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기사에 보면
"이 같은 국시원의 개선 노력 뒤에는 의사국가시험 결과 공개에 대한 의대생들의 소송 압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고 하며, 구체적으로는
"의대협 전 집행부는 올해 3월 23일 국시원에 ▲CPX(표준화 환자 진료) 6개, OSCE(단순 수기 문제) 6개의 각각의 정확한 항목 ▲각 항목별 합격/불합격 여부 ▲항목별 응시자의 점수(병력청취, 신체진찰, 교육 등) ▲OSCE의 경우 각 항목별 체크리스트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국시원이 정보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고, 결국 지난 5월 9일 행정소송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라고 되어있는데, 학생들의 요구가 합당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걱정되는 것은,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은 문제 유출에 대해서 동등하게 (법적)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느냐"이다.
현재 상태가 "응시생이 은밀하게 기출문제를 공유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방관하되, 출제자는 문항, 채점기준과 그에 따른 응시생의 점수를 매우 부분적으로만 공개하는 것" 이라고 했을 때, 이렇게 정보 공개가 되면, 아마도 그 귀결은 "출제자는 명확하게 모든 문제와 그 평가기준을 공개하되, 응시생이 넘어야 할 합격선이 상향되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아마 역설적으로 학생들은 편해지기(?)보다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더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합격할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향이 맞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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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읽고 있는 논문에 바로 이와 관련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고부담시험(high stake exam)의 시험보안(test security)에 관한 점인데,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고부담시험을 "학습에 도움이 되는 방향"(assessment for learning)으로 쓰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데, 단 전제조건은 "효율적으로(낮은 비용으로)" 문항을 만들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효율적인 문항출제 방식으로 캐나다에서 사용하고있는 자동문항생성시스템(AIG)를 언급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의사국가시험의 실기시험의 정보를 공개하는건 앞서 지적한 "합격선"의 상향조정 외에도 두 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우선 하나는 비용 증가의 문제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응시료 상승.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하려고 해도 문항은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문항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텐데, 애당초 OSCE/CPX문항 개발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객관식문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이는 필연적으로 시험응시료의 상승을 가져올텐데, 아마 학생들은 싫어하겠지(...)
두 번째는 조금 더 근원적인 질문인데, 과연 고부담시험을 "학습에 도움이 되는 방향"(assessment for learning)으로 사용하게 하는게 (틀렸다는게 아니라) 국시원 입장에서 높은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업무가 맞냐는 점이다. 국가시험은 일정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의사후보자를 거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이는 의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만)을 담보하게 하는 역할이지, 학생의 발전, 향상, 교육은 기본적으로 의과대학의 책임이 아닐까.
그러니까, 정말로 학생들이 스스로 국가시험합격이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보다 바람직한 요구의 방향은 국시원에 문항공개를 하라고 소송을 거는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과 수련병원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당국에 더 질 높은 교육을 해달라고, 좀더 내실있는 임상실습을 해달라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 교육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를 늘려달라고, 그래서 의대만 잘 졸업하면 국가시험은 걱정없이 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나 학생때를 돌이켜보아도 사실 임상실습 빡센건 싫고, 한 방으로 끝나는 국시 쉽게쉽게 공부해서 통과하는게 더 편한 길이라고 생각하는게 딱히 이상하진 않다(....)
https://www.ncbi.nlm.nih.gov/m/pubmed/2659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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