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심지어 특정 이슈에 대해 상당한 차이가 있을 때조차,
사람들은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오해를 최소화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1.
개인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수단으로 유튜브 시청이 좋은 수단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예전에 한 번 언급했던 '멀티미디어 학습'을 통해서 많은 근거가 누적되어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문자만을 통하여 학습할 때보다 문자와 그림을 통하여 학습할 때 더욱 잘 학습한다. 간단하게 표현된 이 가정은 멀티미디어 학습의 가능성을 설명해 주는 것이며 동시에 이 책의 주된 논지이기도 하다"
<멀티미디어 학습이론 기반의 콘텐츠 설계원리> 중
2.
그러나 0.에 있는 말처럼, 다가올 미래에, 아니 이미 변화하고 있는 지금, 지식습득 수단으로서 유튜브(vs 책)의 효용성에 대해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용어의 정의에 관한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과연 지식은 무엇이길래?
3.
'지식이란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한 가지 렌즈가 있다면 인식론(epistemology)일 것이다. 진짜 쥐꼬리만한 경험과 업적이고, 아직도 잘 모르지만, 질적연구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연구자로서의 나를 가장 바꿔놓은 부분이다. 세상을 보는 방법, 지식을 보는 방법의 다양성.
3-1.
한 극단에는 실증주의(positivism)이 있다. 이 관점에서 '지식'은 '아는자(knower)'가 누구인지에 무관한 것이다. 누구든지간에, 현실(reality)에 관하여 "객관적"이고 "가치에 무관한(value-free)" 설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3-2.
반대편 극단에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가 있다. 이 관점에서 '지식'은 독립적, 객관적으로 고고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은 사람과 사람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구성(construction)'되는 것이다.
4.
즉, '실증주의'적 입장에 가까운 인식론을 가진 사람이거나, 혹은 그에 좀 더 부합하는 지식의 경우에는 유튜브로 학습하는 것이 어렵지도, 틀리지도 않을 것이다. 반대로 '구성주의'적 입장에 가까운 인식론을 가진 사람이거나, 혹은 그에 더 부합하는 지식의 경우에는 유튜브로 학습하는 것이 무척 제한적이거나 비효율적일지도 모른다.
5-1.
여기에 더하여, '지식의 난이도'에 대한 문제도 있고, 이것은 '누가 유튜버가 되는가'의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다. 실증주의적 성격이 강한 지식 중에서도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의 스펙트럼과, 대중성이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의 스펙트럼이 있다. 그럼 결국 '유튜버'가 영상으로 제작,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은 지식은 최소한 대중성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것과 연결되서 (아마도) 일정 수준 이상의 난이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5-2.
지식의 난이도가 낮아도 아직은 영상편집이라는, 글쓰기보다는 더 높은, 진입장벽이 있고, 이것도 유튜브로 학습이 어려운 지식의 한 가지 유형이 된다. 예를 들면, 내 입장에서 어떤 의학교육 관련 지식은 난이도가 높지도 않고, 대중성도 있어 보이는데, 이걸 만들 사람이 누가 있을까? 특히 '우리나라'라는 local context까지 고려해서(=구성주의적 입장) 만들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 밖에 아무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대생의 평생학습에 관한 William Osler의 말 (0) | 2022.02.12 |
---|---|
병력으로서의 환자 - 개인으로서의 환자 (0) | 2022.02.10 |
사명-감(2020년 1월 29일의 기록) (0) | 2022.01.29 |
행복의 어원<다크호스 (토드 로즈) 중> (0) | 2022.01.26 |
능력주의(meritocracy) 혹은 쿼터주의(quatocracy) (0) | 2022.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