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하는 수업의 장점은 매 학기 강의평가를 통해 학습자의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외부 워크숍에 초청받아 강의를 하거나, 학술대회나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때는 '내가 잘 한게 맞는지', '청중들은 이걸 어떻게 느꼈는지'를 알 길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나마 대면으로 했을 때는 청중의 표정과 반응에서라도 짐작해봤는데,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온라인)으로 할 때는 그조차도 어려워졌다.
물론 위에서 '장점'이라고 한 것은 기본적으로 반응이 좋았을 때 이야기고, 반응이 나쁘면 - 악플(?)을 받으면 - 사람인지라 기분이 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악플에도 일말의 진실은 담겨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약간의 맷집도 생겨서, 그냥 '이 학생은 이랬나보네'하고 넘겨야 하는 코멘트와,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있는' 코멘트를 구분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강의평가에는 단점도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만족도'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학생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와 별로 관련이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덜 배웠다'와는 더더욱 무관하다. 물론 '기분'과 '배움'과 '가르침'이 훌륭하게 align된 수업을 하는 교수님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단점은 '학기 단위'라는 다소 긴 주기로 피드백이 온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걸 보완하려고 '중간 강의평가'도 두는 것 같은데, '성적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최종 강의평가와 달리 중간 강의평가는 의무가 아니라서 응답률 자체가 많이 저조하다.
지난 학기에 의학과 대학원 공통과목을 하나 맡았는데, 문득 강의평가가 어떤지 궁금해져 들어가보았다가 소소한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코멘트를 보았다. 물론 "잘 배움 ≠ 잘 가르침"이니, 이 분의 느낌은 내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이 분께서 "잘 배우셨기" 때문이다. 그저 수업에서 내가 중요하게 신경쓰며 바랐던 것과 저 분이 의미있게 여겨준 것이 서로 공명resonate했다는 점에서 소소한 보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어떤 분이실진 모르겠지만, 참으로 감사드리고, 나중에 의대 꼭 세우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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