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대학원 과목 '의학교육학개론' 과목에서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습니다. 

 

해당 과목은 『ABC of Learning and Teaching in Medicine (3rd Edition)』이라는 책에서 1챕터부터 16챕터까지를 매주 하나씩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참고로 책 전체는 총 22챕터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의학(medicine)에서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의 기초(ABC)를 다루는데, 책 자체가 꽤나 얇은 편이에서 의학교육에 관한 입문서로 적당한 편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나 챕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비슷한 구성의 다른 교재와 비교하면 구성/저자/서술방식 측면에서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교육이론, 강의하기, 소그룹(PBL/CBL/TBL..), 학습환경, 학습자료, 피드백, 시뮬레이션, 지필평가, 술기평가, 형성평가, 임상직무현장평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영상을 업로드하게 된 이유를 조금 덧붙이면, 이왕 만들어진 동영상인데, 내 컴퓨터 안에서 용량만 차지하고 있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스스로를 위해서인 측면도 꽤(사실 매우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올려둬야 저도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찾아보기가 수월하기도 하니까요. 여기에 아주 작은 희망을 굳이 하나 더한다면, 저희 학교 교수님들을 포함해서, 의과대학(혹은 보건의료계 학과)에서 교육을 하시는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영상을 보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애초에 수업 목적으로 만들었던 영상이다보니, 제가 봐도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조도 단조롭고, 슬라이드는 글씨(심지어 Only 영어) 투성입니다. 길이는 75분~90분 정도인데, 최소 1.5배속 혹은 2.0배속 정도로는 봐야 적당한 것 같습니다. 게으른 탓에 동영상 내 챕터 구분도 해놓지 않아서, 동영상 중간에 딱 원하는 내용을 찾아가는 것도 번거롭습니다. 최근에 이 책보다 조금 더 나아보이는 입문서를 찾긴 했는데(An Introduction to Medical Teaching The Foundations of Curriculum), 혹시나 이 책도 비슷하게 동영상으로 만든다면, 한 챕터를 여럿으로 나눠 각 동영상 길이라도 좀 짧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렇게 불친절하고, 단점투성이인 영상입니다만, 제 생각에는 정작 찾아보면 이런 수준의 자료도 잘 없는 것이 사실인지라(....) 큰 용기를 내어 올린 내용을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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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목록: ABC of Learning and Teaching in Medicine
https://youtube.com/playlist...

 

Ch 01. 더 나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
https://youtu.be/mbFT6YbYJB0

 

Ch 02. 의학교육에서의 이론
https://youtu.be/CHIuqANcqC0

 

Ch 03. 의학교육에서의 탐구중심학습(PBL, TBL, CBL, PjBL)
https://youtu.be/1RThS4-Isho

 

Ch 04. 의학교육에서 과목 설계
https://youtu.be/rCdSnBSTdBQ

 

Ch 05. 의학교육에서 교육 자료 만들기
https://youtu.be/fMZmU-_ZKPo

 

Ch 06.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학교육 학습환경 만들기
https://youtu.be/mX4YdTvHNA4

 

Ch 07. 의학교육에서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피드백
https://youtu.be/o3WpuNUliz0

 

Ch 08. 의학교육에서 소그룹 학습
https://youtu.be/2RhRu0hxN4g

 

Ch 09. 의학교육에서 강의(Lectures)와 강의하기(Lecturing)
https://youtu.be/sh4QEJref6Y

 

Ch 10. 의학교육/보건의료교육에서 시뮬레이션의 활용
https://youtu.be/fByc072txlU

 

Ch 11. 의학교육의 임상직무현장 학습(Workplace Learning)
https://youtu.be/HzVJLjI7N7w

 

Ch 12. 임상현장교육에서 학습자(학생/전공의) 지도(Supervision)
https://youtu.be/e_CqItSn7oI

 

Ch 13. 의학교육에서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
https://youtu.be/NPLRGIkLoAw

 

Ch 14. 의학교육에서 지식(필기) 평가(Written Assessment)
https://youtu.be/-2srWzjFRDU

 

Ch 15. 의학교육의 술기(Skill‐based) 평가
https://youtu.be/bgmWb__d9jY

 

Ch 16. 의학교육의 직무현장 기반 평가(Work‐based Assessment)
https://youtu.be/fiNFUgcdW2g

 

대학에서 하는 수업의 장점은 매 학기 강의평가를 통해 학습자의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외부 워크숍에 초청받아 강의를 하거나, 학술대회나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때는 '내가 잘 한게 맞는지', '청중들은 이걸 어떻게 느꼈는지'를 알 길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나마 대면으로 했을 때는 청중의 표정과 반응에서라도 짐작해봤는데,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온라인)으로 할 때는 그조차도 어려워졌다.
 
론 위에서 '장점'이라고 한 것은 기본적으로 반응이 좋았을 때 이야기고, 반응이 나쁘면 - 악플(?)을 받으면 - 사람인지라 기분이 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악플에도 일말의 진실은 담겨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약간의 맷집도 생겨서, 그냥 '이 학생은 이랬나보네'하고 넘겨야 하는 코멘트와,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있는' 코멘트를 구분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강의평가에는 단점도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만족도'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학생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와 별로 관련이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덜 배웠다'와는 더더욱 무관하다. 물론 '기분'과 '배움'과 '가르침'이 훌륭하게 align된 수업을 하는 교수님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단점은 '학기 단위'라는 다소 긴 주기로 피드백이 온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걸 보완하려고 '중간 강의평가'도 두는 것 같은데, '성적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최종 강의평가와 달리 중간 강의평가는 의무가 아니라서 응답률 자체가 많이 저조하다.
 
지난 학기에 의학과 대학원 공통과목을 하나 맡았는데, 문득 강의평가가 어떤지 궁금해져 들어가보았다가 소소한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코멘트를 보았다. 물론 "잘 배움 ≠ 잘 가르침"이니, 이 분의 느낌은 내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이 분께서 "잘 배우셨기" 때문이다. 그저 수업에서 내가 중요하게 신경쓰며 바랐던 것과 저 분이 의미있게 여겨준 것이 서로 공명resonate했다는 점에서 소소한 보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어떤 분이실진 모르겠지만, 참으로 감사드리고, 나중에 의대 꼭 세우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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