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학생을 가르칩니다.

독서토론수업 돌아보기 (2018년 3월 23일의 기록)

Meded. 2022. 3. 23. 05:43

0. 유튜브에서 본 어느 강사는 독서토론의 원칙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1) 책을 읽은 사람만 참여한다.
(2) 책의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3) "Talking stick(발언권 막대)"을 활용하며, 이것의 용도는 이 stick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발언권이 있다는 것이다. 미드 Breaking bad에서 유사하게 가족 간 대화에서 "talking pillow(발언권 쿠션)"을 쓰는걸 본 적이 있는데, 같은 개념이다.

 

1. 이 중에 실제로 오늘 독서토론 수업에서 활용할 스 있었던 것은 3번 원칙인 발언권 막대 뿐이었다. 현실적으로 학생을 수업에 안 들어오게 할 수도 없고(1번 원칙), 과목 자체가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보다는 사고과정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2번 원칙). 나는 막대 대신 M&M초콜릿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사용했는데, 말을 하다가 중간중간 허기진 학생들이 하나씩 먹을 수도 있고 제법 괜찮았다.

 

2. 가장 먼저 한 것은 책상 배치를 원형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원래 배치된 형태가 상석이 있는 세로로 긴 형태였는데, 토론을 위한 배치로는 부적절하다고 느껴졌다. 원형 배치를 통해 나도 동등한 위치를 갖는 참석자로 느끼게끔 했다. 물론 이렇게 노력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학생에게 난 여전히 평가자이자 교수겠지만;

 

3. 워밍업을 목적으로 첫 10~15분간은 자신이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을 공유하게 했다. 단, 앞에서 발언한 친구와 다른 챕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을 유일한 규칙으로 했다. 물론 책을 거의 안 읽은 학생도 있었지만 읽은 부분에서라도 말을 하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4-1. 사전에 학생들에게 책에 대해서 에세이(3페이지 이내)와 수업시간이 논의할 2~3가지 질문을 제출하게 했다. 

4-2. 사전에 우리 조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지를 출력해서 준비해갔으며, 5분 정도간 서로의 질문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4-3. 이후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1~4번 학생(총 11명 학생)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총 10개 내외)에서 4개를 선택하여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가게 했다. 이 때 네 개의 질문은 반드시 각 1~4번 학생의 질문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각 학생의 질문에서 하나씩 선택했다(기계적 중립). 4-3의 과정을 세 번 반복하였다(총 90~105분 소요).

4-4. 학생 중 한 명을 사회자로 두긴 했으나, 사회자로서의 책임을 온전히 넘기진 않았다. 예컨대 4-3에서 어떤 질문을 어떤 순서로 할지는 주로 내가 판단했으며, 나는 time-keeper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4-5. 또한 나는 학생의 발언 빈도를 체크하여 일부 학생(들)이 발언을 독점할 경우 발언하지 않은 학생에게 발언을 요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5. 초반의 문제 중 하나는 학생들은 자꾸 서로에게 말하기보다는 나를 보고 말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서로에게 말하라" 고 재차 강조해도 따라오지 않았다. 해결법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방법은 "존대말을 쓰지 않고 평소에 서로에게 말하듯이 평어로 대화하라"는 원칙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6. 총 2.5시간(150분) 동안 진행되었고 20분(3, 4-1, 4-2) - 35분(4-3)-10분휴식-60~70분(4-3두 번 반복)-10분 동료평가 로 진행되었다

 

7. 동료평가는 10% 반영했는데, 수업시간 중의 참여가 기대보다 전반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동료평가 비율을 10%로 잡은건 적절해보였다. 반면 에세이는 학생별로 제법 편차가 있어 보인다.

 

8. 전반적으로 내가 말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반대로 학생이 말하는 시간은 최대화하고자 했다. 

 

9. 돌이켜보면, 이 원칙과 요령들이 학위과정 하면서 내내, 그리고 여러 번 다 보고 듣고 배운건데, 내 일이 될 때 까지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