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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기반 의료 교육(CBME)의 세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역량이 있었고, 이후에 마일스톤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역량만으로는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 행동, 책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함을 지적하며 ten Cate위임가능 전문활동(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EPAs))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EPA는 모든 레지던트가 수련을 마치는 시점에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신뢰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하는(could be trusted) 핵심 업무 또는 책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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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교육(GME)에서 시작된 EPA는 학부교육(UME)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GMEUME가 공동의 프레임워크를 갖게 하겠다는 목표 하에 UME에 적용할 “Core EPA”를 개발했다. 이후 Core EPA를 시범도입하고 검증하는 데 수많은 자원이 투입되었으며, EPA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설명하는 교육자들도 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CBMEEPA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며,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좌절과 자원의 투입이 있기 전에 성급한 돌격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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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EPA는 외래 및 입원 진료에서 이뤄지는 "활동activities" 목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학지식과 같은 역량영역(domain of competence) 또는 전문직업성과 같은 개개인의 특성(characteristics)과 차이가 있다. , EPA는 전문직업적 행동을 직무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workplace-based tasks) 단위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의대생은 Core EPA를 졸업(궁극적으로는 인턴 1일차)까지 성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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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만들어진 CoreEPA에 대한 여러 비판이 존재한다. 어떤 것들은 딱딱 구분되는(discrete) 단일 환자 대상(single-encounter)의 업무가 아니고(: 다전문간 팀에서 협력하기), 또 어떤 것은 교육 목표이지 업무가 아니다고 지적한다(: 임상질문을 만들고 근거 찾기). 또한 어떤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한데, 어떤 것은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모든 것을 하나로 뭉뚱그리고 싶어하는 Lumper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Splitter로 패널이 구성되어,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만든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발달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어떤 것은 의사가 되기 위해 가장 기본인 것인데, 어떤 것은 꽤 앞서나가고(advanced) 있다. 예를 들면, “시스템적 실패system failure를 식별해내는 것은 의대 졸업생은 물론이거니와, 2년차 전공의들도 잘 못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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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적을 하면, EPA의 지지자들은 역량(competencies)EPA양자택일(either-or)’의 문제가 아니라고 변호한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일지 모르나, 인간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원칙 중 하나는 전경-배경 관계(figure-ground relationship)이다. 두 가지 "객체"가 있다면, 관심을 끌고 집중시키는 것은 그 중 하나(그림)일 뿐이다. 다른 하나(배경)는 멀리 뒤 밀려나고, 잊혀진다. 배경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맥락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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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Core EPA와 역량의 둘을 놓고, Core EPA는 전경으로, 역량(전문직업성, 의사소통능력, 인종/민족/성별/성적 지향을 차별하지 않는 의료전달)은 배경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인가? 물론 EPA의 지지자들이 역량에 대해 악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량이 전면에 놓이지 않는다면, 2등 시민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농후하다. 형성평가든 총괄평가든 13개의 Core EPA에 초점을 두는 한, 교수와 학생은 모두 여기에 신경쓸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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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EPA의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수준의 열망이 없다(nothing aspirational)는 점이다. 그러니까, 의학이란 전문직업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소명임을 암시하는 그 어떤 것도 Core EPA에는 담겨있지 않다. 더 나아가면, Core EPA가 환자와 사회에 어떠한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의료행위에 필요한 테크닉을 수행할 수 있고,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의사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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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과정 그 자체에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다. 물론 신뢰라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또한 의사들은 내가 지도하는 사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Core EPA의 첫 번째 문제는, Core EPA의 평가에서는, 관찰위임가능성entrustability’ 판단에 이르기까지 거쳐가야 할 layer가 아주 많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주관적인 평가 과정을 피할 수 없다면, ‘관찰판단사이에 존재하는 추론의 층(layer)이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척도의 anchor에 대해서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으로 인식/정의/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UMECore EPA 평가를 위한 anchorGME의 그것보다 훨씬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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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하여 UMEGME의 평가 척도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UME의 상한선과 GME의 하한선이 잘 매칭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대 졸업 시 간접적이고 최소한의 감독만으로 EPA를 할 수 있었던 학생이(UME의 상한선), 수련 단계에서 슈퍼바이저의 적극적이고 완전한 감독을 필요로 하는 수준(GME의 하한선)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또한 모든 의과대학의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점에 까다롭고 신중한 EPA 기준을 모두 만족할 것인가? 사실상 너무 낮은 기준을 설정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인지 이론social cognitive theory를 고려한다면, UMEGME의 맥락이 다르므로, 같은 표준도 암묵적으로 다르게 여겨질 수도 있다. 예컨대 UMEentrustable 수준은 GME에서 preentrustable 수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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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EPA는 의료진의 원활한 작동에 필요한 mundane and technical skills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개념상으로는 추상적이지만, 우리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행동으로 조작화 될 수 있는 의사의 역할과 행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였다.

 

출처:

Krupat, E. (2018). Critical thoughts about the core 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in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Academic Medicine, 93(3), 37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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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은 [의료 공동체와 대중]에게 [교육의 질과 의료 실천과의 관련성]을 보장하는 목적이 있다. 인증은 또한 의료 교육, 의사 관행 및 의료 시스템의 변화를 자극하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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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프로세스(accreditation process)의 일부로 성과(outcome)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의사의 전문직으로서의 행위와 관련된 성과를 사용하는 것이다. 교육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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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Donabedian 의료의 퀄리티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정보를 '구조', '프로세스', '성과'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 의료 퀄리티 평가 모델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학교육의 인증 기준은 오랫동안 구조 요건(: 교수진, 임상 공간 및 기술과 관련된)’프로세스 요건(: 절차적 볼륨, 길이 및 임상 및 교육 경험 유형과 관련된)’으로 이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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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CBME로의 전환과 함께 의학교육 프로그램 인증 척도로 진료 성과practice outcome가 강조되고 있다. CBME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친 의사의 지식, 기술,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그램이 학습자 발달에 대해 더 큰 책임을 갖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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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outcome는 교육 성과, 환자 및 인구 건강 성과, 보건의료 시스템 성과로 분류될 수 있다. [교육 성과]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거의 자격시험certification exam에 성과만 사용되고 있다. 이는 진료 패턴이나 환자 성과와 관련하여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에서 추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척도에 대한 합의 부족, 이런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부족 등이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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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및 인구 건강의 성과]에 대해서, 교육적 성과와 환자 성과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바 있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 환자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전공의 과정에서 임상 치료의 질과 졸업생들이 10년 반 동안 실천에 옮기는 치료의 질 사이의 지속적인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연구는 전공의 프로그램의 특성이 수련 후 보수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사이의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었고, 특정 지역의 전공의 프로그램과 관련된 비용-보수적 실천 스타일이 수련 후 15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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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건의료 시스템 수준의 성과]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이 통제가능한 성과에만 책임을 지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수련교육 프로그램은 보건의료 인적 자원의 계획 및 사회적 책임의 이행 의무와 기회를 교육하는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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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수집 및 사용에 관한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부담과 비용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수집 가능하면서도 의미 있는 척도를 식별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둘째는, 교육적 성과를 어느 정도나 프로그램의 성과/책임으로 귀속시킬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교육적 성과는 교육 프로그램의 퀄리티 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셋째, 많은 성과가 수련을 마친 한참 후에야 명확히 드러난다는 시간 지연time lag의 문제가 있다. 프로그램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에는 피드백이 오는 시기가 너무 늦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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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교육과정에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Recommendations for postgraduate education programs)

1: 졸업 의사가 "(독립적) 의료행위"가 완전히 준비되었는지 평가해야 한다. 즉, 프로그램 수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자기 분야에서 전체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2: 모든 전공의와 전임의 포트폴리오에는 커리어 계획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는 마지막 수련 기간은 잔여 격차를 해소하고 독립적 의료 준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함을 뜻한다.

3: 수련생은 주기적으로 강점이 있는 분야와 추가 개발이 필요한 분야를 파악해야 한다. 자기성찰, 지도전문의·멘토 지원, 프로그램 디렉터의 검토를 활용할 수 있다.

4: 수련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직 간 팀에서 효과적으로 일하는 데 필요한 특성과 행동을 갖추도록 보장해야 한다. 평가를 위한 데이터는 동료, 교수 및 간호사, 약사 및 기타 의료 전문가로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5: 수련 프로그램은 학습 또는 전문직업적 문제challenge를 가진 전공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효과적인 교정조치 및 개발 전략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6: 수련 프로그램은 성과 데이터의 일부로서 졸업생들의 피드백을 수집해야 하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교육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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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기관에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Recommendations at the accrediting organization level)

7: 인증 기관은 진행 중인 개선 활동에서 프로그램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의미 있고, "실시간에 근접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결과 데이터가 무엇일지 식별해야 한다.

8: 인증 기관은 학습 환경 문제를 관리oversight하는 특화된 프로세스 지표를 식별하거나 개발해야 한다.

9: 인증 기관은 프로그램 및 교육 품질 개선을 촉진하고, 인증에 가치를 창출하며,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프로세스 성과와 환자 관리 성과에 모두 관련된 적절한 표준을 개발 및 배치해야 한다.

 

 

출처: 

Bandiera, G., Frank, J., Scheele, F., Karpinski, J., & Philibert, I. (2020). Effective accreditation in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from process to outcomes and back. BMC Medical Education, 20(1), 1-7.

의학교육은 크게 의과대학단계(Undergraduate 또는 Basic) - 수련단계(Postgraduate 또는 Graduate) - 수련후단계라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이 셋은 각각 UME/BME - (P)GME - CPD라는 약자로 칭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론적으로는 이 셋을 "연속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의학교육을 한다"라고 할 때엔 이 중에서 가장 앞 단계인 의과대학교육(UME) 업무가 주로 맡겨지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논문, 주요 학술대회 주제에서도 확인된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학위과정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업무의 범위는 주로 의과대학()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부교육의 개선을 논의하면서 종종 마주하게 되는 벽 중 하나는 의과대학생이 졸업 후 머지 않아 인턴, 전공의 수련단계에서 경험할 일들이다. 수련병원의 선택, 지원할 전공과목의 선택, 전공의 선발, 수련과정 등등.

 

그렇다보니 어떤 개선은 학부교육(UME)을 가지고 아무리 지지고볶아도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GME 이후의 단계가 달라지지 않는 한 UME 수준의 변화를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상한선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이다. 작년의 공공의료/공공의대를 둘러싼 논쟁과 비판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이런 점에서 작년부터 보건복지부와 병협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사업' (쉽진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GME의 변화를 유도해서, UME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2021년, 정형외과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정형외과의 "전공의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구축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늘 해오던 UME를 벗어나 짧게나마 GME에 관여해봤다는 점에서,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후 기회가 닿아 방사선종양학회 지도전문의 교육에서도 짧게 발표를 준비하며, 이 체계화 사업이 지향하는 방향을 간단히 그림으로 정리해봤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전공의 특별법 전에 "아주(!!) 많은 경험치" "역량"을 대체해왔는데(그림1),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3년으로 단축된 과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과들도 전공의법으로 인해 수련 중 쌓을 수 있는 "경험치"에 한계가 생겼고(그림2), 결국 어느정도는 "감축된 경험치를 지도와 평가와 피드백"으로 채워야 하는(그림3) 상황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사실 이 사업만으로 전공의 수련교과과정이 갑자기 확 개선될리는 만무하고, 어떤 식으로든 K- 스럽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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