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형성기 동안이나 독립선언문을 쓰는 동안이나 제퍼슨은 서재에 늘 스코틀랜드인 철학자들의 책을 빼곡히 채워놓고 필사해서 주석을 달며 열심히 읽었다. 그 책들에 적힌 글자들로는 생명이나 자유나 재산보다 ‘행복’에 대한 사색이 훨씬 많았다.

 

요즘엔 행복을 환락이나 쾌락의 의미로 생각하지만 계몽주의 시대 때는 그렇지 않았다. ‘happy’는 사건이나 상황을 뜻하는 단어 ‘hap’의 형용사형이며, mishap(불행한 사건)과 hapless(순조롭지 못한 불운한 상황), haphazard/happenstance(우연한 사건)이 hap에서 나온 파생어다.

 

따라서 형용사 ‘happy’는 그 어원상으로는 ‘특정 사건에 잘 맞는 것’을 뜻했다. ‘happy thought’는 대화에 꼭 들어맞는 생각을 의미했고, ‘happy garment’는 사회적 상황에 적절한 의복을 가리켰다.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도 새로운 지식에 잘 맞는 이론이라는 의미로 ‘happy theory’라는 문구를 쓴 바 있다. 흄은 다크호스의 모토로 삼아도 될 글을 쓰기도 했다. “자신의 기질에 잘 맞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happiness’는 원래 ‘자신의 환경에 잘 맞는 상태’라는 중립적 의미였으나, 제퍼슨의 시대에 이르러 ‘자신의 환경에 잘 맞는 유리한 상태’라는 뜻을 가진 ‘goodhap’의 유의어로 쓰이게 됐다. ‘lucky’가 ‘random(무작위의)’의 뜻에서 ‘favorable luck(유리한 운)’의 뜻으로, ‘fortunate(운이 좋은)’이 ‘random’의 뜻에서 ‘favorable fortune(유리한 운)’의 뜻으로 발전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미국의 정치 문서에서 ‘happiness’가 처음 언급된 것은 제퍼슨이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기 불과 몇 달 전에 제퍼슨의 벗인 조지 메이슨George Mason이 발표한 버지니아 권리 선언Virginia Declaration of Rights이었다. “모든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와 독립에서 평등하며 특정 권리를 타고난다(중략) [그중에는]행복happiness을 추구하고 획득할 권리도 있다.” 메이슨이 사용한 행복이라는 단어를 분석한 사학자 잭 D. 워렌Jack D. Warren의 견해에 따르면, 이 문서에서 말하는 행복은 “현재처럼 두루뭉술한 목표가 아니었다. 행복은 쾌락을 뜻하지 않았다. 18세기 사상가들에게 행복은 흡족함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메이슨 같은 사상가들은, 사람은 자신의 환경이 자신의 성격과 재능, 능력에 잘 맞는 상태일 때 행복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6

 

다시 말해, 건국자들에게 행복은 다크호스들이 생각하는 충족감과 동의어였다.

 

-알라딘 eBook <다크호스> (토드 로즈.오기 오가스 지음, 정미나 옮김) 중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