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밖에 아무거나

사명-감(2020년 1월 29일의 기록)

Meded. 2022. 1. 29. 07:27

1.
의학교육 평가인증에 한참 몰두하다보니 뭘 해도 머리속에 평가니 인증이니 기준이니 하는 것들만 맴돈다. 지금 하려는게 기준에 맞는지, 평가 받는데 필요한지, 이렇게 하면 4년 인증은 넉넉히 받을지. 그러다가 오늘은 문득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 이게 정말로 지금 여기에 필요한걸까?
• 평가인증 때문에 뭔가 내가 불필요/덜필요 한걸 하고있는건 아닐까?
• 평가인증이 없었어도 이걸 했을까?
• 평가인증이 없었다면 무얼 하고 있었을까?

 

2.
"사명감"은 영어사전에 sense of duty라고 번역되어 나온다. 그리고 국어사전에는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 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사명"은 영어사전에 mission이라고 나온다. 보통 조직이나 기업에서 말하는 사명도 mission (statement)이다.

 

이렇게 보면 사명감은 뭔가 번역이 크게 잘 못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사명-감을 갖는다는 것은 법적/도덕적 의무(duty)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사명-감은, 그보다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고 그것을 실천해나가는 일이 아닐까. 

 

근데 내 사명은 뭘까? "평가인증 잘 통과하는 의대 만들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