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수요일부터 IAP YPL 프로그램 참석을 위하여 베를린에 있다가 드디어 오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IAP는 Inter Academy Partnership의 약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국제 한림원 연합’ 정도가 되려나 싶다. IAP에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50여개 회원기관이 소속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회원기관에는 과기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이 있다.
- 한편 IAP는 2011년부터 Young Physician Leaders program이라는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을 운영중이다. 여기에는 매년 회원기관(e.g. 한림원)에서 추천받은 사람 중 선발된 40세 이하의 의사 20여명이 참여한다. 프로그램 제목에 의사(Physician)라고 되어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임상의사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공중보건, 보건정책, 보건관리 등의 영역에 종사하는 의사출신 참가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 딱히 Young 하지도 않고, 나의 정체성은 Physician보다는 Educator에 훨씬 가깝지만, 어쩌다보니 명목상 “Young Physician”이라는 조건에 부합했고, 약간의 운도 따라줬는지 과기한림원의 추천을 받아 올해 IAP YPL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 나를 포함하여 참가자 구성은 이란,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네덜란드, 브라질, 미국, 인도, 한국,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2명), 영국(2명), 우간다, 호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 스리랑카(2명).
- 누군가에겐 일상이었거나 지금도 일상이겠지만,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주일을 내내 붙어 지낸 것이 처음이었다. 그 덕분에 베를린에서의 일주일은 부정할 수 없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외쳤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다들 영어가 무척이나 능숙한데, 듣고 있는데 들리지 않고,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대화가 이어져서 어찌나 힘들던지. 차라리 좀 더 학술적인 대화가 오갔던 워크숍은 덜 어려운데,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small talk은 정말로 프로그램이 끝날 때 까지도 쉽지 않았다.
- 그래도 많은 사람을 새로 알고,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자극을 얻고 간다. 20명의 다른 참가자는 물론, 그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거나 알게 될 사람들도 이런 자리가 아니었으면 없었을 기회다. 그리고 WHO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에서 온 보건의료 기관의 수장들이 모이는 World Health Summit에 참석하고, 그 중 한 세션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발언할 기회가 주어졌던 것도 잊지 못할 것 같다.
- 우리나라 40개 의과대학 중에서 사명(mission)에 인류/세계/국제 등의 단어가 들어가는 대학은 30개에 이른다. 평가인증에도 몇 개 기준에 ‘국제보건’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고작 일주일의 경험을 가지고 뭔가를 깨달았다고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국제’나 ‘세계’라는 단어를 대하는 나의 감각을 조금은 바꿔놓은 일주일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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