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지식보다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미신>

 

블룸의 인지능력 분류학에서 지식은 하위역량으로, 분석과 평가는 상위역량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위역량과 상위역량으로 나누어 은유적으로 대조한 표현은 결과적으로 두 가지 오류를 야기한다. 첫째, 역량과 지식의 분리를 암시한다. 둘째, 지식은 덜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위와 상위라는 대조적인 표현 대신에 지식과 역량의 관계를 보다 적절하게 표현한 사람들이 있다. 

 

에릭 허시는 지식과 역량의 관계를 스크램블과 같이 보았다. 계란에 버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휘저어 만든 계란 스크램블을 다시 분리할 수 없듯이 지식과 역량도 분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나는 지식과 역량의 관계를 이중나선 구조라고 한 동료 조 커비의 표현을 좋아한다. 그는 지식과 역량이 짝을 이뤄 표층학습surface learning에서부터 심층학습deep learning까지 나란히 발전한다고 본다. 우리는 수동적인 사실적 지식의 학습을 표층학습으로, 능동적인 역량의 연습을 심층학습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지식과 역량은 서로 얽혀 있고,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역량이 향상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여섯 번째 미신: 프로젝트와 체험 활동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전문적 활동을 하는 것은 전문적 활동을 배우는 것과 다르다.”

 

(프로젝트 방식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시험과 수행평가를 대비한 토론으로 보내고, 실제로 시험문제를 풀이하고 수행평가를 해결한다. 학생들은 시험과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체계적인 지식을 교사로부터 충분한 시간 동안 배울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이유다. 언뜻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학생들은 이미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인정받으면서 배우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축구 경기는 열한 명의 선수가 게임을 하여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축구를 잘하게 만들기 위한 지도 방법에서 어렸을 때부터 열한 명의 어린이를 한 팀으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게임을 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복잡한 과제들을 많이 수행하도록 하면 그 복잡한 과제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숙달시키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중요한 요소들을 망각하게 하거나 심지어 중요한 것을 경시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11세 아이들에게 성인용과 동일한 크기의 정규 축구 경기장에서 열한 명씩 두 팀이 축구를 하도록 하면 그 아이들은 공을 패스하거나 다루는 실력을 배양하지 못할 수 있다.“

 

 

 

1

역량은 "맥락과 연계된(context-linked) "인가 혹은 "맥락과 무관한(context-free) "인가? 만약 역량이 "맥락과 무관한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 배우든, 맥락과 관계없이 특정한 역량에 대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 맥락에서 학습한 역량은 다른 맥락으로 전이되고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한 개인의 역량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맥락에 걸쳐있기에, 한 맥락에서 개인의 성과는 다른 유사한 맥락에서 성과를 예측한다고 가정한다. 반면, 역량이 "맥락과 연계된 것"이라면, 역량은 여러 맥락을 오가며 전이될 수 없다. 따라서 학습과 평가는맥락의 구체적 관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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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의료에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은 한 가지 보건의료 맥락에서의 역량이 다른 맥락으로 반드시 전이되지 않음을 안다. 고소득 국가(high-income countries (HICs))의 보건의료 프로그램은 중저소득국가(low- and middle-income countries (LMICs))의 지역적 보건의료 상황의 특수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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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역량을 맥락과 독립적으로 획득 할 수 있는 것(습득적 역량acquired competencies)특정한 보건의료 맥락과 연결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참여적 역량participatory competencies)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는 학습에 대한 습득(acquisition)과 참여(participation)의 은유라고 볼 수도 있으며, 개인주의(individualism)과 집단주의(collectivism)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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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과 참여의 구분에서, ‘습득은 학습을 개인이 습득하고 소유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기에, 상황에 따라 전이될 수 있고,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반면, ‘참여는 학습을 공동체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역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여긴다. , 사회적 및 맥락적으로 "위치한situated"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참여가 곧 배움"이며 "배움은, 참여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획득하여 고정된 속성이라기보다 지속적인 과정으로 간주된다. 이 관점에서, 학습은 맥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쉽게 다른 맥락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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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옳다기보다는, "하나만 취사선택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한 학습자가 집단주의적 문화로 이주했을 때 학습 부조화learning dissonance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HIC 학생이 익숙한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접근 방식은, LMIC의 협동적이고 참여적인 집단주의적 접근 방식과 충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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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역량 프레임워크를 습득적 역량이 우세한 것과 참여적 역량이 우세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CGME core competency domains 에서 medical knowledgepatient care는 전자로, practice-based learning and improvement, systems-based practice, professionalism, interpersonal skills and communication은 후자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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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역량cultural competence’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문화적 역량이라는 용어에 내포된 가정과 왜곡된 인식 때문이다. 문화적 역량을 가르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만약 가르친다면, 그것은 습득적 역량보다는 참여적 역량으로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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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화적 역량은 많은 경우 개인주의적인 것이자, 연수생이 습득할 기술로 간주된다. 정보 전달식으로교육되며, 특정 문화에서 맥락적으로 내재화된 가치를 고갈시킨다. "문화적 역량은 복부 검사가 아니"기에, 지식/술기/태도의 목록으로 간단히 습득하고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역동적 상호작용 속에 존재하며, 사회적/정치적/기술적 흐름 속에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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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다면적이며, 다차원적이다. 문화는 한 개인이 살아낸 경험과 정체성에서 복잡한 방식으로 교차한다. 문화적 역량을 '목록으로 열거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자, 고정 관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여러가지 가정assumption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적 겸손"이나 "문화적 인식"과 같이 보다 겸손한 목표를 채택하자는 의견도 있다.

 

출처:

Eichbaum, Q. (2017). Acquired and participatory competencies in health professions education: Definition and assessment in global health. Academic Medicine, 92(4), 468-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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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은 지난 30년 동안 '측정 가능한 것'을 평가하는 것에서, '중요한 것'을 평가하려는 방향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피상적인 [지식의 테스트]에서 [이해, 구성, 해석 테스트]로 바뀌어왔고, Bloom의 분류법과 같이 기술과 태도과 지식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얻었으며, 심리측정학적으로 평가자 주관성과 사례 특수성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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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발전이 [평가를 해체deconstructed]했으며, 일부는 결과적으로 [학습이 해체]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평가할 행동을 하위 구성 요소로 나누거나, 이렇게 나눠진 하위 구성 요소를 샘플링하는 것은 학습자들이 [큰 그림]에 덜 집중하고 ['역량'을 뒷받침하는 (세부)요소]에 집중하게 강제mandated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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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역량 운동competency movement에는 완전히 대조적인 것도 있었다. 실제 업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역량의 모든 요소들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Miller의 피라미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식][이해]에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으며, [이해][능력(또는 역량)]에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고, [능력][실제 일상적 업무성과]에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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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상위 수준으로 갈 수록, 평가자는 동일한 내용을 관찰하고도, 응답 척도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평가자를 훈련하고, 차이를 논의하는 보정 단계를 사용한다. 하지만 비록 평가자마다 척도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도, 수행능력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work-based assessment(WBA)는 어떻게 개선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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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척도(Scale)의 관점에서, 척도를 임상 평가자의 우선순위에 맞춰 조정하는 것 만으로도 평가자의 변별력은 더 개선될 수 있으며, 평가자 간 불일치는 줄일 수 있다. , 불만족-만족-우수 같은 척도나, 기대 이하-기대 이상과 같은 척도보다, 위임가능성(감독하에서도 수행불가 감독하에서 수행가능 최소한의 감독으로 수행가능 감독 없이 수행가능) 기준의 척도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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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평가자의 인지 구조를 반영한 척도라 볼 수 있다. 평가 양식(rating form)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어떻게 하면 평가자의 인지적 스키마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핵심은, 평가자의 현실 지도reality map에 응답 척도(response scale)을 맞추는align 것이다. 그러려면 척도의 앵커anchor로 사용되는 문구가 그 자체로 평가자의 경험에 공명resonate해야 한다. ‘기대 수준임’, ‘만족스러움과 같은 추상적인 문구는 그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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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자에게 객관적인 관찰보다 판단을 요구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주관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평가자 간 일치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도구는 [프로세스 수준]에 초점을 뒀다. 예를 들면, 악수하기, 눈맞춤 하기 등이다. 그리고 수행능력performance 점수는 개별 프로세스 항목 점수를 합산하였다. 하지만 수행능력이란 단순히 부분의 합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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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행능력performance이 부분parts의 합sum보다 더 복잡]하고, [적절한 경험이 있는 관찰자][좋은 수행능력이란 무엇인지에 동의할 수 있다], 직관에 반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응답]보다 [성과 수준의 수행능력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평가자 간 일치와 피평가자 간 수행능력 변별에 더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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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떤 과제를 잘 수행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위 구성요소의 무수한 세부사항]을 긁어모으는 것은 [뒤로 물러서서 전체를 고려하는 것]보다 더 나은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는 도구적 인상주의instrumental impressionism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적global 판단을 내리면서도, 동시에 세부사항을 인식하는 것이다. 적절한 경험이 있고 교육을 받은 평가자라면, 행동을 맥락 속에서, 서로 조합하여 해석한다. 그 결과, [단순한 행동의 총합을 측정]하기보다는 [행동의 기저에 있는 비교적 안정적인 속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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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평가도구는 어떠해야 할까?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WBA 평가도구는 매우 광범위한 맥락에서 사용되게 만들었으면서, 거의 동일한 수행능력 영역에 대해 묻고 있다. 하지만 평가도구를 설계할 때 어떤 이유로 [모든 컨텍스트]에서 [모든 도메인]을 잘 평가할 수 있다고 간주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과연 [모든 컨텍스트][모든 도메인]에 대해서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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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결과의 신뢰도는 [어떤 도메인에서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는 특정한 수행능력 도메인은 특정한 상황이나 활동에서 더 잘 입증demonstrated되기 때문이다. 특정한 도메인이 더 효과적으로 샘플링되는 맥락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 수행능력 도메인에 대해서도, 평가자는 그 도메인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나 활동으로부터 더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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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모든 평가자는 동등한가? 우선 평가자 개인 간 차이varation도 있지만, 어떤 그룹에 속해있느냐에 따라서도 관점이 달라진다. , 서로 다른 평가자 집단은 서로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단일한 그룹에서 여러 명이 동료평가를 하는 것에 비해서, 서로 다른 그룹에서 Multi-source feedback을 하는 것은 단순히 평가자의 숫자 외에도 추가적인 가치add valu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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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누구의 관점이 가장 타당한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관점에서는 상당히 자명하다. 예를 들어, 일반 사무직이나 환자가 의사의 임상적 판단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평가자가 평가대상의 수행능력을 정기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술방 간호사는 의사가 병동에서 어떻게 하는지는 거의 못 보았을 수 있다. , 하나의 평가방법으로 모든 임상 역량을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전문직 집단도 모든 임상 역량을 평가할 수 없다. 종합하자면, [수행능력에 대한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수행능력을 [관찰할 기회]가 있을 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평가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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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역량에 대한 평가는 '판단의 문제'이다. 따라서 [올바른 질문],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것]에 대해, [올바른 사람]에게 해야만이 효과적이다.

 

출처:

Crossley, J., & Jolly, B. (2012). Making sense of work‐based assessment: ask the right questions, in the right way, about the right things, of the right people. Medical education, 46(1), 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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