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신발을 잘 사지 않는다. 그래서 신발을 사는 것에 능숙하지 않아 살 때마다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 보기에 맘에 들어서 샀는데 막상 신어보면 발가락, 뒷꿈치, 발볼, 발등 어디 한두 군데는 꼭 불편한 곳이 눈에 띈다. 문제는 구매 후 직접 생활속에서 신어보기 전 까지는 매장에서 잠깐 신어본 것으로는 그런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2. 그런데 불편했던 신발도 한 번 두 번 신다보면 어느새 발이 신발에 적응을 한다. 신발도 내 발에 맞춰 늘어나고나 조금씩 헐게 된다. 물론 어떻게 해도 계속 물집이 생길때면 뒷꿈치에 밴드를 붙이고 다니기도 하지만.
3. 어쩌면 학생 입장에서 새로운 방식의 과목은 새로운 기성품 신발과 같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참신함에 기대를 갖고 마주하지만 막상 진행되면 귀찮은 것도 많다. 결국 과목(신발)과 학생(발)은 서로 불편하다. 물론, 기성품 신발이 그렇듯, 어떤 학생에게는 처음부터 잘 맞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학생에게는 끝까지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서 과목을 설계한 교수로서 나는 그 접촉과 마찰, 적당히 늘어나서 편안해진 부분과 여전히 뻣뻣해서 발을 아프게 하는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구매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끔은 내가 직접 신어보며 A/S를 해줘야 한다.
4. 물론 삼선슬리퍼(e.g. 강의)처럼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익숙하고 편안한 신발도 있다. 문제는 삼선 슬리퍼만 신고 살 수는 없단 점이다. 구두도, 러닝화도, 로퍼도 필요하다. 사실 삼선슬리퍼도 비싼게 있고 싼게 있고, 문구점에서 산 것보다 오리지널 아XX스 삼선슬리퍼가 더 튼튼하고 편하다.
5. 비유를 이어가자면, 신발도 수명을 다 해서 버릴 때가 있다. 또는 유행이 너무 지나서 버리기도 한다. 물론 오래 신은 신발일수록 익숙하고 내 발에 잘 맞는다. 하지만 오래된 신발은 낡아서든 혹은 낡지 않았어도, 내가 변하고, 유행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여 신발장 속 자신의 자리를 새 신발에게 내어주게 된다.
"여전히 강의는 대부분의 의대에서 가장 지배적이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업방식이다. 우리는 흔히 '정보 전달(information delivery)'이 - 특히 전문가로부터의 정보전달이 - 좋은 학습결과(good learning)를 낳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에 관한 근거를 모아보면,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지 알 수 있다."
"학습(learning)은 '정보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처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은 바로 이 '정보 처리'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보 전달은 학습의 일부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일부'이다."
"여태껏 의과대학에서는 '정보 처리' 과정의 대부분을 그저 학습자에게 맡겨두었고, 거기에 대한 서포트는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보 전달'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을 더 줄이는 대신, 학습 과정(process of learning)을 서포트하기 위한 교육 전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교육에 근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근거는 다락방에 둔 미술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Twelve tips to present an effective webinar Med Teach. 2020 Nov;42(11):1216-1220. doi: 10.1080/0142159X.2020.1775185. Epub 2020 Jun 17. https://pubmed.ncbi.nlm.nih.gov/33096974/
강의는 여러가지 비판을 받는다.흔한 것으로 강의는 수동적이고, 정적이고, "일률적"이며, 다른 교수법보다 지식의 유지knowledge retention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강의는 다양한 환경에서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특히 다수의 학습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다. 영감을 주거나 관심을 유발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며, 녹화된 강의는 미래의 학습자에게 제공될 수도 있다. 잘 이루어지기만 하면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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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강의의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게 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구성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관심과 이해는 학습자가 단기 기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통합은 장기 기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관심]이다.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도입부에 질문, 증례, 일화, 강력한 인용구, 삽화를 사용한다.
둘째, [이해]이다.이를 위해 로드맵이 필요하며, 제목, 개요, 학습 목표를 신중히 설정해야 이해를 촉진할 수 있다.
셋째, [통합]이다.청중(학습자)가 적용 및 검토(application and review)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기존 정보와 연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학습자에게 증례 시나리오에 강의 내용의 적용, 문제와 딜레마의 해결, 개념의 비교 및 대조 등의 활동을 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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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핵심적 원칙은 곧 ‘배움’의 핵심 요소와 연결된다. “네 개의 에이스”라고도 불린 가르침의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바탕 교육(outcome-based teaching)이다.이는 성과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의를 할 때 스스로에게 “학생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청중을 아는 것”이다. 그래야 적절한 성과를 설정할 수 있다.
둘째, 명확성(clarity)이다.명확성을 위해서는 조직화와 절제가 필요하다. 목표는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해야한다. 핵심 질문은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얼마나 잘 해야 하는가(Who will do how much (and possibly how well) of what by when)”이다. 강의의 개요를 설계함에 있어서, 개념에 대한 질문을 활용하는 것도 청중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 좋다. 예컨대, “항생제 내성의 기전을 설명하겠습니다” 대신 “세균은 어떻게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과 학습자의 집중력을 고려한다면 ‘절제’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의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를 낳게 된다. 설명할 정보를 적절한 덩어리로 나누고, 정보를 검토/성찰/통합할 시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또한 간격을 둔 반복spaced repetition은 정보가 더 오래 기억되게 해주므로, 강의 내에서 중간 중간 내용을 요약하고, 마지막에 핵심 요점을 정리해준다.
셋째, 참여(engagement)이다.눈맞춤, 비언어적 의사소통, 질문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능동적 학습active leraning”을 수업에 포함시켜야 한다. 능동적 학습이란 “학생이 무엇인가를 하도록 만들고, 그렇게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넷째, 열정(enthusiasm)이다.수업 주제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하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수업을 즐길 수 있으면 된다(be yourself and have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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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를 구성할 때는 다음을 고려한다.
• 학습 목표에 잘 정렬된 핵심 내용의 요점을 계획한다.
• 1분 당 하나의 슬라이드, 하나의 슬라이드에 하나의 아이디어로 계획한다.
• 약 15분 내외(10~18분)의 ‘도입-내용-결론’으로 내용을 구성한다. 이 시간을 넘어가면 학생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
• 각 섹션는 표지판(signpost)를 달아줘야 한다. 이는 signaling principle이라는 교수설계의 원칙 중 하나이다.
• 슬라이드에서 색상을 사용할 때, 서로 충돌하는 강한 색상을 서로 같이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색맹이 있는 청중을 고려하여 빨간색과 초록색을 함께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슬라이드 설계의 핵심은 ‘노이즈’를 제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슬라이드에 담긴 정보의 양을 제한해야 한다. 사람들은 본질에서 벗어나거나(extraneous) 관련이 없는(irrelevant) 것이 없을 때 더 잘 배운다. 교수설계에서 응집성coherence 원칙에 해당한다. 응집성 원칙을 준수하는 방법으로는 (1) 글자자료는 그림자료로 대체한다. (2) 텍스트는 핵심적 포인트로 제한한다. (3)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면 부록이나 유인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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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학습 기법을 사용하기에 앞서, 어떻게 ‘안전한 학습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간단한 퀴즈를 활용할 수도 있는데, 이 때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질문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는 것과 같이 부담이 낮은 질문을 하는 편이 낫다. 몇 가지 구체적인 테크닉은 다음과 같다.
• 일시 중지:정보를 관련짓거나, 검토하거나, 명확히하거나, 통합할 수 있도록 강의 중 주기적인 일시정지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요점을 되새기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보거나, 옆 사람과 공유(pair-share)하도록 한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전체 학생과 공유해보도록 한다. 일시 중지 시간은 30초에서 3분 정도면 된다.
• 청중 응답 질문:이는 ‘일시 중지’의 특별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청중과의 대화에 도움이 되는데, 각종 플랫폼이나 어플리케이션 같은 high-tech을 써도 되지만, 손들기와 같은 low-tech도 가능하다. 크게 ‘질문하기-답변받기-답변 디브리핑’의 세 단계로 이뤄지며, 정답과 오답 모두에 대해서 그렇게 추론한 이유를 토론한다.
• 청중-패널 상호작용:전문직-간 학습(interprofessional learning) 및 다양한 관점을 위하여 서너 명의 교수가 패널로 참여할 수 있다. 이 때, 질문이나 시나리오를 던지고, 청중이 먼저 토론하고 답변한 다음, 패널이 답변하여 청중의 답변과 비교해볼 수 있다.
• 소그룹(소회의실):소그룹으로 나누면 작은 규모와 덜 포멀한 환경에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 학습자는 사례 토론, 문제 해결, 내용 적용, 계획 수립 등의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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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강의(프리젠테이션)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peer-teaching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비공식적이 동료로부터의 피드백은 자신도 모르고 있던 신체적, 언어적 습관을 깨닫는 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Babik, J. M., & Luther, V. P. (2020). Creating and Presenting an Effective Lecture.Journal of Continuing Education in the Health Professions,40(1), 3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