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중보건장학제도 의대 장학생 모집 4년째 미달 사태"라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에서는 지방의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도입된 공중보건장학제도는 "2019년~2022년 상반기까지 의대 장학생 모집정원 80명 중 지원자는 42명으로,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였으며, "장학금을 받은 후 자발적으로 중도반환하거나, 수령 이전에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방의 의료인력 확보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며, 많은 시도와 연구가 있다.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대학(Thomas Jefferson University)은 그 중 하나이다. 이 의과대학은 지역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74년부터 the rural Physician Shortage Area Program (PSAP)을 시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의과대학이 위치한 펜실베니아에 있는 작은 마을과 시골 지역에서 가정의사(family physician)의 공급과 유지(retention)를 높이고자 시작하였다. 전반적으로, PSAP 졸업생들의 절대다수(84%)는 시골이나 작은 대도시(small metropolitan) 지역에서 근무하거나 1차 진료 전문 분야를 하고 있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48년간의 경험을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외국의 사례나 정책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이식될 수 없음은 명백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서 다른 나라의 경험을 잘 살펴보면 아무런 교훈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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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성과 연구는 필수다: 교육프로그램 평가는 어렵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지역의 특성이 변하기도 하고, 지역(rural)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성과 연구를 염두에 둔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② 다른 유사한 지역의사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었듯, PSAP도 효과가 있었다: 다수의 연구를 발표한 덕에 PSAP는 가장 인정받은 의과대학의 지역의사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유일하게 성공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PSAP와 유사한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은 (a)지역에서 진료(practice)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cohort)를 식별한뒤, (b)지역임상 교육과정을 필수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각 프로그램은 다양한 대학에서, 다양한 지역에서 성공 사례를 일구었다.
③ 장기간의 의료인력 유지(retention)는 곱셈(multiplicative) 효과가 있다: 35년이라는 경력 기간 동안 지역에 머무를 한 명을 양성하는 것은, 7년씩 머무를 5명을 양성하는 것과 유사한 영향력을 미친다.
④ 입학(선발)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rural location)에서 성장하는 것'이 훗날 지역에서 진료할지의 선택에 가장 강력한 예측변수라는 것은 일관되게 밝혀진 사실이다. 유사하게, PSAP역시 입학/선발의 요소가 성공의 약 75%를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에서의 성장배경, 지역에서의 진료계획, 가정의학 진로 계획의 세 가지 요인은 30년 후 지역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것의 강력한 예측요인으로 나타났으며, 각각은 가산적(additive) 효과가 있었다. 교육과정의 구성요소(멘토링, 지역의료 커리큘럼, 유사한 배경의 피어그룹)는 PSAP의 성공의 나머지 25%를 담당했으며, 이 역시 유의미하고 중요하다.
⑤ 지역에서 살고자 하는 것(live rural)이 지역에서 의사로 살지(practice rural)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지역에서 의사를 하려는 대부분의 학생은 일차적으로 지역에서 '살기로 결정'한 뒤, 이에 따라 지역(사회)를 돌보고자 한다. 입학 당시에 진술한 의도나 의지만으로 미래를 예측하긴 어려우나, '진술한 의도'와 '지역에서의 성장'이 서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PSAP의 성공요인 중 하나다.
⑥ 의과대학은 지역의사 부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제퍼슨 의과대학의 PSAP와 같은 지역의사 프로그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지역사회에 하나의 결정적 해결책(critical solution)은 될 수 있으며, 가장 성공적인 근거-기반 전략 중 하나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NIH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유사성이 있다. 혹자는 의과대학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가지지만, PSAP 및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보여준 성과야말로 가장 명확한 증거이다. 무엇보다 의과대학 입학전형은 누가 의사가 되는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⑦ 결론: "지역에서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근본적인 인구통계적 경향성은 그대로인 채로 그저 열등한 의사만 배출할 것이다"라는 지배적인 미신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PSAP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보여준 성과 연구는 명확한 성공을 보여준다.
기사: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30
논문: https://pubmed.ncbi.nlm.nih.gov/3544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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