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 Educ. 2026 Jan 4. doi: 10.1111/medu.70135. Online ahead of print.

Junior doctors' experiences with vulnerability: A rich picture study 

 

 

초보 의사들은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질 듯한 취약함(vulnerability)’을 느낄까? 

의사가 된다는 건 단지 지식을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죠.
특히 초기 수련 단계(junior doctor, beginning doctor, resident-not-in-training) 에서는, “이제 나는 의사다”라는 역할 기대와 “아직 너무 초보인데…”라는 현실 사이에서 굉장히 큰 긴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지점, 초보 의사들의 취약함(vulnerability) 이 어떤 감정으로 경험되고, 그것이 어떻게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 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지를 탐구한 연구예요.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취약함을 단순히 “약함”이나 “불안정함”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취약함이 분명히 정서적 고통(emotional suffering) 을 낳을 수 있지만, 동시에 성장(growth)연결(connection) 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어요. 즉, 취약함은 피해야 할 감정이면서도, 잘 다루면 전문직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과 성찰(reflection)을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이 연구는 무엇을 물었나?

연구 질문은 아주 명확합니다.

  1. 초보 의사들에게 취약함(vulnerability) 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 그들이 취약함을 느낄 때 어떤 감정(emotions) 이 생기는가?
  3. 그들은 그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make sense of) 하는가?

🖍 연구 방법: 왜 ‘그림(rich picture)’을 그리게 했을까? 

이 논문은 질적연구(qualitative study)이고, 조금 독특하게도 리치 픽처(rich picture) 라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참여자들은 자신이 취약함을 느꼈던 경험을 그림으로 먼저 표현한 뒤, 그 그림을 바탕으로 반구조화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그림과 인터뷰를 함께 보면서 반성적 귀납적 주제분석(reflexive inductive thematic analysis) 을 수행했어요.

왜 이런 방법이 좋았을까요?
취약함 같은 경험은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비언어적 요소(non-verbal elements), 상징(symbol), 공간감, 압박감, 고립감 같은 걸 드러내는 데 매우 유리해요. 실제로 이 연구에서도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을 혼자, 혹은 압박 속에 갇힌 존재로 그렸다고 합니다.

참여자는 총 14명의 초보 의사였고, 대부분의 취약 경험은 야간 혹은 당직(evening/night shift) 에 발생했어요. 특히 14개 경험 중 12개가 직접적인 현장 감독 없이 중증 환자를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 핵심 결과 1: 취약함의 핵심에는 “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의사”와 “실제의 나” 사이의 간극이 있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초보 의사들의 취약함이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핵심에는 “내가 이런 의사여야 한다”이상적 자기상(ideal doctor image)과, 실제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확신이 없는 현재의 자기 사이의 불일치(mismatch) 가 있었습니다.

초보 의사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기대를 걸고 있었어요.

  • 의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 의사는 확신(confidence) 있게 행동해야 한다
  • 의사는 책임(responsibility) 을 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무엇이 기대되는지도 잘 모르고, 판단이 흔들립니다. 그러니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감각, 즉 부적절감(inadequacy)수치심(shame) 이 생겨요. 그리고 “남들이 나를 무능하다고 볼까 봐” 두려워하게 됩니다. 연구진이 아주 압축적으로 제시한 표현이 바로 이것이죠:
“feeling overwhelmed, uncertain, powerless and lonely”
→ 압도되고, 불확실하고, 무력하고, 외로운 상태.

이 지점은 의학교육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흔히 초보 의사의 어려움을 “역량 부족”으로만 보지만, 실제로는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자기개념(self-concept) 의 충돌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이니까요.


😣 핵심 결과 2: 취약함은 네 가지 정서적 상태로 경험되었다 

연구진은 초보 의사들의 경험을 세 가지 큰 주제(theme)로 정리했는데, 그중 중심은 취약함을 느끼는 방식(feeling vulnerable) 이었습니다. 이때 드러난 대표 감정은 네 가지였어요.

1) 압도됨 — overwhelmed 

당직 중에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뭔가를 요구합니다.
간호사, 보호자, 다른 환자, 프로토콜, 호출, 전화…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죠. 그런데 초보 의사는 그 모든 걸 즉시 처리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생각을 정리할 정신적 공간(mental space)물리적 공간(physical space) 이 부족해요.

논문에 실린 한 그림에서는 응급실과 병동에서 동시에 요구가 쏟아지고, 주인공은 마치 파도에 떠밀리는 배처럼 자신을 그렸습니다. 이 장면은 취약함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overload)압박의 경험이라는 점을 잘 보여줘요. 특히 페이지 7의 그림은 주변의 화살표, 질문표, 프로토콜, 병동 업무가 모두 한 사람을 향해 몰려드는 구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2) 불확실함 — uncertain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초보 의사 경험의 핵심입니다. 특히 급성 악화, 응급상황, 중증 환자 평가에서는 조금만 판단이 어긋나도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단순히 지식 부족만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uncertainty) 자체가 취약함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3) 무력감 — powerless 

자기 능력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초보 의사들은 굉장히 큰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환자가 눈앞에서 악화되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를 모르겠고, 누군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결정하라고 하고, 감독자는 당장 곁에 없어요. 이때 취약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거의 절망(despair) 에 가까운 상태가 됩니다.

특히 몇몇 사례에서는 감독전문의(supervisor)가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사후에 비난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런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배신감(betrayal) 처럼 느껴졌다고 해요. 반대로 간호사(nurses)는 임상 판단을 지지해주거나 사후에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중요한 지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은 interprofessional support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4) 외로움 — lonely 

이 논문에서 정말 강하게 남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 외로움(loneliness) 일 거예요.
특히 야간 근무에서 감독자가 병원 밖에 있고 전화로만 연결되는 상황은, 책임이 전적으로 자기에게 쏠린다는 감각을 강화했습니다. 참여자들은 환자 결과가 나쁘면 “내 탓일지도 모른다”고 느꼈고, 심지어 그 감정을 동료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어요. 무능하다고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죠.


🧠 핵심 결과 3: 취약함은 학습을 막기도 하지만, 성찰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 연구가 단순히 “초보 의사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취약함 이후의 처리 과정(processing vulnerability) 을 매우 섬세하게 봤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크게 네 흐름으로 보여줍니다.

1) 일단은 분리하고 무감각해진다 — detaching and numbing 

취약한 사건 직후에는 감정을 충분히 처리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직은 계속되고, 인수인계는 해야 하고, 다음 업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참여자들은 자신을 “robot” 처럼 느꼈다고 말합니다. 즉, 감정을 끊어내고 자동조종(automatic pilot) 상태로 버티는 거죠.

2)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배움과 성찰이 가능해진다 — learning and reflecting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순간에는 잘 배울 수 없다는 겁니다.
취약함 한가운데 있을 때는 너무 압도되어 있어서,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돌아볼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일부 참여자들은 그 경험을 되짚으며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성찰적 저널(reflective journal) 같은 도구를 이미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은 더 잘 의미화할 수 있었어요.

3) ‘원래 이런 거야’라고 정상화하며 지나가기도 한다 — normalising and moving on 

많은 초보 의사들은 취약함을 “다들 겪는 일”, “원래 이런 직업”으로 받아들이며 넘어갑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적응 전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적 문화나 부적절한 감독을 그대로 정상화(normalisation) 할 위험도 있어 보여요. 논문 후반부에서도 연구진은 이 점을 비판적으로 봅니다.

4) 결국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 forgiving and understanding 

경험이 쌓이면 일부 참여자들은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집니다.
실수는 일의 일부일 수 있고, 모든 것을 혼자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죠. 또한 자신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더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직업 역할을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 이 논문이 말하는 가장 큰 메시지: 취약함은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논문은 Mezirow의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 이론을 중요한 해석 틀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혼란을 일으키는 딜레마(disorienting dilemma) 예요. 즉, 기존에 믿고 있던 자기 이해나 세계관을 흔드는 경험이 생기고, 그 경험을 성찰하면서 자신이 변하는 과정이죠.

초보 의사에게 취약함은 바로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유능한 의사여야 한다”
“의사는 확신 있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된다”
이런 믿음이 흔들릴 때, 그 경험을 제대로 다룬다면 더 깊은 전문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연구진 표현을 빌리면, 취약 경험은 “opportunities for transformative learning” 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 그냥 힘든 경험을 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학습이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연구진은 초보 의사에게 시간(time), 공간(space), 안전감(safety), 열린 대화(open dialogue) 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조건이 없으면 취약함은 학습이 아니라 고립(isolation)학습 이탈(disengagement from learning) 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의학교육 관점에서 무엇을 시사할까? 

이 논문은 임상감독(clinical supervision)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흔히 감독을 “임상적 판단을 더 잘하게 도와주는 일”로만 생각하는데, 이 연구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해요. 초보 의사에게는 감정(emotion) 자체가 학습의 일부입니다. 감정은 인지(cognition)와 분리된 게 아니라, 임상적 사고와 판단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합니다.

  • 임상감독에서 감정 조절(emotion regulation)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 을 명시적으로 다뤄야 한다.
  • 감독자는 자신의 취약함도 적절히 드러내며 신뢰(trust)상호성(mutuality) 을 만들 필요가 있다.
  • 당직이나 어려운 상황 뒤에는 단지 medical content만 검토할 게 아니라, “그때 너는 어떤 감정을 느꼈니?”라는 질문도 해야 한다.
  • 동료, 간호사, 멘토 등도 모두 안전한 성찰 공간(safe reflective space) 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건 의학교육에서 말하는 psychological safety, reflective practice, 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과도 아주 깊게 연결됩니다. 특히 초기 전환기(transition to practice)를 지원하는 교육에서는, 역량(competence)만이 아니라 취약함을 다루는 능력, 그리고 그 취약함을 함께 다뤄주는 관계적 감독(relational supervision) 이 핵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 논문의 포인트 

이 논문을 읽고 나면, 초보 의사의 취약함을 더 이상 개인의 약점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전환기 학습(transition learning) 의 구조적 특징이자, 의료현장의 문화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경험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해 보여요. 특히 이 논문이 보여준 “취약함의 외로움”은, 단지 개인 내 감정이 아니라 감독 구조(supervision structure), 책임 배분(responsibility distribution), 전문직 문화(professional culture) 와 연결된 문제로 읽힙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취약함이 있어야만 학습이 일어난다는 단순한 낭만화도 경계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논문은 분명 취약함의 성장 가능성을 말하지만, 동시에 지지받지 못한 취약함은 사람을 고립시키고, 무감각하게 만들고, 학습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도 분명히 말합니다. 바로 이 균형감이 이 논문의 강점입니다.


✍️ 한 줄 요약

초보 의사에게 취약함(vulnerability) 은 압도감, 불확실성, 무력감, 외로움으로 경험되며, 적절한 지지와 성찰이 있을 때 그것은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 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취약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말할 수 있고, 다룰 수 있고, 함께 견딜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1 | 서론(Introduction) 

임상 실무(clinical practice)로의 전환은 새로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에게 도전적인 과정이다.1–4 비록 이들은 자신의 역할에 막 입문한 상태이지만, 동시에 자율적(autonomous)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independent decisions)을 해야 한다는 강한 필요를 느낀다.5–8 한편으로 주니어 의사들은 자기 의심(self-doubt)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경험하는데, 이는 모두 번아웃(burnout)과 우울(depression)의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9–11 독립적인 실무자가 되고자 애쓰는 동시에, 불확실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 복합적 상호작용은 주니어 의사가 취약성을 느낄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낸다.2 우리는 주니어 의사들이 실무 전환 동안 강렬한 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취약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취약성은 정서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성장과 연결의 기회도 제공한다.12–15 주니어 의사의 취약성 경험을 조명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실무 전환을 지원하는 교육 전략(educational strategies)을 설계할 수 있다.

 

사회과학자 Brown은 취약성을 ‘불확실성, 위험, 정서적 노출(uncertainty, risk and emotional exposure)’의 상태, 즉 익숙한 영역을 벗어날 때 경험하는 ‘불안정한 느낌(an unstable feeling)’으로 개념화하였다.14 주니어 의사의 취약성에 관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취약성 개념은 보건전문직 교육(health professions education, HPE)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특히 학습 과정에서의 취약성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12 전공의(residents)는 취약성을 하나의 역설(paradox)로 경험한다.

 

  • 한편으로는 취약성이 학습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불확실성, 실수, 지식의 공백을 드러내는 것이 직장 내에서 인식되는 전문직 규범(professional norms)과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에 어긋나며, 타인이 자신의 역량(competence)을 어떻게 볼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한다.13
  • 특히 경력 초기에 주니어 의사들은 개인적 혹은 직업적 어려움을 숨기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대처 실패(failure to cope)’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 안전(patient safety)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5,7,8,16,17 이런 방식으로 취약성은 학습의 장벽이자 무거운 정서적 부담이 될 수 있다.13,18

 

직장 내에서 주니어 의사들이 수행하는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의 정서적 비용은 기술되어 왔지만,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함을 느낄 때 어떤 복합적 감정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서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적다.13,18 이는 중요한데, 취약함을 느낄 때 수반되는 불편감이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의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12,19

 

  • 변혁적 학습은 한 사람이 변화를 경험할 때 일어나며, 특히 그 변화가 자기 자신, 타인, 그리고/또는 실천(practice)에 관한 신념을 포괄할 때 그러하다.20,21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의심·불확실성·고통·괴로움을 경험함으로써, 주니어 의사들은 당혹감(puzzlement) 또는 막다른 상태(impasse)에 놓이게 되며, 이는 자기 정체성(self-identity), 관계, 임상 직장 환경에 대한 성찰을 촉발한다.19,22,23
  • 변혁적 학습 이론을 처음 발전시킨 Mezirow는 이러한 질문의 순간을 ‘방향 상실적 딜레마(disorienting dilemma)’라고 불렀다. 이는 학습자의 준거틀(frames of reference)에 도전하는 정서적 사건이다.24
  • 주니어 의사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취약성변혁적 학습의 기회로 포착하게 해주며, 취약성 경험이 지닌 변혁적 잠재력(transformative potential)을 극대화하여 실무 전환기에 그들의 개인적·전문적 발달을 북돋울 수 있게 한다.

 

주니어 의사의 실무 전환 맥락에서 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 (a) 취약하다고 느끼는 것은 주니어 의사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 (b) 그들이 취약함을 느낄 때 어떤 감정이 발생하는가?
  • (c) 그들은 자신의 취약성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는가?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주니어 의사의 취약성에 반응하는 직무기반 교육 전략(workplace-based educational strategies)을 설계할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이 취약성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변혁적 학습과 개인적·전문적 성장의 기회로 수용하도록 도울 수 있다.


2 | 방법론(Methodology) 

우리는 주니어 의사의 취약성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리치 픽처와 반구조화 면담으로 구성된 자료 코퍼스(data corpus)에 성찰적 귀납적 주제분석(reflexive inductive thematic analysis)을 적용한 횡단적, 관찰적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25–28 리치 픽처는 상황에 대한 시각적 표상이며,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분명한 시작점이나 명확한 정의가 없는 ‘지저분한(messy)’ 경험, 즉 복합적인 상황을 포착하는 데 적합하다.29,30 리치 픽처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행동, 태도를 탐색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참여자 자신도 아직 인식하지 못한 요소들을 담아낼 수 있다.30 리치 픽처를 그리는 행위는 하나의 성찰적 활동(reflective exercise)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 경험에 관련된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스스로 의미화해야 하기 때문이다.31 어떤 상황을 개인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함께 바라보면, 면담자와 피면담자는 그 경험에 대해 매우 강하고 풍부한 상호 이해를 형성할 수 있다.6

2.1 | 연구팀과 성찰성(Research team and reflexivity) 

연구팀은 초급, 중급, 고급 연구자와 남성·여성, 임상 및 비임상 배경의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연구팀은 주니어 의사이자 교육연구자(TSVD), 의학교육과정에서 풍부한 교수 경험을 지닌 선임 교육연구자(ADLC), 보건전문직 교육 분야의 교수이자 수의과대학 학장인 수의사(ADCJ), 수련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프로그램 디렉터 경험이 있는 의학 전문의(MACV), 그리고 HPE 교수로 일하는 의학 전문의(MADCF)로 이루어졌다. TSVD는 자료 수집과 분석 과정 동안 정규 수련과정 비소속 의사(resident-not-in-training)로 일하고 있었다. TSVD는 주니어 의사들과의 근접성 덕분에 그림에 담긴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동시에 주니어 의사들의 생각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특히 자료 수집 과정에서 TSVD는 주니어 의사들의 감정 강도에 압도되었는데, 이 감정들은 그들이 타인에게 이렇게까지 깊이 공유한 적이 없었던 것들이었다. TSVD는 이러한 감정과, 그것이 동료 주니어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성찰일지(reflective journal)를 쓰기 시작했다. ADLC는 언어학 배경을 지닌 질적 연구자이다. 그녀는 거의 10년간 소그룹 교사로 일하며, 의대생들이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충과 취약성을 자유롭게 나누는 성찰 세션을 진행해 왔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ADLC는 자신의 사회언어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취약성 경험에서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의 역할을 성찰하였다. Goffman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청중과 맥락에 따라 특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play a part)’한다.32 ADLC에 따르면, 진정한 취약성(real vulnerability)은 자신이 원하는 인상을 관리하고 달성하기 어려워질 때 발생한다. 그녀는 취약성이 종종 사회적 상황의 기대와 그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고 보았다.

 

  • ADCJ는 수의학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위트레흐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녀는 리더십 역할 속에서 전공의와 같은 취약한 집단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할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자료 분석에서는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성찰적 관찰자(reflective observatory role) 역할을 담당했다.
  • MACV는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며, 직장 기반 환경에서 전공의와 HPE 학생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전문직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과 협업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취약성에 기대어 들어가는 능력이 협업과 권력 차이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MACV는 의학 문화 안에 취약성을 수용하고 그것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특히 초보) 의사라는 존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그는 취약해질 수 있음의 중요성과, 슈퍼바이저가 주니어 의사의 취약성을 이끌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MADCF는 최종학년 의대생과 1–2년차 전공의들의 임상 슈퍼바이저로 15년간 일했으며, 그들과 긴밀하고 종단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실무 전환과 관련된 어려움을 미묘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MADCF는 비판적 교육학(critical pedagogy)에 헌신하고 있으며, 의학교육 문화의 억압적 측면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연구 중 네덜란드 의학교육 체계에 새로 들어온 그는 네덜란드 전공의 선발 체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고, 이 비판적 태도는 자료 수집과 분석에 대한 그의 관여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연구 시작 전, 연구팀은 각자 자신의 업무에서 취약함을 느꼈던 경험을 하나의 리치 픽처로 그리는 세션을 가졌다. 연구팀 구성원들은 스스로 취약성 경험을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했다. 이 모임을 통해 연구팀은 취약성을 역동적 현상(dynamic phenomenon)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취약성 경험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취약성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형성할 수 있고, 자신이 깊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관련하여 느끼는 취약성은 특히 더 감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연구 기간 동안 연구팀은 주니어 의사들에게 자주 연대감을 느꼈으며, 슬픔뿐 아니라 슈퍼비전 맥락과/또는 교육적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분노와 좌절도 공유했다.

2.2 | 연구 맥락(Setting) 

본 연구는 네덜란드에서 수행되었다. 독자가 본 연구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에서 주니어 의사가 초기 경력을 시작하는 방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졸업 후, 새로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은 보통 정규 수련과정 비소속 의사(residents-not-in-training)로 먼저 일하면서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레지던시(training programme)에 지원하기 전 흔히 필요하고 기대되는 업무 경험을 쌓아 자신의 적합성을 보여준다.33 residents-not-in-training은 특정 수련 프로그램에 공식적으로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네덜란드에는 foundation years 제도도 없다. 즉, 대체로 공식적인 학습목표나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내과, 외과, 응급실, 소아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부서에서 임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주니어 의사는 일반적으로 간접 슈퍼비전(indirect supervision) 아래에서 일하며, 낮 시간에는 슈퍼바이저가 병원 내에 있고, 저녁 및 야간 근무 중에는 (대부분의 진료과에서) 집에 있으면서 전화로 연락 가능한 형태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residents-not-in-training은 레지던시에 들어가기 전 평균 3.7년 동안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34

2.3 | 참여자(Participants) 

주니어 의사들은 근무 중인 병원의 의학 수련 사무실을 통한 이메일 또는 연구팀 네트워크를 통해 모집되었다. 참여에 관심이 있는 경우, 추가 정보를 위해 TSVD에게 연락할 수 있었고, 이메일로 연구 설명문을 받았다. 참여 기준은 실무 전환기 초보 의사로서의 경험을 포착하기 위해 최소 6개월, 최대 2년의 근무 경력을 가진 경우였다. 14명의 주니어 의사가 참여했으며, 각각 주니어 의사로 근무하면서 취약함을 느꼈던 한 경험을 그림으로 그렸다. 포함 시점의 근무 경력은 7개월에서 24개월이었고(중앙값 18개월), 그림을 그릴 당시 연령은 25세에서 32세였다. 참여자 14명 중 9명은 여성, 5명은 남성이었다.

 

모든 참여자는 네덜란드에서 교육받았고, 취약성 경험 당시 병원 내 진료과에서 residents-not-in-training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초보 주니어 의사가 병원 내부에서 근무 경험을 시작하기 때문이다.34 우리는 네덜란드의 여러 병원에서 참여자를 모집했으며, 외과계와 비외과계를 포함한 다양한 진료과의 residents-not-in-training을 의도적으로 포함하려고 하였다.

2.4 | 자료 수집(Data collection) 

참여자들은 주니어 의사로 일하면서 취약함을 느꼈던 경험을 리치 픽처로 그리도록 요청받았다. 참여자는 어디에서 그림을 그릴지, 면담은 어디서 진행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면담은 주니어 의사의 자택에서 이루어졌으며, TSVD는 동료 주니어 의사(peer junior doctor)로서 참여자와 상호작용했다. 참여자들은 동일한 그림 지시문을 받았고, A4 흰 종이와 색연필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그림 지시문은 Appendix A 참조). 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 사이에 TSVD는 네덜란드어로 면담을 수행했으며, 반구조화 면담 가이드를 사용하였다. 이 가이드의 개발은 반복적 과정이었다. 반구조화 면담 가이드의 초안은 TSVD가 작성했으며 Brown의 문헌14을 참고하였다. 연구팀이 리치 픽처를 그렸던 회의는 가이드를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는데(예: 취약성 경험의 ‘이후(after)’에 관한 질문 추가), 면담은 먼저 주니어 의사의 취약성에 대한 인식을 묻는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한 뒤, 그림과 그림 뒤에 있는 이야기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고, 이어서 ‘취약성은 당신에게/당신에게 무엇을 하는가?’, ‘당신은 취약성을 어떻게 의미화하는가?’, ‘취약성이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와 같은 명료화 질문을 포함하였다(전체 면담 가이드는 Appendix B 참조). 주니어 의사들은 30분 동안 그림을 그렸고, 면담은 45–75분 지속되었으며, 오디오 녹음 후 축어적으로 전사되었다.

우리는 표본 크기를 결정할 때 정보력(information power) 개념을 활용하였다(Appendix C에 information power의 5가지 차원 설명 제시).35,36

2.5 | 자료 분석(Data analysis) 

우리는 성찰적 주제분석(reflexive thematic analysis)을 적용하였다.28 자료 수집과 분석은 동시에, 그리고 반복적인 순환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전 면담, 리치 픽처, 토론에서 얻은 통찰은 이후 자료 수집과 분석에 영향을 주었고, 연구팀은 연구질문에 의해 이끌리는 의미 형성 과정 속에서 계속해서 자료와 해석을 비교하였다. 면담 전사본은 리치 픽처와 병행하여 분석되었으며, 리치 픽처 분석은 전사본 분석에 정보를 제공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리치 픽처 분석과 면담 전사본 분석을 나누어 설명한다.

2.5.1 | 리치 픽처(Rich pictures) 

각 그림은 연구팀에 의해 3단계로 미학적 분석(aesthetic analysis)되었다(Box 1).

 

  • 1단계와 2단계는 같은 회의에서 이루어졌으며, 한 번의 회의에서 한 장의 그림을 약 60분 동안 토론했다. 각 회의는 오디오 녹음되었다. 연구팀은 개인적·전문적 경험을 바탕으로 각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 경험에 대한 상호 이해에 도달하려고 했다. TSVD는 각 회의의 메모를 남겼다.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은, 주니어 의사들이 그린 경험이 매우 감정적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면담 자체에서 면담자와 참여자가 함께 경험하기도 했고, 연구팀이 그림을 보며 수행한 미학적 분석 과정에서도 느껴졌다. 경험들을 충분히 토론하면서, 주니어 의사들이 경험한 감정에 관한 패턴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을 그림 속에 홀로 묘사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강한 상징(symbolism)이나 은유(metaphors)를 자주 사용했다.
  • 3단계인 갤러리 워크(gallery walk)에서는 모든 리치 픽처를 벽에 동시에 전시하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주니어 의사 1명, 수련 프로그램 디렉터 1명,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아카데미 학장 1명, 리치 픽처 연구 경험이 있는 질적 연구자 1명, 그리고 연구팀 구성원 TSVD, ADCJ, ADLC가 이를 함께 보며 논의하였다. 제시된 리치 픽처를 잠시 조용히 본 뒤, 이 그룹은 그림에서 눈에 띄는 점이 무엇인지, 그림들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어떤 패턴이 보이는지를 이야기했다.30 갤러리 워크는 TSVD가 진행했으며, ADLC와 ADCJ도 집단의 관찰을 더 깊이 탐색하기 위해 탐색 질문(probing questions)을 던졌다. 그룹은 주니어 의사의 불확실성, 외로움, 책임감—즉 주니어 의사가 경험하는 책임감뿐 아니라 슈퍼바이저가 책임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성찰하였다.
  • 마지막 토론에서는 지지(support), 임상 직장에서 감정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그리고 취약성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갤러리 워크는 오디오 녹음되었으며 75분간 진행되었다.

 

2.5.2 | 면담 전사본(Interview transcripts) 

먼저 개방 코딩(open coding)을 수행하여 각 문장 또는 서로 연속된 관련 문장을 요약하였다(예: ‘자신의 기술에 의심을 느낌’, ‘당직 근무 중’). 이후 관련 코드를 보다 넓은 범주의 범주(broader categories)로 통합하는 초점 코딩(focused coding)을 수행하였다(예: ‘자기 인식(perception of self)’, ‘지원(support)’).26 리치 픽처 분석 회의 메모는 서로 다른 범주들 사이의 관계를 더 탐색하는 데 정보를 제공했고, 이후 면담의 초점을 안내했다. 연구팀은 감정의 강도와 지원 부족의 경험에 주목했으며, 이는 취약성 경험의 ‘여파(aftermath)’와 그것이 주니어 의사의 업무 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 면담들에서는 주니어 의사들이 ‘의사 역할’에 대해 가진 기대가 그들의 취약성 감각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드러났고, TSVD는 이후 면담들에서 이를 더 깊이 탐색했다. 연구 회의 동안 연구팀은 떠오르는 구성개념(emerging constructs)에 대해 성찰하고, 자료를 해석했으며(예: ‘취약성은 주니어 의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어떻게 관련되는가?’), 예비 주제(preliminary themes)를 형성해 나갔다. TSVD는 이러한 예비 주제를 더 구체화해 초안을 작성했고, 전체 연구팀이 함께 주제를 검토하고 다듬었다. 자료 분석은 Atlas.ti(version 25.0.1)의 지원을 받았다. 주제가 최종화된 뒤 연구팀은 주니어 의사의 정서 경험을 보여주는 예시로 사용할 리치 픽처를 선택했다. 리치 픽처와 함께 제시된 설명문은 참여자가 면담에서 면담자에게 자신의 그림 뒤 이야기를 들려준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Box 1 | 미학적 분석 설명(Description of aesthetic analysis) 

미학적 분석(Aesthetic analysis)

  1. TSVD(면담자)가 리치 픽처를 MADCF, MACV, ADCJ, ADLC에게 보여준다(서로 다른 세션에서). 그리고 다음 질문을 한다.
    a. 그림을 묘사해줄 수 있는가?
    b. 공간 사용을 묘사해줄 수 있는가?
    c. 색 사용을 묘사해줄 수 있는가?
    d. 다양한 요소를 묘사해줄 수 있는가? (상징, 은유, 감정)
    e. 그림에 대한 전반적 해석을 제시할 수 있는가?
  2. TSVD가 그림 뒤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련 측면을 더 설명하고, 그림을 면담 전사본과 연결한다(예: 전사본의 문장을 읽어주거나, 전사본의 코드를 그림과 연결함).
  3. 갤러리 워크: 이해관계자들이 벽에 전시된 리치 픽처를 보고 이야기한다.

2.6 | 윤리적 고려(Ethical considerations) 

참여는 평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정보는 비밀로 취급된다는 점을 참여자에게 분명히 설명하였다. 연구팀 구성원 중 누군가로부터 직접 슈퍼비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주니어 의사는 참여할 수 없었다. 자료는 분석 전에 가명 처리(pseudonymised)되었다. TSVD는 면담 후 어느 시점에서든 원한다면 면담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니어 의사에게 제공했다. 연구 설명문에는, 불만이 있거나 연구와 무관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경우 연락할 수 있는 독립 자문자(independent advisor)의 연락처가 명시되어 있었다. 윤리 승인은 네덜란드 의학교육협회(Netherlands Association of Medical Education, NVMO, file #2023.6.3)로부터 획득하였다.


3 | 결과(Results) 

주니어 의사들은 주니어 의사로 일하면서 취약함을 느꼈던 매우 다양한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 묘사된 경험 당시, 이들은 중환자실(3명), 외과(5명), 호흡기내과(1명), 내과(3명), 신경과(1명), 응급의학과(1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14개의 경험 중 12개는 저녁 또는 야간 근무 중 발생했으며, 이때 주니어 의사들은 병원 현장 내 직접적인 슈퍼비전 없이 중증 환자를 관리하고 있었다. 경험의 대부분은 주니어 의사로 일하기 시작한 후 첫 6개월 이내에 발생했다.

 

우리는 세 가지 주제를 확인했다.

 

  • (i) 취약성 개념화(conceptualising vulnerability), (ii) 취약함을 느낌(feeling vulnerable), (iii) 취약성 처리(processing vulnerability).
  • 첫 번째 주제는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성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 탐색한다.
  • 두 번째 주제에서는 그들이 취약함을 느낄 때 경험하는 감정을, 특히 실무 전환과 밀접하게 관련된 방식으로 다룬다.
  • 세 번째 주제에서는 주니어 의사들이 자신의 취약성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3.1 | 취약성 개념화(Conceptualising vulnerability) 

자신이 상상했고 또 되고자 했던 의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흔히 취약성 경험의 토대가 되었다.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의 기대뿐 아니라 타인이 자신에게 가질 것이라고 지각한 기대(perceived expectations)에 부응해야 한다고 느끼며 취약해졌다. 여기서 ‘타인’은 주로 슈퍼바이저를 의미했지만, 간호사, 동료, 환자도 포함되었다. 주니어 의사들은 의사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확신을 가지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이 역할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경험이 없다고 느꼈고, 자신감과 자기 신뢰가 부족했으며, 새로운 직장에서 자신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자신이 지각하는 의사 역할(perceived doctors' role)에 부응하지 못한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느꼈고, 종종 무능하다고 판단받을까 두려워하며 수치심을 경험했다. 취약성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주니어 의사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Box 2).

 

모든 취약성 경험을 관통하는 공통의 실은 외로움(loneliness)이었다. 그리고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의 경험 부족을 보완해 줄 지원(support) 또는 안전망(safety net)이 없을 때 특히 더 취약하다고 느꼈다(Figure 1).

Box 2 | 참여자(P)가 말한 취약성 인식의 예시 인용문 

취약성이란…

 

  • … 외로움이다. 내가 하는 일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이다(P1).
  •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하는데, 그들이 내 곁에 없을 때이다(P2).
  • 개인적인 것, 혹은 잘못되었거나 잘 되어가지 않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것이다(P3).
  • 진짜 내 모습을 잘 드러낼 수 없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P4).
  • 내 안의 감정에 대해 열려 있고,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럴 용기도 내는 것이다(P5).
  •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P6).
  • 내 능력의 끝에 다다르는 순간이다(P7).
  • 어떤 상황에서 특정한 것이 나에게 기대되지만, 내가 그것을 해낼 수 없을 때이다(P8).
  •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P9).
  • 내 감정에 대해 말하고,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사람들이 정말 알게 하는 것이다(P10).
  • …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도구가 부족하거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부족한 것이다…(P11).
  •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데… 동시에 때로는 무엇이 기대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P12).
  • 내가 갖고 싶어 하는 수준에 비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P13).
  •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한 완전한 안전망이 없다는 느낌이다(P14).

 

[그림 1 설명] 

 

  • 가명 Anna(A, 오른쪽 위 상자)는 야간 당직 중이며, 벽에 등을 댄 채 그려져 있다. 그녀는 피를 토하는 환자에게 호출되었다. 두 명의 간호사(B)가 환자 양옆에 서 있다. Anna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며, 환자가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말풍선에는 ‘HELP!’라고 적혀 있다. Anna는 병원 교환을 통해 슈퍼바이저에게 전화하지만, 연결이 너무 오래 걸리자 집에 있는 슈퍼바이저(C)를 기다리는 대신 중환자의료팀을 호출한다. 중환자의료팀(D)은 환자 쪽으로 뛰어오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환자는 이미 사망해 있었다. Anna는 병원의 다른 방들도 그림에 넣었는데, 어떤 방은 환자들이 자고 있어 어둡고, 어떤 방은 간호사가 수액 알람을 확인하려는 듯 불이 켜져 있다. 이는 병원의 나머지 부분은 이 사건으로 인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즉 ‘당직은 계속 흘러갔다(the shift moved on)’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면담에서 Anna는 슈퍼바이저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시스템이 자신 위를 돌아가고 있다(system to be running on her)’고 인식했는데, 이는 환자 진료가 자신의 책임이며, 그림 속 상황처럼 급성 상황의 중증 환자 앞에서는 자신이 초기 평가와 처치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의사로 일한 지 겨우 6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다. Anna는 경험 부족과 지원 부족이 결합된 상태가 자신에게는 취약성의 궁극적 감각이었다고 설명했다.

 

 

3.2 | 취약함을 느낌(Feeling vulnerable) 

모든 주니어 의사들은 의사라는 새로운 역할 속에서 압도당한다(feeling overwhelmed)고 느낄 때 취약함을 경험했다고 기술했다. 특히 불확실성(what will happen?; will I be able to handle it?)무력감(not knowing what to do, lacking the needed support)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감정은 지원이 없을 경우, 특히 환자 진료에 대한 책임감 속에서 주니어 의사가 외로움을 느끼는 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3.2.1 | 압도됨: 압박을 느끼고, 공간이 부족함 (Overwhelmed: Feeling pressured, lacking space)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이 다양한 업무를 관리하고, 예리한 임상적 판단(sharp clinical decisions)을 내려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당직 중에는 새로운 책임을 짊어지고, 제한된 근무 경험을 가진 채, 여러 과업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으며, 간호사·슈퍼바이저·환자 및 가족과의 관계를 조율해야 했다. 주니어 의사들은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처리할 시간(time)이나 공간(space)이 없고, 타인이 행동을 재촉하는 압박을 느낄 때 취약함을 경험했다. 이는 다음 리치 픽처(Figure 2)와 인용문이 잘 보여준다.

“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건,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이걸 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걸 원하죠. 그러면 저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 휩쓸려 들어가고, 그러면 제가 원래 하고 싶은 일, 어떤 과업을 생각해보는 일, 혹은 어떤 환자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 모두가 제가 당장 해야 할 무언가를 요구하는데, 저는 사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더 필요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제가 아는 건지조차 모르겠어요. … 제가 취약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제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기 때문이에요. 저에게 많은 것이 요구되고, 저는 그게 취약하게 느껴져요.” (P1)

 

주니어 의사들이 경험한 공간 부족은 ‘정신적(mental)’ 공간 부족이기도 했고, 동시에 ‘물리적(physical)’ 공간 부족이기도 했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느낌이 있었고, 타인의 압박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장소를 찾거나 만들어낼 수 없었다.

“네, 저는 좀 길을 잃은 느낌이었고 제 공간이 없었어요. 제 생각엔, 잠깐 혼자 있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숨을 고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이요. 왜냐하면 그곳은 병동이었고, 가족도 있었거든요. 잠깐 자리를 뜰 수조차 없는 그런 큰 병동이었어요. … 네, 당신은 책임 있는 의사예요. 자리를 떠날 수 없어요.” (P7)

3.2.2 | 불확실함: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Uncertain: What will happen? Will I be able to handle it?)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의 역량에 대해 불안정함을 느꼈고, 특정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예상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불확실성(예: 응급상황에 직면함)과, 예기치 못한 상황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결합되면서 주니어 의사들은 매우 취약해졌다. 경험이 적은 만큼, 이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 예를 들어, 중증 환자를 잘못 판단하는 것(아픈 환자를 보고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실제로는 악화되어 사망할 수 있는 경우)이나, 중증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할 만큼 충분한 의학적 지식/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때때로는 당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 놓이거나, 어떤 일이 특정한 방식으로 흘러가기도 해요. 그러면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제발 일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그래서 내내 이런 예감이 있는 거예요. 좋아, 일이 이렇게만 가면 내가 할 수 있어.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제가 뭘 해야 할지 더는 모르겠어요.” (P11)

 

대부분의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이 의학적 결정에서 확신 있고 자신감 있어 보여야 한다는 가정에 몰아붙여진다고 느꼈다. 그들은 자신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있고 유능하다는 것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입증해야 한다는 필요를 경험했다. 피드백과 안심(reassurance)은 주니어 의사의 자신감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나 확인 없이 혼자 남겨질 경우, 그들의 불안정감은 강한 자기 의심(self-doubt)으로 바뀔 수 있었고, 이는 자신의 의학적 기술/지식뿐 아니라 팀 내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이게 의사의 역할인가? 나는 여기에 적합한가?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긴 하나? 말하자면, 네, 자기 자신 전체를 의심하게 되는 거죠.” (P5)

3.2.3 | 무력함: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지원이 부족함 (Powerless: Not knowing what to do, lacking support) 

주니어 의사들이 자신의 능력의 끝에 다다랐다고 느끼는 상황—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매우 취약해졌다. 대부분의 주니어 의사들은 특히 자신이 임상적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상황(예: 환자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일정한 무력감을 경험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는, 흔히 절망감(despair)이 뒤따랐다.

“모든 경고등이 다 울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간호사들이 저를 보면서 말했죠. [이름], 우리 어떻게 할까요? 그런데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저, 도와줘, 나는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이거였어요. 저는 의사로 일한 지 겨우 반년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 하고 있었어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더 떨어지는 걸 봤고요. 실제로 그 환자가 제 눈앞에서 질식하는 걸 봤어요. 그리고 저는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더 모르겠더라고요.” (P14)

 

주니어 의사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선임 의사(senior physicians)가 상황을 대신 맡아주거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를 필요로 했다. 그렇게 해야 다시 상황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인용문이 보여주듯, 부정적인 임상 결과 앞에서 주니어 의사들은 훨씬 더 경험 많은 슈퍼바이저가 상황을 함께 되짚어보고(debrief) 결국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확인해주기를 원했다.

“저는 슈퍼바이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그분은 퉁명스럽게 ‘나 자고 있어’라고 말했죠. 그래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 순간 제가 정말 필요했던 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듣는 것이었고, 어쩌면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말도 필요했어요….” (P8)

 

주니어 의사들이 무력감과 지지 부족을 동시에 경험할 때, 그 밑바닥에는 슈퍼바이저에게 배신당했다는 느낌(being betrayed by their supervisor)이 깔려 있는 듯했다. 이는 다음 리치 픽처(Figure 3)와 인용문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주니어 의사들은 간호사들로부터는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지 임상적 결정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예: 간호사가 진단을 확인해주거나 중증 환자 처치를 지지해주는 경우), 취약성 경험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주는 정서적 지원도 포함했다.

“그러니까, 도착한 도움은 안타깝게도 전혀 다른 형태였어요. 그러니까, 그 도움[즉 슈퍼바이저]은 주로 [처방 약물의 용량]에 대해 매우 화를 냈어요. 그런데 바로 그 도움은 조금 전에는 그 [처방 약물의 용량]이 괜찮다고 했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순간 당신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거고, 말하자면 혼자 남겨진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환자 진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롤모델로 올려다보는 사람이 가족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앞에서 말 그대로 폭발적인 말들[불꽃놀이]과 함께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순간 저는 정말 취약하다고 느꼈어요.” (P13)

3.2.4 | 외로움: 책임을 짊어지고, 평가받는다고 느낌 (Lonely: Bearing responsibility, feeling judged) 

주니어 의사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슈퍼바이저나 다른 보건의료전문직 구성원들로부터 받지 못할 때, 그들은 외로움을 느꼈다. 특히 책임감(responsibility) 속에서 외로움을 강하게 느꼈다. 여기에는 좋은 환자 진료를 제공해야 할 책임, 좋은 임상적 결과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포함되었다. 주니어 의사들은 특히 저녁이나 야간 근무 중 가장 큰 책임감외로움을 느꼈는데, 이때는 동료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슈퍼바이저가 병원에 물리적으로 उपस्थि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녁 또는 야간 당직을 묘사한 대부분의 리치 픽처에서 슈퍼바이저는 멀리 떨어진 집 어딘가에 그려져 있었고, 전화로만 연락 가능한 존재로 나타났다(그림 1, 2 참조). 한 주니어 의사는 환자 진료에 대한 책임감슈퍼바이저의 물리적 존재(physical presence)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환자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 그리고 환자가 죽으면 그게 제 책임이라는 느낌이요. 만약 제 슈퍼바이저가 병원에 있었다면 그건 달랐을 거예요. 물론 그때도 저는 아주 큰 책임감을 느꼈겠지만, 적어도 슈퍼바이저도 거기 있었겠죠. 그러니까 환자가 죽더라도, 더 경험 많은 슈퍼바이저가 함께 있었던 거니까 그게 오직 제 잘못은 아니게 되잖아요. … 슈퍼바이저가 거기 있다는 건, 물론 함께 하고 있다는 뜻이죠. 당신은 팀이고, 그래서 환자가 죽는 건 공동의 책임(shared blame)이 되는 거예요. 물론 저는 그 책임이 나보다는 슈퍼바이저 쪽이 더 크다고 느끼긴 하지만요.” (P2)

 

슈퍼바이저나 팀이 책임을 함께 지지 않을 때, 주니어 의사들은 나쁜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물을 대상이며, 비난받을 존재라고 느꼈다. 원하지 않았거나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한 뒤, 주니어 의사들은 스스로를 판단했고, 수치심과 때로는 죄책감(guilt)을 느꼈다. 이런 감정 속에서 그들은 특히 외로움을 느꼈는데, 그 감정을 동료와 논의했다가 누군가가 잘못된 반응을 보여 ‘너는 정말 의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식의 확인을 해줄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저는 아마 [다른 주니어 의사로부터] ‘어? 난 그런 거 안 느끼는데’, 또는 ‘왜? 너 뭘 해야 할지 몰라? 너 의사잖아. 이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말을 듣게 되는 게 힘들고, 또 좀 맞닥뜨리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P7)

 

오직 집에 돌아갔을 때, 가까운 친구나 배우자, 가족 앞에서만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의 진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림 2 설명]

  • 가명 Joyce(A)는 야간 근무 중이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도착하자 응급실(ER, 네덜란드어 약어 ‘SEH’)로 호출된다(B, 한쪽 마비가 있는 환자로 묘사됨). Joyce는 환자를 곧바로 CT(computed tomography)로 보내려는 응급실 간호사들(C)로부터 압박을 느꼈다. 이는 그림 속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화살촉으로 표현되어 있다. 간호사들은 서로 매우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blablabla’), 오른쪽 위에는 환자가 도착 후 ‘2분 내’ 촬영되어야 한다는 프로토콜이 적혀 있다. 또한 그들은 혈압을 낮추는 약(주사기로 표현됨)을 투여할 준비도 되어 있었고, Joyce에게 용량을 물었다. 하지만 Joyce는 그 약이 정말 필요한지조차 아직 확신이 없었다. 그림 속 여러 개의 물음표(??)는 그녀에게 던져진 질문들을 나타낸다. Joyce가 빠르게 행동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화살촉들로 표현되었다. 동시에 그녀는 병동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었고, 병동 간호사들이 자신을 호출할 수도 있었다(D, 침대에 누운 환자들과 그 곁의 간호사들로 묘사됨). Joyce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계속 말하면서 자신이 ‘휘말려 간다(carried away)’고 느꼈다고 설명했고, 그래서 자신을 파도에 떠밀려가는 배 위에 그렸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신발 밖으로 밀어낸다(pushing her out of her shoes)’고 느꼈고, 슈퍼바이저에게 전화하기 전에 먼저 환자를 직접 평가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취약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Joyce의 슈퍼바이저(E)는 집에 있으며 전화로만 연락 가능하다.

[그림 3 설명]

  • 가명 Max(A)는 간질 발작이 있는 환자(침대에 누워 있음)에게 약을 처방했다. Max는 자신이 당시 가지고 있던 경험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맞닥뜨렸다. 투여한 약의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로 인해, 환자가 숨을 멈춘 것이다. Max는 환자의 기도를 유지하고 호흡을 돕고 있다. 약을 투여하기 전, Max는 정확한 용량(‘5’)을 투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프로토콜(오른쪽 아래 말풍선)을 확인했고, 슈퍼바이저와 전화 통화를 통해서도 이를 다시 확인했다(빨간 전화기가 그려진 말풍선). 그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충격받은 모습으로 그렸고, 동시에 뺨에 색을 칠해 자신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수치심(shame)을 표현했다. 다른 말풍선에는 ‘Help?!’와 ‘Can I do this?’가 적혀 있는데, 후자는 그 상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혹은 충분히 숙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Max의 의문을 나타낸다. 기도를 확보한 뒤 그는 슈퍼바이저(B)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슈퍼바이저는 ‘불꽃(firework)’과 함께 들어온다. 이는 ‘WHAT! 5?’라는 글자 주변의 주황색과 파란색으로 표현되었으며, 슈퍼바이저가 약물 용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이다. 슈퍼바이저의 표정은 화가 난 모습이다. 가족(C)은 입을 벌린 채,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이 전체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침대 아래의 어두운 공간은 Max가 ‘바닥이 꺼지는 듯한(feet giving way beneath him)’ 느낌을 받은 것을 의미한다. 그는 분명히 모든 것을 제대로 하려고 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다르게 전개되었다.

3.3 | 취약성 처리(Processing vulnerability) 

취약성 경험 중에는 주니어 의사들이 무력감을 느꼈고, 그 직후에는 업무가 계속되어야 했기 때문에 종종 자신의 취약성 경험에서 떨어져 나오려고(detach) 했다. 취약성은 주니어 의사들이 자신의 감정과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에 얼마나 관여하느냐에 따라, 학습을 방해할 수도 있고 학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근무 경험이 더 쌓이면서,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을 이해하고 의미화할 여유(room)가 더 많아졌다고 표현했고, 취약성을 덜 강한 강도로 경험하게 되었다.

3.3.1 | 분리와 무감각화 (Detaching and numbing) 

취약한 상황 직후, 대부분의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이 지치고 정서적으로 소진되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처리할 여유는 거의 없었다. 주니어 의사들은 교대 근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일해야 했고, 대개 그 뒤로 또 다른 근무가 곧바로 이어졌다. 일을 계속하기 위해, 이들은 종종 그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냈다(detached)’. 자신의 정서 상태를 묘사할 때 ‘무감각해진(numbed)’, ‘비어 있는(empty)’, 심지어 ‘로봇(robot)’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이러한 분리는 대개 일시적인 대처기제(temporary coping mechanism)였고, 주니어 의사들은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감정의 온전한 강도를 경험했다.

“… 그런 야간 당직을 마치고 나면 정서적으로 완전히 소진돼요. 그래서 네, 저는 그냥 ‘블라블라블라’ 상태가 되는 거죠. 마치 [의무 인계 문서]를 자동조종장치(automatic pilot)로 읽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뭐라고 말해도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냥 뭔가를 읽고 있는 로봇 같은 상태였죠.” (P8)

3.3.2 | 학습과 성찰 (Learning and reflecting) 

취약성 경험 이후,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의 감정을 의미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타인에게 표현할 말을 찾기도 어려웠으며, 특정 상황에서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취약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는, 그 상황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힘들었다.

“… 취약하다고 느끼는 상황 속에 있고, 모든 일이 내가 바랐던 것과 다르게 흘러갈 때, 바로 그 순간에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내가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를 배울 수 없어요. 당신은 그 상황 자체와, 무력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어떤 무력감 같은 것 말이에요. 그리고 그 감정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요.” (P13)

 

상황이 지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대부분의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함을 느낀 경험이 성찰의 계기(give cause to reflection)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찰은 대개 주니어 의사 자신의 행동과 처치에 초점이 있었고, 자신이 의료 상황을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더 집중되어 있었으며, 감정 조절 전략(emotion regulation strategies)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초점을 두었다. 원래부터 성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미 자신의 감정을 처리할 기제를 어느 정도 विकसित해 둔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 경험을 더 잘 반추하고 의미화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주니어 의사는 성찰일지를 쓰고 있었는데, 이것이 초보 의사로서의 경험을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 저는 일하면서 아직도 배우고 있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상황들[당직 중 중증 환자]은 취약한 상황이긴 하지만, 정말 많은 정보를 줘요. 거기서 뭔가를 얻어갈 수 있거든요. 의학적 내용 측면에서도 그렇고, 당신 자신이 어떤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측면에서도요.” (P6)

3.3.3 | 정상화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Normalising and moving on)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 경험 이후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들은 보통 근무 후 동료들과 그 상황의 의학적 내용과 맥락을 논의했으며, 주니어 의사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상호 이해(mutual understanding) 속에서 지지를 경험했다. 그들은 취약성이 이 일의 일부라고 이해하는 듯했고, 취약함을 느끼는 일을 정상화(normalising)했다. 주니어 의사들은 종종 ‘원래 그런 거예요(that is just the way it is)’, ‘매일 일어나는 일이에요(it happens every day)’와 같은 말을 사용했다. 자신이 취약함을 느꼈고 슈퍼바이저의 지원도 부족했던 상황에서조차, 그들은 그 일을 이후에 슈퍼바이저와 다시 논의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그 상황을 뒤에 남겨두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준비도 안 된 어려운 상황에 던져지게 되고, 그건 말 그대로 헤엄치든 가라앉든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가라앉게 되면, 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 이 일의 일부예요. 당신은 꽤 무력하게 느끼고, 그리고 당신은… 한동안은 정말 그냥 버텨내려고 최선을 다해야 해요.” (P6)

“네, 제 생각엔 그 [취약성 경험]이 누구에게나 가끔은 일어나는 일이고, 어쩌면 그냥 이 일의 일부인 것 같아요. … 당신도 사실 그런 걸 겪어본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아, 이건 원래 이런 일에 따라오는 거구나(comes with the territory)’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P11)

 

여러 번의 취약성 경험을 겪고 난 뒤,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이 예전만큼 기습당하는 느낌(caught off-guard)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느꼈던 감정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고, 감정 자체의 강도도 줄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가장 감정적이고 심지어 외상적(traumatic)이었던 취약성 경험조차 점차 흐려지는 듯했다. 그러나 리치 픽처를 그리고 면담에서 그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일부 주니어 의사들은 그 감정을 다시 체험하게 되었다. 그 감정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분노(anger), 좌절(frustration), 슬픔(sadness)이었다. 분노와 좌절은 슈퍼바이저로부터 지원받지 못했다는 느낌, 혹은 애초에 자신이 그런 취약성을 경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슬픔은 취약성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 깨닫는 순간 떠올랐고, 이는 잠시 그 취약성 경험을 다시 사는(reliving) 형태로 나타났다.

3.3.4 | 용서하고 이해하기 (Forgiving and understanding) 

대부분의 주니어 의사들은 시간이 지나며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는 듯했다.

  • 실수(making mistakes)도 이 일의 일부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 둘째,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은 감정을 조절하기가 쉬워졌고, 결과적으로 동료나 슈퍼바이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더 쉬워졌다. 이는 그들을 감정 속에서 덜 고립되게 만들었다.
  • 셋째,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일부 주니어 의사들은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고,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점을 배웠다. 그들은 자신이 슈퍼바이저에게서 어떤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지를 더 명확하게 말하게 되었다. 자신의 욕구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은 슈퍼바이저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했고, 자신이 들리고 보이도록(space to make themselves be heard and seen) 할 공간을 스스로 확보했다.
  • 넷째, 대다수의 주니어 의사들은 점차 불확실성(uncertainty)이 이 일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주니어 의사의 통제 욕구(need for control)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추진력이 있고, 모든 것이 잘되도록 늘 경계하고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내가 하는 일이 어차피 위험이 전혀 없는 일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죠. 그러면 무언가가 갑자기 당신을 덮쳤을 때도 그걸 더 쉽게 다룰 수 있게 돼요.” (P13)

4 | 논의(Discussion) 

이 연구는 실무 전환 맥락에서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함을 느낄 때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를 탐구한 첫 번째 연구이다.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을 하나의 복합적 정서 반응(complex emotional reaction)으로 경험했다. 즉, 압도됨, 불확실함, 무력함, 외로움이었다. 이러한 정동 상태(affective states)는 실무 전환기에 있는 주니어 의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것이며, 본 연구는 이제 이 감정들을 주니어 의사가 느끼는 취약성과 직접 연결한다.1,2,4,6,11,37,38 우리의 연구는 취약성 경험이 감정적으로 격렬하고 잠재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이 불가피하며 동시에 변혁적 학습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변혁적 학습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주니어 의사에게 시간(time), 공간(space), 안전(safety), 그리고 열린 대화(open dialogue)가 필요하다.

 

취약성 경험은 주니어 의사의 자기개념(self-concept)에 도전하고, 의사라는 역할에 대해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정에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는 내가 되어야 하는 의사인가? 나는 내게 기대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가? 취약성 경험과 연결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의미화하고, 표현함으로써,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 경험을 ‘방향 상실적 딜레마(disorienting dilemma)’로 삼아 변혁적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한 딜레마를 성찰하는 과정에서, 주니어 의사들은 다양한 관점과 신념을 탐색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자신의 자기 개념이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다.20,22,23,39 이 변형 과정에는 지도(guidance)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성 속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심지어 감정이 무뎌진(numbed) 상태에 머물게 되면, 취약성은 (사회적) 연결의 상실과 학습으로부터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40 그러나 주니어 의사들이 자신의 감정과 실제로 접촉할 때, 취약성 경험은 성찰과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취약성과 수치심(shame)에 관한 기존 연구와도 상응한다.13,14,41

 

따라서 슈퍼바이저와 주니어 의사가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성찰하며, 감정에 대해 열린 대화를 나눈다면, 그들은 혼란을 주는 경험(disorienting experiences)을 변혁적 학습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21,42 이를 위해 교육자들은 학습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며, 감정이 학습자의 사고, 성찰, 그리고 복합적 상황에의 관여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민감하게 읽어내야 한다.43 다음 절들에서는 학습에서 감정의 역할을 논의하고, 취약성 경험이 어떻게 변혁적 학습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성찰한다.

4.1 | 감정을 수용하기: 슈퍼바이저와 교수진 (Embracing emotions: Supervisor and faculty) 

변혁적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교수진은 감정(emotion)성찰(reflection)의 역할이 슈퍼비전 만남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이러한 신념이 현재와 미래의 실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23,40,44 놀랍게도, 감정 조절비판적 성찰은 임상 학습 환경(clinical learning environment)에서 핵심 기술로 거의 강조되지 않으며40, 개인적·전문적 발달과 관련해서도 감정의 역할은 종종 간과된다.45 슈퍼비전에서 임상 과업에 대한 초점은 대개 학습자의 ‘인지적(cognitive)’ 경험에 맞춰져 있다. 슈퍼비전 과정에서 감정이 무시될 때, 슈퍼바이저는 임상 실천에 여전히 지배적인 정서적 분리(emotional detachment)의 문화를 재생산하게 된다.19,40,44,46,47

 

그러나 감정은 임상 과업의 내재적 인지부하(intrinsic cognitive load)의 필수적인 일부이다.48 그림 1의 Anna가 피를 토하는 환자에게 호출되었던 상황을 떠올려 보자. 그때 그녀가 경험한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일에 본질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의사는 날마다 감정과 마주한다.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환자, 가족, 그리고 (주니어) 동료의 감정과도 마주한다.44,48,49 신경과학자 Immordino-Yang의 연구가 보여주듯, 감정과 인지(emotion and cognition)는 서로 분리된 실체가 아니다. 둘 다 사고(thinking), 추론(reasoning), 학습(learning)의 일부이다.50,51 감정은 우리가 자기 자신, 타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43,51 우리는 경험을 성찰함으로써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지, 정서 반응을 어떻게 이해할지, 그리고 그 정서 반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배운다.43 예를 들어, 환자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환자가 악화될 때 죄책감(guilt)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주니어 의사가 그 죄책감을 안전한 공간에서 나누고 성찰할 수 있다면, 임상 진료에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정서적 경로를 구성할 수 있고, 최신 의학 지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자기연민(self-compassion)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성찰이 없다면, 죄책감은 회피(avoidance)로 변하여 정서적 분리와 단절을 낳을 수 있다.

 

주니어 의사가 자신의 감정을 논의하고 성찰할 필요를 무시하는 것은, 그들과 슈퍼바이저 사이의 연결을 막는 장벽을 만들어낸다. 주니어 의사와 슈퍼바이저 사이에는 개방적이고 지지적인 대화(open and supportive dialogue)가 필요하다. 그래야 주니어 의사들이 대안적 신념과 가정을 탐색하면서 변혁적 학습을 위한 비계(scaffolding)를 경험할 수 있다.19,20 여기서 핵심은 상호성(mutuality)이다. 슈퍼바이저가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이는 주니어 의사가 자신의 취약성도 더 기꺼이 공유하도록 만들며, 연결과 신뢰에 기반한 슈퍼바이저–학습자 관계를 촉진한다.12,13,52–55 또한 이러한 행동은 취약성을 표현하는 것과 신뢰성(credibility)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슈퍼바이저가 이러한 ‘지적 솔직함(intellectual candour)’을 모델링함으로써, 학습은 평생 지속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며, 감정과 오류 가능성(fallability)을 인정하는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12

4.2 | 감정에 참여하기: 주니어 의사 (Engaging with emotions: Junior doctors) 

만약 감정을 수용하는 일이 슈퍼비전 만남의 명시적 일부가 된다면,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그것을 의미화하며, 정서적 성장을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을 수용하기 위해, 주니어 의사와 교수진은 감정 조절(emotion regulation)의 기제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그 감정을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어휘(vocabulary)도 필요할 수 있다.56,57 감정 조절 전략은 정서적 경험의 이전(before), 동안(during), 이후(after)에 주니어 의사를 준비시키기 위해 가르칠 수 있다.56,58,59 동시에 우리는 의학교육과정 역시 감정 조절과 정서 발달을 학습목표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미래의 의사들이 감정의 민감하고 비언어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자기 자신·환자·동료와 연결되는 능력과 이해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44,60

 

감정 조절에 대한 이해감정을 표현하는 어휘의 습득 외에도, 직장에서 감정을 성찰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time and space)이 필요하다.61 특히 취약성을 경험한 직후, 주니어 의사들은 속도를 늦추고 성찰과 성장의 기회(opportunity for reflection and growth)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62 예를 들어 근무 종료 시점에 마련된, 촉진된(facilitated) 그리고 계획된(planned) 직장 내 순간주니어 의사가 감정을 단지 배출(vent)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취약성 경험에 건설적으로 관여하는 법(constructively engage)을 배우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13,63,64 성찰은 안전한 공간(safe space)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준비된 촉진자(facilitator)가 필요하다. 그 촉진자는 슈퍼바이징 멘토일 수도 있고, 동료나 간호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가 신뢰와 상호성에 기반한 관계 위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65 이러한 성찰의 순간에는, 감정을 억누르는 주니어 의사나 부정적 사고의 순환(emotional rumination) 속에 갇힌 주니어 의사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을 수 있으며, 학습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58

4.3 | 향후 방향과 한계 (Future directions and limitations) 

이 연구는 네덜란드의 보건의료 맥락에서 수행되었으며, 네덜란드는 대학원 이후 수련(post-graduate training)의 설계 방식에서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가 면담한 의사들은 모두 병원 내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면담한 초보 의사들의 경험은 다른 국가와 환경의 초보 의사들이 경험하는 바와도 상응한다고 본다.1,2,6,13,38,55,66,67 면담은 네덜란드어로 진행되었고, 인용문은 영어로 번역되었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어떤 뉘앙스가 손실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네덜란드어와 영어 모두에 능통한 원어민의 도움을 받아 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우리는 본 연구의 면담 환경을 하나의 강점으로 본다. 참여자들은 어디에서 면담받고 싶은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대부분의 면담이 주니어 의사들의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그들은 자택을 취약성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겼다. 또한 TSVD가 동료 주니어 의사(peer-junior doctor)로서 면담했다는 점도 안전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녀의 네트워크가 주니어 의사 모집에 도움을 준 반면, 이는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을 야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는 탐색적 연구(explorative study)였다. 우리는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함을 느낄 때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취약성 경험을 둘러싼 맥락(context) 자체를 일차적 초점으로 삼지는 않았다. 많은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을 경험하는 것이 초보 의사라는 존재의 일부라고 표현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취약성 경험을 정상화했다. 우리는 주니어 의사들이 취약성 경험이 발생한 맥락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념 속에서 일종의 체념(resignation)을 느꼈다. 이는 의학 전문직 문화가 ‘바꿀 수 없는 것(unchangeable)’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었다.46 Frenk 등은 변혁적 학습의 목적을 ‘깨우침을 지닌 변화 주체들(enlightened change-agents)’의 양성으로 설명한 바 있다. 즉, 보건의료 체계의 (전 지구적)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전문직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다.68 취약성은 주니어 의사들이 자신의 역할, 타인의 역할, 그리고 의료전문직 전반을 바라보는 방식을 뒤흔들 수 있는 불꽃(spark)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불꽃은 residents-not-in-training으로서의 자신의 상황을 바꾸는 데 필요한 점화(ignition)로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를 통해 더 비판적인 연구 설계를 요구하는 새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주니어 의사들은 자신이 취약함을 느끼는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왜 그들은 자신의 취약성 경험의 맥락을 바꿀 수 없다고 느끼는가?


5 | 결론(Conclusions) 

주니어 의사들은 취약성을 압도됨, 불확실함, 무력함, 외로움으로 경험했다. 이러한 정동 상태는 실무 전환기에 있는 주니어 의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것이며, 본 연구는 이제 이 감정들을 주니어 의사가 느끼는 취약성과 직접 연결한다. 우리의 연구는 취약성 경험이 정서적으로 강렬하고 잠재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이 불가피하며 동시에 변혁적 학습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감정은 변혁적 학습의 기회를 식별하기 위해 모니터링될 수 있다. 취약성 경험과 연결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의미화하고, 표현함으로써, 주니어 의사들은 서로 다른 관점이나 신념을 이해하게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자기 개념이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지도가 필수적이다. 감정을 수용하고 비판적 성찰에 참여하는 일은 임상 슈퍼비전의 명시적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변혁적 학습은 촉진될 수 있으며, 이는 주니어 의사의 개인적·전문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연결까지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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