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CCTV 설치 관련 기사를 읽다가 문득 2년 전 을지의대 예과 2학년 대상 "Critical Thinking" 과목에서 다뤘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책이 떠올랐다. 당시 그 책을 함께 읽은 학생들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을까?
옳고 그름의 문제가 물론 중요하지만, 여론의 설득 또는 원하는 목적의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의사 측에서 "CCTV 설치"의 문제와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을 말하면 말할수록, "CCTV 설치"를 찬성하는, 혹은 추진하는 누군가는 아주 크게 흐뭇해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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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프레임은 자주 활성화될수록 더 강해진다. 이 사실이 정치 담론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내가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한편 나의 관점은 약화된다."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게 된다. 언어가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
프레임 재구성은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아니다. 어떤 마법의 단어를 찾아내는 일도 아니다. 프레임은 슬로건이 아니라 생각이다. 프레임 재구성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에 접근하여 이를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이 일반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부단한 과정이며, 반복과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프레임과 은유적 사고와 감정은 합리성과 관련이 없다. 그런 이론 때문에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사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진보주의자들은 끊임없이 사실들을 나열한다.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도덕적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사실을 프레임에 넣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두뇌 안의 프레임으로 납득 가능한 것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사실이 우리 두뇌 안의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우리는 두뇌 안의 프레임을 그대로 남겨둔 채 사실을 무시하거나 반박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합니다. 일찍이 리처드 닉슨은 그 진리를 뼈아픈 방식으로 깨달았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그가 한창 사임 압력을 받고 있던 당시의 일입니다. 이때 그는 TV에 나와 연설을 했는데 여기서 닉슨은 전 국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이 일화는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프레임 구성의 기본 원칙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상대편의 언어는 어떤 프레임을 끌고 오는데, 그것은 내가 원하는 프레임이 아닙니다."
-알라딘 eBook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손석희 추천도서 (전면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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