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 Educ2013 Jan;47(1):26-32.  doi: 10.1111/j.1365-2923.2011.04136.x.

Scientist or science-stuffed? Discourses of science in North American medical education

 

 

 

🧠 우리가 정말 ‘과학’만 잘 가르치고 있는 걸까?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과학만 가득한 이유와 그 그림자


요즘 의학교육을 보면 **생물의학 과학(Biomedical science)**이 중심이라는 건 누구나 알죠.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같은 과목이 줄줄이 이어지고, 방대한 양의 과학지식을 외우는 게 학생들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최선일까요?

 

오늘 소개할 연구는 “우리가 왜 이렇게 과학 중심의 교육과정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게 과연 충분한가?”에 대해 아주 날카로운 통찰을 줍니다. Abraham Flexner의 고전적 보고서와 이후 100년간의 의학교육 담론을 분석한 이 연구는,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 “과학은 교육내용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이 논문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겁니다.
초기의 과학자-의사(scientist-doctor) 개념은,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고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전문가를 뜻했습니다. 그런데 플렉스너 이후, 이 개념은 슬며시 사라지고 말았죠. 그 대신 ‘과학=교육내용’이라는 프레임이 자리잡게 됩니다.

“과학은 지성(intellect)에 존재한다. 기구(instrument)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Science resides in the intellect, not in the instrument.”*¹⁷

“의학은 과학적일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태도와 기법 때문이다.”
*“Medicine is scientific, if at all, mainly because of an attitude and technique.”*¹⁷


📚 ‘지식 폭발’은 100년 전부터 문제였다

생물의학 지식이 너무 많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벌써 1920~30년대부터 “학생에게 너무 많은 걸 주입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우리는 학생을 스트라스부르 거위처럼 – 모든 과목의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고 있다.”
*“We have been trying to stuff [the student] like a Strasbourg goose – with the accumulated knowledge in every subject.”*¹⁹

 

그래서 과학의 양이 많아질수록, 교육과정은 학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과학을 담기 위한 틀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교육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과학과 싸우고 있다.”
“…science became a force with which to battle and grapple in order to bring it under curricular control.”

 

결국 교육자들의 초점은 학생도, 환자도, 사회도 아닌 ‘교육과정 그 자체’로 옮겨가게 됩니다.


🎭 “과학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도, 계속 반복됐다

흥미로운 건, 과학만으로는 의사를 키우기에 부족하다는 경고 역시 10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플렉스너 본인조차도 이렇게 말했어요.

“과학은 의학교육의 기초이지만, 문화적 경험 없이는 의사의 공감과 통찰을 키우기 어렵다.”
*“One must rely for the requisite insight and sympathy on a varied and enlarging cultural experience.”*⁹

그리고 다음은 1926년, 어떤 의과대학 학장이 했던 말입니다:

“과학 지식보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아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a knowledge of science is [not] of more real value than a knowledge of the way in which mankind has behaved…”*²⁷

 

1950년대에도, 1960년대에도, 1970년대에도 이와 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주장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변화는 늘 **‘필요하긴 한데 가능성은 낮다’**는 말로 끝나죠.

“의대 학장 90%가 인문·사회과학을 더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almost 90% of deans indicate support for… the humanities; but this change is seen as having only a marginal probability…”*³¹


⚖️ 그래서, 균형은 가능한가?

이 논문은 마지막에 이렇게 제안합니다. 생물의학 과학을 ‘지식 덩어리’로 보지 말고, 여러 중요한 지식 중 하나로 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사회과학, 인문학, 윤리학 같은 영역이 진정한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생물의학 과학은 여러 중요한 지식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게 될 때에야 다른 영역도 교육과정에 자리잡을 수 있다.”
“Biomedical science needs to be conceptualised… as just one of several very important forms of knowledge in medical training.”


💬 마무리: 교육과정을 다시 생각하기 위해

이 논문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빠져 있는 **‘과학 중심 교육의 함정’**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과학은 중요하지만, 학생이 과학에 눌리게 만들면 안 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의사, 인간, 전문가는 아마도 플렉스너가 처음 말했던 과학자-의사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서론 (INTRODUCTION)

 

의학 전문직 교육의 기초로서 생물의학적 과학(biomedical science)이 필수적인 지식이라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¹ ². 그러나 동시에, 생물의학적 과학만으로는 배려심 깊고 유능한 보건의료 전문가를 양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³ ⁴. 최근의 성과 기반 모델(outcomes-based models)은 비(非)생물의학적 역량(non-biomedical competencies)이 필수적임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⁵⁻⁷. 그러나 의학교육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교육과정에서 균형 있게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생물의학 과학 지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 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2010년에는 “과학적 발견과 새로운 지식의 폭발(explosion of scientific discoveries and new knowledge)”이 의학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주요 도전 과제로 언급되었으며, 이는 21세기에 특유한 문제로 묘사되었다⁸.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과학에 대한 담론을 살펴보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too much to know)'는 압박감은 이미 1910년 플렉스너 보고서(Flexner Report) 이후 개혁이 시행되면서부터 의학교육 문헌에서 계속되어 온 문제임을 알 수 있다⁹.

 

잠재적으로 유용한 과학 지식의 방대한 양을 문제로 간주하는 관행은, 동시에 생물의학적 과학만으로는 의사를 양성하기에 불충분하다는 논의와 함께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 문제들이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각 세대는 이를 ‘새로운’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의학교육에서 과학에 대한 담론과 그 역사적 성격을 인식하는 것은 교육과정 개혁에 있어 보다 정교한 접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북미에서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생물의학적 내용이 중심이 된 것을 종종 **에이브러햄 플렉스너(Abraham Flexner)**와 **카네기 재단(Carnegie Foundation)**의 1910년 보고서 Medical Education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⁹. 플렉스너 이후의 변화는 역사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되어 왔다¹⁰⁻¹². 예를 들어, **루드머러(Ludmerer)**¹³는 의학교육이 대학 구조에 통합되고 생물과학 중심의 교육이 지배적인 방식이 되었지만, 플렉스너의 모든 권고 사항이 실제로 채택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실제로 플렉스너 보고서 출간 이후 몇 년 동안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과학 중심(science-filled)**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영리 목적의 의과대학은 폐쇄되었고, 의학 연구와 교육 간의 긴밀한 연계를 지원하는 **대학 기반의 학교(university-based schools)**가 표준이 되었다¹³.

 

1919년, **미국의과대학협회(AAMC,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개발하였으며, 여기에는 해부학(anatomy), 생리학(physiology), 생화학(biochemistry), 병리학(pathology), 약리학(pharmacology), 내과(medicine), 외과(surgery), 산부인과(obstetrics and gynaecology) 분야에서 3,600~4,400시간의 필수 교육이 포함되었다. 이 외에 유일한 필수 주제였던 **위생과 공중보건(hygiene and sanitation)**은 전체 교육과정의 3~4%에 불과한 시간을 배정받았다. 선택 과목은 최대 전체 시간의 24%까지 허용되었지만, '과학적(scientific)' 과목 외의 분야는 지정되지 않았다¹⁴. 이로 인해 **기초과학(basic sciences)**과 **임상의학(clinical sciences)**으로 구성된 ‘과학’은 의학교육에서 중심이 되었다.

 

본 논문은 플렉스너 이후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플렉스너의 글과 이후 시대의 의학교육 담론에서 ‘과학(science)’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플렉스너의 권고가 모두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으나, 플렉스너가 그렸던 과학자-의사(scientist-doctor)의 개념에서 교육과정 속 하나의 ‘대상(object)’으로서 과학을 다루는 담론으로의 전환은 아직 충분히 설명되거나 분석되지 않았다.


방법 (METHODS)

 

저자는 플렉스너(Abraham Flexner)의 저작과 이후 수십 년간의 의학교육 논문에 나타난 과학적 의학(scientific medicine)의 담론을 분석하기 위해 **비판적 담론 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을 수행하였다. 비판적 담론 분석은 **언어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socially constructed)**으로 이해하며,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언어가 사회적 현상의 구성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널리 사용되어 왔다¹⁵. 담론 분석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CDA는 담론이 사회 세계에 대한 버전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성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¹⁶.

 

이 연구는 푸코적(Foucauldian) 관점의 CDA를 채택하여, 주요한 담론적 진술(discursive statements)과 개념(concepts)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푸코적 CDA는 텍스트를 사회적 실천(social practices), 지식(knowledge), 권력 관계(power relations)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간주하며, ‘진실(truth)’이라는 개념이 언어 속에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를 탐색한다. 따라서 이는 겉보기에 자연스럽거나 불가피해 보이는 개념들을 해체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 유용하다. 이 분석에서는 **반복되는 주장(recurring arguments)**과 **그 주장의 변화(shift)**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며, 진술(statements), 핵심 용어(keywords), 은유적 표현(metaphors) 등을 식별하였다.

 

이 연구는 북미 의학교육에서 ‘좋은 의사(good doctor)’에 대한 담론의 변화 1910년 플렉스너 보고서⁹ 발표 이후부터 2010년까지 추적한 더 큰 연구 프로젝트의 일부로 수행되었다. 플렉스너의 저작 가운데서는 1910년의 보고서(Report)⁹와 1925년 출간된 『Medical Education: A Comparative Study』¹⁷가 가장 관련성이 높으며, 이 두 저작은 본 분석의 데이터셋에 포함되었다. 또한, Academic Medicine의 전신(前身) 학술지들도 함께 분석되었다. 이 저널은 1926년 **미국의과대학협회 회보(Bulletin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로 창간되어, 이후 여러 차례 명칭 변경을 거쳐 1989년 현재의 Academic Medicine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계열의 학술지를 편의상 **JAM(Journals of Academic Medicine)**이라고 통칭한다. 수십 년 동안 JAM은 영어권에서 유일한 의학교육 학술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¹⁸.

 

플렉스너의 1910년⁹ 및 1925년¹⁷ 저작은 전체를 정독 분석하였으며, 그 이후 100년간의 흐름을 포괄하기 위해 JAM 논문 중 5년 간격으로 특정 연도의 모든 제목(article titles)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였다.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논문은 전문을 정독하였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recurring themes)를 살펴보았으며, 언어 표현의 변화(changes in language)를 통해 ‘좋은 의사’에 대한 담론의 전환이 감지되는지 여부를 탐색하였다. 담론의 전환이 확인되면, 그 전후 10년간의 논문 제목을 전수 조사하였고, 해당 시기의 관련 논문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좋은 의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진술 및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지식(knowledge), 정체성(identity),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의 세 범주로 분류되었다. 본 논문과 관련된 연구 범위에서는, 그 중에서도 **‘좋은 의사’의 담론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지식 담론(discourses of knowledge)**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지식 담론은 예과(pre-medical) 이수 요건, 교육과정 내용(curricular content), 교육과정 설계(curriculum design), 교수법(pedagogical processes), 학습자 평가(learner assessment) 등 다양한 문맥에서 등장하였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두드러진 특징을 지닌 여러 가지 과학 관련 주제(theme)**와 **담론(discourses of science)**이 도출되었다.

 

결과 (RESULTS)

 

에이브러햄 플렉스너(Abraham Flexner)는 자연과학(natural sciences), 사회과학(social sciences), 인문학(humanities)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지식을 활용하는 **예리한 사고력(inicive thinking)을 갖춘 과학자-의사(scientist-doctor)**라는 개념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적 이상(discursive ideal)은 실제로 교육과정에 구현되지 않았다. 대신, **플렉스너 이후의 개혁(post-Flexner reforms)**에서는 생물의학 과학(biomedical science)이 의학교육의 기초적(curricular foundational) 내용으로 담론적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생물의학 과학은 단순히 **사실적 내용(factual content)**으로 서술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양이 방대하고 통제 불가능하다(vast and unmanageable)는 식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담론적 틀은 현재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각 세대의 의학교육자들은 이를 **‘새로운’ 문제(new issue)**로 지속적으로 규정해왔다. 이처럼 과학을 **핵심 교육 내용(core content)**으로 담론화하는 흐름과 병행하여, **의사 양성에 있어 생물의학 과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insufficiency of biomedical science)**는 담론도 지난 100년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플렉스너의 과학자-의사 (Flexner’s scientist-doctor)

플렉스너에게 있어 과학은 의사가 단순히 도구처럼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존재 방식(a way of being)이었다. 그는 **연구의 정신(spirit of research)**과 임상의 정신(spirit of practice)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플렉스너가 과학자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주장한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연구자는 당연히 관찰하고, 실험하며, 판단한다. 현대적인 정신으로 그들의 예술을 실천하는 의사와 외과의사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이들 둘의 지적 태도와 사고 과정은 — 혹은 그래야만 한다 — 동일하다.”¹⁷
(“The investigator, obviously, observes, experiments, and judges; so do the physician and surgeon who practise their art in the modern spirit. At the bottom the intellectual attitude and processes of the two are – or should be – identical.”¹⁷)

 

따라서 플렉스너가 말하는 과학자-의사 담론에서, **탐구적 태도(inquiring approach)**는 본질적 요소였다. 그의 관점에서 **과학은 곧 사고방식(state of mind)**이었다.

과학자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모든 출처로부터 사실을 수집한다. 과학은 기구가 아니라 지성 속에 존재한다.”¹⁷
(“The scientific inquirer assembles facts from every available source and by every possible means. Science resides in the intellect, not in the instrument.”¹⁷)

 

플렉스너는 **“정량화와 활용이 가능한 지식에만 국한된 과학”**이라는 **좁은 정의(narrow notion)**를 단호히 거부하였으며, 그러한 정의는 아인슈타인의 작업이나 사회과학의 가치를 부당하게 배제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과학적 접근을 위한 지적 태도(intellectual attitude)**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오늘날의 현대 의학이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이란 인간이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정화하고, 확장하며, 조직화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¹⁷
(“In what sense can modern medicine today be called scientific? ...science [is] the persistent effort of men to purify, extend, and organise their knowledge of the world in which they live.”¹⁷)

 

이처럼 플렉스너에게 있어, 학생이 채택한 지적 접근 방식이 교육과정의 세부 내용보다 더 중요하였다.

 


교육과정 내용으로서의 과학 담론

 

플렉스너 이후의 변화가 적용되면서 과학이 **의과대학의 전(前)임상 과정(pre-clinical courses)**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JAM(Journals of Academic Medicine)**에는 교육과정 내용에 관한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교육자들은 과학의 수많은 관련 측면을 어떻게 교육과정에 포함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학생들이 질문하고 사고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의 과밀화(curricular overcrowding)는 교육과정 설계 논의에서 중요한 문제로 빠르게 부상했다.

 

예를 들어, 1927년 Zapffe는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 계획(planned hours)**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수업 시간이 너무 많다는 불만은 점차 커져 결국 큰 항의로 발전했다... 우리는 [학생을] 스트라스부르 거위처럼 – 모든 과목의 누적된 지식으로 채워 넣으려 하고 있다.”¹⁹
(“…murmurings as to too many hours have developed into a hue and cry… we have been trying to stuff [the student] like a Strasbourg goose – with the accumulated knowledge in every subject.”¹⁹)

 

여기서 묘사된 ‘거위 학생(student-goose)’이 수동적으로 과학 지식을 강제로 주입받는 이미지는, **플렉스너의 과학자-의사(scientist-doctor)**가 보여주는 과학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1928년 Roberts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우리는 의대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한다... 교육과정은 압도적인 양의 사실과 세부사항으로 과밀해져 있으며, 주제들이 군사훈련처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8시부터 5시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교수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 학생은 지속적인 분주함과 서두름 속에서 혼란을 겪는다.”²⁰
(“We are attempting to teach the medical student too much… the crowded curriculum with the overwhelming mass of fact and detail… is a jumble of successive subjects and hours running with military precision often from eight to five, the teacher often wanting more time and the student confused by the persistent bustle and hurry.”²⁰)

 

이처럼 교육과정 내용에 집중하는 담론은 과학을 ‘학습해야 할 대상(something to be learned)’으로 다루는 관점을 형성했으며, 이는 플렉스너가 제시한 **‘사고 방식으로서의 과학(science as a way of thinking)’**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위의 저자들은 교육과정이 과도하게 과밀하다고 비판하면서도, 과학을 교육과정 안의 ‘객체(object)’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학생들이 과학이라는 ‘물질(stuff)’을 보다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을 줄이거나, 과학 내용과 임상 경험을 더 잘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¹⁹. 그러나 이 담론 체계 속에서 과학은 결국 교육과정 속 사실적 자료(factual material)로 자리잡았으며, ‘존재 방식이자 사고 방식으로서의 과학(science as a way of being and thinking)’이라는 개념은 소멸되었다.

 

이후 **교육과정 개혁(curriculum reform)**은 사실상 **과학 내용 관리(science content management)**로 귀결되었다. 예를 들어, 1945년 한 의과대학 학장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학부 교육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교육과정을 수평적으로 개편하고, 불필요한 내용을 제거하며, 강의 내용을 줄이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정에 포함된 많은 사실적 내용은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²¹
(“One of our greatest undergraduate needs is to revise the curriculum horizontally, delete dead wood, reduce course content and add new material… much factual material should be drastically reduced in the present curriculum.”²¹)

 

1958년 JAM의 보도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는 교육과정에 지속적으로 내용이 추가되어 ‘학부-의학 통합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졌다’는 인식에 따라 대규모 교육과정 개편을 고려 중이었다²².

 


방대하고 압도적인 과학이라는 담론

 

**에이브러햄 플렉스너(Abraham Flexner)**는 과학 지식의 본질과 성장, 그리고 이를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어떻게 가장 적절하게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의학은 광대한 탐구 영역의 무한한 부분(an indefinite portion of [a] vast field)”**에 속하며, 이 지식의 영역은 빠르게 확장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라 보았다¹⁷. 그러나 플렉스너는 의학 실천에 관련될 수 있는 지식과 정보의 양이 학생들이 의과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범위를 훨씬 초과한다는 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의료 실무자가 숙달해야 할 구체적인 사실과 기술의 목록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¹
(“…no two persons would ever agree on the particular sets of facts and skills which the practitioner needs to master.”¹⁷)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의과대학은 모두가 똑같을 필요도 없고, 똑같을 수도 없다. 교육과정 또한 동일하거나 완전하거나 고정된 형태여야 할 필요도 없다.”¹⁷
(“…it is once more clear that there need and can be no such thing as uniform medical faculties… Nor can there be any such thing as a uniform, complete or stabilised medical curriculum.”¹⁷)

 

플렉스너는 **획일성(uniformity)**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의학 교육에서 최상의 훈련을 구성하는 명확한 사실이나 기술의 목록을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학이 과학적일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태도와 기술 때문이다.”¹⁷
(“We have seen that it is impossible to set aside any definite set of facts or skills as constituting the ‘best’ training for medicine. Medicine is scientific, if at all, mainly because of an attitude and technique.”¹⁷)

 

그는 의학교육자들이 잠재적으로 유용한 지식 중 일부만을 가르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플렉스너 이후 개혁(post-Flexner reforms)을 통해 과학이 교육과정 내용(curricular content)으로 자리매김되자,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은 **교육과정에 추가되어야 하는 정보가 되면서 ‘문제(problem)’**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1935년 한 교수는 의대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문적·기술적 지식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지식 창고로부터 모멘텀을 얻고 새로운 원천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²³
(“…professional and technical knowledge grows by leaps and bounds, gaining momentum and tapping forever new sources from its accumulating storehouses.”²³)

 

이처럼 **지식 폭발(knowledge explosion)**은 이후 수십 년간 의학교육 담론에서 지속적인 주제가 되었다. **1950년, 로버트 뢰브(Robert Loeb)**는 콜롬비아 의대 신입생 환영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적 탐구와 기초과학과 임상의학 간의 통합을 특징으로 하는 과학 연구에 중점을 둔 결과, 우리 모두의 생애 안에서 질병 치료에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다.”²⁴
(“The emphasis now laid on scientific research with its critical exploitation of new ideas and the integration between the basic sciences and clinical medicine has produced within the lifetime of all of us momentous and tangible advances in the treatment of disease.”²⁴)

**1962년 AAMC의 집행이사 워드 달리(Ward Darley)**는 다음과 같이 썼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의학에 중요한 지식의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지식의 급속한 증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가르치고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정당화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황을 초래하였다... 우리는 진보의 산물에 의해 짓눌리고 있다.”²⁵
(“Particularly since World War II… the growth in knowledge important to medicine has been phenomenal. Paradoxically it is this rapid growth of knowledge that is creating a situation…[in which] the gap between what is known and what is taught is wider than can be justified… we are belaboured by the fruits of progress.”²⁵)

 

수년 후, AAMC의 전체 회의(plenary session)에서 보건의료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중 Reuther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인류의 과학적·기술적 지식이 놀라울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물리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전 인류 과학자의 90% 이상이 오늘날 살아 있으며, 이들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는 우주의 비밀을 풀고 있다.”²⁶
(“…the fantastic acceleration of man’s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know-how… This is the first time in the history of man when we are capable of mastering our physical environment… more than 90% of all the scientists who have lived throughout the history of the world are alive today, and their creative and productive minds are unlocking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²⁶)

 

그러나 ‘지식의 폭발’을 교육과정 설계에서의 문제로 간주하는 담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담론적으로 볼 때, 각 세대는 이 ‘지식 폭발 문제’를 자신들의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인 양 받아들이며 재구성해 왔다.

 


과학의 불충분성에 대한 담론

 

생물의학 과학(biomedical science)이 의학 지식의 지배적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플렉스너 이후의 개혁(post-Flexner reforms)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의학교육에 다양한 지식 영역을 통합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존재해 왔다. 플렉스너의 과학자-의사(scientist-doctor) 담론은 다양한 학문 영역을 포함시키는 데 유연성을 제공했고, 이들 각각은 과학자-의사에 의해 정교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원으로 간주되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기초 과학(fundamental sciences)은 의학교육의 필수 도구적 기반(essential instrumental basis)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적 최소치는 궁극적인 전문 직업 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도구적 측면에서도 불충분하다. 의료 실무자는 두 가지 범주의 사실을 다룬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은 첫 번째 범주를 이해하도록 돕지만, 두 번째 범주 – 보다 미묘한 요소들 – 에는 전혀 다른 공감과 통찰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는 훨씬 더 어렵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cultural experience)을 통해 그러한 통찰을 얻을 수밖에 없다.”⁹
(“…furnish, indeed, the essential instrumental basis of medical education. But the instrumental minimum can hardly serve as the permanent professional minimum. It is even instrumentally inadequate… one must rely for the requisite insight and sympathy on a varied and enlarging cultural experience.”⁹)

 

플렉스너는 자신의 1910년 보고서 이후 미국 의학교육 개혁에서 **자연과학(natural sciences)**만이 지나치게 강조된 점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1925년에 다음과 같이 아쉬움을 표했다:

미국의 과학적 의학은 젊고 활기차며 실증주의적이지만, 문화적·철학적 기반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다.”¹⁷
(“Scientific medicine in America – young, vigorous and positivistic – is today sadly deficient in cultural and philosophic background.”¹⁷)

 

생물의학 과학의 불충분성(insufficiency)에 대한 담론은 플렉스너 이래로 지속되어 온 주제이며, 앞서 살펴본 지식 폭발(knowledge explosion) 담론과 마찬가지로, 각 세대의 의학교육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시대에 새롭게 인식된 문제처럼 재구성해왔다. 예컨대 **JAM 창간호(1926)**에 실린 첫 번째 논문에서, 한 의과대학 학장은 예과(pre-medical) 교육에서 과학 중심주의에 대한 우려를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

나는 현재 의사의 자질을 갖추는 데 있어 과학적 지식이, 인류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보다 더 실제적인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의 문제는 과학적 사실만큼이나 역사, 사회학, 철학, 심리학에 기반한 건전한 판단을 요구한다.”²⁷
(“I am not prepared to admit… that a knowledge of science is of more real value than a knowledge of the way in which mankind has behaved… The problems of medicine… are quite as likely to require sound judgement based upon a knowledge of history, sociology, philosophy and psychology as on the facts of science.”²⁷)

 

1935년에는 한 비뇨기과 교수가 강의에서 의학의 ‘기초’를 기술적 과학 지식뿐 아니라, 의학의 성격(character), 문화적(cultural), 사회적·공중보건적(public) 측면까지 포함한다고 역설했다²³. 1945년 또 다른 학장은 교육과정에서 사회 의학(social medicine), 아동 건강(child health), 정신 건강(mental health), **질병 예방 및 관리(prevention and care of disease)**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²¹. 1951년 AAMC 개회사에서는 교육자들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충분히 주목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였고²⁸, 1955년의 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과학자나 기술자는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인간주의자(humanist)를 양성하는 데에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과학과 교양 교육(liberal education)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며, 과거 과학 중심으로 너무 기울었던 것처럼 한쪽으로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²⁹
(“…our present day curricula… can produce a scientist and a technician. However, to produce a humanist creates our greatest problem… not swing the pendulum too far to one side as was done in the case of the sciences.”²⁹)

 

이후에도 교육자들은 이 불균형을 계속해서 ‘재발견’했다. 1962년 한 소아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위대한 의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생물학적 기반만큼이나 정신사회적(psychosocial) 기반이 작용하였다... 현재와 미래의 의사 교육은 사회학적(sociological) 및 생물학적 방법론을 모두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양자의 원리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병의 신체적 요인은 기본이지만, 인간과 사회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야 진정한 포괄적 의료가 가능하다.”³⁰
(“The success of great physicians… has often rested as much on a psychosocial base… education must provide… acquaintance with both the sociological and the biological fields… comprehensive medical care must include whatever th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an contribute.”³⁰)

 

1975년 한 조사에 따르면, 의과대학 학장의 약 90%가 행동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의 강조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이러한 변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³¹. 이는 의과대학 학장들조차 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권한이 미약하다고 느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실이며, 오늘날의 교육과정 개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생물의학 과학의 불충분성 담론은 현재에도 매우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의 논문과 교육 혁신 기획안들도 의학교육에서 사회과학 교육의 확대교육과정 개혁의 핵심 전략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³ ³² ³³.

 

 

 

논의 (DISCUSSION)

 

의학교육에서 과학 담론(discourses of science)에 주목하는 것은,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생물의학 과학(biomedical science)이 지속적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 그리고 그 외 다른 형태의 지식이 지속적으로 주변화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플렉스너식 과학자-의사(Flexnerian scientist-doctor)**는 임상상황(clinical situation)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지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플렉스너 보고서 출간 이후 진행된 교육과정 개혁은 ‘과학’을 교육과정 내의 ‘내용(content)’으로 담론화(discursively framed)하였고, 그 결과 과학은 ‘사고 방식(a way of thinking)’이 아니라, 교육과정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객체(object)’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담론 구조 속에서 새로운 과학 지식은 곧 ‘추가되어야 할 새로운 교육과정 내용(new curricular material)’이 되었고, 과학의 빠른 축적 속도는 곧 **의학교육자, 학생, 교육과정 자체에 부담이 되는 문제(problem)**가 되었다. 만약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모든 과학을 수용하기엔 **‘너무 많다(too much)’**고 여겨질 경우, 과학은 통제되어야 할 대상,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전환된다. 즉, 환자, 사회, 보건의료 체계나 학생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과정 그 자체(curriculum itself)’가 기준(reference point)과 우선적 관심 대상이 되어버린다.

 

교육과정 과밀화(curricular overcrowding)에 대한 담론은 학생을 과학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왜냐하면 **과학의 분량이 학생에게 해롭다(harmful)**는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과학자-의사(scientist-doctor) 대신 압도당한(overwhelmed), 지쳐 있고(harried), 과학으로 채워진(science-stuffed) 학생을 보게 된다.

 

생물의학 지식의 폭발(knowledge explosion)이 각 세대마다 새롭게 등장한 현상으로 간주되는 한, ‘언제나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이는 단지 의학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학자들은 이미 구석기 시대(Ice Age)부터 정보의 폭발과 정보 관리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³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에서부터 **송나라 황제(Song dynasty emperors)**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압도적인 양의 사실과 데이터를 분류하고 관리하려는 방식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정보 과잉(information overload)에 대한 부담감은 인쇄술이 발달하던 르네상스 시대 학자들에게도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³⁵.

 

따라서, ‘언제나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수용한다면, 오늘날의 생물의학 지식 증가 또한 더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그 지식이 교육과정 전체를 압도하는 경향을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의학교육 내 과학에 대한 담론들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이다: 생물의학 과학이 여전히 교육과정의 ‘내용(content)’으로 간주되는 한, 교육과정의 균형(balance)은 달성되기 어렵다. 만약 교육과정 내에서 사실 기반 영역(factual content areas) 간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결국 **생물과학(bioscience)**이 승리하게 된다.

 

따라서 생물의학 과학은 사실의 집합(set of facts)이 아니라,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여러 지식 형태 중 하나(one of several very important forms of knowledge)로 개념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만, **사회과학(social sciences)**과 **인문학(humanities)**에서 비롯된 **다른 지식 형태들(other forms of knowledge)**이 교육과정에 제대로 통합될 수 있는 현실적인 희망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에야 비로소, **생물의학 지식과 그 외 다른 중요한 지식 영역들 간의 합리적인 균형과 통합(integration)**을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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