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KAMC심포지엄에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의 chief academic officer의 plenary lecture가 있었다. 그 다음 한 교수님께서 '미국은 1단계 의사면허시험(USMLE Step 1)에 기초의학을 평가하는 파트가 있는데, 한국의사면허시험에 이러한 것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으셨다. 미국 연자는 '미국에서도 USMLE Step 1에 관한 여러 논란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 시험이 전공의 선발에 중요하게 작용해서, 학생들이 여기에 대비하느라 수업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
그리고 오늘 우연히 이 트윗을 보았는데...(그림1) 170명 정원인 의대 본과1학년 수업에 단 10명도 안 되는 학생만이 출석해있는 것이다.

 

3.
처음 사진을 보고서는 "아니 세상에 이 정도야" 싶었지만, 아래 이어지는 스레드를 보니 사실은 강의가 녹화 또는 스트리밍으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그림2) 그리고 스레드를 더 내리다보니 이러한 모습이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그닥 낯선 풍경은 아닌 듯 했다.

 

4.

트윗에는 여러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 이러한 모습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

- 옛날에도 학교에 안 가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면 나라도 안 갔겠다는 교수

- 학교까지 세 시간이 걸리는데, 집에서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학생

- 우리 의대도 이렇다는 트윗

- 이 상황에서 과연 교수는 굳이 시간을 지켜가며 강의를 해야하느냐는 의견

-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

- Flipped classroom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 그러나 막상 학생들이 미리 준비를 안 해온다는 경험

- 강의 녹화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

...등등

 

5.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번 학기 녹화강의로 진행하게된 두 개 과목(학부, 대학원)에 대하여 각각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작은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 

1. [의학과 1학년] 환자.의사.사회1 과목

 

(1-1) 어쩌다가 과목의 후반부 7주(기말고사 포함)의 수업을 나 혼자 진행하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녹화강의의 장점을 살리고자 미리 준비한 7회분(오리엔테이션 영상, 1주부터 6주까지의 강의영상)의 동영상을 후반부 시작과 함께 모두 한 번에 업로드하였다. 이와 함께 강의영상 시청 후 조별(한 조 당 여섯 명)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도 같이 설명하였다. 과제 제출기한은 학기 말로 설정하였다.  

 

이제 남아있는 약 한 달 반 동안의 기간 동안, 각 조(학생들)는 각자의 속도와 스타일에 따라 정해진 분량의 과제만 수행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하면, 너무 과제만 시켜놓고 방치(?)하는 것 같아서, '실시간' 또는 '상호작용' 요소를 넣고자, 각 조별로 1회(20분)에 한하여 조별활동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면담/미팅의 기회가 있음을 알렸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취지에 맞게, 기존의 Time-Fixed, Outcome-Variable 형태의 교육을, Time-Variable, Outcome-Fixed 형태로 바꾸고자 한 시도인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1-2) 서울특별시북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사.사회1에 장애인 건강권과 관련한 2회의 외부연자 특강을 포함시켰다. 사실 외부연자 특강을 포함시키는 것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지만, 적어도 이 환자.의사.사회1 과목에서 시도된 적은 없었으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본과 1학년 2학기의 빡빡한 일정 한 가운데 '외부연자 특강'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어떻게 유도하느냐였다. 학생들에게 듣고자 하는 주제와 희망 일시를 사전조사해서, 가급적 '주제'와 '일시' 모두 학생들의 선택을 고려해서 결정했다. 평가는 출석으로만.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2. [대학원] 의학교육학개론 과목
온라인 수업에 관한 본교 방침은 '실시간 화상강의' 였으나, 의학과 대학원생이 대부분 전공의 혹은 전임의라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녹화강의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목의 경우 매주 One-minute paper (①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② 이번 수업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③ 지난주 또는 이번주 수업에서 다뤄진 내용 개념 이론 등을 하나 선택하여, 자신이 경험한 교육과 관련한 실제 상황 에서 어떻게 적용 하였는지 간단히 적어 주십시오)를 매주 제출받고, 이 중 "② 이번 수업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은 무엇인가요?"에서 나온 질문들은 별도 구글시트에 대답하여 공유하고 있다. 
우선 아직까진 나는 매주 열심히 질문에 답을 달아 올리고 있는데, 수강생분들은 어려웠다고 적어서 내셨던 내용에 대해서 내가 달아놓은 답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 

 

이 과목 평가는, 오리엔테이션 때 별도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없이 매 주 제출받는 One-minute paper만 가지고 성적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One-minute paper의 특성상, 긴 보고서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제출만 하면 웬만하면 만점을 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공지하면서도 "모든 수강생이 모두 다 잘 내서 전부 A+을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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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걸, 정반대로 현재 몇 주 째 단 한번도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수강생이 있어서 모두 A+을 주기는 커녕, 그 수강생에게는 "대학원 과목인데 F를 줘도 되나"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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