이 환자진료 또는 미래 의료행위의 패턴에 이득benefit이 있는지를 확실히 입증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그램 설계의 variation이 너무 많아서, best practice를 식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만, 동시에 교란 변수도 너무 많아 프로그램 간의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통합 모델의 교육 성과에 몇몇 메타 분석과 체계적 문헌검토가 있었으나, 여전히 기존 연구 중 확정적인 것은 없으며 학습자 만족도와 같은 낮은 수준의 성과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밖에, 통합의 이득 [지식의 습득과 보유]에만 관련되는지, 임상 실습 중 [문제 해결]까지 개선되는지 여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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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위한 시도는 강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합을 위한 어떤 시도들은 종종 기초과학의 통합과는 무관한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료의 연속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감의 저하를 막기 위한 종단적 통합 임상실습(LIC)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합이 인지적 통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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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통합]은 학생들이 [여러 임상적 맥락에서 학습하도록 요구]하거나, [기초과학과 임상 내용을 병렬적으로 제시]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몇 연구는 학생들이 [기초과학 지식을 다양한 맥락으로 '가져올bring' 때 인지적 통합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에든버러 선언이 학습의 기초로서 [임상 및 공동체 환경에서을 문제 해결]을 권고했을지라도, 단순한 [이분법]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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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교훈은 교육과정에서 [임상적 징후clinical manifestation][기초의학적 기전]과 통합하는 교육이 명시적으로 이뤄지도록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양한 임상·공동체 환경에서 배우는 것이 가치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지적 통합을 위한 의도적 교육]은 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커리큘럼 설계]에만 의존하는 것의 무의미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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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의사 역량에서 기초의학임상의학이라는 이분법에 대한 의문이다. 여러 역량 프레임워크에는, 임상역량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비생물과학 지식non-bioscientific knowledge'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통합에서 인지적 통합으로 전환을 이루고자 할 때, ‘기초 과학의 정의는 임상적 지식과 경험을 더욱 유의미한 방식의 개념적 이해를 확립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지식으로 확장된다. [통합][응집력 있는 의학 지식의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 발달시켰을 때 비로소 달성되며, 여기서 의학 지식이란 [질병의 징후와 증상, 기초적인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학적 메커니즘 사이의 명시적 연결]을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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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통합은 [지식 습득과 유지]를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미래의 의사는 기초 및 임상 과학에 대한 통합된 이해를 바탕으로 지식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복잡한 시스템에서 의료행위를 실천]하며, [건강 격차를 인식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출처:

Bandiera, G., Kuper, A., Mylopoulos, M., Whitehead, C., Ruetalo, M., Kulasegaram, K., & Woods, N. N. (2018). Back from basics: integration of science and practice in medical education. Medical education, 52(1), 7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