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과학(Implementation Science)의 필요성

Implementation science임상 연구(clinical research)많은 공통점을 가지며, 엄격한 접근 방식 또한 공유한다. 그러나 이 두 영역은 명확히 구분되는 점이 있는데, Implementation science는 임상 혁신의 효과뿐 아니라, 근거 기반 임상 혁신(evidence-based clinical innovations)의 수용을 방해하거나 촉진하는 요인들까지 식별하고 해결하는 데에도 주목한다는 점이다. 이 장 전반에 걸쳐 ‘혁신(innovation)’이라는 용어는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것이 새로운 임상 중재(new clinical intervention)일 수 있으며, 공중보건 환경에서는 예방 프로그램일 수 있고, 지역사회 환경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될 수 있다.

 

Implementation science의 필요성은 미국 재향군인부(US Department of Veteran Affairs) 내에서 협력적 만성질환 관리모델(Collaborative Chronic Care Model, CCM)을 실행한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Box 3.1 참조).


Box 3.1

모든 평가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연구는 성공적인 연구 노력으로 간주되었다. 우리는 미국 재향군인부(USVA)의 11개 기관에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clinical trial)을 수행하였고, 여기서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에 대해 기존 치료(treatment as usual)와 협력적 만성질환 관리모델(CCM)을 비교하였다 (Bauer et al., 2006a). 3년에 걸친 추적 관찰 결과, CCM은 기분 에피소드(weeks in mood episode), 정신 건강 관련 삶의 질(mental health quality of life), 사회적 역할 기능(social role function), 진료 만족도(satisfaction with care) 등에서 유의미한 긍정적 효과를 보였으며, 보건의료 시스템에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Bauer et al., 2006b).

 

이와 병행하여, 워싱턴주의 Group Health Cooperative of Puget Sound(현재의 Kaiser Permanente)에서 2년에 걸쳐 4개 기관에서 수행된 또 다른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도, 양극성 장애를 위한 CCM이 기존 치료에 비해 유사한 긍정적 결과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나타냈다 (Simon et al., 2006).

 

두 연구는 모두 같은 해에 정신의학 분야의 주류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며, 정신건강 연구자, 임상의, 행정가들 사이에서 읽히고 존중받는 저널이었다. 이후 미국 재향군인부(USVA)와 캐나다의 국가 임상진료지침(nation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s)에서는 양극성 장애를 위한 CCM을 권장하기 시작했으며, 이 모델은 미국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청(SAMHSA)의 ‘근거 기반 프로그램 및 실천의 국가 등록부(National Registry of Evidence-Based Programs and Practices)’에도 등재되었다.

 

이처럼 유익한 진료 혁신은? 더 나은 결과를 거의 비용 없이 얻을 수 있었던, 너무나도 분명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연구 종료 후 1년이 지나자, 15개 기관 중 어느 곳도 CCM을 실제 업무 흐름에 도입하지 않았다. CCM에 참여했던 임상의들은 원래 하던 업무로 돌아갔고, 양극성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기존의 진료 방식을 다시 받게 되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해당 기관들에서의 CCM은 존재하지 않게 된 셈이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연구 종료 1년 후에도 CCM의 흔적으로 남은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는데, 그것은 한 기관에서 일부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나서 CCM의 일부였던 자기관리 기술 그룹(self-management skills group)을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참고: www.lifegoalscc.com)

 

모든 것이 제대로 진행되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이야기는 의료 분야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수많은 동료심사(peer-reviewed)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들로 임상적 효과(clinical effectiveness)가 입증되었더라도, 그것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clinical uptake)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주 인용되는 연구들에 따르면, 임상 혁신(clinical innovations)이 실제 실무에 적용되기까지 평균 17~20년이 걸리며, 그 중 50% 미만만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준에 도달한다고 한다(Mosteller, 1981; Balas and Boren, 2000; Grant et al., 2003; Morris et al., 2011). 효과적인 임상 혁신이 실제로 수용되지 않는 문제는 오래되고 지속적인 문제이며, 예외가 아닌 오히려 규범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단순히 임상 혁신 그 자체에만 있지 않고, 그 혁신이 사용되거나 사용되지 않는 맥락적(contextual) 요인과 기타 요소들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국 해군에서 감귤류가 괴혈병(scurvy)을 치료한다는 최초의 관찰은 1601년에 이루어졌으며, 감귤류를 이용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은 1747년에 실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해군이 괴혈병 예방을 위해 감귤류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795년, 그리고 영국 상선(British merchant marine)에서는 1865년에 이르러서였다(Mosteller, 1981). Colditz와 Emmons(2017)은 이와 유사하게 근거(evidence)와 실제 사용 사이의 지연(lag)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천연두 백신(smallpox vaccine), 페니실린(penicillin), 인슐린(insulin)과 같은 치료법의 느린 수용 속도를, HIV/AIDS에 대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anti-retroviral treatments)의 빠른 수용 속도와 비교하면서, 임상 혁신의 수용 여부와 속도를 결정하는 데에는 치료 효과보다는 맥락적 요인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Ferlie 외(2005)는 영국의 병원 기반 또는 1차 진료(primary care) 기반의 8가지 혁신이 채택되지 않은 사례들을 연구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근거의 강도(strength of evidence)가 일부 임상 혁신의 채택에 기여하긴 했지만, 채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설명은 수혜 대상자의 전문 직종과 같은 맥락적 이슈들을 포함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임상 혁신의 ‘효능(efficacy)’을 입증하는 단계에서 일상 임상 환경에서의 ‘효과(effectiveness)’를 입증하는 단계로의 전환

효능이 입증된 혁신(efficacious innovations)이 실제로 임상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기존의 효능 시험(efficacy trials)에서 벗어나 의료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는 일상적 임상 환경(routine clinical settings)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전환을 통해 연구의 초점은 내적 타당도(internal validity)에서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로 넓어졌다.

  • 내적 타당도는 중재 효과를 다른 영향 요인으로부터 최대한 분리하여 해당 혁신이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을 중시하며,
  • 외적 타당도는 실험실처럼 통제된 조건이 아닌, 실제 최종 사용자들이 일하게 될 맥락에서 그 혁신의 효과가 얼마나 적절하고 전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practice-based research(현장 기반 연구)” 개념에 따라 시험 설계(trial design)가 발전하였고, 이는 혁신이 실제 사용될 임상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둔 설계로 이어졌다(Westfall et al., 2007). 결과적으로 이러한 설계는 단순히 중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능(efficacy)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혁신이 실제 현장에서 일반화될 수 있는지(effectiveness)까지 포함하여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Box 3.1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임상시험 설계를 효과성(effectiveness)에까지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혁신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도록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또한, 교육과 모니터링이 새로운 임상 혁신의 수용을 돕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의료 제공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에는 거의 항상 불충분하다. Cochrane Collaboration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감사 및 피드백(audit and feedback)은 의료 제공자의 목표 행동을 평균 4.3%(범위: 0.5%–16%)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Ivers et al., 2012).

 

따라서, 전통적인 임상시험 접근을 단순히 실제 환경으로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공중보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근거 기반 임상 혁신이 채택되지 않는 원인을 식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전략을 개발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실행 과학(implementation science)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에서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할 주제이다.

 

 

요구에 대한 응답: Implementation Science의 등장

Implementation science(실행 과학)는 다양한 근거 기반 중재나 실천(evidence-based interventions or practices)—예: 혁신(innovations), 프로그램(programmes), 서비스(services), 정책(policies) 등—이 일상적 실무(routine practice)에 최적으로 채택되고 통합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제 간 분야이다. Eccles와 Mittman(2006)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Implementation science는 연구 결과 및 기타 근거 기반 실천(evidence-based practice)의 체계적인 수용(systematic uptake)을 일상 실무에 촉진하고, 그로 인해 보건 서비스의 질과 효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methods)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이 정의에서의 ‘방법(methods)’은 이후 ‘implementation strategies(실행 전략)’ 또는 간단히 ‘전략(strategies)’이라 불리게 되었다. ‘Implementation interventions(실행 개입)’이라는 용어도 이러한 방법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나, 이는 환자나 기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개입(clinical interventions) 또는 기타 개입과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 2006년 정의는 이 분야의 연구가 실행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을 탐구한다는 점에 중점을 둔다.


‘Implementation(실행)’ 개념 자체는 implementation science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단어는 라틴어 implere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이행하다”, “실현하다”, “효과를 내도록 수행하다”를 의미한다. 이 어원은 실행에 대한 유사한 정의의 근거가 된다.
Weiner 외(2023, p. 3)는 ‘실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근거 기반 중재를 실무에 적용하거나 사용하기 위해 수행되는 목적 있는 행동(purposeful actions)”


Implementation science는 종종 임상 개입(clinical interventions)이나 실천(practices)의 평가(evaluation)와 혼동되곤 한다. 하지만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implementation science를 그러한 임상 평가와 구별한다:

  1. Implementation science는 실행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implementation strategies)의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이다.
  2. 이 과정에서, 실행 과학 내에서 개발되었거나 다른 분야에서 차용된 이론(theories), 모형(models), 프레임워크(frameworks)를 활용하여 실행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고 설명한다(Weiner et al., 2023).

‘Implementation object(실행 대상)’, 즉 실행되고 있는 특정 실천은 일반적으로 EBI(evidence-based intervention, 근거 기반 중재) 또는 EBP(evidence-based practice, 근거 기반 실천)라고 불린다. 보건 관련 연구에서는 EBI와 EBP 모두 다음과 같은 의미를 축약하여 사용하는 용어로 볼 수 있다:

“건강 행동(health behaviours), 건강 결과(health outcomes), 또는 건강 관련 환경(health-related environments)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프로그램, 실천, 원칙, 절차, 제품, 약물, 정책 등으로, 하나 이상의 잘 설계된 연구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 (Leeman et al., 2017, p. 3)

 

이와 유사하게 Rabin과 Brownson(2012, p. 24)은 EBI를 “프로그램, 실천, 과정, 정책, 지침”으로 정의한다. EBP는 개별 개입(즉, EBI)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근거 기반 실천을 지향하거나 달성하려는 총체적 목표를 의미할 수도 있어서 다소 혼란을 줄 수 있다. 또한, ‘implementation object’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중재(intervention)나 실천(practice)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implementation science의 초점은 임상 혁신(clinical innovation)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혁신이 일상적인 사용(routine use)으로 전환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식별하고 해결하는 데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과학 분야의 핵심에는 근거 기반 임상 혁신(evidence-based clinical innovations)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근거 기반 실행 전략(evidence-based implementation strategies)이 반드시 보완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간단히 말해, implementation science의 목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Bauer and Kirchner, 2020):

  • 여러 맥락 수준(치료받는 개인, 제공자, 전문직, 조직, 기타 이해관계자 집단)에서의 수용의 장벽(barriers)과 촉진 요인(facilitators)을 식별하는 것
  • 러한 장벽을 극복하고 촉진 요인을 강화하는 실행 전략(implementation strategies)을 개발, 적용, 평가하여 근거 기반 임상 혁신의 수용을 증진시키는 것

결과적으로, implementation science 연구에서의 ‘중재(intervention)’란 임상 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혁신이 일상 임상 실무에 수용되도록 지원하는 ‘실행 전략(implementation strategies)’을 의미한다. Proctor 외(2013)에 따르면, ‘실행 전략’은 특정 혁신의 채택(adoption), 실행(implementation), 지속(sustainment), 확산(scale-up)을 촉진하는 방법(methods)으로 정의될 수 있다.


Implementation science는 지식 전달과 적용(translational continuum)의 실천적 측면(applied end)에 위치한 분야로, 보건의료 종사자나 기타 수용자에게 지식을 목표 지향적으로 전달하는 연구(dissemination)와, EBP(근거 기반 실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을 지원하는 적극적 전략(active strategies)을 연구하는 실행 연구(implementation)를 모두 포괄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통합적으로 ‘dissemination and implementation(D&I) 연구’라고 부른다(Rabin and Brownson, 2012). 이 용어는 지식 확산(dissemination)의 연구가 명시적으로 수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implementation science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연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너무 단순화된 설명을 하자면, 임상 연구자(clinical researcher)는 먼저 혁신의 효능(efficacy)과 효과(effectiveness)를 입증하고, 이후 implementation science 연구자와 협력하여 그 혁신을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검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일방향적(unidimensional)으로 과장된 것이다(Figure 3.1 참고).

 

 

현실에서는 이 과정이 훨씬 더 반복적(iterative)이며, 실행 과정에서의 경험이 임상 혁신 자체에 대한 수정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때에는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를 높이기 위한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 동시에 핵심 요소에 대한 충실도(fidelity)를 유지하여 내적 타당도(internal validity)를 지키는 조치 또한 함께 취해져야 한다.


Implementation Science의 범위(The scope of implementation science)

예상할 수 있듯이, implementation science는 단순히 개별 환자나 연구 대상(individual patient/subject)에 대한 조사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 연구의 대상은 의료 제공자(provider), 진료소(clinic), 시설(facility), 조직(organization), 지역사회(community), 심지어 정책 환경(policy environment)까지 확장된다(Damschroder et al., 2009; Harvey and Kitson, 2015).
  • 이러한 맥락(context)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implementation science 연구자들은 단지 임상의(clinician)나 임상 과학자(clinical scientist)에 국한되지 않는다.
  • 사회과학자(social scientists), 경제학자(economists), 시스템 공학자(systems engineers), 보건의료서비스 연구자(health services researchers) 또한 이 분야에 포함된다.
  • 또한, 임상 혁신(clinical innovation)이 적용되는 대상인 보건의료 시스템 관리자, 행정가, 진료소나 조직을 운영하고 일하는 실무자들(때로는 정책 결정자까지 포함됨)과 같은 ‘운영 파트너(operational partners)’와 implementation science 연구자 간의 관계도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임상 연구에서는 이러한 인물과 구조들이 주로 허용적(permissive) 혹은 수동적(passively supportive) 역할을 한다면, implementation research에서는 이들과의 협력이 연구 설계부터 분석까지 전 과정에서 필수적이며, 이들은 공동 연구자(full partners)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는 implementation research가 이들의 조직 구조에 직접 개입(intervene)하고 이를 평가(assess)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비록 연구자와 보건의료 시스템 관리자 및 실무자 간에는 문화적 차이(cultural gaps)가 존재하고 이를 극복해야 하지만(Kilbourne et al., 2012; Bauer et al., 2016), 혁신이 실행되는 것은 이들 덕분이지, 이들을 무시하고도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과정을 최적화하기: 효과성-실행 하이브리드 설계(Effectiveness-Implementation Hybrid Designs)

임상 건강 결과(clinical health outcomes)뿐만 아니라 실행 전략(implementation strategies)까지 포함하려는 초점의 전환은, 새로운 연구 설계(trial designs)의 발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효과성-실행 하이브리드 설계(hybrid effectiveness-implementation designs)’는 임상적 결과(clinical outcomes)와 실행 결과(implementation outcomes)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Implementation science에서 자주 사용되거나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연구 설계들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은 이 장의 범위를 벗어나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문헌에서 다루고 있다(Miller et al., 2023).

 

임상 혁신(clinical innovation)의 개발, 평가, 실행을 단계적으로 분리된 접근 방식(discrete steps)으로 수행하는 것은 시간, 연구 비용, 그리고 보건의료 개선 기회의 손실 측면에서 비용이 클 수 있다. 이에 대해 Curran 외(2012)는 기존의 순차적 연구(sequential studies) 접근에 대한 대안으로 ‘효과성-실행 하이브리드 설계(hybrid designs)’를 제안하였다.

 

하이브리드 설계는 한 연구 내에서 임상 효과성과 실행 결과를 함께 살펴보는 것을 촉진하며(Landes et al., 2019; Curran et al., 2022), 비록 '설계'로 설명되지만, 현재는 무작위 및 비무작위 임상시험(randomized and non-randomized trial designs)을 다양하게 포함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framework)로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의 주요 목적은, 임상 및 실행 영역에서의 개입을 동시에 검증함으로써, 임상 혁신의 신속한 전환(rapid translation)을 지원하는 것이다(Curran et al., 2012, 2022).

이러한 하이브리드 설계의 기본 전제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문헌에서는 세 가지 유형의 하이브리드 설계가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들은 아래의 Table 3.1과 Figure 3.2에 Landes 외 연구자들이 정리한 형태로 제시된다.

 

 

 

 

Box 3.2

앞서 기술된 15개 기관에서 양극성 장애용 협력적 만성질환 관리모델(bipolar CCM)이 지속적으로 채택되지 못한 상황 이후, 우리는 미국 재향군인부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국(VA Office of Mental Health and Suicide Prevention, OMHSP)과 협력하여, VA 일반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진단 구분 없이 적용되는 CCM(cross-diagnosis CCM)의 실행을 지원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또한, CCM 실행 지원이 참여 클리닉에서 CCM이 자리잡는 데 미치는 영향과 환자 수준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스텝드 웨지 시험(randomized stepped-wedge trial)을 수행하였다. 이는 하이브리드 유형 2 설계(hybrid type 2 design)에 해당한다.

 

이 연구에서는 근거 기반 실행 전략(evidence-based implementation strategy)인 외부 촉진자(external facilitation) 접근법을 적용하여, 서로 다른 VA 의료 센터에 위치한 9개 클리닉에서 CCM의 핵심 요소들을 수용하도록 지원하였다 (Kirchner et al., 2014; Bauer et al., 2016).

 

1년간의 외부 촉진자 지원클리닉마다 실행 성공 수준에 차이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팀 중심 변수(team-oriented variables)에 대한 임상의들의 평가가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실행 성과(implementation outcome)이다.

 

이와 더불어, 같은 의료 센터 내의 비참여 클리닉들과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 입원율의 뚜렷한 감소와도 연관되어 있었다. 한편, 정신 건강 관련 삶의 질(mental health quality of life)은 전체 클리닉 인구에서는 향상되지 않았지만, 정신질환을 3개 이상 동시에 앓고 있는 복잡한 환자 집단(complex patients)에서는 향상되었다. 이는 효과성 성과(effectiveness outcome)이다.

 

 

과정의 전개: 실행 과학에서의 충실도(fidelity)와 적응(adaptation)

Implementation science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임상 혁신(clinical innovation)을 실행하려는 맥락(context)에 맞게 조정(adaptation)하는 것과, 원래의 임상 혁신에 대한 충실도(fidelity)를 유지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 이에 대한 예시는 Box 3.2에서 기술된 CCM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단계에서는 양극성 장애 환자(bipolar disorder)만을 대상으로 하던 CCM의 타깃 인구를 일반 정신건강 클리닉의 전체 환자군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일반 외래 클리닉에서 특정 진단군만을 대상으로 한 개입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환자 수가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처럼 임상 혁신을 특정 환경의 맥락 요인(contextual factors)에 맞게 조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해당 임상 혁신의 핵심 구성 요소(core components)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Fixsen 외(2009)는 ‘핵심 구성 요소’를 중재(intervention) 또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없어서는 안 될 요소들로 정의하였다. 이들은 이 구성 요소 없이는, 임상 혁신이 임상시험에서 나타낸 결과를 재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어떤 요소는 변경할 수 있고, 어떤 요소는 변경해서는 안 되는지를 판단할 때, Cancer Prevention and Control Research Network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Fernández et al., 2014)를 활용할 수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임상 혁신에 대한 적응(adaptations)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 Red light adaptations (적색 신호): 아마도 변경할 수 없는 요소들
  • Yellow light adaptations (황색 신호): 주의 깊게 변경 가능할 수 있는 요소들
  • Green light adaptations (녹색 신호): 아마도 변경 가능한 요소들

녹색 신호(Green light) 또는 경우에 따라 황색 신호(Yellow light)에 해당하는 적응은, 임상 혁신의 수용(uptake)과 실행(implementation)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해당 혁신이 제공되는 효과성(effectiveness)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다. CCM 프로그램의 경우, CCM 그 자체는 ‘적색 신호(red light)’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이는 연구 대상이 되는 핵심 근거 기반 혁신(core evidence-based innovation)이기 때문이다. 반면, 타깃 인구를 확대하는 것‘황색 신호(yellow light)’로 간주되었는데, 이는 CCM이 일반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흔히 접하는 주요 진단군들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방대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Woltmann et al., 2012; Miller et al., 2013).


과정의 궁극적 목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Implementation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어떤 임상 혁신을 실행(implement)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상 진료(usual care)’로 자리 잡아, 적극적인 실행 노력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sustain)되도록 하는 데 있다. 

Implementation science 연구자들이 언급했듯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한때는 번역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마지막 단계(endgame)로 간주되었으나, 이제는 ‘적응 단계(adaptation phase)’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개입(intervention)을 지역 조직 및 문화적 맥락 속에 통합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Chambers et al., 2013)

 

임상 혁신의 지속가능성(clinical innovation sustainment)은 실행(implementation)의 마지막 단계에서 고려할 문제가 아니라, 실행 과정의 시작 전부터 실행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Scheirer and Dearing, 2011). 임상 혁신이 성공적으로 지속되는 것조직의 우선순위 변화, 프로그램의 추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새로운 근거의 등장 등을 포괄하는 역동적 과정(dynamic process)으로 이해해야 한다(Shelton et al., 2020).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실행을 성공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일 것이다. 따라서, 해당 맥락(context)이 임상 혁신을 제도화(institutionalize)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요인을 식별하고 해결하는 작업은 실행 과정 전체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실행 과정의 일환으로 ‘공식적인 지속가능성 실행 계획(sustainability action plan)’을 수립함으로써도 가능하다(Scheirer and Dearing, 2011). 이 계획은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는 활동을 담당할 사람들을 지정하고, 그 활동에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생산성 평가, 적응과 충실도(fidelity) 모니터링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제 Box 3.3을 통해, CCM 실행 이야기의 다음 단계를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살펴보자.


Box 3.3

우리는 일반 외래 클리닉(general outpatient clinics)에서의 CCM의 지속 가능성을 두 가지 방식으로 조사하였다. 첫째, 1년간의 실행 지원이 종료된 후, 그 다음 해에 CCM 실행 클리닉과 대조군 클리닉의 입원율(hospitalization rates)을 비교 분석하였다(Bauer et al., 2021). 두 번째 해에는 실행 지원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CCM 클리닉이 보여주었던 상대적 이점(relative advantage)은 사라졌다. 따라서 우리는 CCM이 해당 클리닉들에서 '일상 진료(usual care)'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추정하였다.

 

이러한 정량적 임상 결과(quantitative clinical outcome) 외에도, 실행 지원 종료 3년 후에 질적 연구(qualitative study)가 수행되었다(Miller et al., 2023). 이는 9개 클리닉에서 CCM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어느 정도까지 계속 실행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상대로, CCM 구성 요소들 사이의 채택 정도는 다양했으며,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고하였다:

  • 기존 VA 시스템의 운영 절차와 일치하거나, 실행 클리닉 외부의 직원들까지 지지하는 요소일수록 지속될 가능성이 높았고,
  • 상대적으로 더 ‘혁신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은 지속 가능성이 낮았다.

또한, 직원 이직(staff turnover)은 지속 가능성에 매우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나타났다. 공석이 생겨도 해당 자리가 충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신규 직원들에게 CCM에 대한 교육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제공되었다. 전반적으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조직 내에서 리더십부터 1차 임상 진료의 현장까지, CCM 일치 진료(CCM-consistent care practices)를 수행하는 데 전념하는 역할이 다층적으로 구성될 경우, CCM 실행은 더 지속 가능하였다. 현재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VA 일반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두 번째 세대(second generation)의 무작위 CCM 실행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 변화(sustained system change)와 지속적인 임상 성과(sustained clinical outcomes)를 목표로 한다.


맺음말 (Concluding remarks)

요약하자면, implementation science는 생의학 연구(biomedical research)가 "남긴 과제"를 이어받아, 근거 기반 임상 혁신(evidence-based clinical innovations)을 더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을 시험(testing strategies)하는 데 주력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목표를 고려할 때, implementation science의 원칙과 연구 방법은 임상 연구와는 다소 다르다. 무엇보다도, implementation science는 맥락(context)을 통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임상 혁신이 적용되는 맥락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를 한다. Implementation science 연구자들은 보건의료 리더 및 실무자들과 파트너로 긴밀히 협력하며, 연구와 실천 사이의 단절(research–practice divide)을 해소하고, 근거 기반 혁신의 공중보건 영향(public health impact)을 극대화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Bauer and Kirchn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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