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의사 국가시험에 관한 본과 4학년 대표 공동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이후 포털 기사와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성명서에 대한 비난과 비꼼이 가득하다. 여론은 성명서의 워딩과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고, '여전히 본인들이 특권층이라고 생각한다'며 본과 4학년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난무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본4 대표단이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성명서의 가장 중요한 첫 문장을 잘 못 독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동 성명서의 첫 문장은 "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합니다."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에게" 표명하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성명서의 일반적 성격을 고려하면 당연히 "정부에게" 또는 "국민에게" 표명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가 이렇게 생각하게끔(?) 뒷 문단에도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적혀 있다.
하지만 만약 표명의 대상이 정부와 대중이 아니라면 어떨까. 지나친 뇌피셜일지 모르지만, 본4학생들은, 아니 적어도 이 성명서를 쓴 학생들은, 의사국가시험을 여전히 볼 생각이 없다면 어떨까. 다르게 말해서, 이 메시지가 "국시에 응시할 뜻이 확고하지 않은 학생들이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해서 던진 메시지"는 아닐까. 그리고 아마도 그 "내부"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설득해온 각 대학의 학장과 KAMC로 대표되는 학장단이 아닐까.
"그래요, 국시 볼 의향을 표명하라고, 국시 보라고 이렇게 설득하시니 전체 투표 결과에 따라 표명은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국시를 꼭 보려 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투쟁을 해나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성명서가 나는 이렇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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