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링크한 글은 교육을 교육1.0, 교육2.0, 교육3.0으로 일종의 '버전'을 나누는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교육3.0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1.0, 2.0, 3.0의 개념은 흥미롭고, 대략 동의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3.0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하진 않겠으나, 이러한 개념화의 문제는 both-and 가 아니라 either-or 방식의 사고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마치 2.0이 나오면 1.0은 폐기되어야 하고, 3.0이 나오면 2.0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듯.

 

그보다는, 아마도 1.0 2.0 3.0은 공구함 안의 서로 다른 도구(망치, 스페너, 드라이버, 줄자..)와 같아서 내용과 학습자와 교수자와 맥락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있는 것이고, 적합한 도구를 꺼내 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전통적인 줄자가 단순 직선길이 뿐만 아니라 곡선길이까지 측정가능하고 측정값이 저장되는 디지털/레이져 줄자로 업그레이드 된 것처럼, 전통적 면대면 강의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온라인 강의로 대체됨으로써 교육1.0은 교육1.1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2.0은 2.1로, 3.0은 언젠가 3.1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교수자는 1.0 2.0 3.0 세 가지를 모두 잘 알고 모두 능숙해야 하는데, 이렇게 다 잘해야 한다는건 결국 내 무덤 파는 길이라는게 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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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교육 3.0' 환경에서 학습자중심, 문제해결 중심 키워드도 어쩌면 낡은 것. 전체 정보망의 한 커넥터로서 학습자를 정의하고, 정보/정보원을 잇는 연결 관계를 통찰해야. 훌륭한 교사는 '리소스 가이드'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바람직.  https://t.co/pYHAolJzSt (UserGeneratedEducation)

 

출처: https://twitter.com/seoulrain/status/1070154554069655552?s=19&fbclid=IwAR2djQxWtwn8Xh_8vSIV6mU8Qh-CmVQ3ftInZCg4xTMGuxrSkoN0GjAmlFo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매 학기 조금씩이나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학교육을 '과학'적으로 하는 것에 신경쓰고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 관심을 기울이고, 논문을 읽고, 나에게 적용가능한 더 나은 방법을 찾고, 내 수업에 적용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실수하고, 실패와 실수로부터 문제를 찾는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서, 내가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나 혼자 고칠 수 없는 것은 시스템 개선을 모색한다. 그렇게 ver.1.00에서 ver.1.01로, ver.1.02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매 학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크다. 왜냐하면, 지금의, 올해의 수업과 평가 방법은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선이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을 고려하면 가장 덜 개선된 버전이기 때문이다. 마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베타버전의 물건을 파는 것 같은 기분을 늘 가지게 된다. 이거 돈(=등록금) 받고 팔아도 되는 물건일까? 완성품이라는게 있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덜 미안해지려나.

 

그나마 교육의 좋은(?) 점은 나의 결정에 생사가 오가거나, 어떤 판단에 어마어마한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학교육은 대체로 돈이 안 된다🤣). 반면, 교육의 어려운 점은 "실험 연구"가 어렵고, 인과관계 추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리 내가 수업을 개선해봐야, 올 해 가르친 학생들에게 개선된 버전의 수업을 다시 하고, 그 방법이 더 나은지를 비교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There's no second chance. 어떻게 보면 이러한 [재현"시도"불가능성]이 나에게는 교육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지만, 공유한 것처럼 그 과정에서 반드시 따라오는 실패, 부정적 피드백,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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