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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교육에서 예술을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다. 하지만 왜 예술의 통합이 더 널리 확산되지 않는가? 한 가지 이유는 예술에 기반을 둔 교육이 흔히 교수자의 개인적 관심이나 열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예술을 활용한 교육과정의 설계와 평가에 널리 활용되는 개념적 프레임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없기에, 많은 교수자들은 예술을 활용할 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하여 ‘그럴 듯해 보이는’ 과정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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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예술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예술은 본질적으로 표상적이고 은유적이다. 예술가는 현실의 모든 것을 소통하거나 묘사하지 않으며,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의미와 감정을 선택적으로 전달한다. 둘째, 예술은 주관적이다. 감상하는 사람은 자신과 작가의 문화와 경험, 그리고 작품을 접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구성한다. 셋째, 예술은 모호하고 복잡하다. 오히려 그렇기에 학습자는 의미를 탐색하고 다양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넷째, 예술은 보편적이다. 예술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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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가지고 학생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학습자는 예술을 자신의 주관적 경험과 사고로 끌어들여 성찰과 해석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인지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예술과 감정을 결합할 수 있다. 예술가는 작품을 창조할 때 기쁨, 슬픔, 두려움, 혼란과 같은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최대한 활용하듯, 학습자도 예술을 자신의 감정 상태와 연결지어볼 수 있다. 이는 질병의 정서적 경험을 부정하고, 그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만 배워온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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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활용한 교육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예술은 자기-인식, 타인의 관점에 대한 개방성, 모호함을 다루는능력, 개념과 주제에 대한 정교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술을 통해 학생들은 타인의 관점과 경험을 더 잘 이해하고, 다양성과 차이를 인식하고, 타인을 더 폭넓게 볼 수 있게 된다. 예술은 인간의 상태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줄 수 있다. 여기에는 비단 신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것, 그리고 서사적인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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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활용한 교육에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첫째, 참여전략(engagement strategies)이다. 이 전략의 일차 목적은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권력 차이를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신뢰 형성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은 직관적으로 이러한 교육이 자신을 노출시키는 과정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한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하여 수업 운영의 그라운드 룰을 만들고, 합의된 계약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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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의미형성전략(meaning-making strategies)이다. 참여전략이 학습자 참여의 무대를 설정하는 것이었다면, 의미 형성 전략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학습자가 스스로의 관점을 인식하게 하고, 현재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적 관점을 받아들이게 한다. 모호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 속에서 ‘다름’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학습자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각자의 견해와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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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중개 전략(translational strategies)이다. 이는 예술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전문직업적인 실천으로 전이(transfer)하게끔 돕는 것이다. 학습자에게는 예술을 통해 새롭게 학습한 기술을 임상적 맥락 속에서 성찰과 결합하여 실천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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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각각의 박스는 다음 단계가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이지만, 다음 단계를 직접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예술 작품의 모호성과 복잡성 그 자체가 학습자의 해석과 성찰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교수자의 행동이 중요하다. 참여 전략을 통해서 학습자가 예술의 고유한 특성을 포용하게끔 도와야 한다. 의미 형성 전략을 통해서 예술을 이해하고, 예술과의 조우 속에서 새로운 통찰과 존재 방식을 발견하게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개 전략을 통해서 일상의 실천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법을 계획하게 해줘야 한다.
출처:
Haidet, P., Jarecke, J., Adams, N. E., Stuckey, H. L., Green, M. J., Shapiro, D., ... & Wolpaw, D. R. (2016). A guiding framework to maximise the power of the arts in medical educ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synthesis. Medical education, 50(3), 3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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