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서토론으로 운영되는 이 과목에서 학생들은 사전에 같이 논의해볼 질문을 제출한다. 문제는 그 질문들이 다소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 예를 들면 이번 주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죽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같은 것들이다.

 

2. 그 결과 토론은 계속 겉돌게 되고, 논의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허공을 떠다니고, 말은 많이 하는데 뭐 하나 뚜렷해지는 것이 없다.

 

3. 이런 상황에서 내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은, 개인의 구체적 경험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은 성인학습자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죽음"과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들이 있는지, 있다면 이 자리에서 공유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4. 그리고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죽음에 대한, 다분히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공유해주었다. 그것은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서로 모르고있었던,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자기 정체성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말하는 학생과 듣는 학생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조차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준 학생들이 무척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내가 이런 상황을 다룰 만한 전문성이 없는 것이 두려웠고, 다만 최선을 다해 감사와 공감을 표현해주는 것 밖에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5. 이렇게 보면 오늘 수업은 잘 된 것 같은데, 묘하게 뭔가 분위기가 영 가라앉아 있었다. 꼭 토론 주제때문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다만, 확실히 이런 소그룹 토론을 하기에 11명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제프 베조스는 "피자 두 판의 법칙"을 이야기 한 적이 있고, 굳이 사람 수로 치환해보면 회의의 적정인원은 대략 5~8명이 되는데, 이 숫자는 이런 소그룹 활동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듯 하다.

 

0. 유튜브에서 본 어느 강사는 독서토론의 원칙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1) 책을 읽은 사람만 참여한다.
(2) 책의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3) "Talking stick(발언권 막대)"을 활용하며, 이것의 용도는 이 stick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발언권이 있다는 것이다. 미드 Breaking bad에서 유사하게 가족 간 대화에서 "talking pillow(발언권 쿠션)"을 쓰는걸 본 적이 있는데, 같은 개념이다.

 

1. 이 중에 실제로 오늘 독서토론 수업에서 활용할 스 있었던 것은 3번 원칙인 발언권 막대 뿐이었다. 현실적으로 학생을 수업에 안 들어오게 할 수도 없고(1번 원칙), 과목 자체가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보다는 사고과정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2번 원칙). 나는 막대 대신 M&M초콜릿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사용했는데, 말을 하다가 중간중간 허기진 학생들이 하나씩 먹을 수도 있고 제법 괜찮았다.

 

2. 가장 먼저 한 것은 책상 배치를 원형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원래 배치된 형태가 상석이 있는 세로로 긴 형태였는데, 토론을 위한 배치로는 부적절하다고 느껴졌다. 원형 배치를 통해 나도 동등한 위치를 갖는 참석자로 느끼게끔 했다. 물론 이렇게 노력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학생에게 난 여전히 평가자이자 교수겠지만;

 

3. 워밍업을 목적으로 첫 10~15분간은 자신이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을 공유하게 했다. 단, 앞에서 발언한 친구와 다른 챕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을 유일한 규칙으로 했다. 물론 책을 거의 안 읽은 학생도 있었지만 읽은 부분에서라도 말을 하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4-1. 사전에 학생들에게 책에 대해서 에세이(3페이지 이내)와 수업시간이 논의할 2~3가지 질문을 제출하게 했다. 

4-2. 사전에 우리 조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지를 출력해서 준비해갔으며, 5분 정도간 서로의 질문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4-3. 이후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1~4번 학생(총 11명 학생)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총 10개 내외)에서 4개를 선택하여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가게 했다. 이 때 네 개의 질문은 반드시 각 1~4번 학생의 질문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각 학생의 질문에서 하나씩 선택했다(기계적 중립). 4-3의 과정을 세 번 반복하였다(총 90~105분 소요).

4-4. 학생 중 한 명을 사회자로 두긴 했으나, 사회자로서의 책임을 온전히 넘기진 않았다. 예컨대 4-3에서 어떤 질문을 어떤 순서로 할지는 주로 내가 판단했으며, 나는 time-keeper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4-5. 또한 나는 학생의 발언 빈도를 체크하여 일부 학생(들)이 발언을 독점할 경우 발언하지 않은 학생에게 발언을 요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5. 초반의 문제 중 하나는 학생들은 자꾸 서로에게 말하기보다는 나를 보고 말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서로에게 말하라" 고 재차 강조해도 따라오지 않았다. 해결법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방법은 "존대말을 쓰지 않고 평소에 서로에게 말하듯이 평어로 대화하라"는 원칙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6. 총 2.5시간(150분) 동안 진행되었고 20분(3, 4-1, 4-2) - 35분(4-3)-10분휴식-60~70분(4-3두 번 반복)-10분 동료평가 로 진행되었다

 

7. 동료평가는 10% 반영했는데, 수업시간 중의 참여가 기대보다 전반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동료평가 비율을 10%로 잡은건 적절해보였다. 반면 에세이는 학생별로 제법 편차가 있어 보인다.

 

8. 전반적으로 내가 말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반대로 학생이 말하는 시간은 최대화하고자 했다. 

 

9. 돌이켜보면, 이 원칙과 요령들이 학위과정 하면서 내내, 그리고 여러 번 다 보고 듣고 배운건데, 내 일이 될 때 까지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1

효과적인 소그룹의 여섯 가지 요소

• 효과적인 소그룹 튜터 (Effective small group tutors)

• 긍정적인 그룹 분위기 (A positive group atmosphere)

• 적극적인 학생 참여 및 그룹 상호 작용 (Active student participation and group interaction)

• 소그룹의 목표를 지속(고수) (Adherence to small group goals)

• 임상적 관련성 및 통합 (Clinical relevance and integration)

• 사고와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사례 (Cases that promote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2

학생들은 소그룹 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 (to be able to ask questions and think things through)

• 자료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는 것 (to check out their understanding of the material)

• 팀으로 일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 (to work as a team and to learn from each other)

• 임상 또는 실제 생활 상황에 학습내용을 적용하는 것 (to apply content to clinical or real life situations)

• 문제 해결법을 배우는 것 (to learn to problem solve)

 

3

학생들의 효과적인 소그룹 튜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 사고와 문제해결을 촉진하는 것(promoted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 위협적이지 않은 것(was not threatening)

• 상호작용을 격려하는 것(encouraged interaction)

• 강의하지 않는 것(did not lecture)

• 임상적 관련성을 강조해주는 것(highlighted clinical relevance)

• 억지로가 아니라, 기꺼이 하는 것(wanted to be there)

 

이 밖에도,

• 소그룹 교수법의 목표를 이해하고, 사례를 잘 사용하며, 소그룹의 목표를 개괄outline해주고, 토론의 내용을 잊지 않고 요약해주는 것 등이 있다.

 

4

학생들은 효과적인 증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 목표가 명확한 증례 (had clear objectives)

• 사전에 너무 많은 것이 정해지지(할당되지) 않은 증례 (were not preassigned)

• 소그룹에서 문제해결과 토론 장려하는 증례 (encouraged problem solving and discussion)

• 사전 준비 자료의 반복이나 뱉어내기만 하지 않는 증례 (did not lead to the repetition or regurgitation of previously prepared material)

 

이 밖에도

• 증례의 임상적 관련성, 증례와 관련한 문제/질문question의 명확성, 토론해야 하는 사례 수가 중요했다. 학생들은 종종 토론할 사례가 너무 많거나, 토론 할 시간이 불충분하다고 느꼈다

• 학생들은 사례를 확장하고 다른 임상 상황으로 일반화하여 제시된 사례 너머까지 나아간 튜터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5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퀴즈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소그룹 튜터가 학생의 답변을 검토(즉각적인 피드백 제공)할 때,

• 토론한 사례에 초점을 맞출 때

• 논의 된 개념들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션 말미에 진행될 때

 

6

학생들은 튜터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했다.

• 긴장 푸세요.

•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 우리는 배우려고 모인 것이지, 훈련받으려고 모인 것이 아니에요..

• 우리는 단지 학생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 우리 서로 매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말씀해주세요

• 소그룹에서 강의하지 말아주세요.

 

 

출처: 

Steinert, Y. (2004). Student perceptions of effective small group teaching. Medical education, 38(3), 28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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