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고 씁니다.

의학교육에서 감정(emotion)에 관한 담론

Meded. 2022. 1. 1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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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에서 이성(reason)과 감정(emotion)의 대립이 있다. 정신-신체와 이성-감정과 같은 데카르트적 이분법은 부분적으로 '감정이란 이성이 부패된 상태이며, 초월되어야 할 것'으로 바라보는 과학과 기술 발달에 의해 영속된다. 전문직업적 고정관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이 흔히 하는 [무례하지만 뛰어난 외과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과 [실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환자의 손을 잡아줄 외과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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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이란 실천이며, 이를 통해 말하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형성한다.'

Discourses are practices that systematically form the objects of which they s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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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무엇인가? 감정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감정에 대한 담론을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생리적 담론, 기술과 능력으로서의 감정, 그리고 사회문화적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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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으로서의 감정: 감정은 보편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며, 우리 신체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감정으로부터 특정한 신경화학적 연쇄반응이 시작되며, 의식적인 통제를 벗어난 물리적 영향과 행동을 야기한다. 이러한 담론은 감정을 생물학적 과정으로 위치시키며, 합리적/실증주의적 인식론 기반의 연구를 통해 재현되고 정당화된다. 예를 들어, 의학교육에서 스트레스의 생리적 효과(이것을 감정으로 해석함)가 인지적 판단이나 의료 성과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담론은 사회적, 문화적 차이와 무관하게, 감정이란 인식과 통제를 벗어나서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험하고 표현하게 짜여져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러나 현대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인식에서 인지(cognition)은 감정(emotion)과 구분되어 있지 않다. 인식은 본질적으로 감정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파괴적이며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다. 또한 마치 감정은 날씨와 같아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고, 이성적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본다는 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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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로서의 감정: 이 담론은 감정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인정하지만, 실천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본다.감정 능력이 신체검사 기술과 마찬가지로 적절하게 정의되고, 가르칠 수 있는(그리고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라는 말이 이를 잘 표현해준다. 감정을 가시화하는 의사소통 기술 훈련을 활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언제,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체계적 연습을 통해 개발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부정적인 감정 경험은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 경험은 늘리기 위하여 성과를 평가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감정지능을 겉으로 보여지게 하는 것은 Performance이다. 보이지 않는 전문적 속성을 [개별적인 관찰 가능한 기술과 능력]으로 변환하려면 특정한 종류의 수행(performance)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행을 분리된 요소(라뽀, 공감, 눈맞춤, 질문방식)로 나눠서 평가할 수 있다. 감정이 생물학적인 것일지라도, 겉으로 보여지는 측면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감정을 단순히 또 하나의 기술로서 바라보는 것에도 약점이 있다. 이런 방식은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며, 감정을 관리, 통제,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큰 부분을 개인에게 맡기고 있다. 감정에 대한 설명 모델은 그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감정을 개인의 기술과 능력에 따른 책무로 보는 것은, 직무현장에 존재하는 상황적 불평등과 물질적 압력을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한다. 감정을 개인적인 것, 프라이빗한 것으로 정의한다면 고립과 소진을 악화될 수 있다. 학습자는 감정을 어딘가에 숨겨두거나, 감정을 제쳐두는 방식으로 다루게 된다. 전문직으로서의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환자나 절차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기 두려워하고, '역량'이라는 망토 뒤에 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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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적 매개체(socio-cultural mediator)로서의 감정: '감정은 차이와 윤리가 소통되고 협상되고 형성되는 매개체다‘Emotions are a medium, a space in which differences and ethics are communicated, negotiated and shaped.’)라는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회문화적 담론에서 감정은 사회적 교류에서 중요한 가능을 하며,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중재자로서의 역할한다. 학습에 대한 상황화된situated 문화적/맥락적 요인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또한 감정을 협력적인 것, 사회문화적 맥락에 분포된distributed 것으로 본다. 종합하면, 사회물질적 요소가 우리의 정체성/업무/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감정은 고정된 실체stable entity가 아니라, ‘force’이다. 개별적이거나 정적인 것이 아니며, 협동적이고 역동적인 것이다. 감정을 다루는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특정한 맥락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권한은 사람마다 동일하지 않으며, 특정 직업맥락에서 감정의 실천(표현)에는 권력 관계가 작동한다.

 

이 담론에서 감정은 실천의 윤리ethics of practice이다. '실천의 윤리는 다층적 주관성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복잡성의 연극play이다. 인지는 감정에, 지성은 감성에 구속bind되며, 이 모든 것은 다시 사회적으로 내재된 지속가능성의 윤리와 연결시킨다. 또한 감정은 노동이다. 의료행위의 핵심은 의사와 환자의 대화적 관계이며, 인간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려면 정교한 기술적, 임상적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든 전문직업적인 것이든 자아와 다른 것 사이에서의 미묘한 협상을 필요로 한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이것은 노동의 한 형태로 정의될 수 있다.

 

이 담론에서 감정은 (피할 수 없는 생리적 능력이나 단순한 사회적 구성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형성되는constituted 것이다. 감정은 개인의 내면 상태internal state보다 사회 생활social life에 관한 것이다.

 

출처:

McNaughton, N. (2013). Discourse (s) of emotion within medical education: the ever‐present absence. Medical education, 47(1), 7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