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의예과 1학년 수업시간에 "사회재 적응 평정척도"라는 일종의 스트레스 척도에 대해서 언급할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표에 있는 대부분의 항목은 의예과 학생으로서는 공감도 안 되고, 도저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학생들로부터 일단 의예과 학생이 겪을 만한 항목을 수합하고, 즉석에서 그 항목으로 설문을 만들어 그에 대한 응답을 모았다. 그렇게 조사한 의예과 학생의 스트레스 요인과 각 요인의 스트레스 정도에 관한 결과를 수업 중에 공유해보았다.
학생들이 꼽은 항목에는 "1교시 등교의 피곤함"이라든가 "너무 많은 일정" 같이 꼰대적 관점(...)에서 보면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것도 많았지만 어떤 것은 살짝 인상적이었다. 특히 "무의미한 하루" "삶의 방향성" "가치관 확립" "목표의 부재"와 같은 것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언급했다는 것과, 동시에 이것을 "유의미한 스트레스"로 꼽은 학생이 50%라는 숫자가 그랬다.
항목도 항목이지만, 왠지 50%나 이런 고민을 갖고 있다는건 꽤나 높은 비율 같았는데, 어쩌면 이건 의예과 수업 분위기에서는 이런 고민의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괴리는 어디서 오는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 수업이 문제였나..) 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의예과 학생에 대해서 "동기부여가 되어있지 않다"거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이건 의예과 학생들의 고민과 진지함에 대한 부당한 과소평가일지도 모른다. 하긴, 그러고 보니 어떤 학생들은 분명히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주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렇지 않은(자거나 게임하는) 학생에 신경쓰느라 정작 열심히 할 준비가 된 학생에게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설문으로 편견은 조금 내려놓게 되었고, 학생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학생들은 이런 고민을 실제로는 어떻게 다루고 있었을까를 알아보는 것은 아직 남은 과제이다. 학생들에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는 아닐까, 진지하게 털어놓거나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었을까. 만약 기회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와 같은 고민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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