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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능력주의란 '가장 뛰어나고 명석한 사람이 과업task에 배정되면, 사회에 대한 전문직의 의무가 충족되고, 전문직과 사회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생각이 왜 ‘미신’으로 여겨져야 하는걸까? 당연히 성공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이 있고, 잘 설계된 접근법으로 성공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미신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우리의 담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월성excellence’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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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능력주의가 평가와 선발의 공정성에 달려있다면, 공정성은 "타당성", 특히 "심리측정적 타당성"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타당성"이란 무엇인가?
첫째, 타당성을 단순히 시험의 특성으로 이해한다면, "시험(의 특성)"은 내용과 맥락에 독립적이다.
둘째, 타당성을 시험의 결과를 해석하는 근거사슬로 본다면, 특정 맥락 내에서의 프로세스에 더 가깝다.
셋째, 타당성을 사회적 명령imperative으로 간주한다면, 앞에서 말한 타당성의 프로세스 중, ‘수행능력에 대한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결과'도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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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전문직의 수행능력 평가(performance assessment)에서 사회적 판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만약 "수월성excellence" 또는 "능력merit"을 판정할 때 [사회적 판단]이 작용한다면, "능력"이란 것도 복잡한 사회적 방식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이라는 말은, "능력"의 형태가 피평가자가 속한 집단(인종, 민족, 성별 등)에 기초한 배제적 결정(exclusionary practices)에 영향을 받기 쉬움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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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적 시스템에는 신화가 있다: 신화는 뿌리깊은 상징적 서술이며, 선택과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의학에서, ‘능력주의’라는 신화는 의사는 "최고로 명석한 사람"을 위한 직업임을 암시한다. "능력"은 단순히 성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 성취를 칭찬할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누가 결정할 것인가? 능력에 대한 기준을 개발하는 것은 수월성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함을 의미한다. 또한 "추상적이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수월성"을 "측정할 수 있는 무엇thing"으로 구체화하는 권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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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회적으로 구성된 능력의 예시로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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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as는 의대 복도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얼마나 비슷한지, 그의 반에 새로 들어온 의대생들, 즉 젊고, 밝고, 착하고, 건강한, 백인, 그리고 고학력 중상류층 부모의 아들과 딸들이 모두 얼마나 비슷한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의대에 입학한 학생은 의학이라는 문화적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이들은 Silas처럼 부모님의 지원(숙제 도움 포함)이 있었고, 공부하기에 좋은 조건(자신의 방, 컴퓨터, 방과후 근무할 필요 없음 등)이 있었기에 이룬 성취였다. 평등주의적인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상위 계층의 자녀는 노동자 계층의 자녀보다 의대에 진학할 확률이 30배 이상 높다. Silas와 동료들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능력을 성취했지만, 동시에 의대에 들어오기에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기도 했다.
봉사활동과 같은 과외활동이 의대생 입학기준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상적으로, 봉사활동은 이타적 능력의 대리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봉사활동은 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유급 근로paid work의 기회를 포기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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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 및 의료현장에서의 성별 차이에 대한 연구는 [여성이 더 적은 도움을 받음에도, 더 넓은 범위의 업무와 문제를 처리할 것을 기대받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비록 여성들이 의과대학에 입학생의 과반을 차지하지만, 고위 교수직, 리더십, 외과계열 전공에서 과소대표되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만약 의료계의 ‘능력’이라는 것이 열심히 그리고 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여성은 남성보다 더 높은 순위에 있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의사들이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고, 더 넓은 범위의 건강 문제를 관리하며, 더 많은 시간을 환자와 함께 보내며 더 많이 듣는다. 또한 여성이 최신의 의학 연구 결과를 더 잘 활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어떤 척도를 중요하게 보더라도 여성이 더 높은 ‘능력’을 얻어야attain 한다.
성별의 차이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암묵적인 "세금" 때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보통 출산과 양육은 여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커리어에 대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교수 직급을 보면, 자녀가 있는 남자가 가장 높고, 자녀가 없는 남자가 그 뒤를 잇는다. 자녀가 없는 여자는 그 뒤를 따르며, 그리고 나서 가장 뒤쪽에 자녀가 있는 여자가 있다. 이 결과는 분명히 임신, 출산, 양육이라는 세금 외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다면 순서가 달랐어야 한다.
의료계에는 특정 질병을 다루거나, 특정 전공을 하는 것에 따라오는 높은 명망higher prestige이 있다. 반대로 명망이 낮은 질병이나 전공도 있다. ‘영웅 서사’는 명망의 위계prestige hierarchy가 시니어로부터 주니어에게 전달되는 수단이다. 이처럼 능력주의 신화의 기저에는 ‘영웅 서사the story of a hero's journey’가 있는데, 이 영웅은 남자로 의인화personified되고, 이 서사는 질병과 전공에 따른 명망의 위계를 지속될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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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것으로는 사회적 집단(성별, 인종, 민족 등)에 따른 성취수준의 차이differential attainment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적 역량은 지난 20년간 의료 커리큘럼에 일종의 지식이나 기술로 제시되어왔다. 하지만 문화적 역량은 의지(문화적 모호성을 안고 살아가려는 의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관점을 통합하려는 의지, 반대 쪽 끝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려는 의지)이며, 지식보다는 건설적 모호성constructive ambiguity’의 프레임워크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과 매우 유사한 사람들 하고만 공부한다면, 관점을 바꾸는 능력을 얻기 어렵다. 능력merit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러하다. '능력'의 서열은 문화의 서열이 되어, 의사(최상의 능력, 가장 진실된 지식, 최고의 문화)와 환자(도움을 찾아 우러러보는 사람)의 관계를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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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신화가 가진 권위authoritativeness는 세상을 보는 방법을 형성함에 있어서, 세상을 보는 여러 가능한 방법들을 흐릿하게 만든다. 의과대학을 결국 떠나고만 ‘모임 만들기를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학생들에게 좋은 연극 관람과 공원으로 소풍가기를 제안하던 한 여자 교수의 이야기’도 이를 보여준다.
일차적으로, 이러한 교수의 이탈은 의대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의대생들은 지속적인 선택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훨씬 더 동질적이 된다. 동질적 집단이 갖는 이득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질적 집단이 의사결정, 생산성, 적응성, 집단지성 측면에서 더 우위를 보인다.
더 근본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지식-권력 관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다. 교수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담론에서 확인되는 '진리truth'의 한 예는 [의료인문학에 관심이 있고 연구를 하는 교수]보다 [기초과학자이면서 유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의대생 교육에 본질적으로 더 가치 있는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출처:
Razack, S., Risør, T., Hodges, B., & Steinert, Y. (2020). Beyond the cultural myth of medical meritocracy. Medical education, 54(1), 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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