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 2

어떤 의사와 어떤 교수(2022년 11월 17일의 기록)

1. 어떤 의사가 있다. 이 의사는 매달 X라는 질병을 가진 환자 100명을 본다. 그런데 이 의사의 고용계약에는 진료 성과에 대한 특이한 조건이 하나 붙어있다. 바로 "모든 100명의 환자가 다 나으면 안 된다"이다. 심지어는 구체적으로 몇 명만 낫게 해야하는지의 비율도 정해져 있다. 다 잘 나은 환자는 반드시 100명중에 40명 이내여야 하고, 30명은 적당히 나아야 하며, 30명은 좀 계속 아파야 한다. 오히려 몇 명의 상태가 더 나빠지는건 (적어도 이 의사에게는) 괜찮다. 그래서 이 의사는 의도적으로 30명쯤 아픈 환자가 유지되도록 한다. 또한 다 나은 사람이 40명이 넘지 않도록 매우 신경을 쓴다. 40명이 넘으면 가끔은 검사 수치를 조금 손대기도 한다. 당연히 나쁜쪽으로. 만약 최선의 진료를 ..

시스템, 재교육, 상대평가

1 "시스템을 가장 취약한 사람(the most vulnerable)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재설계한다면, 그 분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 하지만 반대방향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2 "많은 경우, 학업위기 학생은 일단 유급을 당하고, 개입은 사후적으로 시작된다. 이런 방식을 '결핍-반응(deficit-reactive) 접근'이라고 한다. 유급이라는 '결핍'을 채워주고자, 다음 번엔 통과할 수 있도록 시험을 보고, 재시험을 본다. 하지만 이러한 개입은 학생에게 낙인이 될 수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유급으로 이어진 진짜 핵심적인 원인은 놓친다는 것이다. 또한 정작 의과대학생이 한 명의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데 필요한 서포트는 제공되지 못하고, 결국 재차, 삼차 유급을 겪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