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세이를 내라고 하면 수필인 줄 아는 학생들, 저널을 쓰라고 하면 일기를 쓰는 학생들, reflection을 쓰라고 하면 개인적인 감상을 쓰는 학생들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특히 '에세이'와 'Reflection'에 대해서 완전 공감이다. 우리나라에서 '에세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을 고려하면, 과제를 낼 때는 '에세이'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쓰지 말아야 하나까지 고민했다.
2.
문제는 학생들에게 "뭔가 길게 써서 제출하는 과제"는 그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거의 대부분 소위 "레포트"라는 용어로 통칭된다는 것이다. 그 글쓰기 안에서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무관하게. 대략 이 정도로 나눠서 설명을 하면 이해하려나..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1) #비판(평론, 논설문): 찬성과 반대가 갈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입장을 정하고, 사안을 분석하여, 이미 밝혀진 적절한 근거를 활용하여 주장을 펼치는 글
(2) #연구(연구보고서, 소논문):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탐구하기 위한 연구수행을 위하여, 가설을 세우고, 가설에 따라 실험을 수행하고, 실험 결과가 가설을 지지하는지 반박하는지를 고찰하는 글
(3) #성찰(성찰일지, 성찰문): 자신의 특정한 경험에 대해서, 그 순간 스스로의 행동과 감정, 상황과 관련된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비교해보고, 자신의 편견과 가정(underlying assumption)을 의심해보고, 앞으로의 행동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는 글
3.
예전에 <의사학 실패담>을 정리하며 "의사의 글쓰기"에 대해서 했던 포스팅이 있었는데, 그 때의 고민은 과연 "의사에게 좋은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가"였다. 그리고 여기서의 '글쓰기'란 주로 앞의 (1)~(3)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다보니, 조금 스스로 정리가 되는데, 저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답이 명확하지 않았던 이유는 의사가 임상상황에서 주로 쓰는 여러 글이 아래의 네 번째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4) #전달(인계, 컨설트):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내용이 누락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요약, 정리하여, 오해(misunderstanding)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달한다.
4.
(1)~(4)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예: 비판적 사고, 성찰의 정의), 그리고 여러가지 목적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교육(예: 문법과 맞춤법, 문단쓰기, 주제도출)의 범위는 얼만큼일까...?
ps. (5)번째 카테고리로 소설, 시와 같은 창작물이 있을텐데 이는 의학교육의 core에서는 벗어난다고 생각되어 우선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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