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 1일이 되면 각 의대에는 새로운 교수님들이 부임하시게 됩니다. 한양의대에도 거의 스무분의 신임교수님이 오십니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신임교수님들은 전임교원이 되기까지 십수년의 과정을 밟으시나, 그 기간 동안 "교육에 대한 교육"은 거의 받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의과대학에서는 "신임교수 워크숍"이란 것을 합니다. 여기서는 다양한 교육 주제를 다루지만, 보통은 그 중에서도 교육과정/교수법/평가법 같은 것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에서도, 모든 신임교수는 발령 1년 이내에 15시간 이상의 '의학교육에 관한 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올해 신임교수워크숍을 대비해서 뭔가를 준비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의학교육 기초》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정리한 것은 아니고, 주로는 2022년에 나온 "An Introduction to Medical Teaching"이라는 책의 주요 챕터를 번역/정리해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하다보니 몇개 영상은 제가 직접 정리한 것도 있고, 다른 책의 챕터를 정리한 것도 있긴 합니다.)

 

목표는 올해 2월 전에 말 그대로 '의학교육의 기초적인 내용'을 다룬 동영상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시킨건 아니니 한편으로는 다분히 저를 위한 작업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내용이 유튜브에 잘 없어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거야 수요가 적어서 그런거겠지만...) 이런 동영상을 만들어두면 어쩌면 다른 의대 교수님들에게도 조금은 유용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ChatGPT가 등장하였고(두둥),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정말 쓸모있는 짓이긴 한건가라는 의구심도 자꾸 들었습니다. 뭐 그래도 이왕 시작한거 끝은 보고싶어서 결국 웬만큼 목표한 내용은 다 녹화를 마쳤고 한두 개 챕터만 남았습니다.

 

PPT와 VREW만 사용한 가내수공업 수준의 영상이니 대단한 퀄리티는 아니고, 핵심 내용을 짧게 다루려다보니 자세히 설명은 못하고 기본적인 개념과 일부 교육에 유용한 팁 등을 담은 정도입니다. 그래도 단 몇몇 교수님이라도, 단 몇몇 수업과 실습시간에라도, 단 몇몇 학생들에게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공유해 봅니다. 하다못해 ChatGPT를 잘 쓰려고 하더라도, 검색어(프롬프트)를 잘 입력하는게 필요하니까요. 동영상에 부족한 설명은 댓글로나 개인적으로나 물어봐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댓글로 여러 교수님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상상해봤지만, 그냥 상상만 해봤습니다. 어떤 분께든, 어딘가에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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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목록: 의학교육 기초]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RpXcdZNILewFy9aGvId78E8vkb8HKC9W

1.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s)

2. 대형 강의(Lectures, 강의식 수업)

3.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 

4. 피드백

5. 역량과 마일스톤

6. 위임가능전문활동 (EPA, 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7. 수련 중 평가 (Assessment in Residency Training)

8. 포트폴리오 평가 (Assessment Portfolio) 

9. 문제중심학습 (Problem-based Learning, PBL) 

10. 학습의 과학 (The Science of Learning) 

11. 가르침의 과학 (The Science of Instruction) 

12. 자기조절학습의 개념 (Self-Regulated Learning) 

13. 자기조절학습의 적용 (Self-Regulated Learning) 

14. 증례기반학습 (Case-based Learning, CBL) 

15. 임상실습교육: 질문 및 임상추론 중심 

16. 임상실습교육: 관찰 및 술기 중심 

17. 학생평가: 주요 용어 

18. 다양한 지식 평가방법 (예정)

19. 다양한 스킬 평가방법 (예정) 

20. 프로페셔널리즘 교육 및 평가 (예정)

 

 

0.
학습(learning)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니, 문득 작년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서는 하드에서 묵어가고 있는 자료가 떠올랐다. '의학교육 최신 연구 동향'이란 제목이었는데, 덕분에 반강제로(...) 근 1년간의 주요 저널에 나온 리뷰논문을 모두 살펴보았던 기억이. 

1.
아무튼,  그 중 하나는 Flipped classroom(이하 FC)의 효과에 대한 것이었다(그림1). 

Flipped 라는 말은, "수업 후 숙제"라는 전통적 방식을 "숙제 후 수업"으로 뒤집었기(flipped)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학생에게는 수업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공부해올 수업자료(숙제)가 주어지고, 교실에 모여서는 미리 학습해온 내용에 기반한 활동(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수업 전에 내용을 학습하게 하고", "수업 중에는 면대면으로 가장 효율이 높은 능동적 학습"을 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습 중심"이라는 점이 FC의 장점으로 꼽힌다(그림2). 

메타분석의 결과에 따르면, FC는 지식(knowledge) 측면에서는 우월하지만 술기(skill) 측면에서는 기존 방식보다 우월한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단, 저자들은 그 이유를 아직 충분한 연구가 누적되지 않아서(OSCE를 활용한 연구가 4건에 불과함)일 수 있다고 언급한다(그림3, 그림4)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언제 발표된 논문이냐에 따라서 FC의 효과가 다르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 발표된 논문에 비해서 최근에 발표된 논문일수록 FC의 효과가 더 향상되는 경향성을 보인다(그림4). 저자들은 이것을 FC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높아지고, FC를 활용한 교수법이 향상되었고,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실제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Flipped Classroom이라는 용어 안에 포함되어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매우 이질적이다.

2. 
가끔 특정한 교수법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를 보지만, 어디에나 그렇든 의학교육학에도 그런 것은 찾기 힘들다. 

결국, 만약 우리나라 어느 의과대학에서 Flipped Classroom을 이제 막 도입한다면, (적어도 초반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마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시간과 돈은 그것 대로 들었는데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에 여러 구성원(교수/학생/직원)의 불만만 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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