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대는 지난 2년간 예1부터 본2까지 거의 모든 강의식 수업을 녹화강의로 운영해왔다. 한양대 본교의 지침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양대는 2020년에 초에는 실시간이든 녹화든 비대면 수업을 하는 것에서, 2021년 후반에 이르며 점진적으로 대면 또는 실시간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되, 녹화 수업은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꿔왔다. 다만 의과대학 과목들은 대부분 수강생이 100명 이상인 강의였기에, 큰 규모로 인하여 예외를 인정받아 계속 녹화 수업을 지속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한양대 본교는 2022년 1학기부터 규모와 무관하게 칸막이 설치 후 대면수업을 지침으로 정하였다. 앞으로 지침이 바뀔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리고 다음주 부터 본과 2학년 학생들은 (모든 단과대학을 통틀어 아마도 가장 이른) 전면 대면수업을 받게 될 예정이다.
교수와 학생 모두 익숙하지만 낯선 대면 수업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고, 지난주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을 시행하였다. 여러 문항에서 적잖은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설문에는 애초에 대면수업에 부정적이거나 걱정을 많이 하는 학생들이 주로 응답했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 걱정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꼽으면 대략 이렇다.
<높은 걱정 수준>
• 강의 녹화 영상이 제공되지 않는 것
• 어려운 수업 내용을 찾아보지 못하고 들어야 하는 것
• 수업 필기를 원하는 수준으로 하지 못하는 것
<중등도 걱정 수준>
• COVID19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
• 등하교로 인하여 학업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것
• 수업 동안 집중력을 잃는 것
• 경제적인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
• 강의 순서를 조정하지 못하고 정해진대로 듣는 것
<낮은 걱정 수준>
•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
• 동기들과의 관계가 어색한 것
학생들의 이런 불만이나 불편을 다 해소해줘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는 합당하지만 일부는 과도하다. 무엇보다 몇 번 말했지만 학생들의 반응(기분, 감정)은 학생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웠는지와 별로 관계가 없다. 결정적으로, 애당초 이런 전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의과대학은 one of 단과대학일 뿐이고, 본교도 one of 고등교육기관일 뿐이어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다만 의과대학 자체적으로 학생이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어떤 방식으로 이 상황을 전달하는지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녹화수업에 익숙해진 너희들이 대면수업의 어떤 점에 불만을 가질지는 뻔히 예상되는 바이지만, 의과대학도 그저 본교 지침대로 할 뿐이다'라는 다소 방어적, 수동적 표현보다는 '비록 우리도 본교 지침에 따라야겠지만, 학생들이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지난 2년간 경험한 비대면 수업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함께 고민해보자'는 시선으로 봐주면 어떨까 싶다.
비유하자면, 의사라고 해서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전지전능함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공감 할 수 있거나 공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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